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시장의 침체는 관련업계에 혹독한 시련기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혹자는 이 시기만 잘 넘겨보자고 합니다. 일견 수긍은 갑니다.
경제위기의 광풍에 세계 1위 자동차 회사인 토요타도 피해 내지 못했습니다. 토요타의 적자 규모와 대량 해고 소식도 놀랐지만 미국 자동차 빅 3 붕괴에 따른 충격은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자동차산업은 수요 급감으로 재고가 증가하고 생산량은 크게 감소했습니다. 그리고 대규모 구조조정과 파산 등 업계는 대대적인 재편 과정에 있습니다. 어떻게 재편될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과는 사뭇 다를 것입니다.
GM과 크라이슬러의 몰락 속에 자동차업계는 말 그대로 숨막히는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국내 자동차 기업도 예외는 아닙니다. 쌍용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GM대우는 유동성 악화에 처해 있습니다. 현대․기아차도 올 1분기에 수출이 34.3%나 급감했습니다. 요즘 같으면, 자동차업계에 언제 좋은 시절이 있었나 싶은 생각마저 듭니다.
그러나 언제까지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는 일입니다. 어려운 것도 사실이지만, 갈 길을 멈출 수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당장 경제위기를 벗어나는 일도 중요하지만, 환경규제에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긴 마찬가지입니다. 때가 되면 경제는 회복되겠지만, 때를 놓친 환경규제 대응은 기업의 존속마저 위협하게 될 것입니다. 세계 자동차업계는 이미 환경 서바이벌 게임에 돌입한 상태입니다. 환경규제 대응에 의해 생존이냐 퇴출이냐 여부가 판가름 날 것입니다. 당장 생존하기에도 어려운 시기라고는 하지만, 한 수 앞을 내다보는 전략이 절실한 때입니다.
토요타는 지난 1960년대부터 하이브리드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으며, 세계 최초로 양산 적용된 하이브리드 차량인 프리어스의 대량생산에 나선 것은 지난 1998년 일입니다. 따지고 보면 대량생산 10년 만에 빛을 본 것입니다. 프리어스는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토요타를 하이브리드의 대명사로 만들었습니다.
그럼 10년 후 자동차업계는 또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 궁금합니다. 사라진 업체도 있을 것입니다. 그 사라진 업체는 친환경 자동차 개발에서 뒤처진 경우일 수 있습니다. 유럽은 2015년부터 모든 신차의 평균 CO2 배출량을 130 g/km로 제한하고 2020년에는 95 g/km까지 낮출 계획입니다. 일본은 2020년에 대략 115.5 g/km(20 km/L)가 될 것이며, 미국 오바마 행정부도 캘리포니아 규제를 참고로 하여 대폭적인 연비 규제 강화에 착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최근 전기자동차 개발에 24억 달러를 지원하고, 2015년까지 100만 대의 친환경차를 생산한다는 목표를 내걸었습니다.
CO2 배출량 기준은 세계 자동차업체들에게 사실상의 개발 목표가 되고 있습니다. 토요타는 지난 3월 개최된 제79회 제네바모토쇼에서 CO2 배출량이 89 g/km에 불과한 신형 프리어스를 공개했습니다. 또 독일 폭스바겐은 CO2 배출량이 87 g/km인 컨셉트카 Polo BlueMotion Concept를 공개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소위 ‘친환경 자동차’로는 현재 하이브리드 카가 우세하지만, 유럽에서는 디젤차가 강세입니다. 세계 하이브리드 카 시장에서 토요타와 혼다의 점유율은 98%나 됩니다.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그간 하이브리드 카에 회의적이던 경쟁 브랜드들도 앞 다퉈 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유례없는 경제위기 속에서도 자동차업계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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