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산업의 재편
1990년대에는 “200만 대이상 못 팔면 살아남지 못한다. 세계에서 10개 자동차 회사만이 살아남는다”는 글로벌 과점화 논란에 이어 “연간 400만 대이상 생산하지 못하는 기업은 살아남지 못한다”는 Big-6 생존설이 지배해 왔다.
이런 논란 속에서 90년대 후반 대규모의 산업 재편이 전세계적으로 이루어졌고 우리나라도 기아차를 인수한 현대차 그룹의 출범 이후 GM의 대우차 인수, 르노의 삼성차 인수, 쌍용차의 상하이차 그룹 편입으로 구조 개편이 추진되었다. 이러한 합종연횡의 구조 개편 요인은 궁극적으로 메이커의 수익률 저하에 있으며, 바로 코스트 경쟁력의 상실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세계적으로 수요가 크게 늘지 않는 데도 시설 능력은 계속 늘어나 2,000만 대에 이르는 공급 과잉도 주요 요인이 되었다.
양산효과의 과대 평가와
다양한 경쟁 요소
자동차에도 양산효과는 확실히 존재한다. 하나의 메이커가 플랫폼 당 최소 최적 규모를 25만 대로 보고 5개의 플랫폼을 갖는 모델군을 라인업으로 삼으면 기업 생존의 최소 규모는 150만 대면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200만 대’라는 생존 규모는 너무 과다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공급과잉설’의 생산능력 기준은 연간 가동시간을 선진국 기준으로 4,000시간(하루 16시간 250일)으로 계산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5,400시간(하루 20시간 270일) 가동을 전제로 최대 생산능력을 잡아왔다. 실제 세계 메이커의 평균가동률을 보면 약 80% 수준에 있어 공급과잉은 다소 과장되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제조비용 측면에서 적은 양의 생산으로도 돈을 버는 유연한 생산기술이 발달해 왔고 프로젝트 당 개발 코스트도 꾸준히 절감되었다. 동시에 기업들도 전략적 제휴로 공동 개발, 공동 생산 등을 이용하여 코스트를 절감하고 수익률을 늘려왔다.
자동차는 규모의 효과를 능가하는 경쟁력 요소가 많다. 상대적으로 설비투자비는 적고 품질, 성능, 디자인, 기술동향 예측, 제품기획, 마케팅 등 다른 경영요소에서 경쟁력을 갖추어가도 충분히 수익을 내며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유지할 수 있다. 다만, 미국 Big-3의 경영 악화로 인한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자본 분리를 시작으로 산하 기업의 매각, 일본 중소형 메이커의 향방, 중국 메이커의 본격적인 세계시장 진출과 자국 내 구조조정 등의 요인에 의해 세계 자동차산업은 새로운 방향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무한 경쟁에 대응하는 전략
세계 자동차시장은 ‘전면 전쟁’, ‘무한 전쟁’의 단계로 접어들었다. 지난 80여 년간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인 GM은 1위 자리를 2007년을 기점으로 도요타에게 넘겨주었으며, 고급차 판매 1위 자리도 벤츠에서 BMW로 넘어가고 있다. 이러한 본격적인 생존경쟁은 구조조정, 플랫폼 전략, 신제품 전략, 브랜드 전략, 신흥시장 선점 프로젝트, 전략적 제휴, 친환경차 개발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코스트 절감 추진
GM은 지난 2002년부터 2005년까지 5개 공장을 폐쇄하여 100만 대 생산능력을 감축하였고, 또다시 2008년까지 조립 4개 공장, 부품 5개 공장을 폐쇄하여 100만 대의 생산능력을 삭감함으로써 종업원 3만 명을 감축할 계획이다. VW도 노동조건을 변경하여 인건비를 줄이고 M-Benz도 2007년까지 35억 유로의 수익 개선을 위한 비용절감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 판매수요와 생산은
7,000만 대 수준으로 증가
2006년 세계 자동차 판매대수는 신흥 지역의 시장 성장으로 전년 대비 470만 대 증가한 6,863만 8,000대가 되었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1,705만 대로 소폭 하락하였고 중국은 전년 대비 145만 대가 증가한 721만 대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의 소비국으로 등장하였으며 일본은 574만 대로 3위로 내려갔다.
세계 자동차생산국(41개국)의 2006년 생산 대수는 전년 대비 3.4% 증가한 6,950만 대를 기록했다. 국가별로는 일본이 1,148만 4,000대(세계시장 16.5%)로 미국(1,126만 대)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고, 내수가 급증한 중국은 27.7% 증가한 728만 대를 생산하면서 독일(584만 대)을 여유 있게 따돌리고 3위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은 384만 대를 생산하면서 5위를 기록했다.
