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불황 속에서도 자동차 메이커들의 하이브리드 카 경쟁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드디어 현대자동차가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를 올 7월 국내에 출시하고, 8월엔 기아자동차의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도 선보일 예정입니다. 토요타는 올 하반기께 자사의 베스트셀러 하이브리드 카 프리어스를 국내에 출시합니다. 내년엔 혼다의 뉴 인사이트가 국내시장에 들어옵니다. 바야흐로 올해는 한국 하이브리드 카의 원년이자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하이브리드 대전이 발발하는 해로 기록될 것입니다.
토요타가 1997년 세계 최초로 하이브리드 카인 프리어스를 선보인 것에 비하면 현대·기아차그룹의 하이브리드 카 출시는 한참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연료를 가솔린이 아닌 LPG를 사용해서 상용화한다는 점에서는 최초가 될 것입니다. 또 현대의 차들은 배터리에서도 일본 하이브리드 카가 사용하는 니켈수소 이차전지가 아닌 리튬이온폴리머 이차전지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대조가 됩니다. 토요타와 혼다가 2, 3년 내에 리튬이온 이차전지를 탑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현대·기아차는 이 전지 채용에서 적어도 2, 3년은 앞서가는 셈입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대·기아차가 양산할 LPI 하이브리드의 친환경성과 경제성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있는 줄 앎니다. 하이브리드 카의 친환경성에 대해서 디젤 지지자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리튬이온 전지에 대한 안전성 또한 도마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현재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세계 자동차업계는 생존 차원에서도 시장서 요구하는 친환경성과 경제성을 만족하기 위해 나름의 파워트레인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일본은 가솔린 하이브리드 카의 파이오니어라는 자부심을 갖고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일본에 대응해 하이브리드 카 구입에 따른 지원을 차 대수로 한정함으로써 일본차 점유를 억제하는 한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유럽은 클린 디젤차 보급을 확대해 왔고 최근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당장 올해부터 일본 하이브리드 카의 파상 공세가 예고되고 있고, 3, 4년 후면 각국의 친환경차가 국내시장에서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게 될 것입니다.
현대·기아차가 국내 첫 양산 하이브리드 카에 LPG를 선택한 한 가지 분명한 이유는 LPG 가격이 다른 에너지에 비해 싸다는 것입니다. LPG와 가솔린의 소비자 가격 변동이 변수이고 LPG 가격이 정부의 자의적인 조세 정책에 의해 왜곡된 것이란 비판도 있지만, 현대의 LPG 선택에는 연료비에 민감한 소비자의 니즈에 최대한 어필하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현재 GM과 크라이슬러가 처한 상황을 지켜보면 약 30년 전의 일이 떠오릅니다. 1980년대 오일쇼크의 여파로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연비 성능이 뛰어난 일본 소형 승용차가 급속히 시장을 잠식해 들어갔습니다. 이에 미국 빅 3는 정부에 압력을 넣어 「일본산 승용차의 대미 수출자주규제」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냈습니다. 이 규제에 따라 빅 3는 수익성 높은 대형차 비즈니스를 계속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형차 개발을 등한시 하게 되어 결국 현재 초유의 파산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경쟁 제한의 폐해를 미국 빅 3가 그대로 보고 있는 셈입니다.
요즘 친환경 자동차시장을 놓고 벌어지는 경쟁은 자동차 업계에 새로운 희망의 싹을 키우는 자양분이 될 것임은 분명합니다. 현대기아차가 야심차게 내놓은 LPI 하이브리드가 경쟁에서 당당히 승리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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