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의 재귀환
악몽의 시작인가, 화려한 부활인가?
2009년 08월호 지면기사  / 글│윤 범 진 기자 <bjyun@autoelectronics.co.kr>

아카데미상 시상식이 열리는 LA 할리우드 코닥 시어터 입구에는 아카데미상 각 부분에 노미네이트된 작품의 주연배우와 감독, 프로듀서 등이 연출하는 또 다른 볼거리가 있었다. 올해의 화제는 당연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프로스트 vs 닉슨」 등 작품상 후보와 남우주연상 후보의 브래드 피트였지만, 또 하나의 큰 관심은 스타들이 몰고 온 자동차였다. 90년대까지 거물 스타들은 거대한 호화 리무진을 타고 시상식장에 입장했다. 그러나 2003년경부터 이변이 일어났다. 스타들이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카 ‘프리어스’를 타고 등장한 것이다. 환경단체인 글로벌 그린 USA(Global Green USA)의 「레드 카펫/그린카스 오스카」 캠페인에 동참하고 하이브리드 카를 타고 등장하는 것이 마치  훈장처럼 된 것이다. 올해는 그 자리에 순수 전기자동차까지 가세했다.


‘전기’의 시대로

그동안 전기차(Electric Vehicle, 이하 EV 혹은 전기차) 시장을 외면해온 완성차 메이커와 각국 정부의 태도가 전향적으로 바뀌고 있다.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전기차 시장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일부 완성차 메이커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다임러(Daimler), 폭스바겐(Volkswagen), 포드(Ford Motor), BMW, GM(General Motors), 미쓰비시자동차, 닛산 등 내로라하는 완성차 메이커들이 대거 도전장을 내밀었다. BMW는 오는 2013년부터 전기차 양산을 계획하며 리튬이온 배터리 업체를 물색중이다. 크라이슬러, GM, 다임러 등도 전기차를 2010년 내지 2011년 중에 출시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현대자동차가 2012년쯤 전기차를 선보일 예정이다. 르노삼성자동차도 이르면 오는 2012년부터 준중형급 전기차 양산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도 전기차 개발을 위해 업계와 민관협의체를 구성한다. 전기차 개발 주무부처 중 하나인 환경부와 환경관리공단은 지난 6월 18일 과천청사에서 국내 완성차 업체, 배터리 제조업체, 한국전력 등과 함께 전기차 인프라 구축을 위한 민관협의체 예비 모임을 가졌다. 참가업체는 현대·기아차, GM대우, 르노삼성, SK에너지, SK네트웍스 등이다.


전기차의 유혹

휘발유를 대체하거나 연료 효율성이 높은 차량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이 향후 10년간 태양열과 풍력 등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개발과 이용에 1,500억 달러(매년 150억 달러)를 투입하고 5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내용의 ‘그린 뉴딜’ 정책을 선포하면서 전기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하이브리드 카를 포함한 전기차 개발에 총 24억 달러를 미국 에너지부(DOE) 예산에 편성했다. 그 가운데 20억 달러가 자동차 개발에 사용되는데, 배터리와 관련 부품 개발에 15억 달러, 모터와 관련 부품 개발에 5억 달러가 투입되며 나머지 4억 달러는 세제지원에 할당된다. 소비자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카 등을 구입하면 최대 7,500달러의 세금을 환급받게 된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실리콘밸리의 전기차 신생업체인 테슬라 모터스(Tesla motors)는 연방정부의 자금 지원과 다임러의 지분 참여 등 굵직한 투자유치건을 성사시키면서 관련 업계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테슬라는 미국 연방정부로부터 4억 6,500만 달러의 자금 지원을 받아 캘리포니아 주에 전기차 공장 두 곳을 건설할 계획이다. 한 곳(남부 캘리포니아 주)은 세단형 전기차 ‘Model S’의 조립공장을 세우고, 다른 한 곳(실리콘밸리 지역)은 전기 차량 파워트레인과 배터리 제조공장을 세울 예정이다. 또 올해 안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한 스포츠 전기차인 ‘Tesla Roadster’주 2) 를 판매할 계획이다.
지난 3월 공개된 C 세그먼트의 Model S(프로토타입)는 세계 최초로 대량 생산될 전기차로, 예상 가격은 5만 7,400달러이지만 미국정부의 세제지원을 받게 되면 4만 9,900달러로 떨어진다. 이 가격은 Tesla Roadster의 절반에 해당한다. Model S는 2011년 3분기부터 시판되며 2012년 중반까지 연 2만 대 생산을 예상하고 있다.
지난 5월, 독일 다임러는 테슬라 모터스의 지분 10%를 얻는 대가로 5,000만 달러를 지불했다. 양사는 이를 계기로 배터리와 EV 시스템, 차량 개발에 상호 협력하게 된다. 테슬라는 다임러의 제 2세대 전기차인 ‘smart ed’용으로 1,000대분의 리튬이온 전지 팩과 충전 시스템을 다임러에 공급하기로 했다. 특히 테슬라는 이번 다임러의 지분 참여로 2011년 판매 예정인 Model S의 개발 및 양산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다임러의 입장에서는 smart ed에 이은 메르세데스-벤츠의 주요 차종에 전기차나 연료전지차, 하이브리드 카를 추가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셈이다.
제 2세대 smart ed는 smart ‘fortwo’에 리튬이온 배터리와 모터를 탑재한 것으로, 프랑스의 smart 조립공장인 함바흐(Hambach)에서 올 하반기부터 생산된다. 생산량은 1,000대 한정이며, 베를린과 이탈리아에서 실시하는 전기차의 실증 테스트 ‘e-mobility’에서 사용될 예정이다. 또 2010년 초두부터 영국에서 실증 테스트도 이루어진다. 다임러는 이에 앞서 전기차용 리튬이온 전지를 제조하는 독일 리-텍(Li-Tec)의 주식도 취득했다. 에보닉 인더스트리스(Evonik Industries) 사와는 합작으로 자체 배터리도 생산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07년부터 smart 100대를 이용해 런던에서 테슬라 모터스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테스트 중이다. 2010년부터 A-Class 및 smart 전기차를 양산 예정이며, 2012년부터는 A-Class와 B-Class 모델에 적용할 계획이다. 현재 100% 전기차와 장거리 주행이 가능한 소형 엔진을 장착한 전기차(range-extender) 형태도 논의중이다.

