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verado to Drive Backward
쉐보레 실버라도 EV와 역주행 이야기
글 | 한상민 기자_han@autoelectronics.co.kr


제이미-린 시글러(Jamie-Lynn Sigler)와 로버트 일러(Robert Iler)가 그리운 메도우 소프라노(Meadow)와 A.J. 소프라노 남매 역을 맡았다.  

쉐보레는 왜 1,300만 달러짜리 수퍼볼 광고에 ‘소프라노스’를 소환했을까요? Y, Z세대 때문일까요, 아니면 그 이전의 X세대를 겨냥한 것일까요? 어떤 배경이 있었을까요? 미국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이런 의문은 쉐보레의 설명을 들으면서 풀렸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주목받지 못한 이 광고와 관련해 미국 상황을 좀 더 알아봤습니다.  

글 | 한상민 기자_han@autoelectronics.co.kr






“미국에선 아직도 소프라노스(Sopranos) 보는 사람이 많니? (뉴저지에 거주하는 아는 동생에게)  

2월 14일. 올림픽도, 월드컵도,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도 아니고, 잘 챙겨보지 않는 ‘슈퍼볼(Super Bowl)’을 보면서 감격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LA 램스가 종료 1분 30초를 남기고 기적의 역전 터치다운을 해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월차를 내고 여유롭게 PC를 켜놓고 마른 식빵에 잼을 발라 먹으며 수퍼볼을 시청하던 중 뜬금없이 너무 익숙한 노래와 영상이 흘렀기 때문입니다. 전설적인 드라마 ‘소프라노스’의 오프닝 시퀀스, 시그니처 송인 앨라배마 3(Alabama 3)의 ‘Woke Up This Morning’이 나왔습니다. 맞습니다. 이것은 수퍼볼에 나온 여러 광고 중 하나였는데, 지나간 시절에 대한 감흥, 노스탤지어(Nostalgia)를 불러일으킨 것입니다. 그런데 웬 수퍼볼, 드라마 이야기냐고요? 이 광고가 쉐보레의 전기차 광고이기 때문입니다.   

소프라노스의 팬이라면, 이 60초짜리 광고(Silverado EV)가 수퍼볼에서 본 그 어떤 것보다 인상 깊었을 것입니다(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선 완전히 논외입니다). 그날의 명승부와 에미넴, 캔드릭 라마, 스눕 독, 닥터드레 등이 총출동한 하프타임 쇼, 저마다의 이해와 컨셉, 타깃에 맞춘 기발했던 (기아 EV6를 포함해) 카 메이커, 식음료 회사들의 광고도 있었지만, 이만큼 설레고 가슴 뭉클하게 만들진 못했습니다. 

이 광고는 ‘소프라노스(Sopranos)’의 두 남매가 15년 만에 재회하는 이야기입니다. 특히 오프닝은 1999년부터 2007년 사이에 총 6시즌, 86회 에피소드를 모두 보는 동안 빠짐없이 봐왔던(도입부 건너뛰기가 없었고, 있었어도 거르지 않았겠지만) 오리지널과 99% 일치했습니다. 이제 ‘중년이 된’이란 표현이 맞는 제이미-린 시글러(Jamie-Lynn Sigler)와 로버트 일러(Robert Iler)가 그리운 메도우 소프라노(Meadow)와 A.J. 소프라노 남매 역을 맡아 세월을 실감하게 했습니다. 메가폰은 원작자이자 프로듀서인 데이빗 체이스(David Chase)가 잡았습니다. 

음악이 흐르면 토니 소프라노와 그의 붉은 쉐보레 서버번(Suburban 1999) 대신 딸 메도우가 파란색 2024년형 실버라도 EV를 몹니다. 맨해튼을 나와 뉴저지로 가기 위해 링컨 터널, 턴파이크를 통과하면 산업공단을 지나며 주변의 낡은 공장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저 멀리에 무역센터 대신 프리덤타워가 서 있습니다. 톨게이트에는 전에 없던 EZ패스가 적용돼 있습니다. 하지만, 가상의 사트리알레 양돈점(Satriale’s Pork Store)이 재등장한 것처럼, 정든 고향에 온 것처럼 모든 것이 그대로 인 것 같습니다. 토니가 시가를 꺼내 물고 불을 붙이던 운전석에는 메도우가 앉아 선글래스를 벗으며 막대사탕을 입에 뭅니다. 마침내 하일랜드(Highlands)에 위치한 바스 랜딩(Bahrs Landing) 레스토랑 앞에 주차하고 충전기를 물리고 나면 A.J를 바라보는 메도우의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남매는 깊게 포옹합니다(드라마의 마지막 에피소드를 떠올리게 만드는).  



토니 소프라노와 그의 붉은 쉐보레 서버번(Suburban 1999) 대신 딸 메도우가 파란색 2024년형 실버라도 EV를 몬다. 

