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에 울고, 인센티브에 웃고
2020년 이후 가격경쟁력 내연기관차 수준 … 구매 인센티브 수요 촉진
2017년 07월호 지면기사  / 글│한 상 민 기자 _ han@autoelectronics.co.kr


테슬라 모터스 기가팩토리

 

세계 자동차 제조사들이 순수 전기차(B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늘리는 한편, 파격적인 가격대를 제시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또한 각국 정부도 규제와 적극적인 인센티브 정책으로 전기차 구입을 장려하고 있다.


휘발유와 경유 등 액체연료는 에너지 밀도가 높기 때문에 장거리 주행이 가능하다. 운전자는 주유소에서 몇 분 안에 연료탱크를 가득 채울 수 있다. 엔진에서 연료가 연소될 때의 단점은 대부분의 에너지가 열로 방출되고 변환효율이 20~30%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반면, 전기모터는 입력 에너지의 90~95%를 차량을 움직이는 데 사용하므로 매우 효율적이다. 그러나 전기차는 적절한 주행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배터리에 충분한 에너지를 저장하고 충전하는데 제약이 있다.


현재 상용화된 전기차는 대부분 리튬이온 기반의 배터리를 사용한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지난 25년간 휴대용 전자 기기, 특히 핸드폰과 포터블 컴퓨터에 사용하기 위해 발전해 왔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비교적 높은 에너지 밀도, 높은 비에너지(specific energy), 우수한 사이클 수명을 제공한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1991년 상용화 이후 시장이 성숙 단계에 들어섰다. 지난 몇 년간 진행된 기술의 발전으로 배터리는 더 작고, 더 가볍고, 내구성이 뛰어나며(차량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몇 분 안에 완충된다.

배터리를 둘러싼 가장 큰 도전과제는 높은 가격이다. 배터리 가격은 전기차 가격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다행히 배터리 가격은 매년 떨어지고 있으며 2016년에는 3년 전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일반적인 도달 목표는 전체 배터리 팩의 경우 kWh 당 150달러인데, 이 단가는 전기차의 전반적인 비용이 내연기관 차량과 경쟁할 수 있는 가격 수준이다. 프로스트앤설리반은 배터리 가격 하락으로 2020년 이후 전기차 가격경쟁력이 내연기관차 수준까지 향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 신에너지 파이낸스팀의 2016년 보고서에 따르면, 배터리 가격은 10년 이내에 100달러/kWh까지 내려갈 전망이다. GM은 2022년까지, 테슬라는 2020년까지 배터리 가격을 100달러/kWh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LG화학은 2025년쯤 100달러/kWh까지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변수는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리튬, 코발트 등 주요 재료의 매장량과 국제 가격이다.


만일 전기차가 90 kWh급 배터리를 탑재하는 경우, 리튬의 현존 추정 매장량으로 계산하면 7억 5,000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리튬 생산량은 2008년에 2만 7,400톤, 2015년에 3만 2,500톤에 달했으며, 2020년에는 6만 톤으로 예상된다. Global X Lithium에 따르면, 리튬 수요는 2020년에 29만 톤에서 40만 톤으로 전망된다.

테슬라는 2018년 전기차 50만 대 생산을 공언하고 있다. 이는 당초 예정보다 2년 앞당긴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3만 5,000톤의 리튬이 필요하다. 즉 현재 세계에서 생산되는 리튬이 1년 후 모두 테슬라에 의해 소비되는 셈이다.


리튬의 세계 추정 매장량은 1,300만 톤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세계 추정 매장량의 거의 대부분이 칠레, 볼리비아, 아르헨티나에 집중돼 있다. 따라서 테슬라가 볼리비아에 배터리 생산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의향을 볼리비아 정부에 전달한 것은 리튬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할 수 있다.
 

넘어야할 산 ‘배터리’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 외에도 리튬에어(Li-Air) 배터리와 같은 여러 가지 배터리들이 개발되고 있다. 이들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높은 단위 질량 및 부피당 에너지를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인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리튬에어 전지는 에너지 효율이 낮고 분해 속도가 빠르다는 단점이 있지만, 전통적인 리튬이온 배터리의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는 성능 특성을 제공한다.
 

