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자율주행 개발 ′데이터 플라이휠′ 본격 가동
엔비디아 기반 양산과 Atria AI 자체 개발 병행
2026-09-16 온라인기사  / 윤범진 기자_bjyun@autoelectronics.co.kr

 


11일(금) '현대차그룹 자율주행 미디어데이'에서 공개된 자율주행 차량(왼쪽부터) SDV 테스트베드, 광주 자율주행 실증사업 차량, 데이터 수집 차량


현대자동차그룹이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서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를 넘어, 실도로에서 발생한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게 AI 학습과 검증에 연결하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데이터 수집부터 AI 모델 학습, 가상·실차 검증, 차량 적용까지 이어지는 ‘데이터 플라이휠(Data Flywheel)’을 본격 가동했다.

이번 발표에서 주목할 부분은 Atria AI의 주행 성능 자체보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개발 인프라를 하나의 순환 구조로 구축했다는 점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1일 경기도 성남 포티투닷 본사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자율주행 미디어 데이’에서 이 같은 개발 전략과 Atria AI의 개발 현황을 소개했다.

엔비디아로 양산 앞당기고, Atria AI로 핵심 기술 내재화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전략은 크게 두 갈래다.
첫 번째는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통한 양산 적용 가속화다.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의 차량용 AI 컴퓨팅 플랫폼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SDV 아키텍처에 통합하고, 이를 기반으로 레벨 2+ 차량을 2028년 상반기, 레벨 2++ 차량을 2028년 하반기에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두 번째는 포티투닷과 현대차·기아 AVP본부가 공동 개발하는 Atria AI다. Atria AI는 E2E(End-to-End) 기반의 자체 자율주행 시스템으로, 현대차그룹은 이를 통해 자율주행 핵심 소프트웨어 기술을 내재화한다는 전략이다. Atria AI 기반 레벨 2++ 차량의 양산 목표 시점은 2029년 하반기다.
따라서 이번 발표를 단순히 현대차그룹이 ‘자체 자율주행 AI를 개발한다’는 의미로 해석하기보다는 검증된 외부 기술을 활용해 양산을 앞당기는 동시에, 동일한 차량 생태계에서 축적되는 데이터를 자체 AI 개발에 활용하는 구조를 만드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기아·포티투닷·모셔널 등에 적용되는 센서 체계를 NVIDIA DRIVE Hyperion 10을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표준화하고, 데이터의 수집과 활용 체계도 통합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현대차그룹이 데이터 플라이휠을 강조하는 이유는 단순히 방대한 주행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자율주행 AI는 정상적인 주행 데이터가 아무리 많이 축적되더라도 모델이 취약한 특정 상황을 충분히 학습하지 못하면 성능 개선에 한계가 있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데이터 플라이휠 안에 Hard Example Mining 기법과 Continuous Training 파이프라인을 적용한다.
Hard Example Mining은 AI 모델이 오인식하거나 판단하기 어려워하는 주행 상황(엣지 케이스)을 자동으로 선별해 우선적으로 학습에 활용하는 기술이다. 이렇게 선별된 데이터를 반복 학습에 적용하고, 실제 차량 평가에서 확인된 문제를 다시 데이터 수집과 모델 개선으로 연결한다. 즉, 실도로 주행 → 데이터 수집 → 어려운 사례 선별 → 모델 학습 → 검증 → 차량 적용 → 새로운 데이터 수집이라는 반복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42dot '비히클 워크샵(Vehicle Workshop)

