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Is Renault Building a Separate Digital Experience in Korea?
르노는 왜 한국서 디지털 경험을 만드나
′AI 오케스트레이터′와 넥스트라이즈가 보여준 르노코리아의 새 역할
2026-07-16 / 09월호 지면기사  / 한상민 기자_han@autoelectronics.co.kr



'넥스트라이즈 2026'의 르노코리아 부스. 얼핏 보면 AI 음성비서와 차량용 게임, 택시 앱, 3D 내비게이션을 전시한 공간처럼 보인다. 그러나 조금 더 들여다보면 다른 그림이 나타난다. 카카오는 모빌리티 서비스와 자율주행을, 티맵은 공간 정보와 경로를, 스매시랩스는 컨텐츠를, 발레오는 차량 센서 데이터를 가져왔다. 르노는 이 서로 다른 기술과 서비스를 'AI 오케스트레이터'란 이름 아래 차 안에서 하나의 사용자 경험으로 묶으려 하고 있었다. 이 글은 AI 기능 하나를 소개하려는 글이 아니라, 르노코리아가 왜 글로벌 공통 플랫폼 대신 한국을 위한 별도의 디지털 경험을 만들고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한국이 르노그룹 안에서 어떤 역할을 맡아가고 있는지를 기록한 현장 리포트다.

글 | 한상민 기자_han@autoelectronic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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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엑스 A홀, 르노코리아 부스에 들어서면 처음엔 방향 감각을 잃는다. 자동차 회사 부스인데 화면이 너무 많다. 오른쪽은 카카오모빌리티와 발레오, 왼쪽은 티맵모빌리티와 스매시랩스.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 시승차 필랑트의 스티어링을 잡아도 인스트루먼트 패널과 그 옆 대형 디스플레이가 압도한다. 그리고 거기에 별이 흐르는 보라색 화면과 함께 목소리 하나가 응답한다. 
"안녕, 나는 르노코리아."
자기소개부터 하는 이 AI는 르노코리아가 '오케스트레이터'라 부르는 것이다.
지난 6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넥스트라이즈 2026'에서 르노코리아는 '모빌리티 심포니'란 컨셉으로 부스를 꾸몄다. 현장에서 시연을 체험하고,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결론적으로, 이 전시의 핵심은 AI 기능 하나가 아니었다.







단순 명령을 넘어선다는 것

실제로 조작한 화면은 이랬다. "온도를 22도로 설정해줘"라고 말하자, AI는 "완료됐습니다. 모든 좌석의 온도를 22도로 설정했습니다"라고 답했다. 그 직전 화면에는 "이미 스포츠 모드(다이내믹 모드)로 설정돼 있습니다"라는 글이 남아 있었다. 적어도 대화 세션 안에서는 앞선 설정 상태를 이어받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어 "근처 마트로 가자"는 말에 AI가 "가까운 마트 목록입니다. 어디로 안내할까요?"라며 두 곳을 순서대로 띄웠다.
기능만 보면 여느 음성비서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르노가 설명하는 방향은 조금 다르다. 르노 관계자는 "단발성 명령을 실행하는 것을 넘어, 차량 기능, 내비게이션, 인포테인먼트 기능 및 외부 서비스를 하나의 일관된 상호작용으로 연결할 수 있는 지능형 레이어 역할을 하도록 설계됐다"고 밝혔다. 르노는 이 시스템을 'intelligent layer'라고 표현했다. 개별 기능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차량 기능과 외부 서비스를 조율하는 별도의 층을 만든다는 의미다.
르노가 굳이 '레이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우연이 아니다. 다만 그 아래 구체적으로 무엇이 돌아가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LLM이 외부 API 기반인지 자체 파인튜닝 모델인지, 클라우드와 온디바이스 처리 비중이 어떻게 나뉘는지 물었지만, 르노 관계자는 "특정 기술적 선택 사항들이 르노코리아의 지적 재산이자 여전히 평가 중인 단계이므로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다.







