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형 자동차의 미래
2007년 06월호 지면기사  / 이건용 편집장

요즘 자동차 산업계의 큰 이슈는 환경규제 강화와 에너지 문제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석유 등의 화석연료의 소비결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대표적인 온실가스로 불리며 기상이변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도 오랫동안(?), 자동차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화석연료인 가솔린이나 디젤을 사용하게 될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세계 자동차 업계가 각국의 환경규제를 심각하게 받아드리는 데는 내재된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자동차의 배출가스 규제가 곧 강력한 수입규제 수단이 되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유럽과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 배출가스 규제가 더욱 엄격해지고 있습니다. 현재 160g/km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오는 2012년까지 120g/km로 줄여야 할 상황입니다. 시행까지는 진통이 예상되지만, 인류의 안전을 고려한다면 반드시 지켜져야 할 목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지구환경을 깊이 생각하여 경차를 구입했으면 좋겠지만, 우리의 정서는 그렇지 못합니다. 또 기업의 성장이나 산업의 발전은 더 크고 강력한 엔진에 의해 보장된다는 엄연한 현실을 외면하기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엔진 배기량이 큰 자동차를 선호하는 소비자나 수익성이 없다 하여 경차 모델을 단종시키는 자동차 메이커의 선택을 뭐라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각자의 정당한 선택은 인정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배출가스에 대한 대책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최근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고 자동차 산업의 미래 청사진을 그리는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1주 가량 시차를 두고 세 차례 열린 “미래형자동차 개발 및 보급 촉진 포럼”에는 매회 300명이 넘는 인원이 참석, 각계의 지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정부는 이 자리에서 하이브리드차와 연료전지차로 대표되는 미래형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을 위한 그간의 성과와 추진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오영호 산업자원부 제1차관은 하이브리드차와 연료전지차의 기술개발을 위해 2004년부터 정부지원을 확대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경쟁국 대비 미흡한 기술수준으로 적기 개발에 차질이 우려된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2004년부터 시작된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제품 개발에 3년간 총 315억 원, 연료전지 자동차 시제품 개발에 총 332억 원을 지원했습니다. 이 사업을 통해 하이브리드차 시제품 730대를 공공기관에 보급했으며, 승용차용 80kW급 연료전지 시제품을 개발하는 성과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미래에 대해 여전히 우려와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오영호 차관도 밝혔듯이, 보급 활성화 측면에서 현재 공공기관 보급을 지원 중이나 규모가 작고 양산 단계에서의 지원 시책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또한 부품업체의 역량 강화 측면에서는 양산 단계에서 설비투자 지연에 대한 우려와 함께 전문 기술 인력의 부족으로 지속 가능한 부품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이 있는 게 현실입니다.
아시겠지만, 세계 자동차 업계에 엄청난 지각 변동이 불어닥치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 현실을 들여다보면 걱정이 앞섭니다. IBM이 최근 발간한 ‘IBM 한국보고서’에서 “정체된 한국 경제는 혁신에 실패한 탓”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책에서 지적했듯이, 자동차 기업도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보다는 남의 것을 모방하려는 ‘재빠른 모방자(Fast Follower)’의 위치에 익숙해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은 도약이냐, 퇴보냐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 산업이 도태될 경우에는 국민 경제에 상당한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원하든 원치 않든 자동차 산업은 국민 경제의 한복판에 서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이제 어렵고 힘든 선택을 해야 할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원론적이지만 ‘새로운 혁신’이라는 힘든 선택을 주문하고자 합니다. 새로운 혁신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창의성(Creativity)과 위험감수(Risk Taking)가 요구됩니다. 과연 우리의 ‘미래형 자동차’ 전략에는 이 두 가지 요구를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작권자 © AEM.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100자평 쓰기
  • 로그인


  • 세미나/교육/전시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