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산업에 침투하는 ′블록체인′
AI,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함께 완벽한 자동차 생태계를 위한 마지막 퍼즐
2018년 03월호 지면기사  / 박재호 CTO _ jayhpark@daylifg.com, (주)데일리인텔리전스



년 하반기 엄청난 관심을 모았던 가상화폐(cryptocurrency) 이면에는 블록체인이 존재한다. 마치 기반 기술인 TCP/IP와 애플리케이션인 웹의 관계와 마찬가지로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 위에 애플리케이션인 가상화폐가 존재한다. 물론 TCP/IP와 웹을 완벽하게 분리하기 어렵듯이(인터넷이 아닌 다른 뭔가에서 동작하는 웹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가상화폐와 블록체인도 분리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상화폐를 블록체인과 동일한 개념으로 여기면서 가능성을 일부러 줄일 필요는 없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에 이어 블록체인이 전방위로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보안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적인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특성을 토대로 신뢰를 만들어내는 플랫폼으로서 기능하며, 블록체인 내부에서 참여자들의 자주적인 신원을 부여함으로써 개인, 법인, IoT 장비에 무관하게 거래가 가능하도록 만든다.

전통적인 IT 구조에서 모든 것을 중앙집중화하고 감추는 방식을 사용한다면 블록체인 구조에서는 모든 것을 탈 중앙집중화하고 공개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물론 무조건적으로 모든 정보를 모두에게 공개하면 안 되는 상황도 있으므로, 민감한 정보에 대해서는 접근을 제한하며 당사자 이외에는 볼 수 없게 만드는 기술도 추가돼 있다. 이런 블록체인 기술은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는 기술적인 진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자동차 업계에서 블록체인은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이 글에서는 블록체인의 기본적인 개념 정립에 이어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블록체인 응용분야를 살펴보고 실제 비즈니스에 적용되는 예를 정리하는 방법으로 현재까지 자동차 업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블록체인 동향을 정리한다.

블록체인 등장

디지털 재화의 소유권 관리는 쉬우면서도 어려운 양면성이 있다. 반드시 실물이 존재해야 하는 아날로그와는 달리 0과 1인 디지털 정보로 표현되므로 보관, 전송, 검색, 처리 과정이 쉬워진다. 하지만 여기에는 반대급부가 있다. 디지털 정보는 복제가 손쉬우며 여러 번 사용이 가능하므로 불법 복제와 이중 사용에 취약하다.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명시적으로 확인하기도 곤란하다.

소유의 개념과 소유권의 보장은 현대사회를 지탱하는 핵심 요소이며,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수행하는 업무의 상당 부분은 소유권 관리, 확인, 이전, 보호와 관련 있다. 은행, 보험사, 증권사, 부동산 중개사, 변호사, 변리사, 법무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떤 문제가 생길지 한번 상상해보라.

지금까지는 소유권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특정 단체나 기관에서 중앙집중식으로 관리해왔다. 이런 방식은 외부 연결 인터페이스를 최소로 가져가며 독자적으로 모든 시스템을 관리하므로 보안 문제도 상대적으로 적고 관리와 운영 편의성도 높아지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특정 정보를 다른 이해 관계자들과 공유할 경우 내가 아닌 남을 신뢰할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정보를 주고받는 방법이 없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중간에서 누군가 다른 목적으로 디지털화된 소유권 정보를 위변조하거나 외부로 빼돌리지는 않을까? 개인정보보호와 관련해 법적인 문제는 없을까? 잘못된 정보를 제공받을 경우 누가 책임을 져야할까? 정보를 제공하는 쪽에서 폭증하는 요청에 대응하지 못해 시스템 장애가 발생할 경우 어떻게 대처할까?

