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는 리튬이온 확보 전쟁 중
2008년 10월호 지면기사  / 글│윤 범 진 기자 (bjyun@autoelectronics.co.kr)

세계 주요 자동차 메이커들은 에너지 문제와 배기가스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차량 구동원의 전동화를 통한 전기 에너지의 이용이다. 전기 에너지가 가솔린보다 에너지 효율이 높고 CO2 배출량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자동차의 전동화와 함께 특히 기술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분야는 배터리 기술이다. 지난해부터 자동차 업계와 전자업계 간 리튬이온(Li-ion) 전지를 둘러싼 사업제휴나 공급에 관한 발표가 잇달아 터진 배경이기도 하다.
자동차 메이커들은 시장선점을 염두에 두고 리튬이온 전지를 탑재한 하이브리드(H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전기자동차(EV)를 2010년을 전후로 대거 출시키로 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배터리 제조업체들도 자동차 메이커들의 행보에 맞춰 2010년 양산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잰걸음을 내딛고 있다. 이들은 전지의 안전성과 내구성을 확보하고 배터리 가격을 경쟁력 있는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시장 확대의 열쇠가 전지의 신뢰성 확보와 저가격화에 있기 때문이다. 현재 니켈수소(Ni-MH) 전지는 양산효과에 의한 코스트다운이 기대되지만 리튬이온 전지는 가격면에서 여전히 과제를 안고 있다.
이현순 현대자동차 사장은 지난 8월 2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용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 양해각서 조인식」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경우 가장 중요한 게 배터리 가격을 경쟁력 있는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라며, “배터리 기술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이사장은 2013년에는 일본을 따라잡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카를 양산할 계획이며 동력원인 배터리로는 리튬이온폴리머 전지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전동화의 핵심 ‘전지’

전기자동차의 개발은 1970년대 소위 ‘가솔린 금지법’이라고 일컬어졌던 머스키법(Muskie Act)과 1990년대 완전무공해차 판매를 의무화한 캘리포니아 주의 ZEV(Zero Emission Vehicle) 법 등 배기가스 규제가 계기가 되었다. 구동용 전지로써는 납축전지와 니켈수소 전지를 이용할 수 있었지만 가격, 축전 용량, 출력, 수명 등 모든 면에서 경쟁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상품가치가 높은 전기자동차를 개발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즉, 항속거리가 짧고 충전시간이 길어 기능성이 낮았으며 운전성능도 충분하지 못했다. 또한 가솔린차의 배기가스 정화 능력이 지속적으로 향상됨에 따라 전기자동차의 시장진입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더욱이 자동차 메이커들은 에너지원을 다양화하고 복수의 구동원을 사용하는 새로운 전동 차량을 개발하여 선보였다. 예를 들면, 토요타자동차는 가솔린엔진에다 전기자동차용으로는 성능이 부족한 니켈수소 전지를 사용한 하이브리드 카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자동차 메이커들이 이제 다음 목표로 삼고 있는 대상은 리튬이온 전지를 탑재한 전동 차량이다.
리튬이온 전지는 1990년대 중반에 첫 등장한 이후 고 에너지밀도, 고출력, 소형·경량화 특성을 제공하며 모바일 IT 기기를 대표하는 휴대전화, 노트북에 널리 보급되었다. 바로 이 리튬이온 전지를 자동차에도 이용하게 되면 현재 하이브리드 카에 탑재되고 있는 니켈수소 전지와 같은 축전용량과 출력을 제공하면서도 체적과 중량은 절반으로 줄일 수 있게 된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개발 박차

자동차 업계는 차세대 친환경 전략의 일환으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카 개발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경쟁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엔진과 전기모터를 함께 사용하는 일반적인 하이브리드 카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카는 대용량의 전지를 탑재함으로써 전기를 이용한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다.
자동차 메이커들이 사실상 생존 차원에서 개발하고 있는 전동 차량을 실용화하기 위해서는 전지의 성능향상뿐 아니라 용도에 따른 사양검증, 성능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한 설계, 전기모터, 제어 시스템 등 전지 시스템 전체의 최적화가 중요하다. 특히, 결정적으로 자동차와 전지기술을 결합해야 하므로 자동차 메이커와 전지회사 간 전략적 파트너 제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일례로 현대자동차는 LG화학, SK에너지, SB리모티브(LiMotive), 자동차부품연구원 등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카용 배터리 개발을 위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MOU를 통해 2013년까지 5년간 연간 40억 원씩 총 200억 원이 투입된다.
현재 일본에서는 자동차 메이커와 전지 회사 간 합작투자 회사 설립이 활발하다. 반면 여타 국가에서는 주로 전지 제조업체들과 협력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같은 합작 제조사 기피 현상은 일본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리튬이온 탑재 동향

