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자동차 업계 주도의 전지 표준화가 가져올 생태계 변화 (3)
2021-04-12 온라인기사  /  글 / 아우토바인

Power Day
아우토바인의 배터리 담론(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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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ce 1990, 전기차 시대의 시작

1990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법규(California Mandate)가 발효되면서 전기차 시대가 시작됐다. 톱 7 업체가 캘리포니아에서 사업을 하려면 내연기관이 없는 자동차인 ZEV(Zero Emission Vehicle)를 일정 물량 판매해야 한다는 것이 캘리포니아 법규이다. ZEV는 BEV(Battery Electric Vehicle)와 FCEV(Fuel Cell Electric Vehicle)를 말한다. 

자동차 회사가 거세게 반발하자 부분 점수제(Partial Credit)를 도입했다. 병렬형 HEV(Hybrid Electric Vehicle)에 0.1, 직렬형 HEV에 0.2의 부분 점수를 주겠다는 것이다. 전자는 엔진과 모터가 동시에 자동차를 움직이는 형태의 HEV이고, 후자는 엔진은 전지에 충전만 하고 모터로 구동하는 HEV이다.

1990년대에 이런 어수선한 상황에서 토요타, 혼다, 포드는 경쟁력이 있는 HEV인 동력 지원 하이브리드 자동차(Power-assist HEV)를 개발한다. 엔진은 일정한 속도로 회전한다. 가속하면 모터가 파워를 지원한다. 브레이크를 밟으면 발전기가 돌면서 전지를 충전한다. 이것을 회생제동(Regenerative Braking)이라고 한다. 외부에서 충전할 필요가 없고, 전지 용량이 작아 내연기관 자동차와 경쟁이 가능한 HEV이다.

2006년까지는 HEV의 시대였다. 전기차라고 하면 HEV를 의미했다. 다른 형태의 전기차는 전지 가격 때문에 내연기관 자동차와 경쟁이 어려웠다. 2007년 HEV의 독주를 깬 회사가 등장한다. 바로 미국의 GM과 한국의 LG화학(現 LG에너지솔루션)이다. 두 업체가 PHEV(Plug-in HEV)인 쉐보레 볼트 개발을 위해 협력하자, 일본의 닛산, 미국의 테슬라, 중국의 BYD 등이 BEV(Battery EV)를 개발하면서 전기차 시장이 다양해졌다. 

중국 정부는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선진국과의 격차를 줄일 수 없게 되자 내연기관 자동차 산업을 포기하고 미래 자동차인 전기차에 집중한다. 중국 정부가 정책적으로 전기차 산업을 지원하자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전기차 시장이 열리게 된다.
 
By 2020, 전지 목표 가격 달성에 실패한 전지 업계

전기차는 전지를 제외한 모든 부품이 완성된 상태였다. 전기차가 언제 올 것인지는 전적으로 전지의 성능과 가격에 달려 있었다. 정부보조금 없이 내연기관 자동차와 경쟁하려면 전지 가격이 $100/kWh 이하로 내려가야 했다. 전지산업계는 2020년까지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해서 2020년 $100/kWh라는 전지 목표 가격이 설정된 것이다.

2020년까지 전기차 산업의 주도권은 전지 회사가 쥐고 있었다. 자동차 산업계는 2020년 목표 달성은 별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여 나름대로 전기차 사업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며 기대를 키웠다. 자동차 산업계의 이런 믿음은 2018년부터 무너지기 시작한다. 전지 가격 목표가 초기에는 배터리 팩 기준이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전지 셀 기준으로 바뀌더니 가격 하락 속도가 점점 느려졌다. 마침내 자동차 산업계는 전지산업계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때부터 전기차 산업의 주도권은 자동차 산업계로 돌아오게 됐다.
 
From 2020, 새로운 전지 목표 가격을 설정한 자동차 업계

전지산업계는 2020년 $100/kWh라는 전지 목표 가격 달성에 실패한다. 배터리 팩 기준으로는 물론이고 셀 기준으로도 실패한다. 전지의 정확한 평균 가격은 알 수 없으나 배터리 팩 기준으로는 $200/kWh 이상이고, 전지 셀 기준으로도 $142/kWh에서 $186/kWh 정도였다. 결국 이렇게 큰 차이로 목표 달성에 실패하자 자동차 산업계가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테슬라는 2020년 9월 22일 ‘배터리 데이(Battery Day)’ 행사를 열어 2020년 $100/kWh 목표 달성에 실패했음을 시인하면서 반값 배터리를 목표로 제시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목표 전지를 중대형 원통형 전지로 정하고 자체적으로 전지를 생산해 전지 회사가 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테슬라에 이어 독일의 VW도 소매를 걷어붙였다. VW은 2021년 3월 15일 ‘파워 데이’ 행사를 열어 각형 전지를 미래 ‘통합 배터리 셀(Unified cell)’로 정했다. 또한, 테슬라와 마찬가지로 전지 회사가 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전지 표준화가 가져올 생태계의 변화

전기차용 전지는 미국의 테슬라와 독일의 VW에 의해 중대형 원통형 전지와 중대형 각형 전지로 표준화되고 있는 것 같다. 전지가 표준화되면 전지 가격을 획기적으로 내릴 수 있는 것은 물론, 자동차 엔진룸에 들어가는 납축전지처럼 자동차 회사가 직접 전지를 만들 수 있게 된다. 전지 회사가 우수한 핵심 요소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면 자동차 회사의 전지 생산 전문 회사로 위상이 떨어질 수 있다. 각형 전지 조립 기술이 없는 회사는 전극만 제조해 공급하는 전극 제조 전문 회사가 될 수도 있다.

테슬라와 VW의 전지 표준화 결정은 전지산업계를 개발 모드로 몰아넣게 될 것이다. 아무도 넘볼 수 없는 전지 기술의 확보만이 경쟁력을 보장할 수 있는 시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 K-배터리도 더 이상 전지 공장 건설에 도취되어 있어서는 안 된다. 조직을 재편해 연구개발 모드로 전환해야 한다. 남과 비슷한 기술로는 이제 생존이 보장되지 않는다. K-배터리의 핵심 전지인 파우치 전지는 무대에서 사라지고, 원통형과 각형 전지를 중심으로 한 표준화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이다. 자동차 회사를 설득해 파우치 전지가 더 오래 살 수 있도록 하기엔 너무 늦은 것 같다. 파우치 전지를 고수하면 엄청나게 싼 저가 공급을 요구할 수도 있다. 2020년 $100/kWh 목표 달성에 실패하는 순간 경쟁 모드가 바뀐 것이다.
 
LG와 SK의 법정 다툼(편집자 주: LG와 SK는 지난 4월 11일 전기차 배터리 소송전에서 극적으로 합의했다.), 코나 전기차의 리콜 등 어려운 문제가 산적해 있는 K-배터리에 심각한 위기가 온 것 같다. 전지 사업 전략을 이제 다시 한 번 점검하고 손질해야만 한다. 2025년 서유럽에는 많은 전지 회사가 등장할 것이다. 동유럽에 있는 K-배터리 전지 공장에서 생산되는 전지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 K-배터리가 미래를 낙관하고 가만히 있으면 지는 태양이 될 수 있다. 서유럽에는 이미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고 있다. [A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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