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V 시대를 열기 위한 조건
2007년 08월호 지면기사  / 윤범진 수석기자


엔진 대신 자동차의 심장부에 수소 기반 연료전지(Fuel Cell)를 탑재한 차량(FCV)을 개발하려는 자동차 산업계의 시도는 짧지 않은 역사가 있다. 그러나 짧지 않은 시간을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 시점을 놓고 자동차 산업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수소연료전지차의 상용화 시점에 대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료전지연구센터의 임태훈 센터장은 “앞으로 내연기관의 비중은 확실히 줄어들겠지만,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뒤를 이를 수소연료전지차가 언제 상용화 될 지는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큰 편차가 있습니다. 심지어 그런 날은 오지 않을 것이라는 사람도 있습니다.”고 말했다. 언제쯤 상용화 될 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말이다. 그만큼 변수가 많다.

그는 연료전지차가 하이브리드 자동차보다 시장 진입에 어려운 점은 몇 가지 근본적인 약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대량의 수소를 얻는 기술의 장벽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수소 생산의 경제성이 해결되었다 손 치더라도 수소 보급을 위한 수소충전소 설치가 또 문제다.

“수소연료전지차는 연료가 수소이기 때문에 수소 인프라가 필요하고, 수소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만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갑니다. 또 성능을 보장하면서 차값을 낮춰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 문제를 임태훈 센터장은 “양날의 검”이란 표현을 쓰며 상용화 시점을 놓고 사람마다 시각차를 보이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두 가지 문제가 동시에 해결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무엇보다도 수소 인프라를 구축하는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수소는 그것을 저장하고 자동차에 충전하기 위해서 가압장치가 필요한 데, 가압 비용만으로도 상상할 수 없는 비용이 발생한다.

“기존 주유소에 수소 라인을 함께 깔면 되지만 그것도 파이프라인을 깔든, 소규모 수소 생산 시설을 만들든 간에 엄청난 돈이 들어갈 것입니다. 또 우리나라 현행 고압가스안전관리법에 의하면 수소충전소를 시내에 설치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운 형편이며, 설사 건축법(시설기준 및 기술기준)을 다 지켰어도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히게 될 것입니다.”

실제 200기압의 CNG(Compressed Natural Gas) 충전소를 설치하는 데도 반발이 심한데, 수소연료전지차에 주입되는 수소 압력의 경우 350기압이며 최종 목표가 700기압이므로 주민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하다. 임센터장은 이 점을 우려했다.

“일본 동경에 가면 시내에 수소충전소 11개가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주민들의 거부감을 없애고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자꾸 보여주기 위한 측면이 있습니다. 미국도 퍼블릭 억셉턴스(Public Acceptance) 작업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임센터장은 일본과 미국에 비해 우리 현실은 너무나 안타깝다며 진한 아쉬움을 표했다. 국내에서는 현재 SK, GS칼텍스, 가스공사 중심으로 수소스테이션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연료전지의 ‘매력’
임센터장은 연료전지차의 장점에 대해 ‘연료전지차는 부분 부하(partial load) 조건에서도 효율이 거의 똑같다’는 점을 들었다. 연료전지차는 시내를 주행하든 고속도로를 주행하든 효율 변화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실제 고속도로와 같이 최적화된 조건이 아닌 시내에서 도로주행(road following)을 하게 되면 연료전지차의 효율이 일반차보다 서너 배 앞설 수 있다.

최근의 연료전지차는 가솔린 하이브리드나 디젤 하이브리드 자동차처럼 일반적으로 배터리나 슈퍼커패시터를 함께 붙이는 형태로 개발되고 있다. 정확히 표현하면 ‘연료전지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된다. 임센터장은 “버스는 슈퍼커패시터와 붙이고 승용차는 배터리와 붙여 제동 시 제동 에너지를 회수하는 방향으로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완전한 연료전지차로 가는 것보다는 하이브리드로 개발하는 것이 효율 면에서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제로백(ZERO100,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시간) 성능을 고려했을 경우에도 배터리를 같이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연료전지차는 연료전지 스택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최대 파워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제로백 성능이 일반 가솔린차보다 떨어진다. 이런 문제를 배터리를 통해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고 임센터장은 설명했다.

