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가?
내연기관차 퇴출 움직임에 불붙은 전기차 라인업 확대 경쟁
2018년 01월호 지면기사  / 글│윤 범 진 기자 _ bjyun@autoelectronics.co.kr


가솔린·디젤 자동차를 단계적으로 퇴출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 중국은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의 생산과 판매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움직임이 각국으로 확산되면서 완성차 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내연기관의 종말(?)


내연기관 자동차의 미래가 점점 더 불투명하다. 영국과 프랑스가 2040년부터 가솔린·디젤 연료를 사용하는 신차 판매를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표 1 참조). 영국은 2016년 기준 약 270만 대의 신차가 등록돼 세계 6위의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했다. 프랑스는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차와 대체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의 시장점유율이 약 4%로 미미하지만, 이 시장이 빠르게 상장하고 있으며 2017년 전기차 판매량은 20,505대(출처: Automobile Propre, 1~10월 누적 통계)이다. 2017년 프랑스 전기차 시장은 르노 ZOE가 62.5%, 닛산 LEAF가 10.6%, 푸조 iON이 3.5%, 기아 Soul이 3.5%를 각각 차지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도 가세했다. 중국은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2019년부터 매년 일정 대수의 신에너지차(New Energy Vehicle, NEV)를 판매해야 한다. 당장 올해부터 5만 대 이상 자동차를 생산하거나 수입하는 업체는 전체 생산·수입 대수의 8% 이상을 전기차로 채워야 한다. 향후 가솔린과 디젤 차량의 제조 및 판매를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재 관련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 승용차 판매의 약 30%를 차지한다. 따라서 중국의 탈 가솔린·디젤 정책은 세계 자동차 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것이다. 자동차 통계 사이트 이브이세일즈(ev-sales)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50만 대의 전기차가 팔려, 세계 전기차 판매량의 절반을 차지했다.

네덜란드와 노르웨이는 2025년부터 가솔린과 디젤 연료를 사용하는 신차 판매를 금지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이 같은 결정이 상원을 통과하면 네덜란드에서 내연기관이 가장 먼저 퇴출될 전망이다. 전기차 시장을 선도해 온 노르웨이는 2016년 한 해 판매된 자동차의 약 40%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였다. 그만큼 내연기관 자동차 퇴출에 따른 후폭풍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016년 10월 독일 연방상원도 2030년부터 디젤, 가솔린 등의 내연기관을 사용하는 자동차를 인증하지 않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다만, 연방상원 결의안이 나왔다고 이것이 법적 효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실질적 입법기관은 독일 연방하원이다.
자동차 시장규모 세계 5위로 대기오염이 심각한 인도는 2030년부터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를 금지하고 자국 내 차량 판매를 전기차로 한정하는 정책을 내놨다.

세계 2위 자동차 대국 미국은 주마다 엄격한 환경 규제가 마련돼 있다. 예를 들면, 캘리포니아 주는 일정 대수 이상 판매되는 자동차에 대해 배출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차량(Zero Emission Vehicle, ZEV)을 일정 비율 이상 판매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ZEV 규제는 1990년대부터 시작해 개정을 거듭해왔지만, 올해부터 ZEV 판매 비율이 14%에서 16%로 높아지고, 심지어 ZEV 대상에서 하이브리드차, 천연가스차, 저배출 자동차가 제외되는 등 규제가 대폭 강화된다. 이러한 ZEV 규제는 전국으로 확산돼 현재 11개 주가 채택하고 있다.

생존을 위한 선택

이러한 국제적 흐름은 전통 완성차 업체들의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더욱이 2015년 9월 미국발로 시작된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 일명 폭스바겐 ‘디젤게이트’와 2016년 ‘파리협정’ 발효 등으로 내연기관 차량의 입지가 흔들리면서 위기감을 느낀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적지 않다. 반응은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완성차 업체들이 앞다퉈 전기차 로드맵을 공개하기 시작했다(표 2).


