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18 / 07월호 지면기사
/ 한상민 기자_han@autoelectronics.co.kr
.jpg)
터치 필름 기반 인터랙션 데모. 손가락 입력으로 파티션 윈도의 컨텐츠를 사이드 윈도로 이동시키고 조작도 할 수 있다.
Auto China에서 NanoAR이 보여준 것은 더 큰 스크린이 아니라, 유리 자체가 인터페이스가 되는 장면이었다. 파티션, 선루프, 사이드 윈도, 윈드실드가 모두 디스플레이 레이어가 되면서 자동차 실내는 미디어 공간으로 바뀐다. 현장 시연은 완벽하지 않았지만, 투명한 유리 위에 두 개의 상이 동시에 존재하는 장면은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SDV 시대의 UX는 화면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표면을 어떻게 재정의하느냐의 문제로 가고 있다.
글 | 한상민 기자 _ han@autoelectronics.co.kr
IN ENGLISH
.jpg)
부스 입구, 말 한 마리가 달리다
Auto China 2026 전시장 한켠, 파란 부스 입구 상단에 황금빛 말 한 마리가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 말이 달리는 표면은 불투명한 패널이 아니었다. 투명한 유리 같은 필름 위로 말의 형상이 선명하게 떠 있었고, 필름 너머로는 전시장 풍경이 그대로 보였다. 두 개의 상이 동시에 존재하는 표면. 그게 Photonic Crystal이 이번 전시에서 내건 첫 번째 장면이었다.
부스 현판에는 세 단어가 나란히 적혀 있었다. "WORLD PREMIERE. FULL-DOMAIN WINDOW. AUTOMOTIVE-GRADE." 세계 최초 공개, 차량 전체 윈도 적용, 그리고 양산 등급. 이 세 단어가 NanoAR(Photonic Crystal)이 Auto China 2026에서 꺼낸 메시지의 전부였다.
부스 안에는 검은색 세단 한 대가 세워져 있었다. 외관만 보면 평범한 차다. 하지만 사람들이 줄을 서서 뒷문을 열고 들어가고 있었다.
“이건 일반 디스플레이가 아니에요.”
아델 리우(Adele Liu) 글로벌 세일즈 매니저가 차 옆에 서서 방문객들에게 기술을 설명하고 있었다. 누군가 당연한 듯 물었다. “요즘 모든 차가 디스플레이를 씁니다만, 이건 다른 겁니까?” 그녀가 답했다.
“맞아요. 이건 투명 디스플레이입니다.”
차 안으로 들어갔다. 후석 공간은 어두웠다. 그런데 어두운 만큼 더 선명하게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앞 좌석 뒷면 전체를 채운 대형 투명 스크린 위로 선명한 그래픽이 흘렀다. 더 위쪽 선루프 유리 전체에는 은하수 영상이 펼쳐져 있었다. 오른쪽 사이드 윈도에도 같은 그래픽이 표시되고 있었다. 앞을 보면 스크린, 위를 보면 은하, 옆을 보면 또 다른 화면. 차 안 전체가 하나의 디스플레이 공간이었다. 그리고 어디에도 기존 패널은 없다.
“이건 터치 필름입니다. 유리 위에 붙이는 나노 광학 소재에요. 프로젝터의 빛을 받아 화면을 만들면서도, 반대편 빛은 그대로 통과시킵니다.”
투과율 80% 이상, 헤이즈 2% 미만. 이 수치가 의미하는 것은 영상이 표시되는 동안에도 창문 너머 바깥이 보인다는 것이다. 필름 자체가 화면이자 유리인 상태다.
.jpg)
.jpg)
앞을 보면 스크린, 위를 보면 은하, 옆을 보면 또 다른 화면. 차 안 전체가 하나의 디스플레이 공간이었다. 그리고 어디에도 기존 패널은 없다.
프로젝터는 뒷좌석 중앙 콘솔에 있었다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저 영상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발 아래를 보니 뒷좌석 중앙 콘솔 위에 손바닥만 한 DLP 프로젝터 하나가 올라가 있었다. 작은 상자였다. 그 장치 하나가 앞 파티션 스크린과 천장 선루프 영상을 동시에 만들고 있었다. 해상도는 프로젝터에 따라 달라진다. 최대 8K까지 구현이 가능하다.
“LG 프로젝터를 사용하면 더 높은 화질이 가능해요.” 리우 매니저가 덧붙였다.
