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국가처럼 중국 경제도 세계 금융위기의 영향을 받았다. 그 결과 중국 승용차 시장은 2008년 3/4분기부터 둔화되기 시작해 4/4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이는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은 곧 소비 심리가 긍정적으로 바뀌면서 회복됐다. 2009년 1월 중국 정부는 신차 판매 증대를 위한 인센티브 정책을 폈고 소비 심리 불안이 제거되면서 2월부터 승용차 시장이 반등했다.
중국의 지난해 승용차 시장은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했다. 생산량은 836만 대로 전년대비 46% 성장했다.
2009년 46% 성장
승용차 생산을 세단, MPV, SUV로 구분해 보면 세단의 인기가 가장 높았다. 세단은 2008년에 비해 250만 대 증대된 총 745만 대로 전년대비 48% 성장했다. SUV의 점유율도 빠르게 늘고 있다. 반면 MPV는 중국 소비자 중 가족 단위 고객이 많지 않아 점유율이 높지 않다. MPV의 주요 고객은 정부와 기업들이며, 때문에 경제 상황과 상관관계가 매우 높게 나타난다.
CSM월드와이드의 제리 황(Jerry Huang) 중국 자동차시장 예측 담당 매니저는 “2009년 상반기 SUV가 반등할 때 MPV 비중은 감소했다. 그러나 향후 도시의 젊은 중산층 고객들에게 인기를 얻으며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단을 배기량 기준으로 세분화해 보면 정부의 소비세 감면 정책 혜택을 가장 많이 받는 1리터에서 1.6리터 급 세단의 생산 비중이 높았다. 전년대비 생산량은 64% 증대됐다. 1리터 이하의 세단 생산량은 전년대비 6% 성장했지만 절대적 볼륨은 낮다. 중국에 왜건은 없지만 해치백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중국과 대만의 승용차 바디 타입을 비교하면 대만의 바디 타입이 중국에 비해 다변화 돼 있다. 그러나 향후 두 지역의 문화가 같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중국은 대만의 양상을 따라갈 전망이다.
인기가 높아가고 있는 SUV 세그먼트는 오프로드 SUV, 픽업 SUV(Pickup Derived SUV), 시티 SUV 세가지로 분류한다. 오프로드 SUV의 소비자는 매우 제한적이며 기업 시장 약세로 감소 추세다. 픽업 SUV는 로우엔드 제품으로 대부분 중국의 로컬 OEM들이 생산하고 있다. 시티 SUV와 크로스오버는 SUV 시장의 중심으로 중국 소비자들이 두 번째 차를 살 때 고려하는 차가 되고 있다. 때문에 새 SUV 모델들이 출시되고 교체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볼륨은 더욱 증대될 전망이다.
메이커별 동향을 살펴보면 중국 자동차시장이 초기 단계였던 10년 전에는 유럽 메이커들의 비중이 매우 높았고 폭스바겐이 시장의 리더였다. 그러나 현재는 전 세계 거의 모든 브랜드가 중국에 진출해 있다. 약 60개 브랜드가 활동 중이다.
최근 들어서는 유럽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을 일본과 한국 메이커들이 잠식하고 있다. 특히 현대기아자동차의 점유율은 중국 진출 이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2007년 이후 유럽과 일본 OEM의 대응으로 잠시 주춤했으나 지난해 뉴 엘란트라 모델을 출시하며 다시 증가하고 있다. 일본 브랜드의 점유율은 지난해 감소했는데 이는 토요타의 생산 계획이 보수적으로 조정되며 성장 기회를 잃었기 때문이다. 중국 로컬 OEM의 시장 점유율은 정부의 콤팩트 카 장려 정책에 힘을 받으며 서서히 증가하고 있다.
중국의 자동차 생산은 글로벌 메이커들이 주도 하고 있다. 폭스바겐의 생산량이 가장 높고 현대, GM, 토요타, 혼다, 르노닛산, 체리, 포드, BYD, 지리 순이다. 제리 황 매니저는 “아우디, 스코다, 폭스바겐 브랜드를 생산하는 폭스바겐은 여전히 중국의 넘버1 OEM이다. 현대는 두 번째로 큰 메이커가 됐다. 중국 로컬 OEM 중에서는 BYD가 로우엔드 C세그먼트 시장에서 가장 큰 성장을 했다. 톱10 모델을 보면 7개의 모델이 C세그먼트의 세단들이었고, 이중 8개 모델이 한국과 일본 메이커들의 모델이었다”고 말했다.
상용차 시장에서는 미니버스의 부상이 눈에 띈다. 미니버스는 경트럭, 미니 트럭 등을 제치고 상용차 시장의 챔피언이 됐다. 이는 정부가 미니버스 구입시 10%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니버스 고객들은 대부분 중소기업주와 농어민들인데 이들은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지난해보다 못한 올해
제리 황 매니저는 “중국 경제 전반에 대한 전망이 낙관적이지만 올해 중국 자동차시장은 지난해의 46% 성장을 넘어설 수 없을 것”이라며 “승용차 시장은 14% 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CSM월드와이드는 중국의 신차 구매 인센티브 정책과 중소 도시의 수요 증대가 가장 긍정적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1.6리터 이하 차량 구매에 대해 5~10% 소비세 감면 정책을 펴며 자동차시장을 부양시켜왔다. 그리고 지난해 11월에 이 정책을 올해까지 연장키로 결정했다. 소비세는 2.5% 증대돼 7.5% 수준이 될 것이지만 여전히 가격에 민감한 로우엔드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할 전망이다.
