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신청(2008년 9월15일)의 여파로 촉발된 미국발 금융위기의 영향을 가장 심하게 받은 업계는 자동차 산업입니다. 미국발 금융위기는 순식간에 전 세계를 뒤흔들었고 세계 자동차 산업을 견인해 온 북미시장은 물론, 대부분의 선진 자동차 시장을 말 그대로 ‘초토화’ 시켰습니다. 미국 빅3의 크라이슬러와 GM이 잇따라 파산보호를 신청했으며 일본 빅3도 혼다를 제외한 토요타와 닛산이 거액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이변이 속출했습니다. 그나마 세계 불황의 영향이 적었던 신흥시장은 경기 회복세가 비교적 견실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이 금융 쓰나미로 인하여 경기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동안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명실공히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으로 올라섰습니다.
그렇다고 선진 자동차 기업을 둔 국가들이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 오바마 정부는 ‘그린 뉴딜 정책’을 통해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습니다. 경기회복책의 일환으로 환경․에너지 관련 산업을 적극 지원하는가 하면, 자금 지원을 통해 자동차 업계의 기술혁신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특히, 오바마 정부는 전 정권이 소극적이었던 환경규제 강화에도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며 자국의 자동차 산업 수호에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침체 일로를 걷고 있는 일본의 자동차 시장도 에코카 감세와 보조금 효과를 등에 업고 토요타의 프리어스와 혼다의 인사이트가 대 히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특히, 두 하이브리드 모델은 200만 엔 전후의 가격 설정으로 일본 자동차 업계의 강력한 불황 탈출 견인차로 집중 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이제는 리먼브라더스 쇼크도 표면상 진정 국면에 접어든 듯합니다. 그러나 지난 1년여 동안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자동차 업계는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 이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전략적 모순’에 빠졌습니다.
자동차 업계는 전례 없는 ‘그린카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벌써부터 하이브리드 카에 이어 전기차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금융 불황 이후 자동차 업계는 소비자의 환경의식 고조와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각국의 에너지 정책을 민감하게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역대 가장 많은 전기차가 선보인 ‘2009 프랑크푸르트 오토쇼’는 그 고민이 표출된 전시회였습니다.
전기차가 자동차 업계의 주역이 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배터리 가격이 아직은 워낙 비쌀 뿐만 아니라, 항속거리의 제약과 충전 인프라 정비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회사들이 전기차 개발 및 보급에 기를 쓰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금은 다분히 ‘마케팅’ 측면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갈 길이 정해진 마당에 마냥 시간만 재고 있을 상황은 아닌 듯합니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고 대응마저 미룬다면 미래는 어둡게 다가올 것이다. 따라서 날로 커지고 있는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하여 다양한 전략적 옵션을 준비하고 상황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전략적 모순의 딜레마를 극복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다양한 전략적 옵션을 우리 자동차 산업에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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