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짝사랑
2008년 10월호 지면기사  / 이건용 편집장

유난히도 무더웠던 7월 초, 역삼역을 바라보며 테헤란로를 따라 급히 걸어가던 중이었습니다. 그날따라 고급 외제차들이 유난히 눈에 띄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렉서스와 혼다가 유난히 더 눈에 띄었습니다. 최근 들어 일본차들의 강세를 더욱 실감합니다. 일본차는 올해 닛산과 내년 토요타, 마쓰다, 스바루 등이 진출을 앞두고 있어 수입차 시장은 그야말로 유럽차 중심에서 벗어나 일본차 중심으로 급격히 변화되고 있는 양상입니다. 세계무대에서 종횡무진 누비고 다니는 일본차를 찹찹한 심정으로 바라보다 이내 갈 길을 재촉했습니다.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개최되고 있는 「자동차-IT 융합 워크샵」에 참석하기 위해 나선 길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날 행사는 지식경제부가 첨단 IT 기술과 자동차 산업의 융합을 촉진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습니다. 늦지 않은 시간임에도, 주요 산·학·연·관 관계자들이 이미 발 디딜 틈 없이 강당을 가득 메웠습니다. 왠만하면 중간에 자리가 날만도 한데, 좀처럼 빈자리가 나지 않았습니다. 간만에 느껴보는 현장의 뜨거운 열기였습니다. 요즘 들어 자동차 업계는 차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도래와 함께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으로, IT업계는 정체된 시장에 돌파구를 찾기 위해 자동차와 IT의 융합을 부르짖고 있습니다. 이번 워크숍은 그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마련된 자리였습니다 세계 자동차 전자시장은 2012년까지 연평균 4.3%의 성장률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자동차 전자시장의 비상은 연비향상, 배출가스 저감, 안전성 향상 등 사회적 요구와 소비자들의 쾌적성, 편리성 향상 요구에 의해 강한 추진력을 얻고 있습니다. 자동차 메이커들은 사회적 요구와 소비자의 요구를 모두 충족시키기 위해서 환경, 안전, 쾌적, 정보 등 각 분야의 연구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국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전략과 함께 이를 뒷받침하는 실행 전략으로 ‘그린카’ 보급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정부는 소재, 전기․전자, 기계, 화학 등 관련 산업에 대한 전후방 파급효과가 매우 큰 자동차 산업의 대외 경쟁력을 더욱 강화함으로써 전후방 산업들이 동반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컨버전스 지연으로 정체된 IT산업의 돌파구를 찾고 있던 IT업계는 자동차가 그들의 희망이 되어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IT업계는 “자동차는 달리는 컴퓨터”라며 이제 자동차 1백년 역사를 다시 쓸 중요한 기로에 섰다고 한껏 치켜세워줍니다. 그리고 21세기에 화려하게 꽃핀 IT 기술이 ‘기계덩어리’ 자동차를 새롭게 재탄생시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마치 떡줄 사람은 없는데 떡을 외치는 형국입니다. 그러나 자동차 산업과 IT의 융합은 거부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입니다. 자동차와 IT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깊은 관계로 맺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IT산업처럼 자동차 산업이 수평분업 구조로 빠르게 바뀔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것입니다. 이제 IT 업계는 용감한 짝사랑이 아닌 자동차 업계와 지고지순한 사랑의 꽃을 피우려면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서비스 밸류체인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면 ITS/텔레매틱스 서비스의 경우에는 지도정보와 음악, 영상 등의 콘텐츠부터 이 정보를 처리하는 소프트웨어,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한 네트워크 인프라, 차내에 탑재되는 단말기 등의 서비스 밸류체인이 있습니다. 기회는 오히려 가까운데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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