그렇다면 여러 정보를 중앙집중식으로 모아놓는 대신 처음부터 연관 있는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분산해서 저장하고 공유하는 방법은 어떨까? 물론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기술적으로는 분산 P2P(Peer to Peer) 시스템이 이미 잠재력을 입증한 바 있다. 1999년에 MP3 파일 공유를 위한 냅스터를 시작으로 2001년에는 다양한 파일을 공유할 수 있는 비트토렌트가 등장해서 파일을 인터넷 상에 분산해 저장한 다음에 누구나 내려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런 서비스의 등장이 의미하는 바는 단순하다. 중앙 노드의 조정 없이 가입한 모든 구성원이 서로에게 컴퓨팅 자원을 제공하며, 공급자이자 소비자로 활동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파일 공유와 콘텐츠 배분 과정에서 중간자가 없어지므로 전파 속력도 빠르고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사용자가 많을수록 시스템은 더욱 강한 컴퓨팅 파워를 제공하며 콘텐츠도 풍부해진다.

P2P는 네트워크로 연결된 거대한 바자회를 가정하고 만든 시스템이므로 제작, 마케팅, 판매를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해결하기 때문에 중간자 역할을 맡는 회사나 기관이 필요하지 않다. P2P는 콘텐츠의 무형적인 속성과 디지털화된 데이터의 속성이 맞물려 산업 전반에 엄청난 파괴력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P2P 시스템에는 결정적인 몇 가지 약점이 존재한다. 가장 먼저 참여하는 성원들의 신원과 소유권 관리 문제를 풀기가 쉽지 않다. 다수가 익명으로 콘텐츠를 올리고 내리는 방식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이는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 P2P 시스템에 참여하는 노드들의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우며, 콘텐츠의 위변조와 무결성을 보장하기 어렵다. 누구나 파일을 올리고, 내리고, 바꾸고, 이름 붙일 수 있지만, 여기에 대한 어떤 기록도 남지 않으며 접근 제한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바로 블록체인이 등장한다. 블록체인은 무형의 디지털화된 상품이나 서비스를 중개하는 모든 분야에서 반드시 풀어야 하는 숙제인 소유권 보장과 무결성 확보를 해소함으로써 신뢰의 플랫폼으로 자리잡고 있다.

알기 쉬운 블록체인

무결성과 신뢰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신뢰는 자연발생적인 특성이 아니며 끊임없이 노력해야 얻을 수 있으므로 시스템적으로 안전성, 일관성, 정확성, 무결성을 보증해야 한다. 그렇다면 P2P 시스템에서 무결성을 위협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다음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 환경/기술적인 결함: 인터넷이 마비되거나 컴퓨터가 고장나거나 소프트웨어가 오동작하는 경우 무결성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 악의적인 피어: P2P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사용자들이 부정적이거나 악의적으로 행동하는 경우 시스템의 효용성이 떨어지고 최악의 경우 무결성에 타격을 입힌다.
블록체인은 이렇게 신뢰성과 안정성을 알 수 없는 피어로 구성된 분산 시스템에서 무결성을 확보하고 유지하려는 목표를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블록체인의 기술적인 정의
블록체인은 블록이라고 부르는 레코드가 생성 순서에 따라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나는 목록이며, 블록은 암호화 기법을 사용해 서로 연결되고 보호된다. 각 블록은 일반적으로 직전 블록의 해시값, 타임스탬프와 거래 데이터를 포함한다. 처음부터 블록체인은 데이터 변경에 대한 내재적인 저항력을 확보하고 있다.

블록체인은 두 이해관계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거래를 효과적이며 검증가능하고 영구적인 방식으로 기록하는 공개되고 분산된 원장으로 볼 수 있다. 분산 원장 개념을 정립하기 위해, 블록체인은 일반적으로 새로운 블록을 검증하고 합의하는 프로토콜에 의존한다. 일단 블록이 분산 원장에 기록되고 나면, 해당 블록에 속한 데이터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이어지는 모든 블록을 변경해야 하므로 현실적으로 내용 수정이 쉽지 않다.

소유권과 분산 원장
블록체인에 담는 가장 중요한 데이터는 바로 소유권에 대한 원장이다. 금융, 부동산, 가족 관계 기록, 법인, 특허, 의료 기록은 모두 소유권과 관련 있으며, 소유권 이전이 발생할 때마다 새로운 변경 내역이 기존 변경 내역 다음에 이어져서 최신 상태를 유지한다. 블록체인은 소유권을 증명하고 소유권을 사용(이전)하기 위한 두 가지 상반된 기능을 제공한다.