현대차그룹은 현재 40여대의 데이터 수집 전용 차량을 주야간 운용하고 있다. 도로 공사, 악천후, 급격한 차로 변경, 이면도로의 주정차 차량 등 일반적인 주행 데이터에서 상대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엣지 케이스를 집중적으로 수집한다.
이 구조에서 중요한 것은 데이터를 수집하는 차량의 숫자보다 데이터가 개발 프로세스에 다시 반영되는 속도다. 데이터 플라이휠은 결국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의 개발 주기를 단축하기 위한 일종의 지속적인 학습 인프라에 가깝다.
데이터 플라이휠에는 실제 주행 데이터를 이용한 가상 검증도 포함된다. 현대차그룹은 실제 도로에서 확보한 주행 데이터를 3차원 환경으로 재구성하고, 3D Gaussian Splatting 등의 그래픽 기술을 활용해 실제 도로에서 반복하기 어렵거나 위험한 상황을 가상 환경에서 재현하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이는 자율주행 개발에서 중요한 변화다. 새로운 AI 모델을 실제 차량에 적용한 뒤 모든 엣지 케이스를 도로에서 다시 검증하는 방식만으로는 학습과 검증 속도를 높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도로 데이터와 가상 검증 환경을 연결하면 동일한 상황을 반복적으로 재현하면서 모델의 취약점을 확인할 수 있고, 이후 개선된 모델을 다시 차량에 적용할 수 있다. 결국 실차 테스트와 시뮬레이션을 데이터 플라이휠 안에서 하나의 개발 사이클로 묶는 것이 핵심이다.
현대차그룹이 데이터 플라이휠에 기대하는 또 하나의 기반은 글로벌 양산 규모다.
현대차·기아는 전 세계 약 190개 국가와 지역에서 연간 700만대 이상의 차량을 판매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 글로벌 차량 판매 및 운행 기반을 자율주행 데이터 확보의 기반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그룹 내 여러 조직과 차량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동일한 기준으로 축적하고 AI 학습에 활용하는 ‘Data Union’ 체계도 구축한다. Data Union은 단순히 각 회사가 보유한 원본 데이터를 교환하는 개념이 아니라, 차량과 조직별로 생성되는 데이터를 표준화된 센서 아키텍처와 데이터 구조를 기반으로 축적해 AI 학습에 활용하는 데이터 생태계에 가깝다. 초기에는 현대차·기아, 포티투닷, 모셔널 등 그룹 내부의 데이터 활용 효율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때문에, 이번 발표에서 말하는 데이터 경쟁력은 단순한 데이터 보유량 경쟁과는 다르다. 

Atria AI, E2E에서 VLA로 확장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부분은 VLA(Vision-Language-Action)다. 기존 E2E 자율주행 모델이 차량 주변의 시각 정보를 바탕으로 차량의 행동을 직접 생성하는 방식이라면, VLA는 시각적 정보에 언어 기반의 상황 이해와 추론을 결합해 행동을 결정하는 구조를 지향한다.
포티투닷은 기존 E2E 자율주행 모델과 별도로 VLA 기반 자율주행 기술을 병행 개발하고 있다. 현재는 시뮬레이션 기반 모델 검증 단계이며, 2026년 말부터 2027년 초까지 실제 차량 테스트를 포함한 전체 개발 프로세스를 가동할 계획이다.
여기서 VLA는 단순히 자율주행을 위한 새로운 AI 모델에 그치지 않는다. 현대차그룹은 VLA를 자율주행을 넘어 로보틱스 등 Physical AI로 확장하기 위한 기술 기반으로 보고 있다. 시각 정보를 이해하고 언어적 맥락을 바탕으로 상황을 추론한 뒤 실제 행동으로 연결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연말 광주 레벨 4 실증, 데이터 플라이휠의 또 다른 시험대

현대차그룹은 올해 말 국토교통부와 협업해 광주에서 실제 도로 기반 레벨 4 자율주행 실증 사업도 추진한다. 이 실증은 통제된 테스트 트랙이 아닌 실제 도로에서 다양한 교통 상황과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에 대응하면서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의미가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 과정에서 확보한 주행 상황과 대응 데이터를 다시 데이터 플라이휠에 반영해 AI 학습과 검증에 활용할 예정이다.
결국, 이번 발표에서 Atria AI의 서울 도심 주행 영상은 하나의 기술 시연이라기보다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방식이 ‘완성된 알고리즘을 차량에 적용하는 방식’에서 ‘차량 운행 자체를 지속적인 AI 학습 과정으로 만드는 방식’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앞으로 경쟁에서 중요한 것은 특정 시점의 자율주행 기능 수준뿐 아니라, 실제 도로에서 발견되는 문제를 얼마나 빨리 데이터로 전환하고, 이를 모델 학습과 검증에 반영해 다시 차량에 배포할 수 있는지다. 현대차그룹이 엔비디아 기반 양산 플랫폼과 Atria AI를 병행하는 것도 이 같은 지속적인 학습·검증 체계를 확보하기 위한 기술 및 사업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2028년 엔비디아 기반 양산 시스템과 2029년 Atria AI 기반 레벨 2++ 양산이라는 일정이 실제로 진행된다면, 양산 차량에서 생성되는 데이터가 다시 자체 자율주행 AI의 학습 자산으로 축적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게 된다. 


현대차·기아 AVP본부장 박민우 사장

박민우 현대차·기아 AVP본부장(사장) 겸 포티투닷 대표는 “자율주행 경쟁은 더 이상 특정 기능의 우열을 가리는 경쟁이 아니다”며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얼마나 빠르게 학습하며, 그 결과를 실제 제품과 서비스에 반영할 수 있는지가 경쟁력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율주행 경쟁의 본질은 결국 학습 속도의 경쟁”이라며 “현대차그룹은 데이터와 AI, 검증이 반복되는 선순환 구조를 기반으로 고객이 신뢰할 수 있는 자율주행 기술을 빠르게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AEM(오토모티브일렉트로닉스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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