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Porsche)가 전기차(EV)의 핵심 구성품인 고전압 배터리의 수명과 성능, 안전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세부 연구 내용을 공개했다. 포르쉐는 고전압 시스템의 수명과 신뢰성을 내연기관 차량과 동일한 수준으로 설계해 최소 15년 또는 30만 km를 보장한다고 소개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사용 초기 2~12개월 사이 용량의 1~5%가 감소하는 ‘초기 용량 감소(initial drop)’ 현상이 발생한다. 포르쉐는 이 물리적 현상을 고려해 새로 생산된 배터리의 에너지 용량을 설계 단계에서 보정함으로써 실질적인 SoH(State of Health) 저하 속도를 늦추고 있다. 최적의 배터리 조건은 온도 30℃ 이하, 장기 주차 시 충전량 90% 이하일 때이며, 포르쉐는 이를 위해 자사의 전기 스포츠카에 특허받은 고속충전 기술을 적용하여 모니터링 및 제어를 수행한다.
사륜구동 포르쉐 마칸(Macan)의 섀시 구조: 전력전자 장치를 포함한 총 100kWh 용량의 고전압 배터리는 앞뒤 차축 사이에 배치되며, 구동 모터는 전·후륜 차축에 각각 장착된다.
배터리 셀 내부에서 일어나는 전기화학적 변화도 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충·방전 과정에서 리튬이온 이동에 따른 저항 변화, 반복 사용에 따른 입자 균열, 금속 리튬 석출(lithium plating) 등이 용량 저하를 유발한다. 포르쉐 배터리 개발팀은 이를 ‘레스토랑’에 비유해, 온도·용량·노화 등 변수가 충전 속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설명했다.
광범위한 도로 주행 테스트 외에도, 고전압 배터리와 관련된 모든 구성 부품은 포르쉐의 고전압 배터리 시스템 테스트벤치에서 테스트 절차를 거쳐야 한다.
포르쉐는 실제 도로 주행 시험과 함께 고전압 배터리 시스템 테스트벤치를 활용해 극한 조건에서 배터리와 관련 부품을 검증한다. 15% 미만의 비율로 사용되는 고속충전은 테스트에서는 최대 50% 주기로 실시되며, 60~100℃ 열 스트레스, 16만~30만 km 주기 충전 등 다양한 장기·고강도 시나리오가 적용된다.
이러한 검증은 최신 타이칸(Taycan)에 적용된 개선된 셀에서 결실을 맺었다. 셀 저항은 줄고 성능은 높아졌으며, 냉각 성능은 6kW에서 10kW로 향상됐다. 요구 충전 온도도 25℃에서 15℃로 낮아졌고, 10~80% 급속충전 시간은 21.5분에서 18분으로 단축됐다. 충전 전력은 270kW에서 최대 320kW로 증가했다.
주행 성능 역시 개선됐다. 방전 전류는 860A에서 1,100A로 늘어 가속 성능이 강화됐고, 배터리 총 용량은 93.4kWh에서 105kWh로 증가했음에도 무게는 634kg에서 625kg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안전성 확보를 위한 시험도 강화됐다. 포르쉐는 배터리를 약 1m 깊이의 수조에 완전히 잠기게 하는 침수 테스트, 다양한 농도의 염수 노출을 포함한 부식 테스트, 강화된 충돌 시나리오를 적용한 충돌 테스트 등을 수행한다. 충돌 시에는 고전압 시스템이 즉시 분리되고 잔류 에너지가 자동 방전되며, 이는 감전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절차다. 모듈 단위 파괴 시험에서도 화재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내부 기준도 적용된다.
포르쉐 안전 시스템 책임자 시몬 마우어(Simon Maurer)는 “고전압 부품은 가능한 손상 위험이 적은 위치에 배치하며, 다양한 센서가 충돌 신호를 조기에 감지해 시스템을 즉시 차단한다”고 설명한다.
포르쉐는 모든 검증 기준을 실제 차량 수명보다 높은 수준으로 설정해 장시간 고성능 주행, 급속충전, 극한 환경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배터리 시스템을 제공한다는 목표를 강조했다.
AEM(오토모티브일렉트로닉스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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