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는 운행거리 제약, 충전시간 문제, 높은 차값으로 보급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적절한 지원체계 마련이 요구된다. 일본, 중국, 미국, 유럽 정부를 보면 적극적 추진 전략을 마련하고 시행에 옮기고 있는데, 우리는 지원 규모, 전략의 구체화 측면에서 이들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전기차의 특성상 다양한 산업이 관계되는 네트워크 산업인 만큼 각 정부 부처 간 적절한 역할과 기능의 분담, 컨트롤 타워의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 12월 한국교통연구원이 ‘전기차 정책의 효율적 추진 방향’이란 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 김규옥 위원의 강연을 전한다.
우리나라가 예상한 2020년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면 교통부문이 약 33~37%를 차지한다. 이중 대부분은 육상교통에 해당한다.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서는 육상교통, 특히 승용차의 배출 저감이 중요한 상황으로 그린카 개발과 보급이 강조된다. 때문에 전기차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디젤, 하이브리드 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연료전지차 등 다양한 차종에 대한 지원으로 중요성이 희석되고 있다. 또한 우리 전기차 시장이 국내 메이커들로만 한정돼 있어 정부의 보급 목표와 메이커의 양산 시점 간 차이가 나타나며 보급과 시장 활성화가 미흡한 상황이다. 이런 측면에서 현실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목표의 재조정이 필요하다.
한편 전기차 공급은 수요 측면을 고려해 다양한 차종이 개발되고 보급돼야 할 것이다. 일반적인 승용 전기차 외에도 e바이크, e버스, e트럭 등도 개발 보급돼야 하는데 우리는 현재 버스와 고속전기 승용차 개발에만 집중하고 있다. 또한 엔진 중심의 자동차 산업이 대기업 중심으로 진행되며 수직적 체계를 지니고 있는데 수평적 체계로의 전환도 요구되고 있다.
전기차는 운행거리 제약, 충전시간 문제, 높은 차값으로 보급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적절한 지원체계 마련이 요구된다. 일본, 중국, 미국, 유럽 정부를 보면 적극적 추진 전략을 마련하고 시행에 옮기고 있는데 우리는 지원 규모, 전략의 구체화 측면에서 이들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또 재정지원 뿐만 아니라 구매보조금 등 다양한 인센티브, R&D, 제도마련 등 정책적 지원이 적시에 이뤄져야할 것이다. 전기차의 특성상 다양한 산업이 관계되는 네트워크 산업인 만큼 각 정부 부처 간 적절한 역할과 기능의 분담, 컨트롤 타워의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협의체를 통한 추진
주요국의 전기차 정책 추진체계를 살펴봤다. 미국의 경우 의회가 제정한 재활 및 재투자법(2009), 에너지자립 및 안보법(2007), 에너지정책법(2005)의 세 가지 법을 근간으로 전기차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집행단계에서 한국의 지식경제부에 해당하는 에너지부(DOE)와 국토해양부에 해당하는 교통부(DOT), 그리고 각 주정부가 주요 역할을 수행한다. 이 단계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고 이는 주정부들이 추진하고 있다. 이행단계에서는 민간기업, 공기업, R&D기업이 중앙 및 주정부와 협력하고 있다.
DOE는 차량 및 배터리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DOT는 텍사스에 도입된 KAIST의 OLEV 사업으로 유명한 전기버스, 충전기 설치 등의 타이거 프로그램, 친환경연료지원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고, 전기차 이용 촉진을 위한 교통관련 법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주정부는 차량 기술개발 지원, 전기차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충전 인프라 구축,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한다. 기본적으로 에너지와 충전은 DOE가, 실제 주행 교통 관련은 DOT가 관할한다.
주정부의 활동에서는 캘리포니아를 예로 들면 소컬(SoCal EV)이란 체계가 마련돼 전기이동성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이는 LA지역의 다양한 전력회사들이 중심이 돼 인프라 구축을 추진하는 사업이다.
네덜란드의 경우 최고 의사결정은 교통부, 경제부, 환경부가 맡는데 교통부가 중심이 되고 있다. 특이점은 계획단계에서 ‘포뮬러 E 팀’을 구성해 전기차를 어떻게 각 지자체에 확산시킬지를 결정하고 있다. 집행 및 이행단계는 지자체가 중심이 돼 추진한다. 네덜란드는 2년 전 한국에 방문하기도 했는데, 전기차 확산을 위해 차량과 충전기 등을 모두 해외에서 도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2009년부터 2011년 사이 실증사업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고 예산을 배정했다. 또 포뮬러 E 팀을 구성하며 전기차 시장 개발 및 보급을 위한 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2020년까지 100만 대를 보급키로 했다. 포뮬러 E 팀을 통해 중앙정부, 지자체, 민간, 관련 단체들이 연결되고 융화하고 있다. 팀은 관련 정책 이행 및 사업 활동을 정부 및 의회와 상의해 감독하는 실질적인 드라이빙 포스다.
실증사업을 보면 암스테르담의 경우 화물차, 전기택시, 수상버스 등을 전기화하겠다는 목표를 실천하고 있다. 현지를 가보면 민간 개인이 충전소를 이용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공기업이 시장창출
프랑스의 경우 20개의 주요 공기업이 중심이 돼 시장을 먼저 창출하고 전기차 보급을 확산하려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우체국 차량을 모두 전기차로 전환하는 식이다. 전력사들이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고 르노가 중심이 돼 전기차를 공급하고 있다.
최고 의사결정은 환경보호부와 산공부가 맡고 있다. 실질적 계획은 12개 지자체, 우편공사, 전기보급망사, 고속도로, 충전회사, 르노가 전기차 협의회를 구성하고 20대 주요 공기업이 이를 집행하고 있다.
