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하이브리드 카를 위한 리튬이온 이차전지 전쟁
2008년 02월호 지면기사  / 글│박 철 완 책임연구원 (cwpark@keti.re.kr) 전자부품연구원(KETI) 에너지·나노소재센터

유가 100달러 시대가 개막되면서 신재생에너지는 환경적인 문제에 머무르지 않고 경제적인 측면의 중요성도 부각되기 시작했다. 이와 궤를 같이 하여 하이브리드 카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도 환경적인 측면의 저공해(Low Emission) 혹은 완전무공해(Zero Emission) 자동차로서의 에너지 효율은 물론, 경제적인 측면에서 효율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하이브리드 카(Hybrid Car)는 Hybrid Electric Vehicle (HEV)이라고도 하며 구동방식과 제조사의 시스템 구현방식에 따라 Moderate, Mild, Full (Strong) Hybrid 등으로 불리고 있다. 지금까지 이 시장을 선점해 온 업체는 누가 뭐래도 토요타자동차라고 할 수 있다.
뉴욕타임즈 최신호에 따르면, 대중적인 스포츠카를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시킨 업체 중 하나인 포르쉐의 창업주 아버지(페르디앙 포르쉐)가 이미 한 세기 전에 하이브리드 카를 제안하여 실제 시연한 사례가 있으며, 1960∼70년대에 미국에서 정책적인 시도도 있었지만 갤런 당 1달러의 에너지 단가였던 그 당시에는 그다지 중요성이 부각되지 못했다. 그 와중에 기술의 현실화에 뛰어난 재능을 가진 토요타자동차가 하이브리드 카를 개발하여 지능적인 전략과 전술을 효과적으로 구사하여 시장진입에 성공을 거두었다. 토요타자동차가 하이브리드 카를 산업화하는데 있어서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시킬 수 있었던 요인은 여러 가지 있겠지만, 이차전지 관점에서 흥미로운 점을 찾을 수 있다.


토요타의 접근법

토요타자동차가 대중적인 하이브리드 카를 시장에 진입시키고자 했을 때 선택한 기술은 니켈-수소(Ni-MH) 이차전지였다. 이 회사가 Ni-MH 이차전지를 하이브리드 카의 주요 전원으로 채택했을 당시, Ni-MH 이차전지는 IT시장에서 휴대폰 진화(컬러 디스플레이, 멀티 화음칩 도입 등)의 필연적인 결과로써 리튬이온(Li-ion) 이차전지 계열(리튬이온폴리머 이차전지 포함)에 패퇴하여 시장이 위축되던 시절이었다. 토요타자동차는 소형 이차전지업체 중 마이너로 밀리고 있던 일본 MBI와 연대하여 PEVE라는 별도의 법인을 설립하여 하이브리드 카용 전지를 개발하기에 이른다. 리튬이온 이차전지 중심으로 성장해온 한국 전지업계의 관점에서는 MBI라는 회사는 단지 쇠락해 가는 일본의 전지업체 일 뿐이었으며 추격 가시권에 있는 대상으로 간주되었지만, MBI는 일본의 전지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특히 Ni-MH 이차전지에 있어서 MBI는 산요전기와 함께 핵심기술을 보유한 업체였다.
IT용 Ni-MH 이차전지를 경험해 본 전지전문가나 사용자라면, Ni-MH 이차전지가 메모리 효과로 인하여 완충 완방을 하지 않으면 사이클 수명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또 하이브리드 카처럼 50% 부근의 SOC(State Of Charge)에서 5∼10%의 충방전 심도변화를 오고가게 하는 얕은 충방전에는 적합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PEVE 사가 이런 통념을 깨고 Ni-MH 이차전지를 하이브리드 카에 성공적으로 채용함으로써, 하이브리드 카용 이차전지에 대해서는 IT용과는 다른 관점을 가져야 하며 다른 전지라는 관념이 서서히 싹트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이후 일본에서의 하이브리드 카용 이차전지 개발은 기존의 IT용 소형 이차전지업체와는 다른 방향으로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으며 자동차회사의 관점이 강하게 적용되기 시작했다. 물론, 그러기까지 IT용 이차전지산업의 보이지 않는 역할이 지대했다고 할 수 있지만, 기존의 IT용 이차전지 개발 및 생산 업체가 갖는 한계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실례라고 할 수 있다.
토요타 하이브리드 카의 개발 역사가 최신 하이브리드 카 개발의 전부라고 해도 무리가 아닐 만큼 토요타자동차는 하이브리드 카의 핵심으로 자리를 잡았다. 대중에게 널리 받아들여지는 중핵 모델 중심으로 바라본다면, 토요타자동차는 프리어스(Prius)를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로 데뷔시키면서 소비자들의 혼란을 최소화했으며, 그후 자사의 주력 라인 중 렉서스에 하이브리드 카를 도입하면서 대중 속으로 진입시키는데 성공을 거두었다.
토요타자동차의 하이브리드 카 개발 모델을 보면, 하이브리드 카에 대한 토요타자동차의 생각을 크게 3가지로 구분지어 볼 수 있다.
최초의 하이브리드 카인 프리어스는 효율(Efficiency) 지향적인 생각을(그림 1a), GS450h는 성능(Performance) 지향적인 생각을, LS600hL은 정숙성(Amenity) 지향적인 생각을 고스란히 담아내었다.
초기 하이브리드 카는 하이브리드화에 따른 에너지 효율 향상이 주목적이었지만, 모터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극대화한 레이싱용 GS 모델이 개발되는가 하면 EV 모드로의 주행 시 차량 진동을 극소화 할 수 있으므로 탑승자의 만족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LS 시리즈 등 단순히 에너지 효율만을 지향하는 것이 아닌 상황이 도래하게 되었다.