하일랜드(Highlands)에 위치한 바스 랜딩(Bahrs Landing) 레스토랑 앞에 주차하고 충전기를 물리고 나면 A.J를 바라보는 메도우의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한다.



소프라노스의 역주행

“젊은 친구들이 많이 보는 거야?” (두번째 질문)

젊은 구매층에 어필하는 것은 제품과 브랜드 수명연장에 중요합니다. 흥미롭게도 지난해 초 쉐보레와 GM Authority의 발표에 따르면, 실버라도는 2020년 미국의 18~34세 구매자 사이에서 가장 많이 팔린 풀사이즈 픽업트럭이었습니다. 전체 시장에서도 선전해, 이 부분의 절대자인 포드 F시리즈가 고전하면서 78만 7,000여 대를 파는 동안(전년대비 -12%), 실버라도는 59만 4,000여 대(+3.2%)나 팔아치웠습니다. 그러니까, 실버라도의 세련된 스타일링, 전기 파워트레인, 그리고 핵심 고객층을 염두에 두고 이렇게 대뜸 물었던 것입니다(아는 동생에게).
  
쉐보레는 왜 1,300만 달러(30초당 650만 달러)짜리 광고에 소프라노스를 소환했을까요? Y, Z세대 때문일까요, 아니면 그 이전의 X세대를 겨냥한 것일까요? 어떤 배경이 있었을까요? 미국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이런 의문은 쉐보레의 설명을 들으면서 풀렸지만, 잘 모르는 미국 이야기를 좀 더 알고 싶었습니다.  

쉐보레는 이를 명확히 해줬습니다. 오프닝 광고를 ‘뉴 제네레이션(New Generation)’이라 명명하면서 “소프라노스는 원조 팬들이 시리즈를 ‘재발견’했고, ‘새로운 세대’의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에 뛰어들면서 지난 2년 동안 다시 인기를 얻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스티브 마조로스(Steve Majoros) 마케팅 부사장은 “광고는 전통적이지 않은 전기트럭에 대해 전통적이지 않은 접근방식을 취하는 것에 대한 것이면서, 우리가 소프라노스(토니)의 다음 세대가 지금 어떤 모습일지를 상상하는 동안 실버라도 EV가 베스트셀링 카를 재정의하고 미국의 문화 내에서 그 위치를 확고히 하려는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습니다. 

소프라노스는 마피아 보스이자 한 가정의 가장인 ‘토니’의 삶을 그린 코믹, 가족, 갱스터 드라마로서 비평가들의 전폭적인 찬사를 받은 전 세계 역사상 가장 뛰어난 드라마 중 하나입니다. 21개의 에미상, 5개 골든글로브상을 수상했고, 2013년엔 미 작가조합이 선정한 미국 최고의 TV시리즈였습니다. 시청률도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이 막판에 기록을 깨기까지 오랫동안 톱을 유지했습니다. 그러니까, 당시 TV를 장악했던 30세 이상(지금의 45세 이상) 중산층(유료) 대부분이 본 드라마입니다. 그렇다고, 이것이 1억 명이 시청하는 수퍼볼 광고 아이디어로 소프라노스가 채택된 전부는 아닐 겁니다. 

우리(한국의 팬)가 소프라노스를 잊고 있는 동안, 미국에서는 2020년 이후 가장 핫한 드라마 중 하나가 소프라노스였습니다. ‘역주행’을 한 것입니다. 플릭스패트롤(FlixPatrol)의 HBO 통계를 보면, 소프라노스는 2019년까지 톱 25에도 들지 못했지만, 펜데믹과 함께 2020년부터 톱 10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미디어 반응을 보면, 예를 들어 소프라노스의 프리퀄 영화 ‘The Many Saints of Newark’ 개봉 직후인 2021년 가을에 뉴욕타임즈 매거진은 “왜 미국의 모든 젊은이들이 ‘소프라노스’를 보는 걸까?”란 제하에 장문의 기사를 내보냈고, 또 다른 미디어는 소프라노스를 흉내 내는 패션 트렌드를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뉴욕타임즈는 이 드라마의 새로운 시청자들이 ‘말기 쇠퇴에 빠진 나라에 대한 우화’란 다른 것을 보고 있다며 비평적인 접근을 했다.)