원장은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읽을 수 있지만(투명성), 소유자가 아닌 사람은 소유권을 행사(즉, 원장에 소유권 사용을 기록)할 수 없어야 한다(인권이나 재산권 보호). 앞서 기술적인 정의에서 ‘새로운 블록을 검증하고 합의하는’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를 통해 단일 원장이 아닌 분산 원장에 다수의 노드가 동의하는 진실을 기록함으로써 소유권을 유지할 수 있다.

소유권을 증명하고 사용하기 위해서는 식별이라는 개념이 필요하며, 소유권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인증과 승인이라는 개념이 필요하다. 식별은 자신이 누구라고 주장하는 행위이며, 인증은 실제 식별을 증명하는 행위이며, 승인은 사전에 인증된 대상에 대해 자원의 접근을 허가하는 행위이다.

블록체인에서 소유자는 반드시 자연인일 필요는 없으며, 내부에서 고유한 식별자로 구분되는 엔티티(Entity)이면 충분하다. 이를 자주적 신원(self-sovereign identity)이라 하며, 개인이든 법인이든 단체든 심지어 IoT 장비든 상관없이 블록체인의 구성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 기존 시스템과는 달리 현실과 1:1로 연결할 필요가 없으므로 블록체인의 활용도를 극대화할 수 있다.

소유권을 관리하기 위한 관점에서 블록체인의 기술적인 정의와 소유권의 관계를 정리하면 표 1과 같다.


이중 사용 방지

화폐나 종이 상품권의 경우 정교한 위변조 감지 장치가 존재하므로 이중으로 사용하기가 무척 까다롭다. 하지만 디지털화된 재화인 경우에 이중 사용을 방지하기란 쉽지 않다. 보통 중앙 서버를 두고 인증 과정을 거쳐 기존에 사용되었는지 유무를 확인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하지만 P2P를 기반으로 하는 분산 서버인 경우는 상당히 까다로우며 다음과 같은 해법을 동원해야 한다.
  • 디지털 재화의 복제 문제: 컴퓨터 데이터를 제약 없이 복제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인데, 복식 부기 원장(예: 비트코인)을 사용하거나 전체 노드에 잔고 내역을 유지하는(예: 이더리움) 방법으로 복제를 원천적으로 방지한다.
  • 원장의 분산 P2P 시스템에서 발생한 문제: 모든 피어들이 정보를 전달받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문제이며 일부 피어가 다른 피어와는 상이한 정보를 유지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블록체인에서는 먼저 성립된 거래만 허용하며 분산된 노드 사이에서 블록 충돌이 발생할 경우 가장 긴 블록을 선택하는 방법으로 이중 사용을 원천적으로 방지한다.

거래 생성
블록체인에서 소유권을 이전하기 위해서는 거래를 일으켜야 한다. 거래 데이터는 누가 누구에게 어떤 소유권을 언제 이전했는지의 형태로 원장에 빠짐없이 기록된다. 따라서 원장에 기록된 거래 이력은 각각 소유권이 어떻게 이동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가 된다. 특정 소유권에 대해 첫 거래부터 마지막 거래까지 모든 거래를 연결할 수 있기 때문에 거래의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암호화폐와 관련된 거래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정보가 필요하다.
  • 다른 계정으로 소유권을 이전하려는 계정의 식별자(송신자 ID)
  • 소유권을 이전받으려는 계정의 식별자(수신자 ID)
  • 이전하려는 재화의 총액
  • 이전이 완료된 시각
  • 이전하기 위해 필요한 수수료
  • 소유권을 이전하려는 원 소유자의 증명(또는 서명)

