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na Speed: How Sustainable Is It?
차이나 스피드, 얼마나 지속가능할 것인가
2026년 01월호 지면기사  / 한상민 기자_han@autoelectronics.co.kr



얼마 전 롤랜드버거(Roland Berger) 코리아의 이수성 대표는 본지가 주최한 ‘Automotive Innovation Day 2025 Sequel’에서, 중국 자동차 산업이 만든 독자적 속도인 ‘차이나 스피드’를 분석하며 이것이 단순한 과속이 아니라 체계적 경쟁력의 산물임을 강조했다. 중국 OEM이 디지털 기반 개발 방식, 공격적 MVP 전략, 공급망 통합, 고객 데이터 활용 등에서 이미 글로벌 룰을 새로 쓰고 있고, 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한국을 포함한 서구 OEM 모두가 2040년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차이나 스피드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질문은 비판이 아니라 학습의 관점이다. 품질이나 노동시간같은 약점을 찾는 것이 아닌, 중국식 속도·조직·기술 전략 중 선택적 흡수로 다음 10년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메시지였다. 브랜드 로고 변경, 중국 전용 브랜드 론칭, 중국인 지사장 임명, 중국 AI - 배터리 등 공급망 - 중국형 개발 프로세스 - 아키텍처 채택 등 이미 China-for-China의 전개가 심화되고 있다. 

글 | 한상민 기자_han@autoelectronics.co.kr










 




“스피드 하면 한국이었죠. 성격 급하고 ‘빨리빨리’ 문화가 있어서, 밀어붙이면 속도가 정말 잘 났습니다. 지금은 선진국이 되고 제도·규제·이해관계가 복잡해지면서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아졌고, 자연스럽게 속도는 떨어졌습니다. 스피드란 게 고려할 것이 적을 때 가능한 결과죠.”

롤랜드버거 코리아의 이수성 대표는 이렇게 말하며 ‘차이나 스피드’를 분석하기 시작하며 ‘차이나 스피드는 지속 가능한가?’란 핵심 질문을 던졌다. 
서구 OEM뿐 아니라 중국 내부에서도 뜨거운 ‘차이나 스피드’. 세계 최대 승용차 시장 중국은 선진시장과 시장 구조, 속성이 뚜렷하게 차별되는 가운데 빠르게 전동화되고 있고, 2040년까지 글로벌 자동차 성장의 핵심 축으로 남을 예정이다. 중국을 빼면 미래 성장 시나리오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그 시장에서 중국 OEM과 서구 OEM이 모두 경쟁하고 있으며, 공통된 구조적 도전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 대표는 이런 중국 시장의 구조적 변화, 중국 로컬 OEM의 부상, 브랜드 재포지셔닝의 흐름, 기술 혁신 전략, 그리고 제품 개발 리드타임을 압축하는 중국 방식이 어떻게 ‘차이나 스피드’로 구현되는지를 설명했다.


 
성장·전동화·과당경쟁이
한꺼번에 겹친 구조

중국 승용차 시장의 현재 구조는 ▶성장 ▶전동화 ▶과당 경쟁 ▶낮은 수익성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전동화 속도는 세계 최상위로 BEV·PHEV 비중이 매우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2040년으로 갈수록 내연기관 비중은 급격히 낮아지고 전기차는 메인 스트림이 된다. 경쟁은 과열이다. 시장 참여자가 너무 많다. 중국 내 공식적으로 등록된 OEM만 약 50개 이상이다. 
과당 경쟁과 가격 전쟁은 수익성과 유동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일부 리딩 플레이어를 제외하면, 상당수 OEM이 수익성 방어에 실패하거나 아슬아슬한 수준에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중국 OEM은 약진했고, 서구 OEM의 마켓셰어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2020년 말 기준으로, 중국 OEM + 뉴 테크놀로지 OEM(테슬라나 NIO 같은 EV 브랜드)을 합친 시장 점유율은 64%에 도달했다.

“현대·기아가 중국에서 고전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중국 로컬 OEM이 급부상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중국 OEM이 ‘편하게 잘 먹고 잘 산다’는 뜻은 아닙니다. 전체적인 시장 구조가 이러니 중국 OEM도 수익성 관점에서 굉장히 고생하고 있습니다. 결국 M&A와 구조조정, 통합이 불가피합니다.”






