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02 / 11월호 지면기사
/ 한상민 기자_han@autoelectronics.co.kr
INTERVIEW
샘 마할링엄
Sam Mahalingam
EVP of Simulation, HPC and AI at Siemens Digital Industries Software
Physics AI는 방대한 설계 공간을 빠르게 탐색하지만, 그 결과는 물리 기반 솔버와 엔지니어의 검증을 거쳐야 신뢰를 얻는다. 지멘스는 설계·시뮬레이션 통합과 개방형 온톨로지, AI가 내장된 전체 엔지니어링 스택을 통해 이 과정을 하나의 워크플로로 연결한다. 산업 AI의 경쟁력은 속도만이 아니라, 실시간 데이터와 물리적 근거에 기반한 ‘Engineering Truth’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Siemens Realize Live APAC에서 샘 마할링엄과 이야기를 나눴다.
글 | 한상민 기자_han@autoelectronics.co.kr
IN ENGLISH
산불에서 공장까지, PLM은 어떻게 AI의 판단을 행동으로 연결하는가
다임러트럭, 미래 연결을 위해 과거를 끊다
최근 업계에서는 AI보다 먼저 설계(CAD)와 시뮬레이션이 하나의 워크플로로 통합돼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Physics AI가 의미를 가지려면 이런 통합 워크플로가 반드시 전제돼야 합니까?
Mahalingam 설계와 시뮬레이션이 하나의 워크플로 안에서 통합돼야 AI가 가치를 더할 수 있습니다. Physics AI가 진짜 가치를 전달하려면 통합된 작업 환경이 먼저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순서가 반드시 '통합이 먼저'는 아닙니다.
먼저 설계자와 해석 엔지니어를 Physics AI 작업에 끌어들여야 합니다. 저는 Physics AI 모델은 오늘날 해석 전문가들이 자신들의 기존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활용해 만들고, 이를 분석 유형별로 라이브러리 형태로 공개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봅니다.
이런 Physics AI 모델 라이브러리가 갖춰지면, '시프트 레프트(shift left)'가 가능해집니다. 즉 설계자가 상세 설계 단계를 거치지 않고도 이 Physics AI 모델을 설계 소프트웨어 안에서 직접 활용해 지금 구상 중인 설계가 실현 가능한지 미리 들여다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두 영역이 맞물릴 것으로 봅니다.
먼 미래에는 시뮬레이션과 설계 환경이 설계 툴 안에서 곧바로 결합될 수도 있겠지만, 그렇더라도 시뮬레이션 전문가는 여전히 필요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두 역할이 완전히 하나로 합쳐지는 일은 없을 거라고 봅니다. 설계 공간을 좁혀서 상세 해석으로 더 파고들어야 할 몇 개 설계안을 추려낸 뒤에는, 결국 CAE 전문가가 기존 방식의 워크플로를 통해 그 설계 공간을 제대로 검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팀이 성숙해가는 방향은 이렇습니다. Physics AI 모델은 먼저 해석 전문가가 만들고, 그렇게 공개된 모델을 설계자가 활용하며, 이후 두 팀이 자연스럽게 손을 맞잡아 반복적으로 개선해나가는 흐름입니다.
전통적 물리 기반 해석과 Physics AI가 실제 엔지니어링 현장에서 어떻게 공존하고 있나요? 엔지니어가 두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입니까?
Mahalingam 저희는 고객에게 여러 도구로 이뤄진 생태계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금 저희에게는 'Simcenter Engineering Intelligence'라는 애플리케이션이 있습니다. 이 애플리케이션은 설계자든 해석 엔지니어든 모든 엔지니어에게 단일한 화면(single pane of glass)을 제공합니다.
단일 화면이라는 건, CAE 관련 진행 중인 작업 데이터를 전부 관리하고, 메타데이터를 전부 추출하며, Simcenter 포트폴리오 전체의 도구를 그 경험 안으로 끌어올 수 있다는 뜻입니다. 동시에 Physics AI 모델 라이브러리도 함께 관리합니다.
새로운 설계가 들어오면, 예를 들어 원래 설계에서 여러 변형안을 탐색하고 싶은 경우라면, 이 도구가 자동으로 물리 기반 솔버 대신 Physics AI를 추론 엔진으로 쓰라고 추천합니다.
반대로 설계 공간을 좁혀서 몇 개 시뮬레이션만 추가로 검증하면 되는 단계라면, 이번에는 물리 기반 솔버를 쓰라고 추천합니다. 즉 이 애플리케이션은 지금 시뮬레이션 워크플로가 어느 단계에 있는지를 파악해서 그에 맞는 도구를 제안할 만큼 지능적입니다.
여기에 더해 다른 서비스 수준 목표(SLO)에 따라서도 판단을 달리합니다. 예를 들어 컴퓨팅 자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설계를 빠르게 검증해야 한다면, 상세 시뮬레이션 단계에서도 Physics AI 접근법을 쓰라고 제안합니다. 반대로 컴퓨팅 자원이 충분하고 설계를 제대로 검증하고 싶다면, 거의 항상 물리 기반 솔버를 추천합니다.
