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동차 메이커들에 대한 선진 자동차 메이커의 평가는 다양하게 내려지고 있다. 중국의 토종 브랜드 치루이치처(Chery Automobile)와 제휴를 맺은 다임러 크라이슬러는 중국의 자동차 메이커가 향후 일본과 경쟁할 수 있는 저력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일본의 닛산자동차는 중국 자동차 산업이 일본의 40년 전 수준에 불과하지만 개발력의 진보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혼다 역시 중국의 자동차 산업이 디자인과 기술 등을 외부에서 수혈받는 단계이지만 적극적인 선행 투자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현 단계에서 중국 자동차 산업의 객관적 평가는 넘어야 산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당장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으로 거론되는 것은 역시 ‘품질’문제이다. 대부분의 선진 자동차 메이커들이 중국의 자동차 기술에 대해 그리 후한 점수를 주지 않는다. 그러나 저가격 자동차 시장에서 중국의 부상과 활약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성장하는 저가격 시장
저가격 자동차란, 메이커 소매가의 중심 가격대가 미국에서 10,000달러 이하, 유럽에서는 10,000유로 이하의 차로 통용된다. 세계의 저가격 자동차 시장은 2012년까지 약 400만 대로 확대될 전망이다. 또, 그림 1에서 A세그먼트와 B세그먼트를 합한 이른바 ‘엔트리 카’ 전체로 보면 2012년에 판매 대수가 세계적으로 1,800만 대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이다. 지역별로는 미국에서 70만 대, 유럽에서 580만 대, 일본에서 260만 대, 중국에서 260만 대, 인도에서 150만 대, 브라질에서 150만 대, 러시아에서 40만 대, 한국에서 20만 대 등이다. 그 중에서 중국시장에서의 증가 대수가 가장 높고 신장률도 13%에 이른다.
중국은 엔트리 레벨(A, B) 자동차의 판매 대수가 약 120만 대로 시장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엔트리 레벨 신규 참여 완성차 메이커로는 치루이치처를 비롯해 저가격 자동차를 투입하고 있는 메이커가 상당수 포진하고 있다. 중국에서 같은 세그먼트에는 7,000유로 이하의 차종이 약 30여개 모델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많은 모델들이 해외시장에서 점차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질주하는 ‘만리장성’
중국의 국가계획위원회는 ‘제11차 5개년 계획’(2006~2010년)에서 자동차 생산 능력의 목표를 현재 600~700만 대 수준에서 2010년에는 900만 대 이상으로 설정하고 있다. 그 중 수출 비중을 10%대로 정하고 있으며, 수출 대수는 2005년부터 2010년 동안 약 40%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게다가 중국정부는 수출 비중이 10% 이상의 몇몇 중견 자동차 메이커를 적극 육성할 계획이며 2020~2035년에 세계의 자동차 무역에서 10%의 점유율을 차지한다는 장기 목표도 제시하고 있다.
중국의 토종 자동차 메이커의 대량 수출은 2006년부터 시작되었다. 예를 들면, 중견 자동차 메이커인 화농치처(Brilliance Auto)는 중국산 중형 세단을 유럽에 향후 5년간 15만 8,000대 수출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최근 중국 상해에서 개최된 2007 상해국제모터쇼(Auto Shanghai 2007)에서 북미와 유럽시장을 겨냥해 유럽형 디자인의 세단 ‘FRV’를 선보인 바 있다. 기본적으로 이 회사는 차체를 자체 개발한 자동차를 앞세워 독일 이외에 스위스, 네덜란드, 벨기에 등지로 판매 지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화농치처는 독일 BMW를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BMW로부터 자연스럽게 기술 공여를 통해 기술력을 높여왔다.
장풍 그룹(Changfeng Group)은 중국업체로서는 최초로 2007년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참가해 중국에서 판매하는 신형 차 두 모델(SUV와 픽업트럭)을 발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현재 중국차의 수출 지역은 대부분 신흥시장에 국한돼 있다. 신흥시장은 중국의 소비자와 마찬가지로 가격을 구입 결정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또, 중국 자동차 메이커가 수출을 확대하고 있는 개발도상국이나 신흥개발국은 자국에 고유 자동차 산업이 없기 때문에 품질이나 안전에 대해서 규제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중국으로서는 이러한 점이 더 없는 기회인 셈이다.
중국의 숙제
중국 자동차 메이커들이 유럽시장을 포함한 해외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가격 우위 전략으로는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따라서, 가격 우위 전략보다는 기술력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시장지배력을 유지하려는 자구 노력이 추진되고 있다.