 
새로운 럭셔리, 프리미엄의 재정의

중국 OEM은 어떻게 약진할 수 있었을까? 여기에는 중국 시장 특유의 구조와 고객 특성이 깊게 깔려 있다.
중국 시장에는 세 가지 특징이 있다. 먼저, 전동화의 압도적인 속도. 둘째, 기술·기능 중심 경쟁. 센서, HMI/디스플레이, 차별화된 소프트웨어 기능처럼 기술 기반 옵션을 누가 먼저, 더 과감하게 넣느냐가 핵심 경쟁 포인트다. 셋째, 고객과 사회 전반의 디지털 성숙도의 영향. 중국 소비자들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한 수용도가 매우 높고, 모바일·온라인 중심의 경험에 익숙해 차를 찾고, 구입하고, 사용하는 전 과정에서 요구하는 고객 경험의 기준 자체가 서구와 다르다.

“이렇다 보니, 프리미엄과 럭셔리에 대한 인식 자체도 바뀌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말하는 럭셔리의 이미지는 희소성, 리미티드 에디션, 클래식한 디자인, 장인정신, 내연기관의 퍼포먼스, 고급 쇼룸, 고급 소재, 사회적 지위, 유럽 귀족 문화 등이지만, 중국에서 형성되는 새로운 럭셔리, 프리미엄은 완전히 다릅니다.” 이 대표가 말했다.

‘제품의 희소성 = 기술의 최초 적용’, 차별화는 과감하고 실험적인 디자인이다. 우리가 보기에 ‘어, 이거 너무 중국식인데’, ‘너무 과한데’라고 할 만한 디자인, 붉은색 스크린이나 과감한 라이트 시그니처, 전면부·실내 전체를 덮는 스크린, 중국 전통 문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요소 등 ‘저게 팔리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과한 것도 중국에서는 ‘중국식 럭셔리’로 인식될 수 있다. 
고객 경험은 완전히 몰입되는 서비스와 대접받는 느낌에 대한 것이다. 단순히 매장에서 차를 잘 설명해 주는 수준이 아니라, 리테일부터 AS, 커뮤니티 활동까지 전 과정에서 이머시브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마치 이 브랜드를 선택한 사람들만 들어올 수 있는 클럽과 같은 느낌을 만든다.
소셜 스테이터스(social status)는 테크 엘리트, 뉴 라이프스타일이다. 좋은 차를 타는 게 ‘돈 많다’는 표시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테크 엘리트’, ‘앞선 기술을 먼저 즐기는 사람’이라는 상징성이 더 중요하다. 마지막은 ‘차이나 시크(China chic)’로, 중국 기술에 대한 자부심, 민족적 프라이드의 결합이다.






 
중국 OEM의 기술 혁신 전략

중국 OEM은 글로벌 톱 티어 1에서 좋은 부품을 사다가 조립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이제 기술 리더십을 주장할 수 있을 만큼의 혁신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화웨이인데, 단순히 통신모듈 공급사가 아니라, IVI, ADAS, E/E 아키텍처, 소프트웨어 스택 전체를 묶어서 제공하는 티어 0.5의 포지션을 취하고 있습니다. 중국 OEM 입장에서는 ‘한 번에 풀 스택’을 가져올 수 있으니 개발 속도와 차별화 양쪽을 동시에 잡을 수 있습니다.”

중국의 로컬 서플라이 체인은 이미 기술적으로 상당히 성숙했다. 보쉬, 콘티넨탈 등 글로벌 리더에 의존하는 구조가 아닌, 중국 내에서 경쟁력 있는 부품·시스템을 싼값에 공급받을 수 있는 구조가 이미 형성됐다. 또, 지배구조·지분·합작사 형태의 긴밀한 협력으로 특정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공유한다. 현대·기아와 현대모비스, 일본 OEM과 그들의 계열사 구조처럼 중국 내에도 그룹·제휴 구조를 통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
이종 산업 간 전이도 흔하다. 화웨이처럼 원래 컨슈머 일렉트로닉스 회사였던 플레이어가 스마트폰·네트워크에서의 UX/서비스 노하우를 자동차 HMI·커넥티비비티·디지털 경험으로 그대로 가져온다. 한국으로 치면 삼성/LG가 자동차 부품을 하는 것과 비슷하지만, 자동차 쪽 설계와 아키텍처에 훨씬 더 깊이 관여한다. 제품 개발 프로세스(PDP/PEP)의 디지털화, 시뮬레이션 기반 테스트, 데이터 드리븐 의사결정은 개발 리드타임을 줄이고 반복 작업을 최소화하는 핵심 축으로,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