양산 차량에 프로젝터는 실제로 어떻게 통합될까.
용징 왕(Yongjing Wang) CTO는 “현재 구성에서는 센터 콘솔 암레스트 내부에 통합하는 방식을 쓰고 있지만, 차량 구조나 OEM 패키징 제약에 따라 헤드라이너 안쪽이나 시트 아래 등 다양한 위치에 유연하게 배치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필름이라는 형태가 프로젝터 배치의 자유도를 함께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런 구조가 갖는 의미는 작지 않다. 기존 자동차 디스플레이는 패널 자체를 차에 실어야 한다. 때로는 무겁고, 두껍고, 설계 제약이 크다. 반면 이런 방식에서 패널은 단지 필름이다. 유리에 붙이면 된다. 프로젝터는 별도로 장착하거나 차량 구조 안에 통합할 수 있다. 형태도 고정형 리지드 구조와 말아서 보관할 수 있는 롤러블 구조 모두가 가능하다.
.jpg)
손가락이 화면을 밀었다
시연이 시작됐다. 리우 매니저가 대형 투명 파티션 스크린을 손가락으로 스와이프했다. 화면 위에 떠 있던 컨텐츠가 옆 사이드 윈도 쪽으로 이동했다.
“보이시죠? 두 화면이 서로 연결돼 있어요. 파티션에서 사이드로, 위로도 밀어 올릴 수 있고, 반대로도 됩니다.”
터치 필름이기에 가능한 기능이었다. 단순히 영상을 투사하는 표면이 아니라, 손가락 입력을 받는 인터랙티브 인터페이스다. 리우 매니저는 차량 상태 확인 화면도 열었다. 배터리 잔량, 공조 상태, 온도 설정. 화면 안에 BYD 앱 인터페이스가 떠 있었고 조작할 수 있었다.
다만 시연 중 앱 반응이 조금 느렸다.
“지금 앱이 좀 느려요. 스마트폰 앱 쪽 문제예요.”
좌측 시트에 앉아 있던 리우가 사람을 건너 우측 사이드 윈도에 뜬 공조 화면에서 온도를 조절하려니 터치 위치가 닿지 않아 애를 먹기도 했다. “손이 닿기엔 조금 머네요.”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문득, 무릎 앞에 놓인 프로젝터, 느린 앱과 같은 장면이 이 시연이 단지 연출된 게 아니라 실제 동작하는 프로토타입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줬다.
.jpg)
.jpg)
터치 필름 기반 인터랙션 데모. 손가락 입력으로 컨텐츠를 이동시킬 수 있다. 사이드 윈도의 인터랙티브 UI를 통해 정보를 탐색할 수 있다.
게임은 앞에서, 우주는 위에서
파티션 스크린에 앵그리버드 게임 화면이 떴다. 10여 년 전 유행했던 그 게임을 손가락으로 직접 터치해 진행할 수 있었다. 다음엔 K-POP 뮤지션 ‘소녀시대’가 나오는 뮤직비디오가 올라왔다. 후석에 앉은 채로 앞 스크린 가득 인물이 나타났다.
리우 매니저가 이 장면의 핵심 시나리오를 설명했다.
“충전 중에 영화를 보는 거예요. 그리고 필요할 때 다시 공간을 비워둘 수 있습니다.” 전기차 충전 시간을 미디어 공간으로 전환하는 것.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제3의 공간’ 개념이었다.
부스 안쪽 보드에는 이런 기술의 방향이 한 문장으로 적혀 있었다.
“Glass as display, windows as interfaces, the cabin as a cinema.”
자동차를 제3의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NanoAR이 이 기술에 붙인 이름은 Full-Vehicle Transparent Interactive Display Solution이다.
모드를 고르고 들어가 앵그리버드를 스와이프로 당겨 타깃을 향해 날린다. 투명 파티션 스크린 위에서 실행된 게임 데모.
차 밖에서 본 풍경
차 밖의 광경은 또 다르다. 윈드실드를 보면 그 너머 전시장이 보이는 동시에 유리 표면 위에 영상이 겹쳐 보였다. 안과 밖이 모두 살아있는 상태. 글래스를 가리지 않고 윈드실드 자체도 디스플레이가 된 상태였다.
