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읽은 책이 기억납니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깊이에의 강요’로 기억합니다.
한 열정 넘치는 젊은 화가가 있었습니다. 그는 모두가 감탄하는 명화를 그리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어느 날 자신이 그린 그림 중 가장 잘 됐다고 생각하는 것을 들고 인파가 분비는 거리로 나가 그림 옆에 부족한 점을 지적해 적어달라고 합니다. 그날 저녁 화가는 너무 많은 지적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의기소침해진 화가에게 한 친구는 다른 방법을 써보라고 조언했습니다. 이번에는 가장 잘된 점을 지적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결과를 보니 부족하다고 지적받았던 부분에 대해 찬사가 쏟아졌습니다.
자동차는 전자통신 기술과 융합되며 갈수록 전자화, 첨단화 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프리미엄 카에는 소비가전 시장에 유행하는 증강현실 기법에 해당하는 차창에 레이저 등으로 내비게이션 정보나 주요 차량 운행 데이터를 표시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장착되고 있습니다. OEM과 서플라이어, 그리고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자동차에 모바일폰을 연결하고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더하는 방식으로 인포테인먼트와 자동차의 외부 연결성 확보에 혁신을 꾀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소비가전, IT 기술의 융합과 서비스 도입에 있어 어떻게 하면 이를 차내에서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할까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스티어링 휠에 다양한 버튼을 추가하고, 센터콘솔에 수많은 기능이 들어간 새로운 스위치를 내장하는 것은 물론, 스마트폰을 조작하듯 터치해 컨트롤 할 수 있는 대형 터치스크린을 넣고 있습니다. 음성인식, 필기인식, 제스처 인식, 햅틱 피드백, 슬라이드 터치, 광인지 등 다양한 HMI가 동원되고 있습니다. 또 최신 차량의 인스트루먼트 패널과 보조 디스플레이는 아이패드를 맞춤화 하듯 고객의 뜻대로 재구성할 수 있고, 터치 조작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가 내장되고 있습니다. 혁신은 운전석과 대시보드뿐만 아니라 실내 조명과 같은 부분까지 포함됩니다.
자동차의 전장화, 인테리어의 혁신과 관련해 “첨단에의 강요”란 말을 자주 합니다. 물론 쥐스킨트의 단편 “깊이에의 강요”에서 차용해 온 말입니다.
미국 고속도로안전관리국(NHTSA)은 스마트폰이 차에 들어오고 화려해지는 차량 인포테인먼트 환경과 관련해 OEM의 운전부주의 대책을 걱정합니다. OEM들은 NHTSA의 권고안을 염두에 두면서 최첨단 장비와 HMI로 운전석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한편, OEM의 무수한 아이디어로 탄생한 최신 제품들이 본래 의도와는 다르게 평론단의 혹평을 받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GM의 CUE, 포드의 마이포드 터치, 기아의 UVO 등과 같은 시스템은 일부 전문가들에게 ‘잘못된 구현’이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들의 말이 일부 사실인 것도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용기를 잃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부족함에 대한 지적이 있는 만큼 칭찬과 감탄도 존재합니다. 이같은 노력과 시도들은 반드시 보다 나은 미래의 제품과 자동차를 탄생시킬 것입니다. 없는 게 차라리 더 나은 것이 아니라면 혁신의 노력은 계속돼야 할 것입니다. 물론 안전이란 전제 조건 하에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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