 
MVP와 리스크 허용이 만든 속도

그래서 ‘차이나 스피드’는 어떻게 나오는가? 중국 OEM은 어떻게 이렇게 빠른 리드타임과 R&D 속도를 실현할 수 있는가?
요약하면 ▶전략/컨셉 단계의 과감한 축소 ▶공급업체의 조기 개발 참여와 플랫폼 활용 ▶MVP(Minimum Viable Product) 접근법과 높은 리스크 허용이다.
서구 OEM의 제품 개발 프로세스를 보면 전략/타당성(Feasibility) 단계에서 시장 조사, 세그먼트 정의, 포지셔닝 검토, 다양한 컨셉 비교, 재무 타당성 분석을 굉장히 오래 한다. 컨셉 단계에서 클레이 모델을 여러 개 만들고 반복적인 디자인 리뷰와 설계 변경을 거치고, 개발 전반에 대해 꽤 긴 시간과 인력을 투입한다. 중국 OEM은 여기서 시간을 가장 많이 줄인다.

“초반 전략/컨셉 단계에서 크로스펑션 팀을 초기에 붙여서 빠르게 디자인 프리즈를 합니다. 클레이 모델은 한 번만 만들고 그다음 디지털로 갑니다.”

고객 데이터, 온라인 피드백, 소셜 미디어 데이터 등을 활용해 초반에 고객 선호를 거의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수요가 낮은 옵션은 과감히 버린다. 디지털 성숙도가 높으니, 고객의 취향·선호, 디자인 트렌드, 가격 민감도 같은 것들을 전략 단계에서 프론트 로딩할 수 있다. 그 결과, 전략·컨셉 단계에서 기존 대비 60~75%까지 시간 절감이 가능해진다.
그다음은 엔지니어링·디자인 단계에서의 디지털 활용이다. 클레이 모델을 1개만 만들고, 그 이후 변경은 가급적 모두 가상 환경에서 처리한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VR·디지털 툴로 대부분 검토한다. 전체 부품의 80% 수준까지는 CAE, 시뮬레이션 기반 가상 테스트로 검증하고 물리적 테스트는 최소화한다.

“디지털화 덕분에 제품 엔지니어링 프로세스(PEP)를 기존 벤치마크 대비 약 14개월 단축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중국 OEM은 서플라이어를 매우 초기부터 끌어들인다. 프로젝트 시작 후 약 14개월 시점부터 공급업체가 본격적으로 참여한다. 이미 서플라이어들이 개발해 둔 e파워트레인 솔루션, 배터리 패키지, ADAS 모듈, IVI 플랫폼 등을 ‘있는 그대로’, 혹은 약간 커스터마이즈해 빠르게 가져다 쓴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서구 OEM이 ‘우리가 다 설계하고 검증하고 서플라이어는 제조만 한다’에 가깝게 운영되는 철학과 달리 ‘일단 내놓고 고친다!’는 것이다. 서구 OEM은 전통적으로 요구사항 정의를 충분히 하고, A/B/C 샘플을 단계별로 밟고, 각 단계에서 매우 긴 검증·테스트를 거치고, 품질·안전 측면에서 확신이 들 때 SOP를 한다. 반면 중국 OEM은 오프 더 셸프(off-the-shelf) 솔루션과 3D 도면만 갖고 바로 툴링을 시작하고, 컨셉 검증은 60~70% 수준만 확보되면 B 샘플로 넘어가기도 한다. 규제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가능한 한 빠르게 C 샘플, PV 릴리즈까지 밀어붙이는 ‘Minimal Proof of Concept + Risk Acceptance Approach’다. 
이것은 소비가전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써오던 방식이다. 스마트폰, 노트북, 웨어러블 기기는 먼저 내놓고, 시장 반응을 보면서 OTA·소프트웨어 업데이트·리콜 형식으로 개선해 왔다.

