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dden Acceleration and Overcharging: A Summer Night′s Car Horror Story
‘급발진과 과충전’, 한여름 밤의 자동차 괴담
2024년 09월호 지면기사  / 글 | 최영석 객원교수, 원주한라대학교 미래모빌리티공학과




경찰청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 조사 자문위원,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자동차 결함조사 위원장인 한라대학교 최영석 교수는 얼마 전 서울시가 발표한 90% 이상 충전 차량의 지하 주차장 진입 제한 대책이 급발진 괴담에 휩쓸린 ‘페달 블랙박스 장착’과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게 하려면 정책 시행에 세심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의 글을 전한다.  


글 | 최영석 객원교수, 원주한라대학교 미래모빌리티공학과






2024년 여름은 우리나라 자동차 역사상 "급발진"과 "전기차 화재"로 기록될 것이다.
“가속 페달을 밟지 않았는데 굉음을 내며 급가속하고 브레이크 페달은 딱딱해져서 아무리 밟아도 차가 정지하지 않았다”라고 증언했던 급발진 사건이 결국은 운전자 과실로 판명이 났다. 기술적으로는 운전자가 의도하지 않는 가속과 제동장치 불량을 분리해서 분석해야 할 것이고, 좀 더 정확하게는 제동장치 불량 사고로 접근하는 게 더 합리적이었다. 오류에 의한 의도하지 않는 가속과 제동장치 불량은 엄연히 구분해야 하는데, 이 둘을 혼용하여 “급발진”이라고 하니 막연한 공포감만 키웠다. 결국, 페달 블랙박스를 장착하자는 웃지 못할 방법이 대안이라고 제시되고 있다.

그런데 전기차 화재 역시 비슷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번 화재의 원인은 배터리 결함에 의한 자연 발화가 가장 의심되는 상황에서 스프링클러가 비정상 작동한 것이 큰 피해로 이어진 주된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시 말해, 불낸 것은 전기차가 맞지만,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했다면 이렇게 엄청난 피해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것이다. 사실, 지하 주차장의 화재 발생은 내연기관 차량이 원인인 경우가 더 많았기에 딱히 전기차가 더 위험하다고 볼 근거도 없다. 물론, 배터리와 전기차의 안전성을 높이는 방법과 화재 시 진압 방법을 연구하는 것은 엔지니어의 몫이고, 차량 제조사와 배터리 제조사, 소방관계자들은 생존을 위해 이런 기술을 개발해야만 할 것이다.
 
요즘 일련의 사건을 지켜보면서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언론에서 말하는 “과충전”이라는 메시지는 “급발진”과 비슷하게 진행되는 양상이다. 기본적으로 전기차의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은 배터리가 100% 충전되면 전력을 차단하여 과충전을 막는다. 그런데 오래 전에 BMS가 없는 중국산 킥보드와 이륜차에서 과충전에 의한 화재가 발생한 사례가 있다 보니 전기차도 과충전된다고 오해를 한다. 이건 마치 급발진 하면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전기차에서 과충전으로 화재가 발생한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최근 전기차 화재 예방 방법으로, 배터리를 90%만 충전하자는 제안이 있다. 이 역시 과학적 근거나 실험 결과가 충분하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얼마 전 불량 배터리 리콜 때 한국 및 미국 정부와 제조사가 “불량 배터리 교체 전까지 80% 충전 제한”을 했고 “배터리 교체 후에도 90%로 충전을 제한해 1만 km 이상 주행 중 문제가 없으면 100%로 자동 변경”시킨 사례가 있으니 불량 배터리라도 에너지를 줄이는 게 안전하다는 것은 증명되었다고 할 수 있다. 또, 향후 차량 노화에 따른 진행성 배터리 불량 발생이나 충격에 의한 손상 발생 시 BMS가 감지하겠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려면 최소한 화재 시 피해가 커질 가능성이 있는 지하 주차장에서라도 90%만 충전하자는 취지다. 게다가 최근 전기차의 한 번 충전 주행거리가 300 km 이상이고 10% 정도는 여유를 가져도 실제 도로 주행에 큰 문제가 없으니, 장거리를 갈 때만 100% 충전하면 배터리 수명 연장에도 도움이 되는 캠페인이라 할 수 있다. 

모든 전기차는 배터리 충전 목표량을 설정할 수 있다. 운전자 스스로가 안전을 위해, 그리고 배터리 수명 연장을 위해 지하에서 충전할 때만이라도 90%로 설정할 것을 권장한다. “과충전” 괴담으로 불안할 필요 없이 언제나 100% 충전해도 되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10%의 여유를 가지는 것은 모두를 위한 합리적 선택이라 생각한다. 

서울시가 9월 말까지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 개정을 통해 공동주택 지하 주차장에 90% 이하로 충전을 제한한 전기차만 들어갈 수 있도록 권고할 예정이다. 이 정책이 급발진 괴담에 휩쓸린 “페달 블랙박스 장착”과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하려면 정책 시행에 세심함이 필요하다. 당장 차량 제조사와 소비자 간 주행거리 갈등이 발생하고 차량 인증 및 성능 문제로 확대돼 전기차 산업 전반에 혼란과 함께 모든 사람이 전기차는 불안하고 화재의 원인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따라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이번 정책 목적은 전기차에 대한 분쟁과 불화, 불안을 해결하고 전기차를 더 안전하게 오래 타는 방법을 찾는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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