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충전·V2G 준비하는 그리드위즈

그리드위즈 김현웅 이사

글│한 상 민 기자_ han@autoelectronics.co.kr
2017년 01월호 지면기사


 

12월 초 그리드위즈의 김현웅 이사(연구소장)를 만나기 위해 판교를 찾았다. 11월 제주에서 진행된 ISO/IEC 15118 국제표준 회의 및 테스팅 심포니엄에서의 만남, 주최 측으로서 그리드위즈의 수고도 잊을 수 없었지만, 몇 주 만에 다시 그를 찾은 이유는 ‘오토메카니카 상하이(Automechanika Shanghai) 전시회’에서 HKPC(Hong Kong Productivity Council)를 비롯한 여러 중국, 홍콩 관계사들로부터 우연치 않게 그리드위즈의 이름을 다시 듣게 되면서 더욱 깊이 각인됐기 때문이었다.


스마트 스타트업


“붉은 벽돌 건물 3층으로 오세요.”
판교밸리에서 택시로 5분 정도 떨어져 있는 한 고급주택가의 대로변. 건물명이 마치 소켓 모양같은 붉은 벽돌의 ‘1010빌딩’. 그 3, 4층에 자리 잡은 그리드위즈를 찾았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순간 감탄했다.

“제가 지금 네이버에 와 있는 건가요?”
‘전기산업, 관련 업체들은 올드하다’는 속설과 다르게 탁 트인 공간, 자유와 개성, 신선함이 물씬 느껴지는 모던스타일의 인테리어가 눈에 띄었다.

“김구환 대표, 류준우 이사 그리고 저 셋이 회사를 설립할 때부터 마음에 새겼던 것이 실리콘밸리의 기업들, 유사한 문화를 가진 회사를 만들자는 것이었어요.” 김현웅 이사가 말했다.

생각해보니 이 회사는 전기를 다루기는 하지만 전자통신, e모빌리티, 스마트그리드와 같은 더 나은 미래에 대한 젊은 스타트업이다. 그리드위즈는 통신용 반도체 설계사 위즈네트의 스마트그리드 관련 사업팀이 해체되면서 김 대표를 비롯한 팀원이 회사를 나와 의기투합해 차린 회사다. 2011년 이후 우리나라의 스마트그리드 사업이 주춤하면서 대기업을 비롯 대부분 기업들이 관련 사업을 접고 사업부를 해체하던 때에 미래에 대한 확고한 비전을 갖고 모험(?)을 시작한 것이다. 그러던 것이 2013년 회사 설립과 동시에 다시 상승한 스마트그리드 붐에 편승한 것이다.

그리드위즈는 스스로를 토털 에너지 전문기업이라고 부른다. 좀 더 깊게 들어가면, 스마트그리드와 전기차 충전 관련 국제표준인 SEP 2.0, OpenADR 2.0, USNAP, ISO/IEC 15118에 기반하는 스마트그리드 네트워킹 회사다. 모든 개발 기술이 이같은 국제표준을 기반으로 한다. 그만큼 글로벌 시장이 우선 타깃인 것이다.

김 이사는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큰 그림은 전력 계통에 충전 인프라를 올리고, 충전 인프라 중에서도, 예를 들어 충전기에 ESS(Energy Storage System), 태양광을 융합해 충전 자체를 신재생에너지로 하고, 역으로 차량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에너지를 그리드 사업자에 되파는 식의 신사업을 일으키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회사의 비즈니스 영역은 크게 ▶OpenADR 2.0 기반의 전력 수요관리 서비스 ▶ISO/IEC 15118 지원 전기차 충전기용 PLC 통신 모뎀 및 테스트 장비, 스마트 에너지 기기, 수요관리(DR) 시스템, 에너지 관리 시스템 등의 스마트 에너지 솔루션 ▶SEP 2.0, OpenADR 2.0, USNAP, ISO/IEC 15118 국제표준화 지원 활동 및 컨설팅 등 세 가지다.

“정확하게는 아직 스마트그리드보다는 작은, 한 도시나 커뮤니티 단위에서의 전력관리 및 송배전 자동화까지의 마이크로그리드 솔루션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드위즈는 2013년 3월 창립 이후 고속성장 중이다. 창립년도 연말까지 직원은 7명에 불과했지만 이후 매출이 급성장하며 1년 사이에만 수차례 이사를 했고, 1년 만에 현재의 1010빌딩에 자리를 잡게 됐다. 현재 직원은 40명 이상이고, 이에 따라 본래 4층만 쓰던 것을 최근 3층까지 확장했다.

매출액은 2013년 9개월 동안 3억 원을 기록한 후, 2014년 13억 원, 2015년 113억 원을 기록했다. 2016년엔 예상 목표에는 못 미치는 200억 원을 바라보고 있다. DR 부분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전국 400곳의 공장이 그리드위즈의 시스템을 이용해 에너지를 절약하고 이를 전력거래소에 입찰해 거래를 하고 있다.