환경보호부는 전기차 개발에 20억 유로, 전기차 충전 인프라에 40억 유로를 지원한다. 산공부는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카 개발에 특혜금리를 지원하고 있다. 프랑스는 전국적인 보급을 위해 13개 에코시티를 선정하고 1년반 동안 작업해 ‘e-green북’이라는 충전 인프라 표준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프랑스는 이미 두 차례 전기차 보급 계획을 세웠다가 실패하고 2009년에 세 번째 플랜을 마련해 재추진 중이다. 전기차 관련 협의체를 통해 확산한다는 점이 이전과 가장 큰 차이다.
독일은 4개의 정부가 전기이동성 추진에 관련돼 있다. 특징적으로 ‘국가 E모빌리티 플랫폼’을 마련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시범사업은 8개 도시를 선정해 추진 중이다. 지식경제부가 에너지, 자동차, 스마트그리드 관련 연구지원을 하고, 건설교통도시부가 실증사업 지원, 배터리 실험센터 운영, 수소연료 충전소 설치를 지원하고 있다.
지자체가 드라이브
환경부는 스마트그리드 연구 지원, 전기차 관련 현장 실험 지원, 상업적 목적의 통행을 위한 전기차 시험 지원, 리튬배터리 재활용 방안 연구개발 지원을 맡고 있다. 또 이례적으로 교육부가 e모빌리티 시스템 연구 네트워크 경쟁력 강화 지원, 배터리 기술개발을 위한 산학연 구성 및 교육 프로그램 구성 지원, 리튬이온 셀 및 배터리 시스템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은 지자체 중심의 전기차 보급 추진이 가장 잘 되고 있는 국가다. 경제산업성을 중심으로 최고 의사결정이 진행되면 ‘차세대 자동차전략 연구회’와 ‘EV타운 구상 추진 검토회’를 통해 정책이 집행되고 실행된다. 현재 18개의 지자체가 선정이 돼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일본은 연구회를 중심으로 계획이 수립되고 지자체를 통해 진행되는 것이 인상적이다.
가나가와 현의 사례를 보면 2008년에 1차 실증타운으로 선정돼 2014년까지 3,000대의 전기차 보급을 목표로 잡아 도입 초기부터 다양한 인센티브 제도를 제시하며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중국은 집행단계에서 공업정보화부, 상무부, 과학기술부가 관여하고 있는데 전기차와 관련해서는 과학기술부가 중심이 되고 있다. 국가발전 개혁위원회가 자동차 산업 중장기 발전 계획을 수립하고 순환경제, 에너지 절감 등 종합 계획을 수립하면 13개 지자체, 중앙기업 전기차 상업연맹, 중국 자동차 공업협회를 통해 정책을 이행한다.
실증사업은 현재 베이징, 상하이, 창준 등 13개 도시에서 추진하고 있다. 버스, 택시, 우편 등 공공분야를 중심으로 전기차를 보급하고 있다. 충전소의 경우 2011년 현재 27개 성에 27개 충전소 및 6,209개의 충전기를 설치한 상황이다. 2015년까지 4,000개의 충전소를 건설해 초보적 충전 네트워크를 구축할 방침이다. 2020년까지 1만 개 충전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효과적 추진체계 마련해야
각국 전기차 정책 추진 특징을 보면 미국은 에너지부가 전담해 정책을 추진하고 있고, 네덜란드는 교통부가 전담해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협외회를 통해 이행 감독하고 있다. 프랑스는 공기업이 중심이 돼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독일은 관련 4개 부처가 충분히 협의한 후 국가 계획을 마련해 중복 투자없는 효율적 진행을 강조하고 있다. 중앙 및 지방 정부, 연구단체, 민간단체 및 소비자 그룹이 참여한 E모빌리티 플랫폼을 구성해 수요자 입장을 수렴하려 노력하고 있다.
일본은 경제산업성 산하 관련 협의회 및 검토회가 주요 의사를 결정하고 자동차, 배터리, 인프라 개발에 관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EV타운 구상 추진 검토회는 실증사업 대상지역 선정에 관한 의사결정과 결과를 보고한다. 중국은 강력한 추진 체계를 구축하고 13개 지자체를 중심으로 전기차를 확산시키고 있다.
각국 추진체계의 공통점은 협의회를 구성해 정책을 이행한다는 점이다. 미국은 지방정부 산하에 소컬 EV와 같은 협의체를 두고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고, 네덜란드는 중앙정부에 포뮬러 E 팀, 지방정부에 일렉트릭 모빌리티 프로젝트 그룹을 두고 전기차 보급정책을 이행하고 있다. 프랑스는 SAVE, 뮤츄얼 커미티, 거버먼트 커미티를 두고 전기차 파일럿 프로그램, 전기차 충전 표준 제정 및 구축, 실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은 국가 E모빌리티 플랫폼을 두고 전기차 및 충전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일본은 차세대 자동차전략 연구회, EV타운 구상 추진 검토회, CHADAEMO를 통해 진행하고 있다.
경쟁 상대국을 살펴본 결과 일본, 중국, 프랑스, 네덜란드 등을 벤치마킹 할 수 있다. 일본은 지자체 단위의 계획 실행이 대단히 뛰어나고, 프랑스는 정부, 기업, 공기업이 합심일치가 돼 강력한 추진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우리와 추진체계가 유사한데 비교적 다른 국가에 비해 정부 각 부처 간 협력이 잘 이뤄지고 있어 역할 분담, 통섭적 관리 기구 부재로 추진력이 저하되고 있는 우리에게 좋은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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