결과적으로 두 방식은 같은 환경 안에 공존하며, 시스템이 지능적으로 선택지를 제시하고 최종적으로는 엔지니어가 그 제안을 따를지, 다른 방식을 택할지 직접 결정하는 것입니다.
신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Physics AI는 고객의 시뮬레이션 데이터로 학습하는 서로게이트 모델입니다. 안전과 직결된 자동차 설계에서 이 모델의 예측에 오류가 발생했을 때, 규제 당국의 감사(Audit)를 통과할 수 있을 만큼 원인 역추적성(Traceability)이 확보돼 있습니까?
Mahalingam 저희가 말씀드리는 건 특정 해석 유형에 대해 Physics AI가 내놓는 추론 결과가 최종 결론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Physics AI는 복잡한 설계와 방대한 설계 공간을 매우 빠르게 탐색하도록 도와주는 도구입니다. 그렇게 한두 개, 많아야 서너 개 설계안으로 좁힌 뒤에는 물리 기반 솔버로 다시 한번 제대로 검증합니다.
안전이 중요한 자동차 설계에 적용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로게이트 모델이 내놓은 결과를 그대로 가져다 양산에 들어가는 방식이 아닙니다. 20여 년 전 CAE가 처음 등장했을 때 시험이 CAE를 검증하는 도구였던 것처럼, 오늘날에는 물리 기반 솔버, 즉 CAE가 Physics AI 설계를 검증하는 도구 역할을 합니다. 이런 검증 구조를 전제로 Physics AI를 활용한다면 규제 준수에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봅니다.
현대차 사례를 보면, Physics AI를 통해 서브시스템 최적화 시간을 1주에서 15분으로 단축했습니다. 앞으로 Physics AI가 생성한 결과가 충돌안전이나 ISO 26262 같은 규제 인증 과정에서도 근거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아니면 최종 인증은 기존 물리기반 해석·실제 시험에 의존할까요?
Mahalingam 물리 기반 시뮬레이션이 특정 용도에서 실물 시험을 대신하는 인증 도구로 자리 잡기까지 거의 20년이 걸렸습니다. Physics AI도 비슷한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 모델들이 가능한 모든 설계안과 변형을 충분히 살펴보고, 조합할 수 있는 데이터를 충분히 학습하기 전까지는 아직 인증 메커니즘으로 다뤄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당분간은 물리 기반 시뮬레이션이 인증 근거로서의 지위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다만 이 모델들이 더 많은 데이터로 계속 진화한다면, 앞으로 5~6년 안에 Physics AI도 실제로 그 인증 메커니즘 역할까지 성숙해질 수 있다고 봅니다.
지멘스는 산업용 AI가 단순한 지원을 넘어 실제 엔지니어링 업무를 수행하는 자율형 AI Agent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런 AI Agent가 앞으로도 Human-in-the-loop 구조를 유지할까요? 아니면 일부 엔지니어링 업무는 사람의 승인 없이 완전히 자율적으로 수행되는 단계까지 갈까요? 그 경계는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Mahalingam 기업 차원에서 완전한 자율성을 달성하는 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봅니다. 기업들은 앞으로도 산업 전문 인력을 계속해서 더 채용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인간의 두뇌는 여전히 세상에서 가장 빠른 패턴 인식 기계이기 때문입니다. 자율 설계를 검증하려면 전문가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런 형태의 휴먼인더루프는 앞으로도 상당히 오래 유지될 거라고 예상합니다. 완전 자율 환경이 될 거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다만 달라지는 부분은 있습니다. 반복적이고 일상적인 업무는 완전히 자율화될 것입니다. 전문가의 판단이 필요한 의사결정 순간에만 전문가가 개입해 승인하는 방식이 될 것입니다. 완전 자율은 아니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Siemens AI Fabric의 핵심인 Knowledge Graph와 산업 온톨로지를 공개할 계획이라 하셨습니다. 타사의 CAD, CAE 툴을 혼용하는 한국 환경에서도 이 온톨로지가 서드파티 데이터와 매끄럽게 연결되는 개방형 표준입니까, 아니면 지멘스 포트폴리오 내부 완결형 구조입니까?
Mahalingam 지멘스는 항상 개방형 아키텍처를 지향해왔습니다. 저희 전체 전략에서 '어댑티브(adaptive)'가 중요한 축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어댑티브란 저희 제품끼리 잘 통합되는 것뿐 아니라, 시장에 나와 있는 경쟁사 제품, 오픈소스 제품, 자체 개발(홈그로운) 제품과도 잘 통합된다는 의미입니다.
저희가 온톨로지를 구축하는 방식은 PLM 분야에서 쌓아온 경험, 그리고 MES 사업 부문에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합니다. 지난 30년 동안 축적한 도메인 지식을 토대로 업계에 공통으로 쓰일 만한 온톨로지를 공개할 예정입니다.