김 이사는 “지금도 공간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사무뿐만 아니라 개발, 연구, 테스트를 진행해야 하고 직원도 계속 충원 중”이라며 “우리의 기대 이상으로 성장이 빨라 버겁고 관련 분야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어 그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기술력의 원천


전기차는 회사의 또 다른 비전이다. 전기차가 스마트그리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분야이기 때문이고, 그렇기에 그리드위즈 는 이에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그리드위즈는 애초 회사 설립과 비즈니스 플랜에 전기차를 포함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김 대표가 ISO/IEC 등 국제표준화 활동에 꾸준히 관계했고, ‘이것이 블루오션’이라는 판단을 하면서 회사 설립 직후 신속하게 관련 솔루션 개발에 나서는 한편 해외시장 개척에 나섰다.

“누군가는 돈 안 되는 시장에서 왜 이렇게 열심히 하냐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지만, 전기차가 DR, ESS, HEMS(Home Energy Management System) 등 우리가 하고 있는 스마트 에너지 사업의 일환이기 때문에 미래를 기대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내년에 전 세계적으로 5,000대 이상의 PLC 통신 모뎀 판매를 목표 중이고, 국내에서도 정부가 2017년 상반기까지 1,200대의 급속충전기를 추가할 계획이어서 기대가 큰 상황입니다.”





그리드위즈의 3인방은 창업과 동시에 전 세계를 돌면서 글로벌 스마트그리드, 충전 관련 기업들과 MOU를 맺었다. 예를 들어 전기차와 관련해 미국의 충전기 테스트 장비사 그리드테스트(Gridtest), 유럽의 아우로닉(Auronik) 등과 총판 계약을 맺었다.

김 이사는 “아우로닉은 유럽의 충전기 회사들에게 테스트 장비를 널리 공급하고 있는 회사인데 저희가 아시아 총판을 맡고 있습니다. 그리드위즈가 개발, 판매하는 전기차 충전기용 PLC 모뎀과 기본적인 콘셉트가 같기 때문에 밖에서는 왜 경쟁사에게 제품 판매를 맡기는 지 의아해 하지만 이는 그만큼 서로의 뜻이 맞고 인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리드위즈의 전기차 사업 부문의 주요 제품은 전기차 충전기용 CCS 규격 모뎀과 전기차 에뮬레이터다. 가장 뿌리 깊고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손댄 것이고 그 만큼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했다고 자부한다.

그 증거는 ISO/IEC 15118 국제표준 회의와 함께 진행되는 테스팅 심포지엄에 있다. 우선 DIN이나 ISO 15118 등 CCS를 지원하는 기술을 보유한 회사, CCS를 프로모션하는 찰인(CharIN)에 가입한 아시아 기업은 중국, 인도의 10개사 내외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리드위즈가 유일하다. 또 심포지엄은 표준을 보완, 검증하는 차원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해당 기술을 갖고 있다고 스스로 판단하는 회사는 누구든 나올 수 있는, 특별한 자격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지만, 심포지엄에 의미가 큰 것은 그 곳에서 경쟁사들의 기술 수준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드위즈는 심포지엄 참가사들이 들고 나오는 기술, 기능을 모두 커버하는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자세하게는 차량과 충전기 각각에 대한 DIN 규격, AC와 DC에 대한 ISO/IEC 15118, 또 이에 대한 인증 관련 EIM PNC 등 총 10가지 기술 옵션이 존재하는데 그리드위즈는 이 모든 것에 대응할 수 있다.

“우리처럼 10가지 옵션에 모두 대응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심포지엄에 참가하는 업체는 불과 2~3곳에 불과한데, 예를 들면 그 중 하나가 벡터(Vector)입니다. 그런데 벡터는 테스트 장비업체이면서 자동차쪽 스택을 담당하기 때문에 모든 기능을 갖춰야하지만 일반 산업 쪽에서 이같은 업체는 우리가 유일합니다.”

그리드위즈의 콤보 타입 충전기용 PLC 모뎀인 ‘페퍼민트(Peppermint)’ 제품과 관련해서는 BMW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i브랜드 전기차가 국내에 정식 출시되기 이전부터 지원받을 정도였다. 그리드위즈의 전기차 주력 제품은 ISO/IEC 15118 등 CCS 기반이지만, 심포지엄에 출품할 수 있는 DIN, ISO/IEC 15118, SAE J2836 규격 모두를 지원할 수 있다. 다만 제주 테스팅 심포지엄에는 SAE J2836 규격의 실차가 없었기 때문에 대응하지 않았다.




