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 위기로 침체를 거듭하고 있는 세계 자동차 산업이 내년부터 점차 회복될 전망이다. 또 향후 시장 재편 과정에서 한국 등 아시아 OEM들의 점유율 확대가 기대된다.
CSM월드와이드 애널리스트들은 북미 빅3의 파산 위기, 유력 OEM들의 잇따른 감산 현황을 전한 뒤 북미, 유럽, 중국, 아시아 등 주요 자동차시장에 대한 ‘나이스한 전망’을 내놨다.
CSM의 마이클 로비넷(Michael Robinet) 글로벌 자동차시장 예측 총괄 부사장은 “미국 등 전 세계 자동차시장이 판매 부진과 재고 조정으로 크게 위축돼 있지만, 세계 경제 호전이 본격화될 내년 초부터 자동차시장도 회복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세계 자동차 생산량이 올해 5,500만 대로 바닥을 치고 내년부터 회복돼 2015년에는 8,000만 대 수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또 향후 자동차시장의 주요 키워드는 중소형차 강세, 신흥시장 주도 성장, 친환경 및 연비 강조, 저비용 기술, 업계 간 통폐합 등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 자동차시장 키워드
- 소형차, 연료절감형 위주로 생산 전환
- 신흥시장 주도 성장
- 완성차 업체, 핵심 부품공급업체 위주로 협력 업체 정리
신용의 문제
세계의 경제 불황은 자동차 소비층의 구매력을 급속히 냉각시킴으로써 미국 빅 3는 물론 토요타, 벤츠, BMW 등 소위 ‘잘 나가는’ 회사들까지도 뒤흔들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자동차 수요와 직결되는 경제지표인 실업률이 계속해서 치솟고 있다. 로비넷 부사장은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한 지 3주가 지난 지금, 새로운 실업률 가정으로 전망치를 수정해야 할 판”이라며 “미국 실업률이 곧 9%를 넘어설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2008년 12월 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7.6%로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업률은 올 한해 지속적으로 올라 연말께 정점에 이를 전망이다. 미국 경기 호전, 실업률 하락은 오바마 대통령의 부양책이 효과를 나타내게 될 2010년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로비넷 부사장은 미국의 신용 위기와 모기지 부실 등에 따른 금융 위기가 북미, 유럽 등 주요 자동차시장의 수요 추락의 직접적 도화선이라고 말했다. 경기선행지표인 소비자신뢰지수(Consumer Confidence Index)는 통상적으로 고가품 구매의 좋은 지표인데, 2007년 8월 미국의 월간 소비자신뢰지수는 90이었으나 올 1월 현재 60을 간신히 넘고 있다. 이에 따라 북미 지역의 12개월 자동차 수요 평균치는 2007년 8월 135만 대에서 1월 현재 105만 대로 급감했다. 로비넷 부사장은 “소비자신뢰지수는 특정 시점에 소비자들이 미래를 낙관하고 있는지,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은 없는지, 또 만약 자동차를 구매한다면 할부를 계속 갚을 수 있을 지에 대한 판단”이라며 “소비자의 낙관이 있기 전까지는 차량 판매나 경제 회복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CSM은 북미 자동차 수요 전망을 보다 하향 조정하려 하고 있다. 이는 세계 각국이 금융, 자동차산업, 주택시장, 무역수지 개선 등을 위해 돈을 쏟아 붙고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투입된 돈은 향후 세금으로 다시 걷어 들여야 하므로, 장래 자동차 구매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선진국의 자동차 구매는 대부분 할부, 리스 형태로 이뤄진다. 그러나 은행이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신용 등급, 대출 기준이 97년부터 급격히 상향 조정되고 있다. 최근의 금융권 위기는 이같은 현상을 더욱 부추기고 있어 대출은 갈수록 힘들질 전망이다. 소비자들 또한 은행 대출을 원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로비넷 부사장은 “소비자 대출 기준, 대출해 주려는 은행의 의지, 소비자들의 대출 수요가 만나야 세계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북미 지역 자동차 생산현황을 살펴보면, OEM들은 현재 재고를 처리중이다. 매출이 급속히 떨어지면서 생산도 조정됐지만, 여전히 생산 감소 추이가 매출 하락을 따라가질 못하고 있다. 그러나 2011년쯤 되면 경기가 호전되고 CAFE 규제가 적용되면서 생산뿐만 아니라 연비를 중심으로 한 R&D도 살아날 전망이다. CSM에 따르면, 2010년에 혼다가 인디애나 주에, 토요타가 캐나다에, 기아가 조지아 주에 생산 설비를 확장하고 북미시장에 새 자동차를 론칭할 계획이다.