이 온톨로지는 각 기업이 쓰고 있는 이기종 툴체인으로 얼마든지 확장해 적용할 수 있습니다. 즉 저희 PLM 제품을 쓰지 않더라도 이 온톨로지를 매핑해서 다른 PLM 제품, 다른 MES 제품, 다른 ERP 제품과 연결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지멘스의 온톨로지는 RDF를 비롯한 개방형 표준을 기반으로 합니다. 그래서 어떤 기업 시스템에도 이 온톨로지를 공개해 배포할 수 있고, AI가 활용할 수 있는 의미·관계·맥락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경쟁력은 어디서 나오는가
Physical AI는 결국 시험과 가상 해석을 통해 현실 세계를 학습하는 AI입니다. 시험 장비와 시뮬레이션을 모두 보유한 지멘스의 관점에서 미래 OEM의 진짜 경쟁력은 더 많은 AI 모델입니까, 아니면 실체적인 물리 시험 및 해석 데이터입니까?
Mahalingam 저는 앞으로 완성차의 경쟁 우위는 AI가 만들어내는 속도 향상에서 나온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그 우위를 얻으려면 물리 시험 데이터와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더 많이 보유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남는데,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시뮬레이션 데이터가 없더라도, 물리 시험 및 물리 기반 시뮬레이션과 높은 상관성을 갖는 데이터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Simcenter SimSolid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별도의 메시 생성 없이 CAD 형상에서 직접 해석하는 매우 빠른 솔버이면서도, 기존 FEA 결과와 비교하면 차이가 1~3% 수준이며, 어떤 경우에는 1%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시뮬레이션 데이터와 물리 시험 데이터를 모두 소유해야만 경쟁 우위를 얻는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실제 시험과 물리 기반 시뮬레이션에 높은 상관성을 갖는 데이터를 만들어내고 활용할 수 있는 역량입니다. 그러한 역량이 있다면 AI를 통해 충분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만약 AI 모델 자체가 점차 범용화된다면, 5년 후 시뮬레이션 시장에서 지멘스(Simcenter)의 진짜 차별화 요소는 AI 기술 자체입니까, 아니면 그 AI가 예측한 물리를 신뢰할 수 있게 만드는 검증 체계입니까?
Mahalingam 아주 좋은 질문입니다. 마침 최근에 링크드인에 같은 주제로 글을 올렸고, 이번 시뮬레이션 팀 발표에서도 다뤘던 내용입니다. 많은 AI 스타트업이 엔지니어링 조직에 다가와 주변부(periphery)에서 AI를 만들겠다고 제안합니다. 서로게이트 모델만 만들어주겠다는 것이죠. "데이터만 주시면 저희가 서로게이트 모델을 만들어드리겠습니다"라는 식입니다.
저희는 여기서 차별화됩니다. 저희는 주변부에서 AI를 '래퍼(wrapper)' 형태로만 제공하는 게 아니라, 저희 시뮬레이션 도구 안으로 AI를 직접 주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차별성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가치가 스타트업 쪽 상류로 옮겨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죠.
저희에게 '신뢰할 수 있는 결과(trusted outcomes)'가 그토록 중요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스타트업도 서로게이트 모델을 만들 수는 있지만, 그 모델은 기존에 알고 있는 설계, 즉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결과만 알려줄 수 있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설계가 나오면 그 서로게이트 모델은 쓸모가 없어집니다.
그래서 저희는 Physics AI 같은 기술을 도입하면서 그 가치를 시뮬레이션 도구 안에, 즉 물리 기반 시뮬레이션 안에 계속 붙잡아두고 있습니다. 저희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그런 구조입니다. AI 에이전트를 비롯한 AI 기능 역시 별도의 주변부 도구가 아니라 기존 소프트웨어 안에 직접 통합해 제공할 예정입니다. 이렇게 물리 기반 솔버부터 AI까지 전체 스택을 저희가 제공하기 때문에, 고객 입장에서는 주변부 AI 도구를 위해 스타트업을 찾고, 그 결과를 검증하기 위해 다시 지멘스의 Simcenter 물리 기반 솔버를 사용하는 식으로 여러 회사를 오갈 필요가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저희만의 가치를 지키면서 AI 스타트업들과 차별화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 모든 게 'Engineering Truth'에 관한 이야기라는 말씀이신 거죠? 제가 제대로 이해한 게 맞습니까?
Mahalingam 네, 정확하게 이해하셨습니다. 산불을 예로 들면, 변수와 주변 환경이 매우 빠르고 역동적으로 바뀝니다. 1분 전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응 계획을 세우는 사이에도 바람의 세기와 같은 조건은 이미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오래된 스냅샷 데이터가 아니라 실시간 정보가 필요합니다. 비즈니스 데이터에 맥락을 부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엔지니어링의 세계에서는 그 정보가 반드시 ‘Engineering Truth’에 근거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지멘스와 같은 엔지니어링 기업의 역할입니다.
AEM(오토모티브일렉트로닉스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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