떠오르는 전기차 충전


김 이사는 “일부 기업만이 ISO/IEC 15118 국제표준 회의와 테스팅 심포지엄 모두를 참가하고 나머지 다수는 영업을 목적으로 심포지엄에만 참가합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분명하게 말해 파이오니어 기업입니다. 황무지에서 새로운 유망한 기술을 발굴하고 확산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우리가 단기적인 성과만 보고 사업을 해왔다면 이렇게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는 아직까지 전기차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다고 본다. 그러나 2017년부터 본격적인 성장을 예상한다. 해외 업체들이 DIN 모델을 찾으면서도 향후 ISO/IEC 15118 지원 가능성을 묻는 문의가 잦아지고 있고, 그 중에는 누구나 들으면 알만한 대기업도 껴있다. 한 중국 기업에 대한 회사의 예상 물량은 최소 3,000기다. 3,000이란 숫자가 작게 느껴질 수 있지만 급속충전기 3,000기는 어마어마한 숫자다. 시장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CCS 충전기를 만들고 싶은 싱가포르, 대만, 홍콩, 중국, 아시아 기업들이 주로 소프트웨어와 모뎀에 대해 문의를 해오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한 달에 2~3건 오던 것이 요즘은 하루에 그렇습니다. 중국 업체들도 해외 수출을 위해 연락해 오고 있습니다.”
그리드위즈는 2016년 모뎀 판매대수를 200~300대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이미 1,000대 이상의 모뎀을 팔아치웠다. 이제는 시장 확대를 위해 개당 300만 원에 팔던 단가를 조정하고 있다. 샘플은 2대까지 대당 200만 원에 공급하고, 그 후부터는 소량이더라도 양산 가격으로 대략 50만 원 이하로 하겠다는 것이다.

김 이사는 모뎀 판매의 증대와 함께 해외 업체들이 요구하는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예를 들면 OCPP(Open Charge Point Protocol)의 적용이다. 전기차 자체를 분산자원 에너지원으로 취급해 유틸리티 단의 최상위 서버에서 차로 직접통신을 하는 SAE J2836 표준이 존재하긴 하지만, 글로벌 스마트 충전의 통신표준은 ISO/IEC 15118과 글로벌 컨소시엄 OCA(Open Charge Allience)의 산업표준 통신 프로토콜 OCPP로 전개되고 있다. 크라이슬러가 프로토타입 트럭 등에 SAE 규격을 구현해 나온 적도 있지만 현재 SAE 규격을 적용한 전기차가 없다. 다만 ISO/IEC 15118에서는 SAE 규격과의 Harmonization을 논의하고 있다.

OCPP는 충전기와 그리드 네트워크(중앙 센터) 간 스마트 충전을 지원한다. 전기차와 충전소 간은 ISO/IEC 15118, 충전소와 센터 간은 OCPP가 되는 것이다. 현재 17개국 2만 개 이상의 충전기가 OCPP이고 대부분은 OCPP 1.5를 기반으로 한다. 1.5 버전이 스마트 충전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2015년 릴리스된 1.6으로의 버전 업과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OCPP 1.6이 적용되면 차에서 사용하는 ISO/IEC 15118과 통신이 가능해져 차-충전기-센터 간 스마트 충전이 가능해진다.

김 이사는 “OCPP는 유럽을 중심으로 많이 쓰여 지속적으로 검토해온 사안이고, 최근 회사에도 유럽, 아시아 업체들의 요구 문의가 많아졌습니다. OCPP는 우리나라에서는 사용하지 않지만 유럽에서는 입찰사항에 들어가 있는 필수 요구사항이기 때문에 충전기를 팔려면 반드시 적용해야만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OCPP 전용 모뎀을 따로 만들어 판매하면 매출은 늘겠지만 그리드위즈는 OCPP 전용 모뎀을 만들지 않을 계획이다. PLC 모뎀에 OCPP 모뎀을 별도로 넣는다면 그만큼 부품과 비용이 더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PLC 모뎀에 OCPP 기능을 통합할 계획이고, 고객들도 이런 계획에 호응하고 있다.

올 초에는 전기차 에뮬레이터도 업그레이드해 론칭할 계획이다. 원래 전기차 에뮬레이터는 제품을 기획해 출시한 것이 아니라 그리드위즈의 모뎀을 사용해 제품을 개발하는 고객의 편의를 위해 개발된 것이다. 그런데 이같은 제품이 시장에 거의 없고, 그리드위즈 에뮬레이터의 기술, 경쟁력이 높다고 판단되면서 제품화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시장에는 DIN 규격의 에뮬레이터는 존재하지만 ISO/IEC 15118 테스트 툴이 없다.

그리드위즈는 또 ISO/IEC 15118 무선충전 솔루션을 위한 연구개발 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V2G 역송을 통한 신사업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부문은 ISO/IEC 15118 국제표준 제정과 함께 진행되고 있다.

“우리는 이미 DR, ESS, 태양광 비즈니스를 하고 있기 때문에 V2G에 대해 탁월한 포트폴리오와 역량을 갖고 있는 셈입니다. 또 무선충전의 경우에도 ISO 15118 국제표준이 제정 중이고 실차가 없다는 것을 예외로 하면 모든 것이 준비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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