부산, FISITA 퀄리티를 높인다!
1,000명 심사위원, 700개 논문 풀 페이퍼 리뷰
2016년 09월호 지면기사  / 글 │한 상 민 기자 _ han@autoelectronics.co.kr 사진│이 상 엽 실장 _ kontikistudio@gmail.com



FISITA 2016 Kwang Min Chun LOC Chairman 전 광 민 조직위원장
 
7월, 오는 9월 26일부터 닷새간 부산서 개최될 ‘FISITA 2016 World Automotive Congress’ 학술대회의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연세대 기계공학과 전광민 교수를 만났다. 부산대회 조직위원회는 전 세계 38개국 자동차공학 학회 연합체인 FISITA의 위상과 역할을 더욱 높이기 위해, 특히 논문 접수, 심사과정에 혁신을 불어넣었다.
 
Q. 우리나라의 FISITA 학술대회 개최가 처음이 아니다. 이번 대회는 교수님께 어떤 의미인가.
A. FISITA(International Federation of Automotive Engineering Societies)는 전 세계 38개국 자동차공학회가 함께 하는 세계 최고의 자동차공학 학회 연합체입니다. FISITA는 2년마다 세계 각국을 돌며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2000년에 FISITA World Automotive Congress를 서울에서 개최한 바 있습니다. 당시 선진자동차 기술, 지능화 수송시스템, 정책과 경제, 세계화와 조화, 인간생활과 환경 등 5개 부문에 400여 편의 논문이 발표됐고, 혼다의 히로유키 요시노 회장, 르노의 루이스 슈바이처 회장, GM 그룹의 루돌프 쉴라이스 부회장 등 세계 유수의 자동차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자리를 빛냈습니다.
2000년 대회의 조직위원장은 현대자동차의 이춘구 사장이 맡았었습니다. 당시 저는 이현순 이사(現 두산그룹 부회장)와 함께 ‘영 엔지니어(Student and Young Engineers)’에 대한 프로그램을 맡았습니다. 그런데 이 대회를 전후로 FISITA와 개인적인 교류가 많아지면서 한국대표를 맡게 되었고, 2012년부터 2014년까지는 FISITA 이사회 부회장 겸 기술위원회 의장을 맡았습니다.
 
Q. 그동안 한국 자동차 산업의 위상도 많이 달라졌는데.
A. 2000년에는 우리 자동차 산업이 미국 시장에 진출하고 세계화에 나서던 때여서 FISITA 대회를 잘 치러 우리의 높아진 기술력과 잠재력을 보여주는 데 주력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은 글로벌 톱5의 위치에서 맞는 대회인 만큼 더욱 발전된 모습을 보여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FISITA 2016 대회장인 현대자동차 양웅철 부회장과 조직위원회는 자동차의 전자화, 커넥티드 카, 자율주행과 같은 거대한 변화의 트렌드에 부응하는 더욱 세련되고 스마트한 대회가 될 수 있도록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이 말은 FISITA 콩그레스의 학술적 수준이 자동차 업계에서 최고가 되도록 만들어보겠다는 것입니다. ‘미래의 자동차를 위한 새로운 사고(Creative Thinking for Future Automobiles)’라는 과거와는 조금 차별된 주제에 따라 자동차만의 기술뿐 아니라 ICT 산업과의 융합, 그 기술을 사회에 적용할 때의 영향, 인간과 자동차와의 관계를 고려하는 새로운 사고방식에 초점을 맞춰보려고 했습니다.
 