이 대표는 “자동차는 다릅니다. 자동차는 한 번 잘못되면 사고·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세이프티 크리티컬 시스템이어서 서구 OEM은 리스크를 극도로 보수적으로 관리하는 것입니다. 실제 중국 내부에서는 배터리 사고, 품질 문제, 각종 사건·사고가 굉장히 많이 일어나고 있지만 국제 뉴스로 올라오는 것은 극히 일부입니다. 결론적으로 덜 고민하고, 덜 검증하고, 먼저 내놓기 때문에 스피드가 나오는 면이 분명히 있습니다. 차이나 스피드의 양면성입니다”라고 말했다.

60개월이란 전통적인 서구 OEM의 신차 개발 리드타임. 중국 OEM은 전략/컨셉, 엔지니어링, 테스트·양산 승인 전 단계에서 각각 수개월씩을 줄여, 전체적으로 30개월, 심지어 20개월까지 단축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서구 OEM도 조직과 프로세스를 바꾸기 시작했다.







 
China-for-China, 
중국은 ‘하나의 독립 생태계’

대표적인 사례가 Audi E5다. CARIAD와 함께 글로벌 공용 E/E 아키텍처와 SW 플랫폼을 자체 개발해 중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 이를 공통 적용하려던 계획이 어긋나는 동안 아우디는 중국향은 중국향대로,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은 별도의 파트너와 협력하는 구조로 ‘China-for-China’ 전략으로 전환했다. 

“Audi E5의 원래 타깃은 24개월 개발이었지만 실제 35개월이 걸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60개월 대비 엄청나게 줄어든 리드타임입니다. 또, 아우디는 중국 시장의 독자적 요구와 경쟁 환경을 충족시키기 위해 중국 전용 EV 서브 브랜드를 만들었고, SAIC와 Alibaba 같은 중국 파트너들과 중국 전용 아키텍처와 소프트웨어 플랫폼까지 개발합니다. 단순히 중국을 위한 별도 모델을 만든 것이 아니라, 제품의 뿌리인 아키텍처와 소프트웨어 자체를 중국 내에서 설계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중국 시장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짚어야 하는 것은, 이 시장이 단순히 거대 규모를 가진 판매처가 아니란 점이다. 중국은 이제 자동차 산업 전체의 운영 방식, 조직 구조, 기술 개발 속도 자체를 재정의하는 독립적인 생태계다.

“최근 글로벌 OEM, 서플라이어의 고위 임원들을 만나보면 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합니다. ‘중국은 그냥 중국이야. 중국은 중국식으로 간다’고요. 이 표현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첫째, 중국 시장은 글로벌 본사의 방식을 그대로 적용해도 움직이지 않는다는 냉정한 현실이고, 둘째는 중국 시장을 해석하고 대응하기 위해서는 사실상 중국 내에서 독립적인 조직 구조와 의사결정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절박함입니다.”

‘China-for-China’. 이는 중국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중국 내 조직과 중국 내 파트너, 중국 내 공급망을 중심으로 완전한 현지화가 필수라는 뜻이다. 그 실제 의미는 훨씬 깊은데, 이는 글로벌 본사의 절차나 승인 체계를 따라가는 방식으로는 중국의 속도, 중국의 소비 트렌드, 중국의 기술 전략 등에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글로벌 OEM과 서플라이어들이 본사 통제를 최소화하고 중국 조직이 거의 독립적으로 움직이도록 구조를 바꾸고 있다.