거래 데이터 이력이 중요한 이유는 거래 데이터 이력에 포함되지 않은 어떤 거래도 블록체인 상에서는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거래 데이터 이력만 뒤지면 소유권의 과거와 현재 상태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그렇다면 거래 데이터의 유효성을 검사하려면 무엇을 살펴야 할까? 크게 세 가지다.
  1. 형식적 정확성(verification): 거래 데이터의 형식을 따르는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2. 의미적 정확성(validation): 실제 유효한 거래인지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예를 들어 송금 과정에서 잔고가 부족할 경우 오류가 발생해야 하며, 이중 거래를 막아야 한다. 필요에 따라 최대 금액이나 거래 횟수에도 제한을 가할 수 있다.
  3. 승인: 소유권자만 거래를 요청할 수 있게 만든다.

해시
우리가 지문을 사용하는 이유는 개인을 고유하게 식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디지털화된 데이터에도 지문이 있을까? 수학자와 전산학자들이 만든 암호화 해시값이라는 개념이 바로 디지털 지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블록체인에서는 거래 데이터를 식별하기 위해 고유한 값을 매기거나 블록의 위변조를 막기 위해 블록 데이터 전체에 고유한 값을 매기거나 지갑 주소를 만드는 과정에 해시를 활용한다.

해시의 동작원리는 매우 간단하다. 길이와 무관하게 디지털화된 데이터를 받아서 고정된 길이의 16진 숫자로 변환하면 끝이다. 이렇게 변환된 숫자는 디지털화된 데이터의 고유한 지문이 되므로 용량이 큰 두 데이터를 비교할 때 일일이 바이트 단위로 비교하는 대신 해시가 일치하는지만 보면 간단하게 작업을 끝낼 수 있다. 해시 함수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 확정적: 동일한 데이터를 해시 함수에 넣으면 반드시 동일한 결과가 나와야 한다.
  • 엔트로피: 입력 데이터가 살짝만 변해도 결과 값은 예측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엔트로피가 증가해야 한다. 입력 데이터에서 해시를 예측할 수 있으면 안 된다.
  • 일방 함수: 해시 함수는 비가역적인 특성이 있으므로 역함수가 존재하지 않는다. 즉 해시값을 사용해 원래 입력 데이터를 복원할 수 있으면 안 된다.
  • 충돌 회피: 입력 데이터는 다르지만 결과 해시값이 같으면 안 된다. 결과 해시 길이가 짧을수록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지만, 그렇다고 길이가 길다고 반드시 충돌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충돌 회피를 위해 수학자들은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블록체인에서는 매 거래마다 해시값을 구해서 이진 트리 형태로 차곡차곡 쌓아올려(머클 트리라 부른다) 블록 내부에 들어간 거래를 위조하기 어렵게 만드는 동시에, 블록 자체에 대해서도 해시값을 구해놓고 특정 블록에서 직전 블록 해시값을 내부에 포함시켜 블록 하나만을 위조하기 어렵게 만든다.

공개 키 기반 구조
평문(plain text)을 남들이 알아보지 못하게 암호화하기 위해서는 본문을 이리저리 뒤섞을 힌트인 열쇠글이 필요하다. 특정 열쇠글을 사용해 문자열을 암호화했으면, 동일한 열쇠글을 사용해 암호화된 문자열을 복호화할 수 있다. 이런 방식을 대칭 키 기반 구조라 부른다. 여기서 문제는 열쇠글을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 전달하는 방법이다. 열쇠글을 누군가 훔친다면 중간에 가로채어 내용을 읽을 수도 있고, 바꾼 다음에 다시 보낼 수도 있게 된다. 블록체인에서는 신뢰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신뢰를 만들어야 하므로 대칭 키 기반 구조를 사용할 수 없다. 그렇다면 해법은?