하이브리드 차량의 구동용 전지를 니켈수소 전지에서 리튬이온 전지로 대체하면 차체의 경량화와 연비효율 개선, 출력 향상을 실현할 수 있다. 그리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전기자동차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에너지밀도가 높은 전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현시점에서는 리튬이온 전지가 최적의 솔루션으로 부각되고 있다.
하이브리드 카의 개척자라고 할 수 있는 토요타는 2010년 초에 하이브리드 카의 판매 대수를 연간 100만 대로 잡고 있으며 배터리로는 니켈수소 전지를 탑재할 방침이다. 비슷한 시기에 하이브리드 카의 판매 목표를 연간 50만 대로 계획하고 있는 혼다는 하이브리드 카와 일반적인 가솔린차와의 가격차를 20만 엔 이내로 억제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어 당장은 니켈수소 전지를 계속 탑재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GM, 다임러, 폭스바겐, 닛산은 내년이나 2010년에 리튬이온 전지를 탑재한 하이브리드 카를 시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GM은 리튬이온 전지를 탑재한 제2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2010년에 연간 10만 대이상의 규모로 시장에 투입할 예정이다. 닛산은 2010년에 출시 예정인 독자적인 하이브리드 카에 리튬이온 전지를 탑재한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카 분야에서는 토요타와 GM이 2007년부터 공도 실증시험을 시작하여 운전자의 사용방법에 맞춘 전기 주행의 항속거리와 배터리 사이즈의 최적화, 환경성능 확인, 실용성 검토 등을 진행하고 있다. 토요타는 2010년까지 미국에서 법인이나 관공서 등을 대상으로 판매를 계획하고 있으며, GM도 2010년까지 시판을 표명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중국 민족계 자동차 메이커인 BYD AUTO가 소량 생산이지만 올해 중국 내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밖에도 포드, 크라이슬러 등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카 개발에 뛰어들었다.
오직 전지의 힘만으로 달리는 전기자동차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카와 마찬가지로 대용량의 고성능 배터리가 필요하다. 전기자동차는 내년이나 2010년에 미쓰비시자동차공업, 후지중공업, 닛산자동차가 한정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미쓰비시자동차공업과 후지중공업은 경자동차를 기초로 전기자동차를 개발하고 있다. 항속거리는 미쓰비시자동차공업의 iMiEV가 160 km, 후지중공업의 R1e가 80 km이다. 충전시간은 100∼200 V 전원 이용 시 iMiEV가 7∼14시간, R1e가 5∼8시간, 급속충전기를 사용하면 각각 30분, 15분에 충전이 가능하다고 한다. 닛산자동차는 전기자동차의 구체적인 차종, 항속거리, 충전시간, 판매 대수, 판매 가격 등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항속거리 등의 파워트레인 성능을 고려하여 현실적으로 소형 경차급 바디를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쓰비시자동차공업과 후지중공업은 2009년에 각각 1,000대, 100대 정도를 한정 판매할 예정이다. 양사는 도쿄전력 등 전력회사와 공동연구 및 실증시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실제 운전환경 하에서 주행성능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하고 전기자동차의 보급에 꼭 필요한 충전 인프라 정비에 대해서도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닛산자동차는 지난 5월 발표한 중기경영계획에 전기자동차를 환경전략의 축으로 설정했다. 2010년에 일본시장을 비롯해 미국시장에 전기자동차를 투입하고 2012년에는 세계시장으로 확대 판매할 계획이다. 또한 르노와의 제휴를 통해 2011년에는 이스라엘과 덴마크에도 양산 판매를 계획하고 있다.
차량 가격은 iMiEV가 250만∼300만 엔정도이나 정부로부터의 보조금을 포함하면 실제 소비자 구매 가격은 200만∼250만 엔이 될 전망이라고 한다. 후지중공업은 향후 5년간 정부의 보조금 지원을 감안하여 최종 판매가를 200만 엔정도로 책정하는 등 가솔린차와 대등한 가격 수준에서 일반인 대상으로 판매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또 양산효과에 의해 빠르면 2010년 중반에 판매 가격을 150만 엔 이하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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