MIT 연구자들은 리튬에어 배터리로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리튬산소 개념을 개발하면서 이 단점을 극복했다. 급속충전식 리튬이온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해 이스라엘의 한 스타트업 기업은 나노 기술을 사용해 30분 내에 재충전할 수 있는 배터리용 유기 물질을 개발했다. 이 물질은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충전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서울대 공대 재료공학부 강기석 교수 연구팀은 리튬에어 전지의 효율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액상 촉매군 원천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새롭게 개발된 촉매 중 DMPZ(Dimethylphenazine)를 리튬에어 전지에 적용하면 기존의 높은 충전 분극을 1/3 이하로 낮춰 에너지 효율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현대자동차와 리튬에어 전지를 전기차에 실제로 적용시키는 방법을 개발 중에 있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 에너지부 산하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는 해조류에 포함된 성분인 카라기난에 리튬황(Li?S) 배터리의 수명을 연장하는 효과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차세대 전지의 일종인 리튬황 전지는 리튬이온 전지에 비해 저비용이면서 2배 이상의 에너지 밀도를 자랑한다. 다만 배터리 수명이 짧다는 게 문제로 지적돼 왔다. 유황 성분이 불안정해 바로 녹아버리기 때문이다.
 

배터리의 진화와는 별개로 과학자와 전문가들은 전기차의 성능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는 대체 또는 보조 전기저장장치로서 울트라 커패시터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화학반응을 통해 에너지를 변환 및 저장하는 반면, 울트라 커패시터는 전기장을 사용해 에너지를 저장한다.
 

결론적으로 배터리는 방전하는 데 오랜 시간(몇 시간)이 걸리는 반면, 울트라 커패시터는 대전력을 급속 방전(초 또는 분) 할 수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일반적으로 최대 10,000회(사이클) 충방전이 가능하지만, 울트라 커패시터의 사이클 수명은 그 100배인 100만 회이다. 그러나 울트라 커패시터는 일반적으로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낮은 에너지 밀도를 가지며 kW 당 가격이 더 비싸다. 따라서 에너지 밀도를 크게 개선하면 시장에 진입해 전기차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기차 보급 확대의 촉매


전기차의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내연기관 자동차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기술적 진보와 함께 시장 부양을 위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 전 세계의 모든 전기차 거점 시장에서 정책 입안자들은 구매자가 새로운 기술을 시험하도록 하는 일련의 인센티브를 시행하고 있다. 주요 목표는 필요한 재충전 인프라를 제공하고, 차량의 구매 비용을 줄이고, 지속적으로 전기차로 전환함으로써 경량자동차 시장에서의 낮은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여러 가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러한 인센티브에는 “일몰” 조항이 들어있다. 그러나 보조금이 없이도 첫 구매 비용이 기존 차량과 같아질 때까지 수년 동안 어떤 종류의 인센티브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여러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듯이, 내연기관 자동차에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것도 인센티브가 될 수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에 높은 세금을 부과하고 있는 노르웨이는 전기차의 시장점유율도 세계에서 가장 높다.
 

노르웨이 시장조사 회사인 OFV에 따르면, 노르웨이에서 판매된 신차 중 디젤엔진과 가솔린엔진만을 갖춘 자동차의 점유율은 48.6%를 기록했으며, 순수 전기차(점유율 17.5%)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카(점유율 20.0%)를 합친 점유율은 37.5%이다. 노르웨이 의회는 2025년까지 배기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제로 에미션 차량의 비율을 100%로 높일 방침이다.
 

핀란드는 이를 따라잡기 위해 2030년까지 25만 대의 전기차와 단 5만 대의 내연기관 자동차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핀란드는 국민들이 전기차를 구매하도록 장려하기 위해 첫 2만 5,000대의 전기차 판매분에 대해 4,000유로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가솔린차에 대해서는 2030년까지 30%의 세금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기차 기술은 인프라 용량 및 소비자 인지도 제고와 더불어 급속하게 발전할 것이기에, 이러한 인센티브는 노르웨이의 경우처럼 전기차 시장점유율을 높일 것이다. 또 다른 접근법은 캘리포니아의 경우처럼 자동차 제조사에게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자동차 판매 비율을 의무화하는 것이다(2017년부터 2025년까지 그 의무 비율을 15%까지 높임). 중국은 크레딧 포인트 시스템을 적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2018년에 중국에서 판매되는 경량자동차의 8%에 해당하는 전기차 판매 크레딧을 달성해야 한다.

 

이로 인해 중국의 전기차 판매는 캘리포니아의 프로그램보다 훨씬 더 가파르게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지난해 미국을 제치고 전기차 판매 1위 국가에 올랐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16년 세계 전기차 판매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65만 대로 전 세계 판매량의 32%를 차지했다.
 