역주행은 마치 마이클 조던과 1998년 시카고 불스를 다룬 ESPN의 다큐멘터리 ‘라스트 댄스(The Last Dance)’가 우리들(X세대)의 전설이 우리만의 전설이 아니게(일부만) 된 것처럼, 팬데믹과 함께 OTT의 급성장이 소프라노스를 비롯한 HBO의 종전 히트작들을 부활시키면서 일어난 것입니다. 게다가 소프라노스의 경우엔 2019년 ‘15주년’ 기념쇼가 있었고, 2021년엔 프리퀄 영화가 개봉되며 분위기가 이어진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펜데믹 중 200% 가까이 시청률이 급증하며, 당시 TV를 갖고 있지 않던 젊은 세대에게 소프라노스가 ‘부활절 달걀’이 된 것입니다. 
(메도우역의 시글러도 격리와 함께 에피소드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뉴 제네레이션

소프라노스 오프닝은 수퍼볼에서 Z세대에게도 어필했을까요?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이 ‘역주행’이 Z세대로부터 출발했다는 것입니다. (플릭스패트롤의 Z세대에 대한 HBO 통계에서 소프라노스는 드라마 톱 25 밖이었다)
 
주로 폰 안에 머무는 Z세대가 이탈리안-아메리칸의 억양으로 거리에서 맥주를 마시고, 주말 바비큐 파티를 열고, 서로 안부를 물으며 포옹하고 키스해주는 그런 모습을 부러워했을까요? 마피아의 폭력과 욕설에서 대리만족을 느꼈을까요? 상승을 갈망하는 그들 부모의 모습을 본 걸까요? 기성세대 비평가들, 기자들의 분석처럼 신드롬은 인종과 사회계층 갈등, 기후변화 등 미국 사회의 다양한 문제점들을 내포하고 있을까요? 

그들은 단지 재미있고 모두가 하고 있기에 소프라노스를 즐겼을 것입니다. 크리스토퍼 몰티산티(Christopher Moltisanti) 역의 마이클 임페리올리(Michael Imperioli)는 이미 2019년 이전에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에서 소프라노스 팬 사이트, 밈(meme)의 성행을 봤고, 소프라노스 문신을 한 사람, 셀카를 부탁하는 20~30대 젊은이들을 만나기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그는 이를 계기로 팬데믹이 발현한 시기에 팟캐스트 제작자들을 찾아가 ‘토킹 소프라노스’ 쇼도 시작했습니다. Z세대에서의 인기는 시리즈 시청만을 말하는 게 아니라, 그것을 일부 포함하는 것입니다.

HBO의 프로그램이 온라인으로 마이그레이션되고 접근성, 스크린샷 만들기(밈, 짤을 위한)가 더 쉬워지면서, 소프라노스 패러디, 밈(meme), ‘짤’은 정치, 경제, 생활, 문화, 게임, 연관성 및 개연성과 관계 없이 모든 영역으로 퍼져나갔습니다. 마치 ‘으리’로 광고계를 휩쓸던 김보성 씨, “내가 고자라니”, “사달러!”의 야인시대, “이 무슨 개소리야”의 태왕사신기, 최근의 ‘무야호(무한도전 알래스카편의 한 에피소드)’ 열풍과 비슷하게 시작되고 유행된 것입니다. 거기에 근본적으로 이 드라마가 정말 재미있고 잘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CES 2022와 함께 10만 5,000달러의 RST 퍼스트에디션이 단 12분 만에 완판된 실버라도 EV는 법인용 WT 트림과 RST 퍼스트에디션 두 가지 트림으로 구성돼 2023년 봄과 가을에 출시될 예정이다.


완판된 차

CES 2022와 함께 10만 5,000달러의 RST 퍼스트에디션이 단 12분 만에 완판된 실버라도 EV는 법인용 WT 트림과 RST 퍼스트에디션 두 가지 트림으로 구성돼 2023년 봄과 가을에 출시될 예정입니다. 이 차는 최대 644 km를 주행합니다. 당연히 4륜구동이고,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 km/h까지는 4.5초가 걸리지 않습니다. 590 kg의 화물을 탑재한 채로 4.5톤을 견인할 수 있습니다.

‘뉴 제네레이션’으로 돌아가면, 소프라노스를 봤던 미국의 1억 시청자들은 이를 보고 열광하면서 소셜미디어로 몰려갔습니다. “그 순간을 경험할 수 있어서 정말 멋졌어요”, “오프닝 장면만 생각해도 정말 감동적이야!”, “그는 항상 쉐비를 몰고 다녔었지(토니 소프라노役의 제임스 갠돌피니는 2013년 세상을 떠났다)”라며 그 짜릿함을 공유했고, 어떤 이들은 새로운 시리즈의 티저가 아닌지 ‘수사’하기도 했습니다. 바스 랜딩에 실제 충전소가 있는지 묻는 전화도 끊이지 않았다고 합니다(충전기는 쉐보레가 가져온 소품이었지만 올여름 실제 충전소를 설치할 계획). 전 연령층이 ‘뉴 제네레이션’을 봤고, 이런 댓글은 X세대가 남겼습니다. 

“잘은 모르겠는데, 접근성이 좋아지다 보니 클래식 드라마로 어린 친구들도 보긴 하지. 그걸 많이 본건 지금 40~60대니까…, 그 사람들이 타깃이지 않겠어?” 아는 동생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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