FCV 시대 착실히 준비
각 나라의 연료전지 기술 수준을 연구개발비 기준으로 평가해 보면, 일본과 미국이 쌍벽을 이룬다. 그리고 EU와 한국, 중국이 그 뒤를 각각 잇고 있다고 한다. 연구 인력은 도요타가 1000여명, GM이 약 600여명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임태훈 센터장은 영국에서 발행되고 있는 한 연료전지 전문 소식지의 자료를 인용, 우리의 연료전지 기술 수준을 제시했다.

“EU의 경우, 독일과 이태리를 뺀 나머지 국가들은 투자를 많이 하지 않는 편입니다. 독일이 우리와 비슷한 규모로 투자를 하고 있지만, 독일은 연방국이기 때문에 통계 잡기가 까다롭다는 점을 감안할때 우리보다 약간 많지 않나 생각합니다. 오히려 이태리가 우리와 비슷한 수준으로 판단됩니다.”

임센터장은 한국이 국력에 비해 연료전지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편이라고 했다. 특히 자동차용 연료전지 분야는 상당히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사실상 현대자동차의 개발 경쟁력이 곧 우리나라 연료전지차의 기술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자동차는 2000년 6월부터 캘리포니아 연료전지 시범사업(CaFCP)에 참여하고 있다. CaFCP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새크라멘토에 있으며 수소연료전지차 상용화의 전초 기지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일본 각각의 자동차 ‘빅3’와 현대자동차, 폭스바겐 등 총 8개 주요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이곳에서 수소연료전지차 상용화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공동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01년 6월 현대자동차는 세계 최초로 350기압 수소 충전에 성공했다. 2004년에는 냉시동 및 운전 가능한 투싼 연료전지 차량을 개발하고, 지난해에는 700기압 압축 수소탱크 개발에도 성공했다.

현재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보급 촉진을 위해 현대자동차와 KIST의 주도로 80kW급 승용차용 연료전지 스택 개발과 200kW 버스용 연료전지 스택 개발 과제가 진행되고 있다. 80kW급 승용차용 연료전지 스택 개발 과제는 시작한 지 1년 6개월만에 가시적인 성과를 일궈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임센터장은 “외산 스택과 비교해 보면 초기 성능은 비슷하나, 내구성이 약하다. 아직도 개선해야 할 점이 많지만 그래도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품 국산화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스택 개발 과제와 함께 2006년 8월부터는 산업자원부의 지원으로 모니터링 사업이 진행중이다. 연료전지차의 조기 상용화와 경쟁력 확보를 지원하기 위한 ‘수송용 연료전지 모니터링 사업’은 2008년까지 3년간 국비 240억원(총사업비 480억원, 민자 240억원)이 투입되는 프로젝트다. 이 사업을 통해 2008년까지 국산 연료전지를 탑재한 차량 34대(승용차 18대, 버스 2대)를 투입, 운행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기술표준체제 마련, 전문 부품업체 육성, 수소충전소 및 법규 정비 등 인프라 구축 기반을 조성할 계획이다. 특히 차질이 우려되는 수소충전소 구축과 관련해서는 모니터링 사업 성과를 토대로 단계적으로 수소충전소를 전국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수소충전소는 2차년도에 제주 풍력 단지와 연계한 물전기분해 충전소를, 3차년도에는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Truck-in 방식의 충전소를 단계적으로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정부의 목표는 2008년까지 9기의 수소충전소를 구축하는 것이다. 정부의 사업 계획에는 수소연료전지차의 국산화 목표도 포함되어 있는데, 2008년까지 국산화율 70%, 내구성 2,000시간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연료전지차는 여전히 시장성을 탐색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아주 장기적인 과제임에는 틀림없다. 현시점에서 얼마나 오래 기다려야할 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안좋은 소식은 여러 가지 대안 중에 하나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산업계가 기대하고 있는 바로 그 비슷한 시기에 완전한 상용화가 이뤄지는 것이다. 갈 길이 멀다.


         [사진 1] 독일월드컵 공식 후원 차량으로 제공된 투싼 20FCE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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