 
중국 방식

“중국 OEM은 독자적인 방식으로 조직 문화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이들의 특징은 몇 가지 키워드나 문구로 설명될 수 있지만, 실제로 그 구조를 들여다보면 중국이 왜 소프트웨어 시대에 자동차의 선두에 서 있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기능 간 벽을 과감하게 제거합니다.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 UX, 사업, 브랜드 사이의 구분이 상대적으로 약하며, 프로젝트 중심으로 팀을 재구성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서브 브랜드를 운영할 때 부사장급 리더들이 직접 개발과 오퍼레이션을 챙긴다는 점이다. 의사결정 층을 줄이고, 기획 - 개발 - 검증 - 출시의 모든 사이클을 빠르게 압축시킨다. 소프트웨어가 빠르게 진화하는 시대에 속도가 경쟁력이기 때문에, 그들의 조직적 민첩성은 그 자체로 기술의 일부가 되고 있다. 
인센티브 구조도 매우 공격적이다. 프로젝트 속도와 성공률이 개인의 보상과 직접 연결되기 때문에, 구성원들은 리스크를 감수하는 데 익숙하다. 실패를 피하는 조직이 아니라, 실패를 빠르게 반복하면서 더 나은 결과를 만드는 구조다. 

“중국 OEM의 또 다른 특징은 고객과 데이터를 조직 구조의 중심으로 올려놓는다는 점입니다. NIO와 같은 기업을 보면 ‘User Operation’과 ‘Data Operation’ 조직이 사실상 최고위 레벨에 위치하며, 이는 실시간 고객 데이터를 제품에 거의 즉각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구조를 의미합니다. 고객 데이터는 사용자 행동 분석이나 마케팅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기능 개발의 직접적인 근거가 됩니다. 이것이 빈번하고 빠른 OTA 업데이트의 이유입니다.”

중국 OEM은 공급망에서 글로벌 질서에 얽매이지 않는다. 전통적으로 자동차 산업은 ‘선호 공급사(preferred supplier)’ 체계를 통해 안정적인 파트너십을 유지하며 혁신보다는 안정성을 우선하는 경향이 있지만, 중국 OEM은 그 질서를 상당 부분 해체하고 기술적으로 가장 뛰어난 것을 쓰겠다는 방식을 채택한다. 이 때문에 신생 기업이나 테크 기반 기업이 공급망으로 빠르게 진입할 수 있고,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혁신이 가능졌다.

“흔히 BYD를 중국 전기차 혁신의 상징처럼 이야기하지만, 조직 구조를 깊이 들여다보면 단순히 전고체 배터리를 잘 만든다거나 저가형 차량을 잘 만든다는 수준을 넘어 HQ와 브랜드 사이의 역할 분담 모델이 매우 정교한 점이 있습니다. 본사는 전략, 핵심 R&D, 구매, 품질 시스템 등을 중앙집중화해 통합 품질과 기술 방향성을 확보하고 생산 거점이나 브랜드 조직은 지역별 운영과 일부 개발·커스터마이제이션을 담당합니다.”






R&D와 비즈니스

그러면, 엄청난 스피드를 뒷받침하는 실제 R&D 노력은 어느 정도일까.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추정해 보면 프로젝트당 총 R&D 인력 규모는 서구 OEM 대비 적은 편입니다. 그런데도 개발 기간이 짧고 결과물이 빠르게 나오는 이유는 중국 엔지니어의 근무 시간이 하루 평균 12시간 이상으로 실질 노동 투입량이 훨씬 크고 OEM이 모든 것을 직접하지 않고 서플라이어의 모듈·시스템을 함께 다듬고 검증하면서 개발 업무의 상당 부분을 공유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부분이 바로 차이나 스피드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첫 번째 물음표를 던지게 되는 지점입니다.”

엔지니어들을 계속 하루 12시간씩 일하는 구조, 과연 얼마나 오래 갈 수 있는가. 노동 환경, 인권, 워라밸, 세대 변화가 진행되면 이 방식은 분명히 수정될 수밖에 없다.
중국 OEM과 서구 OEM은 비즈니스 관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한 서구 OEM이 연 24만 대급 볼륨으로 EV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중국 로컬 OEM이 같은 세그먼트에서 연 10만 대 규모로 차를 만든다면, 단순히 볼륨이 많으면 단가가 싸진다는 관점에서 24만 대를 생산하는 OEM이 더 유리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 분석은 10만 대를 만드는 중국 OEM이 차당 총비용 구조에서 더 싸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차이는 CATL 등 중국 배터리·e파워트레인 업체들이 규모의 경제를 이미 확보해 놓았기 때문입니다. 서구 OEM이 내부에서 개발·제작하는 것보다 중국 OEM이 외부 솔루션을 가져다 쓰는 게 더 싸게 먹히는 구조입니다.”