수학자들은 남들에게 배포해 자유롭게 사용 가능한 공개 열쇠와 자신만이 사용 가능한 개인 열쇠를 쌍으로 엮는 방법으로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런 방식을 공개 키 기반 구조라 부른다. 공개 키 기반 구조에서는 개인 열쇠로 암호화한 문자열은 개인 열쇠와 쌍을 이루는 공개 열쇠로만 복호화할 수 있다. 또한 공개 열쇠로 암호화한 문자열은 개인 열쇠로만 복호화할 수 있다.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해보자.
  • A라는 사람만 풀 수 있는 편지를 보내는 방법: A의 공개 열쇠를 사용해 암호화하면, 개인 열쇠를 들고 있는 A 이외에 다른 사람은 복호화할 수 없다.
  • A라는 사람이 편지를 보냈음을 확인하는 방법: A의 개인 열쇠를 사용해 암호화하면, A의 공개 열쇠로만 복호화가 가능하다.

블록체인에서는 거래를 일으키는 주체가 자신의 개인 열쇠를 사용해 거래의 해시값을 서명하는 방법으로 소유권이 있는 소유자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쉽게 말해 암호화폐에서 전자지갑에 든 내용은 디지털화된 재화가 아니라 바로 개인 열쇠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전자지갑을 잃어버리면 돈 대신 소유권을 주장하는 수단을 잃어버리게 되므로 장부에는 표기된 자신의 디지털화된 재화를 전혀 사용할 수 없게 되므로 정말 조심해야 한다!

블록 생성, 전파, 합의
P2P 네트워크의 특정 피어에서 거래를 수집해 블록을 만들었다면 이를 전파해야 다른 모든 노드가 거래 사실을 알게 된다. 일반적인 P2P 네트워크에서 흔히 수행하듯이 블록을 만든 노드는 인접 노드로 블록을 보내고, 이를 받은 노드는 역시 자신의 인접 노드로 보내어 결국 전체 네트워크에 동기화된다. 하지만 고의나 실수로 잘못된 거래를 포함하는 블록을 만든 다음, 이를 전파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 이를 막지 못하면 무결성, 안전성, 정확성,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하므로 블록체인 생태계 전반에 위기가 닥친다. 블록체인에서는 잘못된 블록을 생성하지 못하게 여러 단계에 걸쳐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 거래 검증: 거래 형식과 내용을 면밀히 따져서 잘못된 서명이 들어있거나 송금을 위한 잔액이 부족한 경우 오류를 반환한다.
  • 블록 검증: 우선순위가 높은 거래부터 차례대로 블록을 채우는 과정에서 위변조가 불가능하게 거래에 대한 해시와 블록 자체에 대한 해시값을 구한다.
  • 합의: 이렇게 만들어진 블록을 다른 피어에서 검증해 문제가 있을 경우 블록 전파를 거부한다.

이런 과정에서 컴퓨팅 자원을 사용하게 되므로(채굴이라고도 부른다) 보통은 암호화폐로 블록을 생성한 피어에게 대가를 지불한다. PoW(Proof of Work, 작업 증명)라고 부르는 방식에서는 복잡한 수학문제를 풀어야만 블록을 생성하게 만들어서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며, PoS(Proof of Stake, 지분 증명)라고 부르는 방식에서는 지분을 걸고 확률에 따라 선택적으로 블록을 생성하지만 문제가 발생할 때 지분을 소각하게 만들어서 선의의 경쟁을 유도한다.

스마트컨트랙트
블록체인의 장점은 참여한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중간자가 존재할 필요가 없기에 시간과 충돌을 줄이는 탈 중앙집중화된 시스템에서 온다. 하지만 투명하고 합의에 의해 기록되고 공유되는 분산 원장만으로는 분산 데이터베이스 이상의 가치를 부가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공유되는 데이터를 중심으로 비즈니스 논리를 구현할 방안이 필요하다.

1994년에 컴퓨터 과학자 겸 법철학자이자 암호학자인 닉 스자보(Nick Szabo)는 탈 중앙집중화된 원장이 지능적인 계약에 사용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스마트컨트랙트(Smart Contract)라고 불리는 이 개념은 계약을 컴퓨터 코드로 변환해서 저장하고 시스템에 복제해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여러 컴퓨터에서 조건에 맞춰 비즈니스 논리를 수행하는 이론적인 토대를 만들었다. 스마트컨트랙트는 송금, 물품 배송, 서비스 수행과 같은 거래 과정에서 중간자의 개입 없이 돈, 자산, 주식 등을 투명하고 충돌 없이 교환하는 수단을 제공한다.