AR-HUD는 윈드실드 전체를 투명 HUD로 쓰는 시도다. 기존 AR-HUD가 좁은 시야각(FOV)과 큰 부피 때문에 적용 차종이 제한됐던 문제를 나노 광학 필름 기반으로 풀겠다는 방향이다. FOV 13도 이상, 부피 1리터 미만으로 기존 기술 대비 10분의 1 수준을 목표로 한다.
또, AR-HUD와 기술적 원리는 유사하지만, 표시 영역을 윈드실드 하단 전체로 확장한 Panoramic HUD도 있었다. BMW가 선보인 것처럼 필러 투 필러(Pillar-to-Pillar) 방식으로 횡으로 길게 펼친 디스플레이다.
“디스플레이 밝기가 10,000nit를 넘기 때문에 직사광선이 들어오는 상황에서도 이미지를 충분히 선명하게 볼 수 있습니다.”
왕 CTO는 밝은 환경에서도 쓸 수 있는지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다만 트레이드오프도 솔직하게 인정했다.
“투과율을 높이면 시스루 성능은 좋아지지만, 밝은 환경에서의 이미지 대비는 프로젝터 출력과 필름 게인에 영향을 받습니다. 적용 환경에 따라 그 균형을 조정하는 것이 저희 역할입니다.”
양산까지 얼마나 남았나
‘Make Every Window a Display.’ 이것은 NanoAR이란 기술 브랜드에 대한 Photonic Crystal사의 슬로건이다.
Photonic Crystal은 2017년 미국 산타클라라와 중국 선전에 거점을 둔 광자결정 디스플레이 기술 회사다. NanoAR은 이 회사의 핵심 브랜드로, 중국·미국·일본에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automotive-grade 인증도 통과했다. Fuyao Glass America를 포함한 복수의 자동차 유리 제조사와 협력 중이다.
리우 매니저와 왕 CTO는 이미 구체적인 양산 프로젝트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 대형 OEM이 신차 선루프 영역에 이 기술을 적용하고 있으며 해당 차량은 2027년 출시 예정이라고 했다. 아시아의 한 유력 OEM과도 PoC(개념 검증) 단계의 협력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독일의 한 업체와는 컨셉카를 공동 제작한 경험이 있고, 유럽 프리미엄 OEM과도 쇼룸 방문과 샘플 제공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CES 2025에서는 롤러블 투명 디스플레이 기술을 공개했고, 이번 Auto China에선 그것을 포함해 차량 실내 전체를 커버하는 통합 솔루션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왕 CTO와 함께. 뒤쪽 윈드실드에 ‘트랜스포머’ 영화가 상영되고 있다.
스크린이 아니라 공간이 바뀐다
차에서 나오면, 다시 부스 입구의 황금 말이 여전히 투명한 표면 위를 달리고 있다.
자동차 실내 디스플레이는 오랫동안 ‘얼마나 큰 스크린을 넣느냐’의 경쟁이었다. 센터 디스플레이가 커지고, 클러스터가 파노라믹이 되고, HUD가 더 넓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 스크린들은 차 안 어딘가에 박혀 있는 것이다. 윈도는 여전히 윈도다.
Photonic Crystal이 이번 전시에서 말한 것은 조금 다른 방향이다. 스크린을 더 크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유리 표면 전체를 디스플레이 레이어로 바꾸는 것. 파티션도, 선루프도, 사이드 윈도도, 윈드실드도. 차 안 모든 유리가 필름 한 장으로 화면이 된다면, 차 안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차 안을 구성하는 방식 자체가 바뀌는 것이다.
현장 시연은 퍼펙트는 아니었다. 하지만 파티션 스크린은 실제로 빛났고, 천장의 은하수는 실제로 펼쳐졌으며, 유리 너머로 전시장이 보였다. 두 개의 상이 하나의 유리 위에 동시에 존재하는 장면은 적어도 이 기술이 렌더링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선루프에 이 기술을 적용한 차가 2027년에 나온다. 유리 제조사들이 이미 이 필름을 받아 테스트 중이다. 어떤 OEM과 티어 1에게 이 기술은 ‘먼 얘기’처럼 보인다면, 어디에선 그 거리가 생각보다 짧을 수 있다. 유리가 더 이상 수동적인 표면으로 남지 않을 것이란 신호다. 인카 UX 경쟁의 일부는 화면의 크기를 넘어 존재하는 표면을 얼마나 지능적인 인터페이스로 바꾸느냐로 바뀌고 있다.
AEM(오토모티브일렉트로닉스매거진)
<저작권자 © AE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