지연 시간이란 과제

내비게이션 안내를 요청하자 화면 왼쪽에 "Thinking..."이란 문구가 잠깐 떴고, 이어 "원일사까지 약 8분(1.8km) 소요됩니다. 안내를 시작할까요?"라는 답이 나왔다. 그런데, 그 몇 초의 공백이 유독 신경쓰였다.
세계 여러 곳의 차량용 AI를 접해본 입장에서 응답 지연은 반복적으로 마주치는 문제다. 이 부분을 짚어 묻자 르노 관계자는 이렇게 답했다. "특히 주의력과 안전이 중요한 차량 환경에서 고객은 응답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 현 단계에서 구체적인 성능 목표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로컬 처리와 클라우드 처리의 균형을 맞추는 다양한 아키텍처를 적극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가능한 많은 요청을 차량 내 AI 컴퓨팅 플랫폼에서 처리하고, 필요한 경우에만 클라우드를 활용하는 아키텍처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스에서 만난 다른 르노코리아 관계자도 "그 부분은 지금 저희 팀이 계속 들여다보고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플랫폼에서 갈라진 한국형 브랜치

현장에서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한 대목은, 르노코리아의 인포테인먼트 체계가 본사와 다르다는 얘기였다. 르노 관계자는 "한국 시장은 특히 내비게이션 분야에서 구체적인 요구 사항이 있다"며 "이런 요구를 해결하기 위해 르노코리아는 주요 국내 서비스와의 통합을 가능하게 하는 특화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정반대 방향으로 간다. 하나의 플랫폼을 만들어 전 세계에 공통으로 적용하는 게 원가와 개발 효율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르노코리아는 글로벌 플랫폼을 그대로 적용하기보다 한국 시장에 맞춘 별도의 인포테인먼트 분기를 개발하고 있다.
그 배경에 대해 르노 관계자는 "모든 엔지니어링 영역에서 르노코리아는 르노 그룹 R&D의 전문 지식과 자원을 활용하는 동시에, 르노코리아 차량과 한국 시장에 맞는 솔루션을 개발하는 데 전념하는 '소프트웨어 스튜디오 & 디지털 랩'을 R&D 센터 내에 설립했다"고 답했다. AI 오케스트레이터는 바로 이 조직에서 나온 대표 프로젝트다. 다만 그 위상에 대한 표현은 여전히 신중했다. 개념증명(PoC)으로 시작된 것이 점차 우리 미래 인포테인먼트 전략의 중요한 기둥으로 발전했다는 설명이다. 완성된 전략이라기보다는, PoC에서 출발해 지금은 그 이상의 무게를 부여받은 상태인 것이다.




티맵모빌리티 존의 3D 내비게이션


카카오모빌리티 부스의 그랑 콜레오스 기반 컨셉카. 지붕 위 라이다·카메라 패키지만 보면 지도 제작 차량처럼 보이지만, 뒷좌석 승객용 디스플레이와 라이드헤일링 브랜딩은 이 차가 로보택시 컨셉임을 보여준다. MOU 발표문의 고정밀 지도란 표현과 현장에서 나온 로보택시 설명 사이의 간극이 이 한 대의 차 안에 담겨 있다



택시 앱과 3D 내비게이션 뒤에 있는 것

그러면 왜 한국에서 이런 실험을 벌일까. 르노 관계자는 이 질문에 대해 비교적 분명하게 답했다. "기흥에 R&D 센터를, 부산에 공장을 두고 운영하는 것은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고객 기반과 티맵·카카오 같은 선도 기업들이 끊임없이 혁신하는 가장 역동적인 기술 생태계에 우리가 노출돼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환경은 차세대 디지털 경험을 개발하고 검증하는 데 이상적인 플랫폼입니다."
카카오모빌리티 데모는 그랑 콜레오스의 파노라마 스크린으로 카카오T 택시기사 앱을 구동하고, 뒷좌석에 승객용 엔터테인먼트를 붙이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차량 지붕에는 라이다(LiDAR)와 카메라 센서 패키지가 얹혀 있었는데, 택시 앱 시연용 컨셉카치고는 낯선 장비였다.
"카카오모빌리티와 자율주행 분야에서 첫 협력을 보여드리는 것입니다. 카카오모빌리티와 L2++ 이상의 다양한 영역에서 협력할 예정입니다. 이건 로보택시 컨셉이고, 지붕 위 장비는 카카오모빌리티의 데이터 수집 센서에 대한 것입니다.”
티맵모빌리티 존의 3D 내비게이션도 마찬가지다. 실제 도로처럼 입체적으로 렌더링된 화면 위로 표지판과 건물이 지나가고 차선 단위의 안내가 가능하다. 아직까지 이런 맵이 한국에 적용된 적은 없다. 르노 관계자는 "우리의 소프트웨어 기반 PoC는 향후 12개월 이내 양산 배포 가능성을 평가한다는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개발된다"며, "티맵에 대한 대중 반응이 매우 고무적이었다"고 답했다.