로비넷 부사장은 “업계는 올해와 내년 새로운 생산 속도를 찾아야 한다”며 “지난해 미국의 경우 유가가 갤런 당 5달러까지 치솟았으며 4/4 분기에는 소비자 신뢰, 신용 경색으로 자동차 수요가 급감해 자본이 충분치 않은 회사들이 미래 생산 프로그램(Future Product Program)을 축소하고 소규모 자산으로 채산성 높은 핵심 사업 부문에만 투자했다”고 지적했다.
빅3 붕괴, 현대의 기회(?)
CSM은 디트로이트 빅 3 사태와 관련해 크라이슬러가 해체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로비넷 부사장은 “미국의 과잉 생산 정도가 심각하다는데 논란의 여지가 없다”며 “자동차 OEM 역시 너무 많다. 2011년까지 크라이슬러는 해체될 것이며 현재 파산 과정을 밟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북미 지역의 설비 이용률은 50% 수준으로 떨어졌다. 설비 이용률은 최소 70%가 돼야 채산성을 맞출 수 있다. GM은 미국, 캐나다, 멕시코에서 2004년까지 매년 550만 대 생산을 유지했지만, 올 현재 생산량은 200만 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포드는 올해 생산을 회복하기 시작하겠지만 속도는 느릴 전망이다. 토요타는 98년 이후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늘어 200만 대까지 올라갔으나 역시 올해 들면서 감소했다. 그러나 다시 회복해 급속한 상승세를 탈 전망이다. 로비넷 부사장은 “몇몇 OEM들의 회복이 예상되지만 크라이슬러는 과거의 300만 대 생산을 다시는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며 “기아 카니발의 경쟁 모델인 미니밴이나 지프 랭글러 등의 특별한 모델만이 살아남아 다른 회사로 팔릴 것”으로 내다봤다.
2000년만 해도 북미 지역 생산량의 77%는 GM,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 등 빅 3가 장악했었다. 그러나 빅 3의 생산량은 2009년 저점을 찍은 후 서서히 상승하겠지만 2013년을 정점으로 45%대에 머물면서 그 나머지를 토요타, 혼다, 닛산, 현대기아 등 ‘아시안 4’가 차지할 전망이다.
북미의 국가별 생산은 멕시코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의 생산 규모는 2004년 150만 대에서 2015년에 320만 대로 증대될 전망이다. 반면 캐나다는 270만 대에서 200만 대로 감소할 전망이다.
자동차 모델과 관련해서는 판매 부진과 OEM들의 재정 악화로 차량 연령(Vehicle Age)이 늘었다. 그러나 향후 2~3년 후 급격히 낮아질 전망이다. 차량 나이 증가는 서플라이어들에게도 압박 요인이 되고 있다. 새로운 프로그램에 따라 새 부품을 팔아 마진을 늘려야 하는데 현재 신차 계획이 거의 없어 오래된 부품을 팔고 있기 때문이다. 주로 멕시코에서 많이 팔리는 기아 모닝과 같은 경차 세그먼트는 북미시장에서 인기가 낮아 디자인이 굉장히 낡고 있다. 그러나 2012년이 되면 포드, 닛산, GM 등의 신차가 나오면서 단기적으로 평균 연령이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C 세그먼트의 경우엔 현재 생산 이후 60개월, 5년 이상 된 차들이 대부분이다. 폭스바겐을 예로 들면 2011년까지 차량 나이가 늘다가 멕시코의 푸에불라 등지에서 새 차가 출시되면서 연령이 낮아질 전망이다. GM은 신차 출시가 늦어지고 있지만 2012년이면 CAFE 규제 대응을 위해 새 차를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로비넷 부사장은 “CAFE와 같은 규제는 채산성 높은 큰 차 생산을 힘들게 하고 연비가 높은 소형차 생산을 강요한다”며 “이에 따라 BㆍCㆍD 세그먼트가 각광받게 되어 현대기아 등 아시아 OEM들이 유리한 지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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