한편, 세계 자동차 총수요는 2008년이면 7,000만 대를 돌파하고 다시 2011년이면 7,600만 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지역별로는 중국, 인도 등의 신흥 아시아 지역이 주로 성장을 주도하게 될 것이다.
자동차 부품산업의 변화
세계 자동차 부품시장 1조 달러
세계 자동차 부품시장 규모는 OEM이 2005년 약 6,000억 달러, 보수용이 약 4,000억 달러로 약 1조 달러에 이르는 거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한국의 완성차 생산은 2006년 기준으로 384만 대로 전세계 생산 약 6,900만 대의 5.5%에 이르지만 부품산업의 비중은 2% 내외로 약 20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것은 완성차 수출 비중의 18%로 일본의 48%, 미국의 205%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부품산업이 일본이나 미국과 달리 과도한 내수 지향적 공급 패턴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세계 5대 생산국에 걸맞는 세계적인 부품 메이커가 없다는 사실로도 나타난다.
국내 부품산업의 변화
세계 자동차산업은 구조 개편을 겪으면서 21세기에 들어 플랫폼의 통합, 개발기간의 단축, 부품업체의 감축, 모듈화의 확대, 치열해지는 고품질화와 가격경쟁, 신흥시장 확대 등으로 인해 자동차 부품산업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요한 변화로는 글로벌화, 모듈화, 전자화, 네트워크화를 들 수 있다. 이러한 변화를 우리나라의 부품산업 측면에서 살펴보면 다음 몇 가지 큰 흐름을 전망해 볼 수 있다.
첫째, 글로벌화의 진전이다. 글로벌화란, 우리 기업의 글로벌 진출과 글로벌 기업의 한국진출을 말한다. 우리 기업은 IMF 이후 구조조정 속에서 글로벌 기업인 Bosch, Delphi, Visteon 등의 자본 참여로 2005년 말 외국인 지분이 50%를 넘는 외자 업체만 130여 개를 넘어섰다. 또 국내 OEM 시장규모의 약 40%를 점유하게 되었다. 이를 통해 국내 부품업체의 글로벌화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둘째, 모듈화의 확대이다. 모듈화는 단위 부품의 통합화, 기능의 융합, 중량 경감, 소형화, 비용절감 등의 측면에서 획기적인 부품의 공급방식이며 생산방식의 변화이다. 현대차 모델의 모듈화는 현재 약 20% 수준도 안되지만 앞으로 새로운 모델부터 확대 적용되면 수년 내 30~40%까지 확대될 것이다. 이런 모듈화는 대형 부품업체나 경험과 기술을 축적한 글로벌 기업에게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셋째, 전자화의 진전이다. 전자화는 차량 한 대 당 전기·전자부품(Electrical & Electronics Components)의 평균 금액으로 알 수 있다. 세계 평균 대 당 2,800달러 수준에서 2015년에는 5,200달러로 증가하고, 전체 산업규모도 현재 1,900억 달러에서 4,00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성장세로 간다면 2010년경 자동차 부품원가의 40%가 전기·전자부품이 될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기존의 전통적인 부품기업들은 핵심 경쟁력을 전자화 분야로 재정의하고 전환할 준비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넷째, 계열 구조의 변화이다. 일본식 계열 구조와 같은 모기업과 하청관계는 머지않아 사라지고 여러 완성차 기업이 다른 완성차 기업의 1·2차 부품기업과 거래하는 형태로 바뀌어 갈 것이다. 지금까지 1·2·3차라는 공급 구조보다는 새로운 기술과 부품을 보유한 경쟁력이 있는 기업이 광범위한 네트워크형 거래 구조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다섯째, 부품조달 전략의 변화이다. 완성차 업체는 세계적으로 OEM 조달과 부품가격 인하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글로벌 조달(Global Procurement) 확대와 부품의 공용화(공유화)를 늘릴 수밖에 없다. 부품의 공용화가 확대되려면 플랫폼을 통합하고 플랫폼 당 모델 수를 최소화해야 한다. 그래야 개발비도 줄이고 부품의 가격인하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자동차기술의 미래
자동차기술은 2000년 이후 제품의 고부가가치화에 전자제어 부품의 확대가 주류를 이루면서 자동차 메이커는 제품기획에 집중하고 내제 부품 부문을 외주로 전환하며, 부품업체는 시스템 공급자로서 모듈 시스템의 개발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향후에는 차세대 전자제어 기술, 기존 시스템의 통합, 고도 모듈 채용 확대, 바이 와이어(By-Wire), 연속가변 확대, 센서 향상에 의한 충돌회피 등의 고도 제어장치가 확대될 것이다.
