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세계 최대 가전쇼인 CES (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 2009)에서 포드, 휴즈 텔레매틱스(Hughes Telematics) 등은 자동차 텔레매틱스 산업의 미래 트렌드를 보여줬다. 영국에 본사를 둔 리서치 회사 오범(Ovum)의 이상돈 선임 애널리스트는 “자동차 메이커들은 핸드셋을 활용하여 포드 SYNC처럼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새로운 텔레매틱스3.0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CES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오토(Microsoft Auto)’관을 별도로 꾸며 MS 시스템이 장착된 자동차를 전시했다. MS는 10년 전부터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란 개발 컨셉트를 확정하고 연구개발을 해왔다. 커넥티드 카는 PC, 스마트폰과 같은 기기를 자동차에 연결하여 운전자에게 인터넷 사용이나 콘텐츠 교환 등을 제공함으로써 보다 편리한 자동차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세부적으로는 자동차의 안전 제어, 무선 통신, 엔터테인먼트, 연비 효율 등 4가지 영역에서 혁신 기술과 플랫폼을 개발한다. MS 부스에는 MS와 관계한 포드, 현대자동차, 피아트 등이 개발중이거나 새로 개발한 다양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텔레매틱스 시스템이 전시됐다.
포드 이스케이프(Escape)는 기존의 SYNC를 업그레이드해 눈길을 끌었다. 음성인식 성능을 보다 높여 내비게이션을 통제하고 뉴스, 음악 등 다양한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합성음성의 주인공 ‘사만사’는 운전자가 말하는 거의 모든 명령을 인식하고 실시간 교통현황 등을 알려줘 효율적인 운행 계획을 도왔다. 또 SYNC는 결합된 블루투스 폰을 통해 필요한 데이터를 송수신했다. 현재는 내비게이션 등의 일부 기능만 지원하고 있지만, 향후엔 오픈 컨트롤 API를 통해 스마트폰의 거의 모든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을 지원할 예정이다. SYNC 시스템은 2011년부터 포드의 전차종에 적용된다.
한국교통연구원의 문영준 박사는 “SYNC 시스템은 스마트폰이 이끌 텔레매틱스의 초기 모습 중 하나다”라고 평가했다. BMW는 애플(Apple)의 아이폰(iPhone) 지원에 이어 최근 국내에서 7 시리즈에 삼성전자 T-옴니아(OMNIA) SCH-M490 스마트폰을 기본 제공하기 시작했다. 블루투스를 통해 자동차와 모바일폰을 연결해 핸즈프리 통화는 물론, 폰북 다운로드 등의 기능을 차내 모니터, 아이드라이브(i-Drive) 컨트롤러와 연결해 이용할 수 있게 했다. 현대자동차도 모젠에 스마트폰을 적용할 방침이다.
문박사는 “스마트폰과 같은 노매딕 기기(Nomadic Device, ND)는 향후 자동차 텔레매틱스 시스템에서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가능하게 해 다양한 서비스 이용은 물론, 관련 인프라 개발 이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미래 텔레매틱스 대응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국제적인 표준화 또한 추진중이며, ISO는 첨단교통(Intelligent Transport System, ITS), 운전자 지원(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 ADAS), 차량 정보 서비스 등을 연계하기 위한 ND의 표준 개발과 이용 적합 ND 규명에 나서고 있다. 문박사는 “스마트폰은 GPS, 광대역 무선망 연결을 지원하고 차내에서는 블루투스, 지그비 등 단거리 통신망을 활용할 수 있어 내비게이션이 차량에 설치되는 순간 낡은 것이 된다는 자동차 업계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면서 기존의 자동차 텔레매틱스 개념을 유비쿼터스로 전개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운전자와 차의 대결
스마트폰의 출현은 기존 내비게이션 시장을 흔들고 있다. 시장의 주된 변화는 3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GPS 내비게이션 기능 탑재 모바일폰, 스마트폰이 연결성과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무기로 개인용 내비게이션 기기(PND) 시장을 침범하고 있다.
-그 동안 업계를 주도했던 PND는 모바일폰에 대응하기 위해 통신 기능을 부가하는 동시에 자동차 OEM이 주도한 빌트인 시장도 넘보고 있다.
-자동차 메이커들은 태생적으로 갖고 있던 내비게이션 시스템의 개발 적용 속도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자동차 특화 서비스 업그레이드를 위해 커넥티드를 추구하고 있다.
오범(Ovum)의 이상돈 선임은 스마트폰과 PND의 장래에 대해 “PND의 시장 한계를 자동차 대수로 본다면, 스마트폰은 운전자인 셈”이라고 말했다. PND는 현재 가장 대중적인 차량 내비게이션으로 지난 2~3년간 빠르게 성장했다. 반면 위성 내비게이션 기능을 탑재한 모바일폰 보급은 미미했다. 또 자동차 메이커가 주도하고 있는 빌트인 내비게이션은 가격경쟁력 문제로 고급차 중심으로 확대되었고 업그레이드에 문제가 있어 대중화되지 못했다. 그러나 PND 성장세는 OEM의 빌트인 내비게이션 시스템 대중화 노력과 소비자들의 빌트인 선호, 그리고 스마트폰 등장으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오범에 따르면, 2007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적으로 1,150만 대의 모바일폰이 팔렸다. 이 중 10%가 위성 내비게이션 기능이 장착된 개방형 OS 시스템의 스마트폰이었다. 지난해 4분기에는 판매된 전체 모바일폰 중 스마트폰 비중이 23%였다. 현재 내비게이션 기능이 가능한 폰은 PND보다 4배 이상 빠르게 증대되고 있다.
스마트폰과 PND 시장을 다음과 같이 전망해 볼 수 있다.
-PND(or satnav) 보급은 여전히 확대되고 있다.
-모바일폰은 내비게이션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현재 위성 내비게이션 기능을 포함한 모바일폰 사용률은 미미하지만, GPS 기반 위치 정보 서비스(Location Based Service, LBS)에 편승해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
-차량 내비게이션 시장에서 스마트폰의 장래는 PND보다 밝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PND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다.
-PND와 스마트폰은 상호 장단점을 갖는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더 많은 가능성을 갖고 있다.
-내비게이션 관련 비즈니스 모델은 파트너십 확대로 전개되고 있다. 파트너십은 이동통신사와 같은 강력한 사업자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이동통신사들은 그 동안 위성 내비게이션 서비스 제공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몇몇 예외적인 통신사들로 인해 대다수가 기회를 엿보기 시작했다.
-미국의 모바일 시장은 위성 내비게이션 서비스 확대에 좋은 여건을 갖고 있어 2007년 말 현재 150~200만 명(기간 계약 포함)이 모바일폰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이용했다.
<저작권자 © AEM.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