예비 격전장

전기차에 대한 완성차 메이커들의 뜨거운 관심은 세계 모터쇼에 그대로 표출됐다. 올 1월 열린 「2009 디트로이트 모터쇼(NAIAS)」엔 미국에서 2010년에서 2011년 사이에 시판될 전기차들이 대거 선보였다. 메르세데스-벤츠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전기·연료전지 겸용의 파워트레인을 탑재할 수 있는 전기차와 연료전지차의 컨셉트카 ‘BlueZERO’를 발표했다. 배터리를 탑재한 BlueZERO의 항속 주행거리는 200 km이며, 연료전지를 탑재할 경우에 항속 주행거리는 400 km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올해 안에 연료전지를 탑재한 BlueZERO 모델을 소량 생산하고 2010년엔 전기차 BlueZERO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3월 개최된 79회 「2009 제네바 모터쇼」는  ‘전기차의 향연장’이었다.
인도 타타자동차는 해외시장에 출시할 ‘타타 인디카 비스타 EV(Tata Indica Vista EV)’를 공개했다. 이 전기차는 오는 9월 노르웨이를 시작으로 올해 안에 영국을 포함한 주요 유럽시장에 시판될 예정이다(대량 생산은 2010년쯤으로 예상). 타타 인디카 비스타 EV에 탑재되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셀은 캐나다의 일렉트로바야(Electrovaya) 사가 개발한 리튬 폴리머 타입이다. 이 셀의 전압은 약 3.7 V, 전류 용량은 30 Ah, 질량 에너지 밀도는 170 Wh/kg으로 체적 에너지 밀도는 310 Wh/L이다. 분리막은 미국 엑슨 모빌(Exxon Mobill)의 ‘V 시리즈’를 사용한다. 이 셀은 타타자동차의 자회사인 노르웨이의 Miljobil Grenland 사에서 모듈화하여 차량에 탑재한다. 일렉트로바야 사는 정극 재료로 LiMnO2를, 부극 재료로 그라파이트/카본의 혼합 재료를 사용했다. 이 회사는 질량 에너지 밀도를 200 Wh/kg에서 올해 안에 225 Wh/kg으로 높이고 18개월 이내에 275 Wh/kg까지 높일 계획이다. 리튬이온 전지 생산공장은 올해 말까지 완공하여 양산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또 인근에 차량 조립공장도 신설할 계획이다. 모터와 제어 시스템은 캐나다 tm4 사에서 공급받고, 차체는 타타의 인도 푸네(Pune) 공장에서 공급받게 된다.
제네바 모터쇼에 전시된 또 다른 전기차로는 오스트리아 마그나 스타이어(Magna Steyr) 사의 ‘Mila EV’, 이탈리아 피니빠리나(Pinifarina) 사와 프랑스 볼로레(Bollore) 사가 공동 개발하는 ‘Bluecar’가 있다. 마그나 인터내셔널의 오스트리아 지사인 마그나 스타이어는 BMW의 X3 뿐만 아니라, 여러 다른 자동차 회사의 차를 조립하는 회사다.
Mila EV는 2시간 30분 만에 충전이 완료되는 리튬이온 배터리와 67 hp의 전기모터를 장착했다. 최고 순항 속도는 120 km/h이며 항속 거리는 280 km(174마일)이다. EV로 한 경우의 항속 거리는 150 km(93.2마일)이다. 2011년 포드에 공급하는 EV는 1회 충전으로 160 km(99.4마일)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Mila EV는 지붕에 태양전지를 장착한 B 세그먼트의 5도어 차량으로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전기차 등의 OEM 공급이 가능하다. 이번 전시 차량은 패럴렐 방식의 하이브리드 카를 상정하고 있다.