Q. FISITA 유치 경쟁은 치열한가.
A. 우리는 2010년에 2016년도 학술대회 유치 경쟁에 나섰습니다. 브라질, 스웨덴 등과 경쟁했는데, 우리의 폭넓은 네트워크를 잘 활용하면서 압도적인 차이로 이들을 따돌릴 수 있었습니다. 당시 경쟁은 상당히 치열했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최근 들어 FISITA World Automotive Congress 유치 경쟁이 예전만 못하다는 생각입니다. 격년 개최에 따른 대회 이미지의 희석, 전 대회 주최국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퀄리티와 위상뿐만 아니라 가장 중요한 학술대회의 참가자 감소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하고 싶습니다.
이것이 더욱 활성화되려면, 특히 발표되는 논문들이 널리 인용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못한 점이 아쉬운 점입니다. 이에 대한 생각은 각국의 자동차공학회(SAE)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FISITA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일본과 독일만 본다면, 일본은 FISITA의 정책을 바꿔 학술대회와 데이터베이스를 활성화해 논문 인용과 활용성을 높이고 체계화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반면, 기술 주도국인 독일은 그렇게까지는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동안 FISITA의 기조는 독일과 상통합니다. 우리는 이것을 이번 대회를 통해 바꿔보려 했습니다.
 