볼보자동차는 2019년부터 판매하는 전 차종을 하이브리드차(Hybrid Electric Vehicle, HEV) 모델을 포함한 전기차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폭스바겐은 2025년까지 30종 이상의 배터리 전기차(BEV)를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또한 전체 매출의 약 25%(200만 대~300만 대)를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지난해에는 2030년까지 그룹 전체에서 300개 이상의 차종에 적어도 하나 이상의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디젤 불신을 초래한 폭스바겐의 전기차 전략은 다임러, BMW 등 다른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들까지 자극했다.

다임러는 EV 프로그램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2022년까지 10종의 새로운 EV를 출시할 계획이다. BMW는 2025년까지 12종의 새로운 BEV와 13종의 하이브리드차를 출시하기로 했다. 재규어 랜드로버(Jaguar Land Rover, JLR)는 2020년부터 판매되는 전 차종에 새롭게 하이브리드차 또는 전기차 모델을 추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유럽 자동차 OEM과 달리, 미국 빅3(포드, GM, 크라이슬러)는 전기차 개발에 다소 소극적이었다. 세 회사를 합쳐 현재 BEV 3종과 PHEV 5종이 전부다. 빅3가 전기차로 방향을 튼 것은 지난 하반기부터다. GM이 향후 18개월 이내에 Bolt EV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전기차 2종을 발표하고 2023년까지 20종의 전기차를 출시하겠다고 선언했다. GM 고위 간부가 전기차의 수익성과 미래에 대한 확신을 공개적으로 밝혔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포드도 전기차 라인업을 늘리고 이를 전담할 팀을 구성했다. 포드는 2020년까지 300마일(482 km) 이상의 주행거리를 자랑하는 크로스오버 EV와 향후 5년간 13종의 전기차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현재 중국에서는 200개 이상의 전기차 회사가 격전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세계 주요 자동차 OEM들이 전기차 개발을 위한 파트너십을 맺기 위해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

전기차 대세론을 반영하듯 지난해 세계 5대 모터쇼의 메인 주인공은 단연 ‘전기차’였다. 테슬라는 늘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올해도 자동차 산업의 화두는 “환경”과 “자율주행차”가 될 것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빛과 그림자

하지만, 각국의 내연기관 차량 판매 금지 선언이 실제로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의문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선언이나 발표가 아직은 구체적이지 않고 이행 계획도 분명하지 않으며 후속 정부에 의해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기 때문이다. 거센 정치적 저항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도로에서 가장 흔한 승용차가 20년 후 어느 날 불법 차가 돼 있다고 상상해 보라.
자동차 산업의 특수성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시장의 기대와 달리 전기차는 막연한 낙관과 과대광고, 상충되는 예측, 산적한 과제와 위험 등 많은 장벽을 걷어내야 한다.

충전 인프라는 표준화와 확장이 예상보다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배터리와 관련해 예기치 못한 생산 또는 재료 문제에 직면할 수도 있다. 폭스바겐 R&D 대표에 따르면, 2025년까지 1억 대 누적 판매량이 예상되는 세계 전기차 수요 충당을 위해서는 기가팩토리(Gigafactory)의 40배에 해당하는 배터리 생산 공장이 필요하다.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리튬이나 코발트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문제도 해결해야할 과제다.

한편,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기대보다 높지 않음에도 지난 5년간 100여종 이상의 배터리 전기차가 출시됐다. 테슬라가 전기차 양산에 고전 중이라는 사실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 세계적으로 95%의 전기차가 선진 10개국(중국, 미국, 일본, 캐나다, 노르웨이,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스웨덴)에서만 판매되고 있다. 이브이세일즈에 따르면, 2017년까지 세계 전기차 등록 대수는 300만 대를 돌파했다. 지난 한 해만 추산 100만 대 이상 판매됐다. 자동차 전문매체 워즈오토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판매된 승용차와 트럭은 모두 9,000만 대에 이른다. 전기차 판매가 크게 늘고는 있지만,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에 불과하다.