노후차 교체 프로그램(Cash for Clunkers Program)의 경우엔 지난해 큰 성과를 내지 못했었다. 이는 중국 소비자의 80%가 생애 최초로 자동차를 구매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현금 보조 규모를 3배로 늘려 프로그램 효과를 높일 계획이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노후차 교체에만 영향할 전망이다.
미니버스에 대한 10% 보조 정책도 연장됐다. 이에 따라 수요가 늘고 메이커들 또한 경쟁적으로 새로운 모델을 출시할 전망이다. 그러나 미니버스의 성장치가 2009년 수준에 이르기는 힘들 전망이다.
제리 황 매니저는 “인센티브 정책의 효과는 이미 중국의 준비된 수요에 기인한 것들이다. 중요한 것은 수요가 어디에서 나오는가를 알아내는 것이다. 중국의 전통적 시장은 연안지역이었지만 지난해 대부분 신규 판매는 내륙의 중소도시 등에서 나왔다”며 “이 도시들은 자동차 이용률이 낮은 지역들이며 세계 금융위기를 덜 받았다. 올해에도 이 도시들의 역할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중국 자동차시장의 부정적 요인으로는 중국 정부의 금융정책 변화와 인플레이션, 생산 능력, 인프라 문제를 들 수 있다. 정부의 통화정책은 자동차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경제의 성장 둔화를 막기 위해 이완 통화정책을 발표했다. 이로 인해 통화 공급이 늘었고 주식시장은 즉각 반등했다. 동시에 자동차 판매는 2009년 1/4분기부터 빠르게 회복됐다. 자동차 판매가 증대된 것은 많은 잠정 고객들이 주식시장에서 돈을 벌어 자동차를 구매하기 때문이다. 또 정부 지출과 투자도 늘어났다. 올해에도 이같은 정책이 유지돼 경기 회복을 도울 전망이다. 그러나 하반기엔 인플레이션 우려로 긴축 통화정책으로 돌아서며 자동차시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완 통화정책은 인플레이션 문제를 야기한다. 2007년 3/4분기 상하이 주식시장 지수는 이완 통화정책으로 피크를 쳤고 이후 주택 가격이 폭등했다. 이어진 2008년 하반기에는 인플레이션이 중국을 강타했다. 올해 이 사이클이 반복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제리 황 매니저는 “경기 회복을 위해 2009년 초부터 이완 통화정책을 펴고 있는데 주식시장이 또 다시 피크를 쳤고 이후 부동산 가격과 소비자 물가지수가 빠르게 올라갔다. 생계비 증가는 로우엔드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내 자동차 메이커들의 올해 생산 능력은 한계가 있다. 대부분의 OEM들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설비 투자를 유보했다. 새 공장을 짓고 시설을 마련하는데 최소 18개월이 걸리는 만큼 올해 새로운 공장의 가동은 없을 전망이다. 제리 황 매니저는 “중국시장이 지난해 46% 성장하는 동안 대부분의 메이커들은 잉여 설비를 가동하거나 초과 생산에 나서 생산을 4배 가량 늘렸고 이에 따라 설비 가동률이 중요한 이슈가 됐다”며 “어떤 메이커들은 공장 노동인력을 8시간 2교대 250일 조업에서 10시간 2교대 300일로 증가시켰다”고 말했다.
부족한 교통 인프라도 문제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2륜 차량 국가로 도시 교통 인프라가 발전되지 못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차량 수가 급속히 증대되면서 도로 네트워크에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 대중교통 수단도 부족하다. 제리 황 매니저는 “유감스럽게도 빠른 해법이 없는 상황이다. 비용, 도시 공간 차원에서 인프라 확장은 빠르게 이뤄질 수 없다. 이는 상하이, 베이징 등지의 신차 판매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60개 브랜드의 과도한 모델도 시장의 불안 요소다. 지난해 고성장이 반복될 수 없는 상황에서 너무 많은 모델들이 출시되고 있고, 이에 따라 부품회사의 투자가 위태로워지고 있다. 메이커들의 마진이 떨어지고 회사 간 가격 경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중국의 로컬 OEM들에게 좋지 않은 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다. 올해 4개의 로컬 브랜드가 추가로 시장에 뛰어들 것이며 이중 3개 회사는 국유회사다. 로컬 메이커들은 적극적으로 생산 라인을 늘려 모델을 출시하고 있다. 이는 로컬 OEM이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소유여서 재정적 뒷받침으로 절대 실패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제리 황 매니저는 “해외 기업을 인수하더라도 성공적으로 운영한다는 보장은 없다. 중국 메이커들의 역사, 경험은 너무 짧다. 이들 메이커들은 더 많은 시간을 확보하고 경험을 축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로컬 OEM들은 최근 들어 멀티 브랜드화를 시도하고 있다. 리딩 메이커들은 그동안 마진이 낮은 로우엔드 마켓에 주력할 수밖에 없어 소비자들의 브랜드 충성도도 낮았고 이를 만회 하고자 포트폴리오를 늘리는 등 위험요소가 많은 새로운 브랜드를 개발 론칭하고 있다. 예를 들어 체리는 하이엔드 브랜드로 리치를, 비즈니스 세단 브랜드로 릴라이를, 상용차 브랜드로 캐리를 론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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