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산업은 부활할 것인가?
2008년 12월호 지면기사  / 윤재석 본지자문위원

필자가 경험해본 바로는 미국 자동차 산업이 요즘 역사상 가장 최악의 시기를 맞고 있다. 과거에도 미국 자동차 산업은 몇 차례 위기가 있었다.
1970년대 말과 80년대 초에 연비가 좋은 일본차의 파상 공세로 미국 자동차 산업이 위기를 맞았다. 그 당시 크라이슬러의 리 아이아오카(Lee Iacocca) 회장을 중심으로 미국 자동차 공업의 메카인 디트로이트가 주도한 일본차 반대 캠페인이 주효하여, 소위 자율규제 발동을 이끌어냈다. 동시에 자체 생산과 일관생산 체제였던 구조를 아웃소싱 체제로 전환하는 전략적 합리화 조치가 취해졌다. 당시 美 교통부(DOT)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게 보고한 미국 자동차 산업 재건 대책 보고서의 제목도 “아웃소싱”이었다. 1980년대 말과 90년대 초에는 소위 “제조업 르네상스” 운동으로 일본 자동차 산업의 ‘린 생산방식(Lean Manufacturing)’을 벤치마킹한 효율, 합리화 운동이 성과를 거둬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 소위 정보화와 금융 등 서비스 산업에 지나치게 치중한 나머지 제조업 기반이 취약해져 결과적으로 요즘 자동차 산업이 심각한 위기상황을 맞게 되었다. 당장 GM과 포드, 크라이슬러 등 이른바 ‘빅3’ 업체가 파산 지경의 위기에 몰려 있다. 현재 외부의 도움만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빅3의 부활 가능성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버락 오바마 차기 미국 행정부도 긴급구제를 놓고 여론이 찬성론과 반대론이 팽팽하게 맞서 있어 추진에 그리 녹녹한 편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필자의 결론부터 말하자면, 필자는 미국정부가 이들 기업의 파산을 결코 수수방관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자동차는 미국 전체 수출의 약 10%를 차지하는 최대 수출 품목이다. 또한 미국 자동차 산업은 직접적으로 35만여 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간접적으로 450만 명을 고용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 자동차 산업의 붕괴는 심각한 고용문제를 유발할 것이고 관련 전/후방 산업의 연쇄 붕괴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 정부에게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미국 자동차는 “자동차의 교육자”로 일컬어지는 헨리 포드(Henry Ford) 등장 이후, 미국의 ‘자랑’이기도 하다. 필자의 경험으로 볼 때 오바마 차기 행정부도 자존심을 걸고 자동차 메이커를 반드시 부활시키려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경쟁 룰을 바꾸려 할 것이다.
새로운 룰은 ‘환경’과 ‘에너지’가 될 것이다. 현시점에서 미국의 자동차 시장은 세계 최대이며 사실상 업계 전체의 트랜드를 주도할 수 있는 입장이다. 만약 미국이 “바이오에탄올 이용이야말로 최고의 환경대책이다”라는 입장을 취한다면 적어도 미국시장에서는 바이오에탄올 차가 주력이 될 것이다. 미국시장에서 비즈니스를 하려면 결국 바이오에탄올 차를 개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또 하나 미국의 강점은 대통령제를 중심으로 한 탑다운 방식이며 민관이 하나 되어 마음먹은 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IT나 전자산업에서 이미 비슷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미국정부는 ‘정보 하이웨이’ 구상을 내걸고 인터넷을 개방, 민간에서 관련 기술을 발빠르게 개발케 하여 그 규격을 전세계로 보급시켜 우위에 서겠다는 계획을 실제로 실현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 메이커들은 시대에 맞지 않는 대형차 브랜드를 신속하게 정리하고 있다. 이와 함께 2015년경까지 혹독한 시련기를 보내는 동안, 광대역 통신을 활용하여 콘텐츠와 서비스 사업을 전개하거나 유지보수 및 추가 부품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로 전환하게 될 것이다. 또한 ‘상품+서비스’에 의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조’하여 21세기형 메이커로 새롭게 태어날 것이다. 그들은 이미 자동차라는 ‘하드웨어’에 고집하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그래왔듯이, 그들은 머지않은 자동차의 ‘플랫폼 비즈니스 시대’에 화려하게 부활할 것이다.

글|윤재석 본지자문위원
adyoon98@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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