소비자들도 새로운 기술에 호의적인 것만은 아니다(Part 2 참조). 전기차는 일반적으로 비싸고 1회 충전 시 주행 거리가 짧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물론 전기차 구매 시 보조금과 각종 인센티브가 있긴 하지만 유동적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전기차 시장이 언제 커질지 의견이 분분하다. 엑손 모빌은 플러그인 전기차 판매량이 2040년까지 저조할 것으로 예상했다. 에너지정보관리국(EIA)도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보쉬, 콘티넨탈 등 세계 주요 자동차 부품업체 CEO들도 은연 중 내연기관에 대한 낙관적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전기차가 진짜 친환경 차가 맞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전기가 어떻게 생산되느냐(Well-to-Wheel)에 대한 문제 제기다.

상승 무드

분명한 사실은 최근 들어 자동차 빅 플레이어들이 전기차 시장 예측치를 다시 상향 조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기차 시장 전망치를 두 배 이상 늘려 2030년에 2,300만 대에서 5,800만 대로 상향 조정했다. 엑슨 모빌은 2040년 전기차 판매 추정치를 6,500만 대에서 1억 대로 올렸다. 영국 에너지 기업 BP는 2035년까지 전 세계 도로 위에 1억 대의 전기차가 달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것은 1년 전 발표보다 40% 증가한 전망치다. 노르웨이 국영 석유회사인 스타토일(Statoil ASA)은 2030년까지 전기차가 신규 매출의 30%를 차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건 스탠리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배터리 전기차가 2040년까지 세계 자동차 시장의 51%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BNEF(Bloomberg New Energy Finance)는 전기차에서 가장 비싼 배터리에 주목했다. 2010년 리튬이온배터리 팩은 kWh당 1,000달러였다. 현재 300달러 이하다. BNEF는 리튬이온배터리 팩 가격이 특정 기술의 도약이 아닌 규모와 학습을 통해 2026년 100달러 미만에서 2030년에 73달러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전기차는 지난해부터 눈에 띄게 상승 무드를 타고 있다. 각국 정부의 배출가스 규제 강화로 전기차에 호의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규모의 경제와 함께 주요 자동차 업체들 간 경쟁은 전기차 가격을 예상보다 빠르게 낮출 것이다. 또한 전기차는 자율주행 및 카쉐어링과 결합될 것이다. 지금의 기세대로라면 전기차 전성시대는 좀 더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 승용차 OEM의 전기차(EV) 플랫폼 전략

전용 EV 플랫폼의 투자수익(ROI)은 EV 모델 수, 인센티브, 배터리와 충전 기술 개선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① 포드와 같은 기존 승용차 OEM들은 내연기관(ICE)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기존 모델을 활용할 것이며, 2020년 말까지 전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순수 전기차 모델을 추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② 배터리 기술 R&D와 충전 인프라(예, 배터리 공장 건설에 폭스바겐 110억 달러 투자)는 주행거리를 늘리고 충전시간을 단축시켜 순수 전기차(all-electric vehicles) 판매를 촉진하고 OEM들이 전용 플랫폼에서 ROI를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

③ 전용 플랫폼 기반 배터리 전기차(Battery Electric Vehicle, BEV)는 2020년까지 최소 200마일(약 322 km)의 주행거리와 60 kWh의 배터리 용량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한다. 같은 기간 퍼포먼스 EV는 최소 260마일(약 420 km)의 주행거리와 90 kWh의 배터리 용량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한다. 메르세데스-벤츠 EQ 시리즈는 1회 충전 시 주행거리 250마일(약 400 km)을 목표로 하고 있다.

④ 기존 OEM의 75% 이상이 전용 플랫폼에서 전기 파워트레인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한다. 볼보와 BMW는 전용 플랫폼에 여러 개의 파워트레인 옵션을 제공할 예정이다.

⑤ 크로스오버/SUV, 해치백은 BEV 전용 플랫폼으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세그먼트이다. OEM은 비 EV 라인업과 BEV 전용 플랫폼을 구별하기 위해 새로운 디자인 언어를 채택할 것으로 예상한다.
<출처: Frost & Sulliv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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