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에서도 하이브리드 카를 바라보는 관점을 좀 뒤틀어서 보려고 한다. 그렇다고 하이브리드 카 자체를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니 오해 없기를 바란다.
독일에서는 이제 막 포르쉐 제국이 새로운 자동차 산업의 ‘오스만투르크’처럼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참 많은 일들이 알게 모르게 일어나고 있다. 학연이나 시장보고서에 수없이 언급되던 기술이 어느 날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산업체에 의해 보고되던 기술이 갑자기 부각되어 나타나는 일은 자동차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일반적으로 접할 수 있는 일간 신문을 보면, 드디어 하이브리드 카가 대세이며 앞으로 하이브리드 카를 필두로 한 친환경 자동차가 아니면 도로를 달릴 수 없을 거라는 식의 강한 논조의 기사가 종종 눈에 띈다. 요즘 미디어의 관점이 그렇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유가 200불 시대를 향해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하이브리드 카와 같은 친환경 자동차가 힘을 얻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그 와중에 오히려 하이브리드 카에 대한 애정이 있다면 정말 하이브리드 카가 유일한 해법이며 대안인가 냉철하게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하이브리드 카 진영에서 오래 기다리고 기다려 너무 일찍 축포를 터트린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산업계에서도 그런 일이 있지 않은가! 산업이 알차게 커가는 중에는 별다른 보도가 없다가도 산업이 힘들어지고 위태로운 상황에 빠지면 그것을 상쇄시키기 위해 보도자료라는 미명 하에 장밋빛 전망이 폭죽같이 쏟아지는 일 말이다.
BMW 520d vs. 토요타 프리어스
이번 원고를 준비하고 있는 동안에 흥미로운 정보를 접하게 되었다. 지난 호에 이미 순수 엔진 기반의 가솔린/디젤 차량과 엔진/모터 하이브리드 카에 대한 비교에서 언급한 바 있는 내용으로, 가솔린/디젤차와 하이브리드 카의 연비에 대한 새로운 시각 부분에서 예측했던 바가 현실로 나타났다는 정보였다. 물론, 여기서 얘기하는 가솔린/디젤 차량이라는 것이 엔진만을 유일한 파워트레인으로 사용하는 차를 뜻하는 것이 아님을 먼저 언급한다.
이번에 소개하는 것은 BMW 520d와 토요타 프리어스의 연비 비교에 관한 내용이다. 필자가 접한 기사는 “BMW Beats Prius in MPGs” 혹은 “Prius proves a gas guzzler…”(gas guzzler는 우리 정서에 맞게 표현하면 ‘기름 먹는 하마’라고 하면 될 것이다. 영어문화권에서의 gas는 LPG가 아니라 gasoline을 지칭한다)라는 타이틀로, BMW 520d가 프리어스보다 저연비(Low Fuel Cost, L/100km 단위로 표현)를 달성했다는 내용이었다. 2.0 L BMW의 디젤엔진을 탑재한 세단 중에서도 중형차(midsize-car)인 5 시리즈가 Full Hybrid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프리어스(그것도 약 230 kg 정도 가볍고)보다 나은 연비를 기록했다는 사실(41.9 mpg vs. 40.1 mpg)을, 전하는 이는 “개가 사람을 문 사건”이라고 표현했다.
공식 연비는 US, UK 기준 차이를 차치하고라도 프리어스가 더 낫긴 하지만, 위의 테스트가 런던과 제네바 사이의 약 545마일 거리를 주행하는 동안 달성된 것이라고 한다. 물론 좀더 자세히 들어가 보면 BMW 520d는 엄밀히 말하면 Micro Hybrid의 핵심인 회생제동(Regenerative braking)을 장착한 디젤엔진 기반의 Micro Hybrid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두 차량의 엔진만큼은 세계적으로 모두 인정을 받았다.『International Engine of the Year 2008』에서 프리어스의 1.5 L Hybrid Synergy Drive(HSD)는 올해의 ‘그린 엔진’으로, BMW의 2 L diesel engine with twin turbo(520d의 엔진과 완전히 같지는 않다)는 올해의 ‘뉴 엔진’으로 선정되었다.
위의 기사와 독자들의 의견에서도 제시되고 있듯이 하이브리드 카의 효용은 교통체증이 제법 있는 도심에서는 발휘되지만 교통체증을 느끼지 못하는 하이웨이를 주로 주행하는 운전자라면 프리어스라는 차에 대해 그다지 장점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달리는 성능 자체가 답답하기 그지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프리어스의 장점은 교통체증이 있는 시간대에 한 명이 탄 상태에서 차가 없는 전용 라인을 달릴 수 있도록 해주는 교통법규 상의 배려에 있다는 어떤 프리어스 운전 경험자의 우스개 소리가 있는지도 모른다.