컨셉·테크니컬 솔루션 단계에서는 시간을 줄이고, 검증 레벨을 낮추고, 서플라이어의 기존 솔루션을 적극 활용하면서 컨셉·기술 솔루션 단계에서의 코스트를 크게 낮춘다. 
딜러 마진 구조에서도 차이가 발생한다. 중국은 서구 OEM보다 타이트하며 디지털 채널을 적극 활용해 판매비용(SG&A)을 낮추는 경우가 많다. 그마저 지방정부·중앙정부 차원에서 각종 보조금과 세제 혜택이 붙어 중국 OEM의 총비용을 더 내려준다.

“그래서 아우디의 사례처럼, 중국에서 벌려면 중국에서 설계하고, 중국 서플라이 체인으로 만들고, 중국 시장에 맞는 차를 중국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입니다.”







차이나 스피드는
지속가능한가

앞으로 중국 내 OEM 지형은 어떻게 재편될까?
롤랜드버거 분석에 따르면, 2030년쯤에는 “5+7+N” 구조가 될 것이다. 상위 5개 OEM이 시장의 60% 정도를 가져가는데, 이 중 3곳 정도는 중국 민영 OEM, 1~2곳은 JV 브랜드, 1곳은 국유 OEM이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그 아래로 중위 그룹 7개 정도, 그 외 N개의 소규모·니치 플레이어가 존재할 전망이다. 
재무지표를 보면 BYD, Chery, Changan, Geely 같은 상위 그룹은 매출총이익률이 18% 전후, 순이익률이 5~6%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이들은 부품 계열사에 마진을 남기는 구조라 그룹 전체 관점에서 실제 수익성이 더 높다. 반면 다수의 다른 OEM은 총이익률이 15% 이하로 떨어지고, R&D와 운영비(SG&A)를 감안하면 지속적으로 차이나 스피드를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에 있다. 즉, 중국 안에서도 ‘빈익빈 부익부’가 진행되고, 결국 상위 몇 개 회사만 차이나 스피드를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 재무 체력을 갖게 될 것이다.

“자동차든 공장이든 이런 산업 자산은 대부분 10~20년 동안 써야 하는 자산입니다. 자동차는 소비자 입장에서 10년 가까이 타고, 생산 설비·공장은 기업에서 20년 이상 운영을 전제로 투자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살 때 싸냐’가 아니라 ‘총소유비용(TCO)이 어떻게 되느냐’입니다. 현재 상태에서, 중국차의 품질·안전·내구성, 사고·리콜·배터리 이슈 등을 다 고려하면 단기적으로는 미국·유럽 등에서 곧바로 정면 승부를 하기에는 부담이 있는 게 현실적입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지금 이 순간의 스냅샷’입니다.” 이 대표가 말했다. 

시간이 지나 사고·리콜 경험이 축적되고, 그에 따른 개선이 이뤄지면, 중국차의 TCO와 글로벌 경쟁력은 분명히 올라갈 것이다. 한편으로는 중국 내부에서 노동자 인권, 근로시간, 안전규제, 소비자 보호 이슈 등 사회적 요구 수준이 계속 올라갈 것이다. 엔지니어를 하루 12시간씩 계속 돌리는 방식이 언제까지나 유지되기는 어렵다. 공급망·디지털·조직 측면의 경쟁력은 2030년 이후에도 강력한 강점으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합쳐져 지금의 차이나 스피드는 형태가 바뀔 것이다. 

“한국을 포함한 서구 OEM에게 중국이란 괴물을 중국 시장 안에 가두는 것이 최선이지만, 동시에 중국 시장에 들어가 그 룰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의미 있는 마켓셰어를 확보해야만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글로벌 탑 플레이어로 남기 매우 어렵습니다. 2040년까지 성장의 상당 부분이 중국에서 나올 것이기 때문에 거기서 의미 있는 플레이어가 되지 못하면 글로벌 톱3를 논하기 어렵습니다.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알고 있다고 해도 실행은 쉬운 것이 아닙니다. 중국 시장의 룰을 이해하고 필요한 부분에서 차이나 스피드의 요소를 선택적으로 흡수해야 합니다.”

AEM(오토모티브일렉트로닉스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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