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각형 전지를 할 수밖에 없는 LG와 SK (2)
2021-04-12 온라인기사  /  글 / 아우토바인

Power Day
아우토바인의 배터리 담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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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는 부품이지만 전지는 부품이면서 완제품이다. 따라서 전지는 사용되는 시장 정보가 중요하다. 전지 영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다른 사업과 달리 많은 것을 알아야 한다. 고객사를 방문하고 온 영업 팀장에게 경영진이 물어야 할 스마트한 질문은 “전지 폼팩터(Form Factor)의 변화는 없는가?”이다. 물량이나 전기차의 신 모델에 대한 정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전지 폼팩터에 대한 정보이다. 만약 전지 폼팩터가 변하면 개발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은 물론이고, 전지 조립 공장도 새로 건설해야 한다.
 
LG와 SK는 각형 전지로의 표준화 움직임을 몰랐을까?

테슬라를 다녀온 영업 팀장이 46800 사이즈의 중대형 원통형 전지에 대한 정보를 2020년 9월 22일 ‘배터리 데이’ 행사가 열리기 6개월이나 1년 전 경영진에게 알려 미리 대비하게 할 수 있어야 유능한 영업 팀장이다. VW에 다녀온 영업 팀장은 2021년 3월 15일 파워 데이 행사가 열리기 1년이나 2년 전 경영진에게 VW 시장에서 파우치 전지가 없어지고 각형 전지로 통일될 것이라는 정보를 알려줄 수 있어야 한다. VW이 각형 전지로 표준화 할 것이라는 정보는 오래 전부터 해외 증권사와 투자 회사에서 떠돌던 정보였다. 파우치 전문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도 3년이나 5년 전부터 알고 있었을 것이다. 전지는 ‘움직이는 목표(Moving Target)’의 특성이 있어서 영업에서 시장 정보를 정확히 알려줘야 대비할 수 있다. 전지 사업에서 영업팀 인력이 뛰어나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VW이 각형 전지를 통합 배터리 셀(Unified Cell)로 가져가겠다는 발표에 가장 충격받을 회사는 파우치 전지 전문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다. 또한, 2019년 4월부터 2년간 미국에서 법정 다툼을 한 것이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지 애매해지면서 허탈감도 느낄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 주에 전지 공장을 건설한 것은 VW의 미국 시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이 VW으로부터 수주한 것은 100명 이상의 LG에너지솔루션 인력이 관련 정보를 가지고 SK이노베이션으로 갔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미국에서 소송을 냈다. 그러나 VW이 파우치 전지를 배제하고 각형 전지를 통합 전지로 정함에 따라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에서 파우치 전지를 VW에 공급할 수 없게 됐다. 양사가 2년 동안 돈과 시간을 투자해 다퉜던 목표가 크게 움직이면서 전지는 역시 움직이는 목표라는 것을 깊게 인식시켜 주었다.
 
LG와 SK가 각형 전지를 개발할 수 있을까?

VW은 자동차 산업계를 주도하는 회사이다. 2021년 3월 15일 VW이 각형 전지를 통합 배터리 셀로 정하면서 다른 자동차 회사도 각형 전지로 목표 전지를 변경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중대형 원통형 전지와 중대형 각형 전지가 전기차의 표준 전지가 될 수 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전개되면 파우치 전지 전문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도 각형 전지를 할 수밖에 없다. 

각형 전지는 평면 권취(Flat Winding)와 레이저 용접 등 고난도 기술은 물론이고 기구 설계 기술도 많이 필요하다. 중대형 각형 전지 경험이 없는 회사가 각형 전지를 하려면 3~5년 정도는 걸린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내부에는 각형 전지 경험이 있는 사람이 거의 없으므로 삼성SDI에서 각형 전지 인력을 채용해야 한다.

그런데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에 2년이 넘는 법정 다툼으로 국내 전지산업계에서 경력사원을 채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정식으로 삼성SDI에게 기술 지원을 요청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인지 모른다. 삼성SDI 입장에서도 기술료를 받고 기술 지원을 하면 크게 손해볼 것도 없다.

VW이 각형 전지를 목표 전지로 정하면서 파우치 전지를 배제한 것은 파우치 전지 위주의 사업을 하는 K-배터리에게는 큰 위기이다. 그러나 이런 위기를 계기로 K-배터리가 서로 협력하는 아름다운 문화가 형성된다면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좋은 예가 될 수도 있다. [A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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