환경 부문
환경 부문은 고유가와 지구온난화로 친환경차와 대체연료차의 보급이 늘 것으로 보인다. 엔진 연소 제어의 혁신과 함께 엔진 제어 시스템이 고도화 될 것이다. 1,800bar이상의 초고속 연료분사장치인 피에조 커먼레일이 상용화되고 대체연료 엔진에서 Bio-Diesel, CNG 엔진이 획기적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상용화 모델을 세계 업계가 모두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이어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을 이용한 수소연료전지를 원동력으로 기존의 내연기관 대신 전기모터로 자동차를 구동하는 친환경 미래차의 개발도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현재는 고순도의 수소를 경제적으로 추출하는 기술과 수소저장 탱크의 성능을 개선해 수송 저장 용량을 키워 주행거리를 늘리는 것이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이다. 변속기 부문에서는 고효율과 성능향상이 가능한 CVT, AMT, AMT용 듀얼 클러치, 다단변속기(6, 7, 8단)가 일반화되고 있다.
안전 부문
전자제어와 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운전자와 보행자를 보호하는 적극적인 예방안전 시스템의 도입이 더욱 빨라질 것이다. 에어백의 장착 부위가 확대되었고 스마트화가 진전되었으며 ABS 등 능동적 안전분야에서는 제어가 고도화 되면서 ESP, ESC(전자식 안전제어)와 브레이크 록(Lock) 제어가 가능해졌다. 궁극적으로는 수동적 안전 시스템과 능동적 안전 시스템이 복합되고 통신기술이 어우러져 악천후 상황과 주변 위험을 인식하는 ‘Pre-Crash Safety’ 등의 위기 회피 종합 주행 시스템이 구축될 것이다.
정보통신 부문
자동차에 적용되는 대표적인 정보통신 기술은 첨단 안전 자동차(ASV), 텔레매틱스, 지능형 교통 시스템(Intelligent Transport System, ITS)으로 차량 간, 차량과 도로 간의 통신을 통한 위험 회피, 교통정보 전달 등 다양한 기능이 추가되어 지금까지는 폐쇄 공간이었던 자동차는 외부 사회와 연결되는 개방화가 더욱 촉진될 것이다.
감성품질 부문
감성품질(感性品質)은 운전자와 동승자가 쾌적함을 느끼고 운전을 즐겁게 할 수 있도록 만드는 성능을 의미한다. 즉 진동, 잡음 억제, 촉감, 공조 및 항균, 외관 및 디자인, 온도, 습도, 조작 편의성 등 운전자와 동승자의 기분을 고려한 제품개발 전반에 걸친 분야다.
감성품질은 범위와 기준이 확실한 여타 분야와는 달리 측정이 어렵다. 예를 들면 차량이 고급차냐, SUV냐, 스포츠카냐에 따라 소비자가 요구하는 내용이 달라진다. 더구나 국가별·지역별로도 소비자의 기호가 대단히 큰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동력원의 미래와
하이브리드 카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가운데, 특히 주목해야 할 분야는 파워트레인의 변화로, 기존의 내연기관이 하이브리드 또는 연료전지 시스템으로 대체되고 있다. 무엇보다 향후 40년 내에 석유 고갈의 문제에 부딪히고 지구환경에 대한 관심이 더욱 고조될 것이기 때문이다.
가솔린과 디젤로 대표되는 내연기관은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등장 이후 언제까지 존속할 수 있을 것인지 관심거리가 되었지만 가솔린 엔진은 직접분사방식, 디젤엔진은 커먼레일 등을 적용하여 고연비 저공해를 실현시켜 가고 있다. 내연기관은 기존 자동차의 인프라를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으며 제작비도 가장 저렴하여 대단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 카는 도요타가 1997년 1단계로 ‘프리우스’ 모델을 세계 최초로 양산 판매하기 시작했고 2단계로 2003년에 모터의 출력을 높여 주행 기능을 대폭 강화한 신형 프리우스를 출시, 2006년 말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총 6개 모델의 판매를 강화하고 있다. 앞으로 가장 큰 문제인 차량 가격을 대폭 낮추고 연비(프리우스 시가지 연비 25.5km/ℓ, 혼다 시빅 20.8km/ℓ, 포드 이스케이프 15.3km/ℓ-2007년)가 더욱 향상되리라 기대되는 2008년 이후에는 대중화에도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하이브리드 카의 성공 여부는 무엇보다도 차량 가격에 달려 있다. 지금은 각국 정부가 차량 구입 보조금을 지원하는 인센티브와 고유가에 따른 연비 경제성이 뛰어나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향후 획기적인 기술향상과 다양한 모델이 시장에 쏟아지면 2010년경 세계 수요는 100만 대에 이르고 2015년이면 400만 대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하이브리드 차는 성장을 하나 시장규모는 작은 틈새시장으로서 교통량이 많은 도심에서 가다서다를 반복할 때만 효과적일 뿐 다른 도로에선 효과가 크지 않아 모든 차가 하이브리드로 바뀌는 시대는 오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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