인도는 2013년 12월 발표한 ‘국가전기자동차계획(NMEM)’ 하에 전기차 보급을 추진해 왔다. 2015년 4월부터 2016년 3월까지의 전기차 판매 대수는 전년 대비 37.5% 증가한 2만 2,000대에서 2020년까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카를 합친 연간 판매 대수가 최대 700만 대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최근 인도 정부는 이러한 움직임을 더욱 가속화하기 위해 2030년까지 가솔린차와 디젤차의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정책 패키지에는 일반적으로 국가, 지방, 지역 인센티브가 포함된다. 국가 인센티브에는 일반적으로 구매 비용을 줄이기 위한 세금 공제와 같은 보조금이 포함된다. 지방(주, 지방) 인센티브에는 세금 및 등록 감면이 포함되며, 경우에 따라서 판매 시점에서 감면도 포함된다. 지역 인센티브에는 고속도로의 전용차선에 대한 배타적인 접근 또는 통행료 감면과 같은 도로 시스템 특권이 포함된다. 지방(대도시) 규정은 전기차에 대한 이러한 이점을 포함할 수도 있으며, 주차 및 충전 시 특별가 또는 할인가 적용, 혼잡한 도심 지역 및 버스 차선과 같은 도로에 대한 특별 이용 허용도 포함될 수 있다.
 

노르웨이에서는 일부 값비싼 전기차 모델의 경우 국가 세액 공제금액이 3만 달러를 상회하므로 다른 내연기관 차량에 대해 가격 차이를 상쇄할 수 있다. 특히, 상하이의 자동차 경매 시스템은 차량 당 1만 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을 수 있는 전기차에 대해 세금을 면제해 주고 있다. 미국(특히 새너제이가 있는 캘리포니아)의 전기차 보조금은 일반적으로 7,500달러를 초과하지 않는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서 작성한 ?ELECTRIC VEHICLES TECHNOLOGY BRIEF, 2. 2017?에서는 이러한 도시들과 국가의 예에서 나타난 높은 수준의 구매 인센티브와 별개로 성공적인 도시와 국가의 경험에서 얻은 주요 시사점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 노르웨이나 미국 캘리포니아처럼 비교적 높은 소비 지출을 보이는 시장에서는 보급을 더욱 확대해 전기차 생산을 늘리고 비용을 낮추면 소득 수준이 낮은 국가에서도 전기차를 공급할 수 있게 된다. 또 어떤 국가든 CO₂ 배출이 많은 자동차에는 세금을 부과하고, 이를 CO₂ 배출이 낮은 모델에 인센티브로 지급할 수 있다.

- 정책 패키지는 전기차 구매뿐만 아니라 전기 구동에 의한 주행을 장려할 수 있다. 특히 인센티브를 제공해 PHEV에 대해 전기 모드로 주행하도록 장려할 수 있다. 이는 화석연료 가격을 높이는 방식으로도 가능하지만, 전기 이동거리(km)를 내연기관 기반 이동거리(km)와 구분해 추적할 수 있다면 전기 이동거리에 대한 요금을 내연기관에 의한 이동거리보다 낮게 부과함으로써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다.

- 가격 책정 조치와 규제를 인프라 개발을 위한 직접적인 정부 지원과 결합하면 잘 작동할 것으로 기대된다.

- 운송 관련 에너지 사용의 체계적인 전환을 목표로 하는 국가는 전기차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이 정책에는 전기차에 대한 경험과 국내 전기차 데모를 시작하는 것, 그리고 전기차 수가 증가하면 운송 및 전기 분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한 이해도 포함된다.

- 저탄소 발전은 전기차와 동일한 비율로 확대되어야 한다.

- 공공 충전시설은 중요하지만 급속 충전은 초기 단계에서 지나치게 강조될 필요는 없다. 민간 및 공공 충전의 대부분은 급속충전 없이 적절히 이행될 수 있다. 그러나 개인 충전을 할 수 없는 가정의 경우 공공 충전이 훨씬 더 중요해지는데, 이러한 가정의 요구는 여전히 잘 이해되지 않고 있다.
 

결론적으로, 지속적인 기술 개선, 강력한 정책 인센티브, 적절한 충전 인프라 및 전기차에 대한 높은 대중의 인식 및 경험이 모두 필요하다. 2016년 IRENA의 REmap 분석에 따르면, 2030년에는 1억 6,000만 대의 전기차 목표를 달성하는데 있어서 이러한 모든 요소가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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