스마트컨트랙트는 양자 사이에 합의된 특정 거래 조건이 성립할 때 코드 형태로 존재하는 비즈니스 논리가 자동으로 수행되며 최종 수행 결과를 합의에 의해 확정하는 방식으로 동작한다. 따라서 전통적인 거래법보다 뛰어난 보안성을 제공하며, 중간자가 없어짐으로 인해 거래 비용을 줄여준다.

블록체인이 원장을 보관하는 NoSQL 형태의 변경 불가능한 분산 데이터베이스라면, 스마트컨트랙트는 원장에 기록되는 거래 내용에 따라 동작하는 서버리스(Serverless) 애플리케이션으로 생각할 수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 블록체인 응용

자동차 업계는 꾸준히 신기술을 포용해왔다. 최근에는 전기차, 커넥티드카, 자율주행차를 앞세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차량 공유를 비롯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에도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존재하는 자동차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기술은 블록체인이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합의에 의해 운영되는 분산된 공유 장부라는 특성으로 인해 블록체인은 다음과 같은 자동차 업계와 관련해 다양한 응용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차량 소유권 이전
판매자에서 구매자로 소유권을 넘기는 작업은 절차가 무척 복잡하며, 이에 따라 상당히 많은 중간자가 개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중고차의 경우에는 다양한 자산 이동 경로가 존재하므로, 이를 추적하고 관리하는 작업에는 많은 노력이 들어간다. 단순히 서류를 디지털화하는 작업만으로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기록을 검색하고 비교하고 통합하는 수고를 덜지 못한다.

차량 소유권은 차량 제조사, 보험사, 중고차판매소, 차량등록사업소, 정비소 등 여러 이해관계자가 공유해야 하는 정보이므로, 블록체인을 사용해 변경이 불가능하고 투명하고 위변조에 강한 분산화된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한다면 차량 자산의 인증, 검증, 이전에 필요한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소유권과 연계된 차량 파손과 수리 이력, 유지보수 이력, 검사 이력까지 분산 원장에 기록할 경우 차량 매매와 관련된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절약할 수 있으며, 이는 비용절감 효과로 이어진다.

차량/IoT 상호작용
자율주행차는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통신하는 디바이스이며, 다른 차량이나 도로와 상호작용의 결과로 수많은 트랜잭션을 만들어낸다. 이런 트랜잭션을 여러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공유되고 안전하고 변경 불가능한 데이터베이스에 기록할 경우 활용도를 극대화할 수 있다. 기존 빅데이터 관점에서는 자료 수집, 저장, 분석에 초점을 맞췄다면 블록체인 관점에서는 정보의 공유와 투명성에 초점을 맞춘다.

이렇게 수집된 여러 가지 정보는 차량이 능동적으로 소유주에게 차량 점검을 제안하고 필요한 부품을 보유한 근처 정비소를 찾아 자동으로 예약하고 가격 비교를 통한 비용 협상과 결제까지 가능하게 만든다. 어느 정비소에 가더라도 모든 차량 수리 이력과 유지 보수 이력을 확인할 수 있으므로 정비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유료도로나 주차장을 이용할 경우에도 스마트컨트랙트 기법을 활용해 차량과 요금소 사이에서 자동으로 거래를 일으켜 요금을 정산할 수 있게 되므로 정산 시스템을 단순하게 만들어 복잡한 절차를 단순하게 만들고 수수료도 줄이고 사용도 편리하게 만들 수 있다.