해외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 중국의 많은 자동차 메이커들은 이탈리아의 피닌파리나나 베르토네 등의 디자인 회사에 디자인을 의뢰하고 AVL이나 Ricard와 같은 엔지니어링 회사에 엔진이나 파워트레인에 관한 기술지원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중궈띠이치처그룹(First Auto Works Group, FAW), 상하이치처(SAIC), 뚱펑치처 등 3사는 글로벌 기업과 복수의 제휴를 맺고 있으며 국제적인 자동차 컨설팅 회사, 엔지니어링 회사, 디자인 회사와 손잡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정부도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중국정부는 ‘제11차 5개년 계획’에서 자체 개발 능력의 배양을 목표로 내걸고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2006년 12월, 치루이치처는 2010년까지 58억 위안의 융자를 중국 정부계 금융기관으로부터 받았다. 이 자금을 바탕으로 자체 개발을 강화하여 2010년까지 연간 판매 대수를 2006년 실적의 3배인 100만 대로 늘릴 방침이라고 한다. 이와 함께 품질 면에서도 상당한 진척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005년에 실시된 J.D.Power의 초기 품질조사에 의하면, 중국 자동차 메이커의 100개 차종에서 평균 454건의 문제가 발견되었다. 미국에서 실시된 이 조사에서 평균은 118로, 평균과 거의 3배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이 격차를 줄일 목적으로 많은 중국계 자동차 메이커들은 자사의 품질 강화를 위해 다국적 서플라이어로부터 부품 조달을 개시하고 있다. 또 FAW, SAIC, 뚱펑치처 등은 그들의 합작기업으로부터 품질관리나 연구개발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고자 노력하고 있다. 아직 유럽 소비자의 기대치에 부응하기에는 긴 여정이 예상되지만, 그 결과 품질을 과거와 비교했을 때 2005년의 결과는 업계 평균으로 보면 1년 전에 비해 11%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면, 2005년과 2000년의 외자계 메이커와 중국 현지 메이커를 비교해 보면 양자의 평균 초기품질지수(IQS)에 큰 차이가 있었지만 2005년에는 외자계 메이커 190, 현지 메이커 380로 나타났다. 중국 현지 메이커의 현재 IQS가 5년 전의 외자계 메이커의 IQS의 수준에까지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 볼 만하다.
한편, 배기가스 규제 면에 있어서 중국에서는 현재 EuroⅡ의 기준이 적용되고 있으며(꽝조우, 샹하이에서는 EuroⅢ 도입이 시작되고 있다) 2010년까지 EuroⅣ를 도입할 계획이다. 최근 중국에서 배기가스 저감과 연비 향상을 실현하기 위해서 배기가스와 품질에 관계되는 규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아직은 유럽시장과는 현저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안전 면에서 보면 중국도 2004년에 안전충돌실험 중에 전면충돌시험을 의무화하여 2006년 7월부터 측면과 후방 충돌에 관한 기준이 정해졌다. 또 중국정부는 2010년까지 안전기준의 향상을 검토하고 있지만, 중국산 자동차를 구입하는 EU나 미국의 소비자를 납득시키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외에도 중국 자동차 메이커들은 지적소유권 침해로 인해 끊임없이 제소를 당하는 실정이다. 중국 자동차 메이커 중에는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지적재산권 침해로 제소된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중국시장 점유율 1위를 자랑하는 치루이치처는 GM으로부터 2004년에 QQ가 GM대우의 마티즈를 모방했다며 제소를 당했다. 그러나 중국법원의 편파 판결로 인해 GM의 제소는 2005년 말 성과 없이 종결됐지만 짝퉁 자동차 만들기, 기술도용 문제 등 치루이치처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또 닛산은 창청치처(Great Wall)를, 도요타와 PSA도 Shanghai Maple(上海華普汽車)를 제소했다.
중국정부의 지원, 저가 공세로 질주
이러한 불리한 상황이 있긴 하지만, 중국 자동차 메이커들은 중국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받고 있다. 이러한 강점을 살리면서 당면 과제의 극복 여부에 따라 향후 10~15년 사이가 중국 자동차 메이커들에게는 최대 분수령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중국 내 자동차 산업은 과잉 생산되고 있으며 동남아를 비롯해 중동,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으로의 수출이 성공을 거두면 상당히 완화된 것이란 분석이다.
한편, 다임러 크라이슬러와 치루이치처의 제휴로 양사의 저가격 자동차 전략이 향후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에 대해서도 초미의 관심사다. 분명한 것은 크라이슬러는 저가격 소형차 부문에 대한 사업 기회를 확보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즉, 자사의 개발비를 들이지 않고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회사는 2008년부터 해외수출을 시사하고 있는데, 저가격 자동차의 요구가 높은 개발도상국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또한 치루이치처가 보유한 중국의 저가격 서플라이어 기반을 크라이슬러의 자동차 개발능력에 활용하거나 지금까지의 개념에 사로잡히지 않은 저가격 자동차 생산 노하우를 활용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치루이치처 측은 선진국 시장 개척의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해 볼 수 있다. 게다가 자사 브랜드가 아닌 크라이슬러 브랜드에 의한 판매는 브랜드 파워를 가지지 못한 치루이치처의 입장에서는 선진국 시장 진출을 노려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볼 수 있다. 제품 개발에 크라이슬러의 지원을 얻을 수 있으며 특히, 중국 자동차 메이커에 있어서 품질면의 향상은 큰 수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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