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한 흙
Editor`s Note
2010년 10월호 지면기사  / 이건용 편집고문

그런데 문제는 리튬과 희토류의 매장과 생산이 특정 지역에 편중돼 있다는 사실입니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의 97%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최근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 간 영유권 분쟁으로 세계적 주목을 끌고 있는 희토류는 더 이상 특정 산업에서 사용하는 ‘희귀한 흙(rare earth)’이 아닙니다. 중국과 일본 간 영유권 분쟁을 지켜보면서 희토류가 한 나라의 산업 근간을 뿌리 채 흔들 수 있다는 사실을 미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일본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중단이라는 진퇴양난의 외통수에 걸려 사실상 백기를 들었습니다. 희토류 수입이 차질을 빚으면 일본 산업계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사정을 중국은 놓치지 않고 이용한 것입니다. 중국은 자국에 편중된 희토류 자원을 언제든지 무기화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분쟁에서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현재 희토류 소비의 30% 가량이 영구자석을 만드는 데 쓰이고 있습니다. 자동차용 모터는 희토류 금속을 이용하는 모터가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카인 프리어스 한 대를 만드는 데는 네오디뮴(Nd) 1 kg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LG경제연구원의 전망에 따르면, 희토류, 리튬, 니켈, 코발트 등의 수요는 하이브리드 카가 본격적으로 양산되는 시점부터 빠르게 늘어나 2020년까지 100%에서 최대 200%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합니다. 전기자동차는 하이브리드 카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수소연료전지자동차에 사용되는 연료전지 또한 촉매로서 희소금속인 고가의 백금과 백금 합금을 사용합니다. 어떤 컨셉의 차세대 자동차든 현 기술로서는 희소금속과 희토류를 빼놓고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요즘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세계 톱 자동차 업체들에게 2차전지 공급계약을 잇따라 체결하며 낭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삼성SDI는 독일 보쉬와 합작한 회사를 통해 BMW에 2차전지를 납품하게 됩니다. LG화학은 현재까지 미국 빅3 자동차 메이커 중 2곳인 GM과 포드, 상용차 업체인 이튼(Eaton), 유럽의 르노와 볼보, 중국의 장안기차, 현대·기아차 등 8곳과 공급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제 남은 일은 배터리의 주원료인 리튬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리튬 매장량이 1,400만 톤 정도로 추정되며, 이 중 상업적으로 채굴 가능한 매장량은 410만 톤입니다. 이마저 향후 7~8년 후면 고갈이 예상된다고 합니다. 사실이 그렇다면, 리튬이온 배터리를 기반으로 한 전기자동차가 화려하게 꽃을 피울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앞으로 자동차를 포함한 첨단 산업에 사용되는 희소금속과 희토류를 놓고 벌이는 국가 간 갈등이 첨예한 분쟁으로 비화될 소지가 적지 않습니다. 중국과 일본 간 영유권 분쟁을 통해 우리는 그 사실을 생생히 목격했습니다. 자동차 산업도 희소금속과 희토류의 ‘안전지대’가 아닙니다. 우리 자동차 업계도 위기의식을 갖고 철저히 대응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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