스매시랩스의 리듬 게임과 발레오의 XR 데모는 컨셉이 아니다, 이미 필랑트 양산차에 탑재돼 서비스 중인 기능이다.



컨텐츠인가, 센서인가

스매시랩스 존에서는 AI가 생성한 음악에 맞춰 '여럿이' 즐기는 리듬 게임 'R:러쉬'가 데모되고 있었다. 차량 스피커와 화면을 활용한 게임 컨텐츠다. 반면, 발레오 존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전시된 'R:레이싱'은 얼핏 차량용 레이싱 게임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발레오의 XR SDK를 활용한 증강현실 화면이었다. 도로 위 차량과 사물에는 실시간으로 인식 박스가 씌워졌는데, 이는 게임 연출이 아니라 ADAS 카메라가 실제로 인식하고 있는 대상을 그대로 시각화한 것이었다. 
르노 관계자는 "ADAS 시스템 카메라와 초음파 센서를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량의 눈이 보는 것을 게임의 형식을 빌려 탑승자에게 그대로 보여준 셈이다. 카카오 부스의 라이다가 자율주행 데이터를 모으고 있었다면, 발레오 부스의 카메라는 이미 차에 있던 안전 센서를 엔터테인먼트로 돌려쓰고 있었던 셈이다. 스매시랩스가 차량 안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보여줬다면, 발레오는 차량이 무엇을 보고 감지하는가를 보여줬다.
카카오·티맵·발레오·스매시랩스와의 협력 전반에 대해 르노 관계자는 "넥스트라이즈에서 선보인 기술들을 독립적인 프로젝트로 봐서는 안 되며, 더 큰 장기 전략의 예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나로 모이는 디지털 경험

부스를 돌다보면 그룹 내 르노코리아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다다르게 된다. 
"르노 그룹 내에서 르노코리아의 역할은 인포테인먼트, 커넥티비티, ADAS 기술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경험을 기대하는 고객들을 위한 D 및 E 세그먼트 차량의 허브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다만 이 말을 곧바로 '르노그룹의 디지털 허브'란 의미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AI 오케스트레이터는 초기에 르노코리아 고객만을 염두에 두고 개발됐지만, 그 과정과 결과는 르노 본사와 공유되고, 다른 성공적인 혁신 사례들이 그러하듯 그 요소들이 르노 그룹 내에서 더 넓게 적용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정도다. AI 오케스트레이터 전체를 그룹 표준으로 이식하겠다는 약속이 아니다.
넥스트라이즈에서 본 것은 기능 몇 개의 전시가 아니라, 서로 다른 기술과 서비스가 하나의 차량 경험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었다. 카카오T 택시 앱이 파노라마 스크린에서 그대로 구동되고, 티맵의 3D 내비게이션이 실제 도로처럼 입체적으로 렌더링되고, AI가 앞서 설정한 주행 모드를 이어받아 온도를 조절해주는 모든 장면은, 한국의 지도와 컨텐츠, 모빌리티 서비스, 사용자 요구를 하나의 차량 경험으로 묶는 시도다. 그러면서 AI의 구체적인 모델과 아키텍처는 결정되거나 공개되지 않았고, 응답을 기다리는 화면에는 여전히 "Thinking..."이 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와의 협업이 서비스를 위한 인터페이스 시연을 넘어 어떤 수준의 자율주행까지 갈지, 르노코리아가 말하는 "12개월 이내 양산 가능성 평가"란 개발 원칙이 실제 차량 프로그램으로 이어질지도 여전히 지켜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것은, 르노코리아가 더 이상 본사의 시스템을 한국에 옮겨오는 역할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AI 오케스트레이터의 의미는 기술 하나가 아니라 역할의 변화다. 새로운 디지털 경험을 만들고 검증하는 조직으로의 이동.
'AI 오케스트레이터'는 그 변화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름이었다.

AEM(오토모티브일렉트로닉스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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