이차전지의 희비

Ni-MH 이차전지는 1990년대 중후반까지 IT용 이차전지 시장에서 리튬이온 이차전지에 크게 뒤지지 않았다. 그러나 휴대폰 시장의 성장에 따라 리튬계 이차전지에 뒤처지게 된 점을 유념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리튬계 이차전지의 경우도 3인치 이상의 PMP 같은 정보통신 기기가 빠르게 보급됨에 따라 중대형 각형 리튬계 이차전지 중에서 리튬이온폴리머 이차전지만이 채용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 향후 하이브리드 카용 이차전지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 것인지 가늠하는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Ni-MH 이차전지는 안전성과 성능면에서 현재의 하이브리드 카에 적합하며 큰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큰 부피와 중량으로 인해 하이브리드화에 따른 연비 및 성능 향상이 기대보다 높지 않기 때문에 리튬이온 이차전지 계열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 리튬이온 이차전지는 기본적으로 다운사이징 전지 시스템의 장착이 가능하고, 최근의 개선된 기술에 따르면 출력면에서도 Ni-MH 이차전지에 뒤지지 않는다. 여기에 전지 시스템의 다운사이징은 정비면에서의 장점과 함께 차량 설계의 자유도를 높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휴대폰이나 노트북에서 간간히 보고되는 전지 관련 안전사고에서 알 수 있듯이 리튬이온 이차전지를 하이브리드 카에 채용하는데 있어서 최대 걸림돌은 “안전성”과 “신뢰성”이라고 할 수 있다.
수계 이차전지인 Ni-MH 이차전지와 달리, 비수계 전지로서 리튬이온 이차전지는 전지 시스템 자체의 안전성 확보도 중요하지만 전지에 기인하지 않은 차량 화재사고에 직면했을 때 비수계 시스템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는 가연성의 약점을 피할 수 없다. 물론, 하이브리드 카에 채용될 리튬이온 이차전지 계열(현재는 리튬이온 이차전지보다는 리튬이온폴리머 이차전지가 주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은 시스템 제어 상 SOC가 50%에서 10∼20%의 폭을 가지고 사용되도록 제어가 될 것이기 때문에 모바일 IT분야에서 완충 상태에 가까운 리튬이온 이차전지에 일어나는 안전사고의 위험성이 현저히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휴대용 제품과 달리 자동차는 주행 중이거나 추돌 시 사고가 일어났을 때 전지 시스템으로 인해 생존율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면 치명적인 문제점으로 부각될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롱비치에서 2007년 5월 14일부터 18일까지 개최된 자동차용 배터리 국제회의 AABC(Advanced Automotive Battery Conference)에 출품되었던 SK에너지/SKME의 리튬이온폴리머 이차전지로 튜닝된 프리어스를 시승해 보았을 때, 분명 성능면에서 토요타의 순정 프리어스보다 체감이 될 정도로 우수한 성능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성능면에서 충분히 가능성이 있고 산업적으로도 곧바로 시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수준이긴 했지만 역시 양산형 차량에서 확보되어야 할 “안전성”이 문제였다. 안전성과 함께 자동차 시스템에서 제어할 수 있을 정도의 전지 제품 간의 균일도와 신뢰성 또한 확보되어야 한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이차전지