‘연비’에 녹아 있는 기술
BMW 520d의 연비 측면에서의 우세함은 여러 가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우선, 도심 속을 주행하는 동안 가다서다하며 잃는 에너지 효율은 회생제동으로 되찾아 오는 Micro Hybrid 시스템으로 달성한다. 그리고 하이웨이에서의 고속 주행은 기본적으로 엔진에 기반한 파워트레인의 수준과 BMW가 지향하는 EfficientDynamics와 같은 복합적인 자동차 기술의 진화에 전적으로 의존하여 얻어낸 차량 밸런스의 힘으로 봐야 한다.
이와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자동차의 명가 중 하나인 메르세데스 벤츠(MB)의 디조토(DiesOtto, 디젤엔진의 제안자인 아돌프 디젤과 스파크점화식 엔진의 개발자인 니콜라스 오토의 이름에서 “Dies”와 “Otto”를 각각 따서 명명한 시스템 명이다)라는 혁신적인 엔진은 F700 시개발 모델(Research Car)에 적용되었을 때, 1.8 L의 크기에도 불구하고 터보차저 장착 등으로 18.9 km/L의 고연비와 258마력의 최대 출력, 그리고 최대 토크 39.2 kg.m 정도의 우수한 성능을 보여줬다. F700도 순수한 엔진 기반 차량은 아니며 하이브리드 모듈이 적용된 차량에 해당한다(그림 2에 나와 있듯이 120 V 배터리 시스템이 장착되어 있으며 리튬계 이차전지를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먼저 디조토 자체는 가솔린 직분사(Gasoline Direct Injection)로 약 10%의 연료효율이 향상되었으며 VVT(Variable Valve Timing), 가변크랭크축(Variable Crankshaft), CAI(Controlled Auto Ignition)(그림 3 참조) 등의 기술을 추가하고 2단계 터보차저를 이용하여 에너지 효율 향상뿐 아니라 차량의 고성능화를 달성했다(이 부분은 BMW의 EfficientDynamics의 성과와 정말 흡사하지 않은가?). 에너지 효율뿐 아니라 파워트레인의 고성능화와 차량 밸런스 향상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는 것은 BMW의 EfficientDynamics와 더불어 핵심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디조토(그림 4)는 간혹 이름으로 인하여 디젤엔진으로 오해받기도 하는데, 가솔린엔진에 디젤엔진의 장점을 결합시켰다는 의미가 함축돼 있다.
독일차 vs. 일본차
그럼 여기서 토요타 프리어스, BMW 520d, MB의 F700을 다시한번 들여다보자. 프리어스는 잘 알려진 대로 Full Hybrid라고 불리는 진정한(?) 하이브리드 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BMW 520d는 디젤 마이크로 하이브리드(Diesel Micro Hybrid), MB의 F700은 가솔린 마이크로 하이브리드(Gasoline Micro Hybrid)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자동차 회사와 독일의 대표적인 자동차 회사들이 지향하고 있는 바를 살펴볼 때 과연 서로 다른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봐야 할 지, 어느 자동차 회사의 해치백 차량 CF에서처럼 “달라, 난 달라”라고 말할 수 있는 차량으로 봐야 할 지, 이런 자문에 대해 자답을 한다면 다음과 같은 해답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Full Hybrid는 기존의 자동차 기술 중에서 차량의 파워트레인(혹은 드라이브트레인)에 전자제어가 고도로 들어가 있는 지능형 자동차의 일종이라고 말이다. 즉, 그 자체는 기존 차량과 궤를 같이 하는 차량이지 별다른 차량이 아니라는 접근법은 어떨까? 한 때 미국 빅3 업체의 한 엔지니어가 말하길, “하이브리드 카는 전장이 고도화된 자동차의 한 트림일 뿐”이라는 말이 사실 맞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Full Hybrid 자체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현재의 Full Hybrid를 별스런 자동차로 보지 말고 기존의 가솔린/디젤 자동차와 같은 흐름 속에 있는 차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일본의 뛰어난 전자공학 기술과 독일의 뛰어난 기계공학 기술을 기반으로 각 나라 산업의 장점을 살린 쪽으로 진행되었을 뿐이라고 볼 수 있다는 말이다.
엔진 기술 중 최고를 뽑는 사이트 가운데 객관적이라고 평가받는 『International Engine of the Year』에서 올해 선정된 엔진 기술의 대부분이 독일 자동차 회사들의 작품이었다. 여기서 독일이 지향하는 하이브리드 기술은 엔진에 중점을 두고 모터/배터리를 시스템적으로 통합시키는 방향이고, 일본에서 선택한 기술은 엔진보다 모터/배터리 쪽의 가능성을 더 살린 상태에서 지능형 자동차를 지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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