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메이커들은 자동차가 전자화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깊이 이해하지만, 그것이 기존의 제품 설계나 개발 관행에 어떤 변혁을 요구하는 지 등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있는 듯하다.
현시점에서 자동차 메이커들 사이에 전기·전자 부문 엔지니어의 채용을 늘리고 있는 점은 반길 일이긴 하나, 이와 더불어 기존의 기계적 부문을 포함하여 타 개발 부문과의 융합이나 역할 설정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리라 생각된다. 과거처럼 개발조직을 파워트레인, 바디, 새시 등 자동차 본래의 기능이나 부위별로 분명하게 구분하여 폐쇄적인 개발 프로세스를 적용하고 있는 자동차 메이커가 있으리라 판단되지는 않는다.
최근 들어 세계 주요 자동차 메이커들은 전기·전자 엔지니어들의 비율을 지속적으로 높여가고 있다. 적게는 총 개발인력의 10%에서 많게는 20%를 상회한다고 한다. 2010년에는 자동차 가격의 35%~40%를 전기·전자 부품이 차지하고 자동차의 기술혁신의 90%가 전자분야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한다. 지금이야 전자 엔지니어들을 핵심 인력이 아닌 보조인력 쯤으로 여기는 자동차 메이커는 없으리라 생각된다. 이런 추세라면 머지않아 자동차산업이 IT인력의 최대 수요처가 될 가능성도 점쳐 본다. 좀 과장이 있다손 치더라도 큰 흐름이 그렇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메카닉스 부분과 일렉트로닉스 부분을 명확하게 구분짓는 조직 구조가 아닌 양자를 적절히 융합시킨 새로운 조직 구조를 도입하는 자동차 메이커가 늘고 있다. 기존처럼 자동차 부위별로 구분된 개발조직 틀에서 전자 엔지니어를 분산 배치하는 경우도 있고 자동차의 안전성, 쾌적성 등 특성별로 조직을 재편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자동차 부위별로 전자 부문 인력을 배치하는 경우, 전자 엔지니어가 각 부위별 고유 특성을 이해하고 깊이 있는 기술을 습득하는 데 효과적이며 노하우의 집약화에 유리한 점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반면 안전성, 쾌적성, 편리성 등에 따라 조직이 편성된 경우에는 엔지니어가 자동차의 여러 부위를 이해하고 시장 트랜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 유리한 면이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두 가지 방식이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닌 듯하다. 상호 이질적인 개발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던 집단이 공통의 목적을 위해 조화를 이룬다는 것이 그리 쉽지 만은 않다는 생각이다. 특히 우리의 조직 문화를 생각해 볼 때, 단순한 `기우`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우리가 어떤 방식을 취하든 간에 조직 간 이해와 원활한 의사소통이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다.
자동차산업은 시장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개발기간을 단축해야 하고 점점 더 엄격해지는 환경 및 안전 규제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비용 절감을 극대화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런 환경에서 IT 한국을 이끌어온 전기·전자 엔지니어들이 자동차산업에서도 단순한 구원투수가 아닌 4번 타자의 역할을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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