보험 보상 처리
현재 보험 보상 처리는 복잡한 서류 작성, 제출, 검토를 요구한다. 이런 정보를 분산 원장에 저장할 경우 보험회사, 정비소, 병원, 법집행기관 사이에서 동일한 정보를 빠짐없이 공유할 수 있으므로 사고와 보상 처리와 관련해 부정이 개입될 여지를 줄이므로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스마트컨트랙트 기법을 활용할 경우 특정 조건을 만족하는 거래에 따라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맺어진 계약을 자동으로 이행하므로 처리와 대기 시간을 절약하며 계약 미 이행에 따른 분쟁도 줄일 수 있게 된다. 차량/IoT 상호작용에서 발생하는 정보까지 결합할 경우 차량 파손 부위에 따른 자동 보상금 산정, 정비소 지정, 정산까지 한 번에 가능해지므로 블록체인의 도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충전
셀프 주유소가 늘어나고 있긴 하지만, 주유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든 사람이 개입해야 한다. 하지만 자율주행 전기차가 보급될 경우, 전기가 부족하면 차량이 스스로 무인 충전소에 들러 전기를 충전한 다음에 필요한 금액을 지불하는 방식이 일상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사람과 사람뿐만이 아니라 사물과 사물 사이에도 거래가 가능한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사람의 개입없이 자동적으로 충전과 정산이 가능하게 된다. 중간자 개입이 없어지므로 수수료 절약은 물론이고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최저가 주유소를 찾아 여기저기 해맬 필요도 없어질 것이다.

공급망과 차량 전 주기 관리
자동차 제조사 입장에서는 단순히 차량 생산과 판매뿐만이 아니라 차량 제조부터 폐차까지 전 주기를 관리하고 싶어한다.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고객의 구매 주기에 맞춰 적재적소에 차량을 공급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다음과 같은 분야에 블록체인을 활용할 수 있다.
  • 차량 부품 추적과 비교: 엄청나게 많은 자동차 부품을 추적하고 비교하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다. 블록체인을 사용해 공유 원장에 기록할 경우 많은 부분을 개선할 수 있다.
  • 공급망과 비즈니스 프로세스 간소화: 1, 2, 3차로 구분되는 여러 협력업체 사이의 정보 교환 과정에서 블록체인을 활용할 경우 프로세스 간소화가 가능하다.
  • 차량 인도부터 폐차에 이르는 전 주기 이력 관리(공장에서 차량 출고 → 선적 → 수출 세관 통과 → 목적지 국가 도착 → 수입 세관 통과 → 분배 센터 입고 → 대리점 인도 → 고객에게 인도 → (점검을 위해) 서비스 센터 입고): 각 단계마다 블록체인을 활용해 거래 이력을 만들면 한 곳에서 차량의 상태를 일목요연하게 확인할 수 있다.

실제 비즈니스 적용사례

실제 블록체인을 활용해 자동차 업계에서 비즈니스를 벌이는 구체적인 사례는 없을까? 여기서는 ICO에 성공한 VLB(Vehicle Lifecycle Blockchain)을 하나의 예로 소개한다.

VLB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차량 전 주기에 걸쳐 만들어지는 모든 기록을 탈 중앙집중적인 분산 원장에 기록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게 만든다. 차량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활용할 경우 차량 제조사는 보증 비용과 리콜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인증 대리점이 수행하는 차량 유지보수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보험사는 차량 보험 정책 결정을 최적화할 수 있으며, 보험 청구 관리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협력 업체는 차량 수리 부품에 대한 재고관리를 원활하게 할 수 있다. 차량 정비 업체는 유지보수 이력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 차량 소유주는 구입 대상 중고 차량을 신뢰할 수 있으며, 판매 대상 중고 차량 가격을 공정하게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이익은 정보가 투명한 정보 공유를 가정한다. VLB에서는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차량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대가로 VLB 토큰을 주고받게 만든다. 데이터 소유주는 블록체인에 올리기 위해 소량의 VLB 토큰을 사용하며(이렇게 해야 분산 서비스 거부 공격이나 잘못된 데이터를 제공하는 유인이 없어진다), 데이터의 완결성이 높으며 정확할수록 다른 곳에 해당 데이터를 제공할 때 많은 VLB 토큰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만일 여러 번에 걸쳐 잘못된 데이터를 고의적으로 올릴 경우 들고 있는 토큰(지분)을 소각하는 방식으로 제제를 가한다. 블록체인에 올라온 데이터가 필요한 이해관계자들은 VLB 토큰을 지불해서 해당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 이 때, 데이터 소유주에게 콘텐츠 공유 대가로 VLB 토큰이 지급된다.