Q. 구체적으로 어떤 시도를 했나.
A. 특히 이번 부산 학술대회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이 바로 논문 심사과정의 변화입니다. 종전까지는 논문을 받을 때 초록(abstract)만 리뷰했는데, 이래서는 실제 내용이 어떤지, 퀄리티가 어떤지 잘 알 수 없습니다. 따라서 부산대회에서는 초록과 전체 논문을 모두 받아 좀 더 면밀히 심사를 해 기준에 못 미치면 탈락시키고 아쉬운 부분이 있으면 보완을 요청하는 식으로 했습니다.
대회의 기획단계서부터 학술위원장을 맡은 서울대학교 민경덕 교수를 비롯한 학술위원들이 이 점을 인지하고 파격적으로 전체 논문에 대한 풀 페이퍼 심사를 FISITA에 제안했습니다. 물론 FISITA 헤드쿼터와 마찰이 있기도 했지만 결국엔 계획대로 모든 것을 진행하는 것으로 했습니다.
이를 위해 학술위원회는 무려 1,000명 이상의 심사위원을 모으는 등 1년이 넘는 준비과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보통 논문 분량은 워드로 꽉 채워 10장
정도입니다. 한편의 심사에는 3~4명의 심사위원이 필요합니다. 토픽이 10개이기 때문에 1,000명 이상의 심사위원이 동원됐습니다. 트랜스미션과 하이브리드, 엔진 시스템, 첨단 xEV, 능동 및 수동안전 기술, NVH, 비히클 다이내믹스 및 컨트롤, 차량 전자/소프트웨어, 매뉴팩처링과 소재, 자율주행과 커넥티드 카, 첨단 차량 콘셉트 등 10개 영역의 토픽 리더(International Topic Leader)들이 각각 100명의 심사위원을 선발했습니다. 논문의 당락보다 퀄리티를 높이는 것이 초점이었습니다.
논문 접수는 당초 500편 정도를 예상했는데 700편 이상의 초록이 들어오며 크게 예상을 뛰어넘었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우리나라의 자동차시장과 산업 규모를 고려해 대회의 규모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대회 본연의 취지에 포커스해 대회를 준비했고, 이것이 이번 대회의 가장 큰 의의라고 생각합니다.
규모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일반적인 FISITA 학술회의의 규모는 대개 1,000~1,500명 규모입니다. 물론 중국처럼 큰 시장을 갖고 있는 경우는 2,000명 이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12년 중국대회는 대회 규모를 키우기 위해 독일의 뉘른베르크 메세(Nu¨ rnbergMesse China)와 손잡고 전시회를 키우기도 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었습니다. 부산대회는 국내외 1,500명 참가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Q. 주요 스피커 등 대회를 프리뷰하면.
A. 학술회의 참가자들은 1,100달러의 등록비를 내고 부산 대회에 와 강연을 듣고 배우고자 합니다. 따라서 참가자들에게 좋은 강연과 수준 높은 논문발표를 들려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대회의 기조강연은 FISITA 2016 대회장인 현대자동차 양웅철 부회장이 맡았습니다.
학술위원회는 엔진 시스템부터 안전시스템, 커넥티비티 등 10개 토픽에 대한 테크니컬 프로그램 구성을 위해 토픽 리더들의 미래 기술 방향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시와 각국 별 연사 추천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조직위원회가 심의해 결정했습니다. 각 토픽별 10명의 국내 토픽 리더와 함께 국제 토픽 리더들 - 샌디아 국립연구소의 마크 머스컬러스(Mark Musculus), TE 커넥티비티의 패트릭 포프(Patrick Popp), 미시간대학의 심태현, 일본 국립교통안전환경연구소의 데루나오 가와이(Terunao Kawai), 어플러스 IDIADA의 후안 J. 가르시아, 포드의 이태경, 뉴햄프셔대학의 야니스 P. 코르콜리스(Yannis P. Korkolis), 아르곤 국립연구소의 아이메리 루소(Aymeric Rousseau) - 이 함께 학술 프로그램을 구성했습니다.
특히 우리는 전체 참가자들이 경청하는 플래너리(Plenary) 세션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현대자동차의 박정길 부사장이 자율주행 관련 당면과제, 트렌드, 기대 기술에 대해 발표하고, FEV 그룹 슈테판 피싱거(Stefan Pischinger) CEO, 보쉬의 마커스 하인(Markus Heyn) 부회장은 전통적인 파워트레인과 전기 파워트레인의 발전은 물론 안전과 고효율, 주행의 즐거움을 보완하는 차세대 기술 발전에 대해 강연을 할 것입니다.
AVL의 우베 그레베(Uwe Grebe) 수석부회장은 특히 배출가스 규제 대응과 운전의 즐거움을 시장과 연결해 전망해줄 것입니다.
이 밖에도 현대자동차의 황승호 부사장, LG전자의 이상용 부사장이 차량 IT융합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대한 이슈와 트렌드를 발표할 것입니다. 이들 플래너리 강연이 끝나면 토론이 이어질 것인데, 이는 미래 기술을 전망하는 매우 유익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Q. 학생, 젊은 엔지니어를 위한 프로그램이 눈에 띈다.
A. FISITA는 미래의 엔지니어 양성을 매우 중요시합니다. 때문에 FISITA World Automotive Congress를 전후로 각국의 SAE가 우수 학생을 선발해 대회에 참가토록하고, 기간 중 그들만의 학술대회인 Student Congress를 개최합니다. 뿐만 아니라 FISITA는 트래블링 팰로우십(Travelling Fellowship)이란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해 다양한 문화, 자동차 산업과 혁신적인 기술을 체험하고 배울 수 있도록 해줍니다. 예를 들면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자동차안전연구원, 자동차부품연구원, 르노삼성 부산 공장 등의 시찰이 있습니다.
“Islands of Excellence”는 전 세계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아이디어를 공모해 가장 우수한 5개 팀을 선정하여 필요한 모든 장비와 경비를 지원해 학술대회 중 전시를 하도록 하는 프로램인데, 이번 대회에서는 독일, 영국, 네덜란드를 비롯해 한국의 국민대학교와 서울대학교 팀이 최종 선정됐습니다.
Q. FISITA는 물론 ISO와 같은 국제단체에서 우리 자동차 산업의 영향력이 낮은 것 같다.
A. FISITA에는 연 회비를 내고 단체의 활동을 지원하는 명예위원회(Honorary Committee) 멤버사가 있습니다. 약 65개 업체가 있는데, 이들이 FISITA의 주요 수익원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우리나라 기업이 별로 없습니다. 현대기아자동차가 몇 년 전에 다시 들어간 정도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성장하면서 멤버 가입이 늘어, 예를 들어 65개 멤버 중 10개 정도가 우리 업체가 돼 FISITA 내 한국의 발언력이 높아지기를 기대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우리 업체들의 움직임이 더딘 반면 중국 기업의 참여가 급격히 늘면서 향후 중국의 역할이 매우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글로벌 리더십에 대한 생각을 좀 더 깊이 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독일과 일본 중심의 FISITA에서 미국은 FISITA란 한 우산 아래 있고 원만한 협력관계를 갖고는 있지만 매우 독립적인 지위를 갖고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새끼가 어미보다 큰 격입니다. 미 SAE 주관 FISITA 콩그레스가 아직까지 없는 것도 이때문입니다.
 
