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업체의 합종연횡이 활발하다. 파산과 인수합병, 구제금융의 소용돌이 속에서 생존을 위한 묘수 찾기가 한창이다.
올해 들어 자동차 판매량은 어느 국가, 회사를 막론하고 평균 20~30% 이상 줄었다. 세계 자동차업계를 충격에 빠뜨린 미국 자동차 빅 3의 파산 위기, 업계의 모범생 일본 토요타자동차의 적자 기록(2008 회계연도에 약 6조 원 적자), 무산되긴 했지만 유럽 최대 자동차회사인 독일 폭스바겐과 포르쉐의 합병 계획 발표 등 세계 자동차시장이 심하게 요동치고 있다.
프로스트 앤 설리번 자동차&수송 사업부의 비벡 바이댜 이사는 “올 연말에나 돼야 경기부양 효과로 신용 경색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며 “유럽 자동차시장은 2010년 중반부터, 미국 자동차 시장은 2009년 4분기부터 점차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세기 넘게 미국이 주도하던 자동차산업은 1960년대 들어 일본이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으며 1990년대 이후에는 선진국이 독점하던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한국, 중국의 자동차업체들이 경쟁자로 부상했다. 최근에는 자동차산업의 중심지가 동북아 지역과 신흥시장으로 옮겨가고 있으며 환경 및 안전 규제가 자동차 개발과 보급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와 관련 바이댜 이사는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주요 이슈를 다섯 가지로 집약했다.
첫 번째는 금융위기가 자동차업계의 기술 투자 가능성과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쳐 공동 기술개발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는 것. 바이댜 이사는 “BMW, 포드, GM, 크라이슬러 등 선진 자동차 OEM들이 예전엔 독자적으로 개발하던 기술을 이제는 공동 투자를 통해 협동 개발함으로써 부담을 덜고 투자 효율성 향상을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의 경우 2010년에는 생산원가에서 소프트웨어의 비중이 35%(하이브리드 카의 경우 5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비경쟁 영역은 소프트웨어의 재이용, 소프트웨어의 공동개발 및 표준화에 의한 투자의 효율화를 도모하고 있다.
두 번째는 엄격한 배기가스 규제와 유가 인상으로 인해 배출가스 저감과 좀더 연료 효율적인 자동차를 공급하려는 업계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초저가 차 시장이 커진다는 것이다. 바이댜 이사는 “전에는 초저가 차를 개발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말이 많았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싼 타타모터스의 ‘나노’ 이후 5~7년 뒤에는 많은 종류의 초저가 모델이 출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도의 타타모터스가 출시한 세계 최저가 승용차 ‘나노’의 출고 가격은 10만 루피(약 260만 원)다.
바이댜 이사는 “초저가 차의 주요 고객은 오토바이나 엔트리 카를 타던 사람들이 될 것이며, 시장은 오토바이 인구가 많은 인도나 중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저가차는 중고차 시장과 경쟁할 것이다. 중고차 가격이면 새 차를 살 수 있다는 장점을 살려 이 시장을 적극 공략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동차 메이커들이 전에는 저가형 차가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으나, 이제는 수익을 낼 수 있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네 번째는 BRICs 국가로 자동차 생산 거점과 시장이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이댜 이사는 예전엔 BRIC 국가 전체를 합쳐도 미국 내수 시장을 따라가지 못했는데, 올해 중국의 내수 시장이 미국을 추월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다섯 번째는 에탄올, CNG 등 다양한 대체연료를 사용하는 차가 개발되고 있다는 것이다. 바이댜 이사는 “연료는 보이지 않는 진입 장벽이 되고 있다. 이란에 진입하고자 하는 업체는 휘발유보다는 CNG 차량을, 브라질에서는 에탄올 차량을 만들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자동차를 디자인 할 때, 시장의 특성과 국가의 문화를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고가 차량의 경우에 디자인 측면에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은 운전석이 아닌 뒷좌석으로, 고가 차량을 구매하는 사람은 운전석에 앉아 손수 운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게 이유다.
바이댜 이사는 한국 자동차업체가 북미 지역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는 있지만, 미국과 일본 자동차 업체들에 의한 양강 구도는 깨지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 자동차업체들은 동유럽이나 중국, 남미 등 신흥시장에서 계속 기회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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