전형적인 양면(two-side) 비즈니스 모델이므로 초기에 데이터가 없으면 사람도 모이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초기에 CarFix와 같은 기업 고객을 끌어들여 부트스트래핑하기에 충분한 정보를 블록체인에 올리는 방법을 사용할 것이라고 한다.

차량 수리와 관련한 거래 레코드 예는 그림 2와 같다. 차대번호(VIN), 보증 식별자, 마일리지 기록, 수리점 식별자, OEM 식별자, 수리 부품 SKU 비용, 공임, 지불 정보를 하나로 묶어 분산 원장에 기록하면, 차량 소유자, 수리점, 차량 제조사, 수리 부품 제조사가 해당 거래 기록을 조회할 수 있게 된다.


완벽한 자동차 생태계를 위한 마지막 퍼즐

지금까지 자동차 업계를 중심으로 블록체인과 관련한 기술적인 내용, 응용분야, 활용사례를 간략하게 살펴봤다. 이 글에서는 주로 블록체인을 활용한 차량 대내외 서비스에 집중했지만, 자율주행차가 일반에 보급되기 시작할 경우 차량 자체가 자주적인 신원을 확보한 하나의 IoT로 동작하면서 블록체인 생태계를 구성하는 일원으로 자리잡게 되므로 블록체인이 자동차 업계에 미칠 파급효과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가 운행 중에 확보한 고해상도 주변 데이터를 투명하고 효과적으로 수집하고 이익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블록체인이 보여줄 위력을 상상해보라. 데이터를 수집하고 배포하고 가공하고 이익을 나누는 전 주기에 걸쳐 신뢰의 기반이 되는 플랫폼을 확보한다면 자동차 업계의 발전 속도가 한층 더 빨라질 것이다.

방대한 데이터 수집을 위한 빅데이터 기술과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를 처리하는 인공지능 기술에 이어 튼튼한 신뢰의 플랫폼인 블록체인 기술까지 등장함으로써 선도적인 자동차 회사에서는 부가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발빠르게 이 모든 기술을 하나로 엮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비용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하드웨어 분야와 혁신을 이끄는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술은 물론이고 다양한 경로로 수집된 데이터를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게 만드는 블록체인 기술까지 삼위일체를 이룰 때 비로소 완벽한 자동차 생태계가 갖춰질 것이다. end



[참고문헌]
https://www.ginkgo.com/wp-content/uploads/2017/06/WP_Blockchain-online.pdf
https://arxiv.org/pdf/1704.00073.pdf
https://www.tractica.com/artificial-intelligence/six-applications-for-blockchain-in-automotive/
https://www2.deloitte.com/content/dam/Deloitte/de/Documents/consumer-industrial-products/Deloitte%20Deutschland_Blockchain%20Automotive%20Finance_Future%20of%20Mobility.pdf
https://www.altoros.com/blog/ibm-aims-to-improve-manufacturing-and-supply-chain-by-coupling-iot-and-blockchain/
https://blog.bigchaindb.com/how-automakers-can-use-blockchain-adab79a6505f
•http://vlb.io/
•https://www.carvertical.com/
• <비트코인 현상, 블록체인 2.0>, 미래의 창 2017년 7월 출간
• <블록체인 무엇인가>, 이지스퍼블리싱 2018년 2월
 
필자소개
박재호 CTO

포항공과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 대학원에서 소프트웨어공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리눅스 커널/디바이스 드라이버는 물론, 펌웨어 레벨에서 시력 측정 장치를 비롯해 안과 진단 장비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 디빅스 플레이어와 IPTV를 구동하는 소프트웨어, 자동차 네트워크(CAN) 관련 수집 소프트웨어 등의 개발 경험이 있다. 현재 ㈜데일리인텔리전스 CTO로 블록체인 아키텍처를 수립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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