Q. 업계 이야기를 좀 듣고 싶다. 디젤의 환경문제가 큰 이슈가 되고 있는데.
A. 폭스바겐의 속임수와 디젤의 문제는 별개라고 생각합니다. 디젤은 1990년대에 커먼레일 기술과 함께 승용차 시장에서 크게 세력을 확장했습니다. 연료를 적게 써 CO₂ 배출이 적으면서 토크가 강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질소산화물(NOx)과 입자상물질 배출이 약점이 되고 있습니다만 이는 갈수록 향상될 것입니다. 디젤은 오히려 친환경성보다는 후처리 장치에 따른 차량의 가격 상승이나 요소수(urea) 유지비 등 경제성 측면에서 불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친환경성 측면에서 NOx를 줄이는 방법에는 연소과정에서 저감하는 EGR(Exhaust Gas Recirculation), 생성된 것을 화학적으로 환원하는 LNT(Lean NOx Trap)와 SCR(Selective Catalytic Reduction) 기술이 있습니다. LNT는 NOx를 촉매에 잠깐 저장했다가 연료성분을 이용해 환원하는 것이고, SCR은 요소수를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폭스바겐이 문제가 된 것은 질소산화물 배출 때문인데, 이를 저감하는 기술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도로주행에서 연비를 높이기 위해 속임수를 쓴 것입니다. 이는 처벌받아 마땅합니다.
오랫동안 가솔린, 디젤, 전기 파워트레인은 서로의 강점을 갖고 경쟁해왔습니다. 현재는 디젤보다는 디젤의 강점을 취한 직접분사 기술을 추가한 가솔린 엔진이 힘을 얻고 있는 때입니다. 파워트레인 경쟁 양상은 유럽에서 디젤의 점유율이 5~10% 감소하고 이를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또는 전기차가 대신하는 것과 같이 앞으로도 극단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Q. 전기차 전망은.
A. 전기차는 분명 매력적이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정부의 보조 없이 경쟁할 수 있어야만 하지만, 초기에는 산업을 키우기 위해 정부가 이를 감당해야만 합니다. 그러나 대당 1,000만 원 이상의 보조금은 당국에 엄청난 부담이 됩니다. 정부의 장기적이고 명확한 정책이 가장 중요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정부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있어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고 연료와 기술에는 중립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연료전지차의 경우는 전기차의 충전 인프라와 마찬가지로 수소의 생산과 공급망 등 인프라를 어떻게 갖추느냐가 중요합니다.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이 연료전지차의 보급화 시기를 2030년경으로 예측하기도 합니다. 연료전지차의 미래 시장은 상당히 예상하기 힘든 부분입니다. 현대자동차는 연료전지차에 있어 상당한 애정을 갖고 추진해왔고, 이 부분에서 토요타, 다임러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점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에 대한 투자는 지속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기술의 융합 트렌드와 함께 업계의 구조조정, 인수합병 등이 매우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데.
A. FISITA의 목표 중에는 완성차 업계와 서플라이어의 CTO들 간 대화와 교류를 확대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GM과 같은 글로벌 카 메이커는 여기서 다양한 업체들을 만나게 되고, 그 중에서 잘하는 몇 개 업체를 선정해 부품을 조달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한 개 업체에 의존하는 리스크를 피할 것입니다.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에 주로 부품을 공급하는 만도와 같은 우리 기업들은 그동안 활발한 R&D를 통해 자체 기술력, 경제성, 경쟁력을 확보해오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에게는 향후 많은 기회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자동차 산업은 현재 다양한 센서, 데이터 처리와 관련된 소프트웨어 역량,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 등 수많은 혁신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IT기업 혹은 새로운 스타트업들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자동차 업계의 새로운 에코시스템 구성이 중요한 때이고 기회가 많을 때입니다. 이런 기회를 더욱 활성화 하는 것이 이번 FISITA World Automotive Congress의 중요 역할 중 하나입니다.



AEM_Automotive Electronics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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