하이브리드 카 분야에서도 새로운 이슈가 몇 년 전부터 부각되기 시작했다. 그 핵심에 있는 기술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lug-In Hybrid)로, 몇 년 전부터 미국 AEI (Advanced Energy Initiative)에서 집중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2007년 상반기에도 미래 하이브리드 카로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집중적으로 조망되었다. 하이브리드 카의 시장침투력 측면에서의 장점이라 할 수 있었던 친환경성, 연료의 고효율 사용, 정책적 지원 측면에서의 장점이 점차 희미해지기 시작했다는 점이 차세대 하이브리드 카의 필요성을 대두시켰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미국 상원의 연료효율법안[2020년을 데드라인으로 하는 35MPG (약 15∼16km/L)의 기준 발표] 등도 하이브리드 카의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2006년 AABC까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던 토요타자동차도 2007년 AABC를 거치면서 지난 1월에는 오는 2010년까지 리튬이온 배터리를 이용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카를 상용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와타나베 가쓰아키 토요타자동차 사장은 최초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도 프리어스(그림 2)를 필두로 점차 다른 모델로 확대시켜 나갈 것이며, 최초의 리튬이온 이차전지 채용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정부나 기업고객 중심으로 공급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가 토요타 하이브리드 카 성장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렉서스 하이브리드의 플러그인 타입을 2009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출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대목은 주목할 만하다. 한편, GM의 볼트(The Volt) 또한 리튬이온 이차전지로 구동될 것으로 이야기되고 있지만 전지 단가는 토요타보다 비쌀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소개된 자료에 의하면, 현재 일본 내에서 시험주행 중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형의 프리어스는 PHEV 13K (EV 모드로 약 13km 정도를 주행할 수 있음을 의미하며, 이 값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라 부를 수 있는 최소 기준치를 만족시키는 수준이다)이며, 캘리포니아 대학 연구자에게 기증된 프로토타입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프리어스는 현재 테스트 주행중에 있는데 기존 프리어스와 4가지 측면에서 다르다.
플러그인형은 트렁크 플로어 아래에 2개의 Ni-MH 이차전지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차량의 오른쪽 사이드에 외부 전기로 충전할 수 있는 충전 단자가 연료주입구와 거의 대칭으로 위치해 있다(3상 단자를 이용하여 충전을 하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약 4시간 충전했을 때 약 2.7kWh의 전기량이 저장되도록 설계돼 있다. 이 시스템을 시작으로 2010년에 리튬이온 이차전지를 채용한 신형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프리어스를 출시하는 것이 토요타의 현재 비전이라고 할 수 있다. 토요타로서는 이 플러그인을 한동안은 하나의 차량 옵션으로 제공할 지 모른다.
또한 2009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는 피스커 오토모티브란 업체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타입의 고성능 스포츠 세단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세단의 제시된 스펙은 PHEV50을 만족시키는 것으로 나와 있으며 최종 연비는 약 100MPG를 달성할 수 있는 것으로 나와 있다(그림 3).
리튬이온 이차전지의 야심

이상으로 개략적인 차세대 하이브리드 카로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전지 채용 동향을 간단히 리뷰해 보았다. 이제 이차전지 시스템 중심으로 차세대 하이브리드에 채용될 수 있는 이차전지 시스템의 후보군을 꼽아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1. 각형 중대형 Ni-MH 이차전지
2. 올리바인(Olivine) 계열의 리튬인철산화물 양극을 채용한 리튬이온 이차전지
3. 리튬 망간 혹은 니켈, 코발트 복합 산화물/탄소 시스템의 리튬이온폴리머 이차전지
4. 원통형 리튬이온 이차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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