禁금忌기
2008-12-08 / 12월호 지면기사  / 이건용

요즘 생산되는 자동차는 전자제어(E/E) 기술의 도입으로 모든 조작을 섬세하게 컨트롤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차를 단순한 기계 작동으로 이해하려는 발상은 더 이상 용납되지 않습니다.
사회가 바뀌고 문화가 바뀌면서 자동차에 대한 개념도 바뀌고 있습니다. 미래형자동차라고 하는 것은 결국 안전과 안락, 그리고 친환경을 추구하는 자동차로 귀결되고 있습니다. 자동차 보급이 일반화되고, 요즘 부르짖고 있는 소위 ‘유비쿼터스’(Ubiquitous) 행보와 맞물려 자동차는 제3의 생활공간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자동차 업계에 가장 도전적인 상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산업의 중추격인 자동차 산업이 세계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런 도전적인 상황을 직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요즘 대내외적인 여건이 산적한 도전을 머뭇거리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미국발 한파가 연일 이어지면서 세계경제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한국 경제에 대한 불안 심리도 덩달아 확산되는 분위기입니다. “지금 글로벌 경제는 침체의 초입 단계에 있다”는 섬뜩한 경고는 옷깃을 더욱 여미게 합니다.
세계 자동차산업 역시 연일 터지는 우울한 소식으로 어두운 먹구름이 짙게 드리워져 있습니다. 디트로이트 3인방(GM, 포드, 크라이슬러)이 외부의 도움이 없다면 사망선고를 받을지도 모른다는 소식, 글로벌 톱 메이커들의 감원·감산 계획 등이 연일 쏟아지고 있습니다. 너나 할 것 없이 시류의 광풍 속에서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계 금융위기와 자동차 판매 부진도 언젠가는 지나갈 테고, 자동차 업계도 안정을 되찾게 될 것입니다. 누군가 “기회란 늘 위기의 얼굴로 찾아온다”고 했습니다. 이번 위기를 절호의 기회로 삼느냐, 나락으로 떨어지느냐는 오로지 그 당사자에게 달려있을 뿐입니다.
자동차 신기술 개발은 하루가 달리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한번 경쟁에서 밀리면 따라잡는 게 점점 불가능해지는 상황입니다. 이번 위기를 기회로 바꾸지 못한 회사는 완전히 도태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위기 이후 찾아올 기회를 영영 놓치게 된다는 말입니다. “춘약불경 추무소망(春若不耕, 秋無所望)”이라고 했습니다. 봄에 만약 경작하지 않으면 가을에 바랄 게 없습니다. 지금 위기 상황에서도 지속적이고 혁신적인 기술개발(R&D)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자동차산업의 ‘희망 엔진’도 없습니다.
R&D는 혁신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R&D는 혁신의 동력이 될 뿐만 아니라, 기술들 간의 통합을 이루어내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기반이 됩니다. 가장 효과적인 혁신에 대해, 비즈니스 철학자 게리 해멀(Gary Hamel)은 “공격이 아니라 회피에 기반을 둔다”고 강조합니다. 다시 말해 혁신이 단순히 경쟁 전략에 관한 것이 아니라 치열한 무한경쟁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세계 자동차산업은 이미 국경 없는 무한경쟁 시대에 접어들었으며 주력 시장은 물론 신흥시장에서도 주요 업체들 간의 시장선점 경쟁이 날로 격화되고 있습니다. 혁신은 이런 무한경쟁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해법입니다.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해, 우리가 가장 금기(禁忌) 해야 할 것은 다름 아닌 기술개발에 대한 ‘외면’입니다. 금기해야 할 것과 금기하지 말아야 할 것을 잘 분별하여, 이 위기를 웃으면서 기억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AEM(오토모티브일렉트로닉스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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