마그나 스타이어가 제네바 모터쇼에서 전시한 리튬이온 배터리는 두께 1 cm 정도의 직육면체의 셀 12개를 연결해서 모듈화한 것이다. 일반적인 리튬이온 배터리의 전압이 3.7 V이므로 에너지 밀도는 100 Wh/kg 정도다. 셀 자체는 일본, 유럽, 북미의 서플라이어로부터 공급받게 되며 모듈화는 직접 담당한다. 모터 제조는 마그나 일렉트로닉스가 맡는다.
이탈리아 카로체리아의 피니빠리나 사는 볼로레 사와 기술제휴를 맺고 2010년부터 B 세그먼트의 5도어 해치백 Bluecar를 생산, 판매한다. Bluecar에 탑재되는 모터는 출력이 50 kW다. 공급업체는 공개하지 않았다. 최고 속도는 130 km/h이며 항속 거리는 250 km (155.3마일)다. 전지는 볼로레 그룹의 계열사 밧츠캅(Batscap) 사가 과거 15년에 걸쳐 개발해온 L.M.P.(리튬금속 폴리머) 전지와 울트라 커패시터를 채용했다. Bluecar의 생산은 볼로레 사가 2007년 인수한 캐나다 아베스터(Avestor) 사가 담당한다. 2010년부터 시장에 소량 투입을 시작으로 2012년에 연간 생산 2,000대로 늘리고 2015년에는 6만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BMW는 자사의 첫 전기차 모델인 ‘MINI E’를 제네바 모터쇼에 공개했고 지난 4월 2009 상하이모터쇼에서도 선보였다. MINI E는 2인승 전기차로 1회 충전으로 240 km(149.1마일)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35 kWh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내장했으며 제로백(0→100 km/h)은 8.5초이다. 204마력에 무게는 1465 kg, 최대 속도는 152 km/h이다. 전용 충전 시스템인 Walbox를 통해 완전 충전까지 2시간 30분 소요된다. MINI E는 6월말까지 총 500대(일반 고객 대상 450대 포함)가 뉴욕, 뉴저지, 로스앤젤레스의 고객들에게 1년 계약으로 리스 판매됐다(리스료는 850달러). BMW는 미국에 이어 독일의 베를린과 뮌헨, 영국 런던에서도 리스 판매를 예정하고 있다. 대규모 실증 테스트를 통해 전기차의 조기 보급에 나설 계획이다.
독일의 폭스바겐은 2010년까지 전기차 ‘Up`을 소개할 계획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한 Up은 일반 전기 콘센트 혹은 고온 연료전지를 통해 충전할 수 있어 장거리 주행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한편 폭스바겐은 2012년에 판매를 계획하고 있는 새로운 소형 전기차 모델 시리즈인 ‘New Small Family’에 탑재할 파워트레인과 그에 따른 파워 일렉트로닉스 및 배터리 시스템 개발을 위해 올 2월 도시바와 협력 의향서(LOI)를 체결했다. 또한 지난 5월에는 BYD와 전기차 공동 개발에도 합의했다.
프랑스 르노는 현재 개발중인 전기차 ‘Kangoo be bop Z.E.’를 지난 6월말 공개했다. Kangoo be bop Z.E.에 탑재된 모터의 최대 토크는 190 Nm이며, 배터리는 리튬이온 전지를 탑재했다. 현재 시점에서 항속 거리는 100 km이지만 시판 모델의 항속 거리는 160 km로 늘릴 계획이다. 일반 충전 시(220 V) 8시간, 급속 충전 시 30분이면 80%까지 충전 가능하다. 이 회사가 2011년 양산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는 EV 프로젝트는 닛산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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