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박 철 완 박사 <myriad@drexel.edu>
드렉셀대학교 기계공학과 초빙조교수
짙은 전흔을 남긴 채 2008년이 질풍과 같이 지나갔다. ‘천년’을 갈 것 같던 기업들이 무너졌고, 또 무너지려 하고 있다. 자동차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2008년 하반기 미국 자동차 빅3 중 GM과 크라이슬러 LLC(Chrysler LLC)가 Chapter 11 직전까지 갔지만 기사회생한 상태다. 사실상 망했었다고 보는 것이 옳을지도 모르겠다.
2008년 11, 12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릭 왜고너(Rick Wagoner) GM 회장이 <의견>란에 GM을 살려달라고 읍소 반, 자해 반의 느낌을 주는 글을 투고했다. 또 전미 자동차노조연합(UAW) 의장이 현재 상황이 자신들로 인해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변명아닌 변명을 기고하기도 했다. 12월 이내에 지원이 결정되지 않으면 자신들은 망할 수 있다는 자해에 가까운 협박성(?) 글도 올렸다.
전체적인 경제위기 상황이 심화되면서 미국 자동차 소매쪽 상황은 극히 어려움에 빠져 있다. 토요타자동차는 미국에서 창사 이래 처음으로 0% APR 조건을 내걸었고 다른 자동차 제조사들과 딜러들도 이에 상응하거나 흡사한 조건을 내걸며 자동차 판매 진작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프랑스 자동차산업의 매출 급감 소식이 전해지고, 한국으로부터는 일시적인 조업 중단과 쌍용자동차에 대한 중국 상하이자동차의 경영 포기 소식이 들린다.
이런 종류의 이야기만 일일이 통계 수치를 나열하며 풀어내도 지면 수십 장을 너끈히 채울 수 있을 정도로 할 얘기가 많지만, 여기서는 최근 전 세계에 휘몰아치고 있는 경제위기 상황을 접목시켜 미국 하이브리드 카 산업을 들여다보기로 하겠다.
벼랑 끝 빅3
미국 현지에서 바라보았을 때, 자동차 빅3가 처한 팩트는 두 가지라 할 수 있다. 하나는 크라이슬러 LLC가 이미 몰락의 길을 걷고 있었으며 안정화된 상태로 보기 어려운 회사였고, 여기에 GM의 몰락이 급격히 부각되었다는 사실이다. 또 하나는 포드 자동차가 두 회사에 비해 그나마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편이라는 정도다.
WSJ나 뉴욕타임스 등 미국의 유력 언론 보도에 따르면, 12월 내에 GM과 크라이슬러 LLC는 정부로부터 구제책이 발효되지 않으면 Chapter 11로 파일링되면서 회사는 회생 내지는 정리 절차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또 포드 자동차가 비록 2009년은 버틸 수 있는 힘과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경제침체 상황이 지속되면 하반기에 GM과 같은 운명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 세세한 것은 다 털어내고 현재 미국 자동차 빅3의 상황을 단순화시켜 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겠다.
쪾 크라이슬러 LLC와 GM은 사실상 파산 상태다. 현 경제상황에서 자구책을 마련할 수 있을만한 능력이 극히 부족하며 정부 지원책이라는 ‘영양 주사’로 근근이 생명을 이어가는 상황이라 볼 수 있다.
쪾 포드 자동차는 전체적인 경제상황에 의해 회사 재무구조가 2009년에 악화될 여지가 남아 있다. 하지만 이번 정부 지원을 통해 회사가 살아갈 수 있는 방향성이나 전략 구사에 있어서 자유도를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12월 내내 WSJ에는 자동차 빅3 처리에 대한 극단적인 의견이 쏟아졌다. 이대로 망하게 하자는 의견도 무시할 수 없는 흐름이었다. 특히 리먼브라더스의 파산 처리, 양대 모기지 기관인 프레디맥과 패니매의 국유화 처리, 그리고 워싱턴뮤추얼·베이스턴스 등 수많은 은행들이 M&A 되거나 약 200여개 은행들이 파산 처리될 수 있는 상황에서 왜 자동차 회사만 특혜를 주느냐는 의견이 강하게 제기됐다. 물론 빅3는 정부 지원을 통해 잘 버티고 있는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AIG)과 시티뱅크를 예로 들며 자신들도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미 상원 등에서 빅3에 지원을 해줄만한 “근거”를 요구했지만 빅3의 최초 접근은 다분히 “감성적인”면이 강했다. 그냥 살려달라는 것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상원은 이에 대해 단호한 거절 의사를 표명했으며 자구책에 대한 계획을 요구했다. 이후 각사는 수십 장에 이르는 자구책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런 절차를 걸쳐 한 번의 상원 반대를 극복하고 일단 올해는 살아갈 수 있는 영양분을 공급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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