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온’이렇게 개발했다
양산 대응하며 소중한 경험 축적
2011년 02월호 지면기사  / 현대ㆍ기아자동차 전기차개발실 홍 존 희 이사

대부분 국가들이 자동차 관련 환경규제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과거에는 연비나 CO2 규제의 상승폭이 10~15%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30% 이상으로 급격히 높아졌다.
예를 들어 유럽은 2020년에 22.4 km/l의 연비, 95 g/km의 CO2 배출 수준을 요구했는데 이는 2008년 대비 40% 강화된 것이다. 일본은 2020년에 20.0 km/l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2010년의 13.0 km/l 대비 54% 강화된 것이다. 미국은 2016년 15.1 km/l로 2008년 대비 26% 강화된 연비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9년 대비 38% 강화된 17.0 km/l, CO2 배출량 140 g/km를 목표하고 있다.
미국의 캘리포니아는 한 해 6만 대 이상을 판매하는 메이커에 대해 전체 판매량의 12%를 친환경차로 판매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또 이중 3%를 전기차(PEV), 연료전지차(FC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등 ZEV(Zero Emission Vehicle)로 판매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런데 이 법규의 개정안이 최근 나왔고, 대상 메이커의 판매대수가 6만 대가 아닌 연 2만 대로 수정되면서 현대자동차(5년 유예)도 매우 급하게 됐다.
현대자동차는 그린카로 2009년에 소프트 타입의 아반떼 하이브리드 카(HEV)를 내놓았다. 소프트 타입이란 기존 엔진에 모터를 직결해 엔진 토크에 모터 토크를 보조하는 형태다. 반면 가장 최근의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하드 타입으로 엔진과 모터 사이에 클러치를 넣어 필요에 따라 배터리와 모터를 이용하는 EV 모드로 주행하는 차다. 소프트 타입의 HEV는 연비개선 효과가 30%이지만 하드 타입은 60%정도다.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종전의 가솔린 차량 대비 연비 개선 효과가 65%로 리터 당 21 km를 주행할 수 있다.


주행거리의 자부심

그린카 보급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아반떼 하이브리드를 내놓고 난 후 제품력보다는 고객에 대한 홍보 방식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차량 전동화에 400만 원 이상이 들어갔는데, 하이브리드 카를 구매한 고객은 400만 원을 선불로 내고 연비 저감을 통해 TCO(Total Cost Ownership)에서 이익을 얻는 식이다. 결국 TCO에 중점을 둘 지, 기존의 가솔린 차량을 선택해 높은 기름값을 지불하며 운행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의 차이가 강조돼야 하는 것이다.
EREV인 GM 볼트는 기존 차량 대비 2,000만 원 정도 더 비싸고, PEV인 i-MiEV의 경우엔 3,000만 원이 비싸다. PEV 경우엔 주행거리도 짧다. 소비자 입장에서 이같은 문제들은  감성에만 호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전기차, 연료전지차를 위한 충전 인프라 확충 또한 매우 중요한 과제다.
해외 전기차 개발 동향을 보면 미쓰비시가 2009년 여름 i-MiEV를 내놓으며 첫 테이프를 끊었고 지난해엔 닛산이 리프를 내놓았다. 현재 i-MiEV는 리프의 저렴한 가격으로 인해 거의 판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리프는 아반떼와 같은 C세그먼트 급의 차량이어 경차이면서 가격이 만만치 않은 i-MiEV를 고전하게 만들었다.
현대자동차는 최근까지 전기차 시범운행을 위해 블루온 30대를 제작했다. 제주도 스마트그리드 사업에서 15대를 운행시켰고 정부 기관에 투입하려 하고 있다. 그런데 무상으로 차를 보급하려 해도 충전 인프라가 없어 연구소 주변에 30대가 그대로 서 있는 상황이다. 우리는 30대를 만들기 위해 15대를 가지고 충돌 등 각종 시험을 했고, 이 차를 250대 생산하기 위해 24대를 추가로 만들어 인증시험에 나서고 있다. 2011년 기아의 CUV 전기차 생산을 위해 34대의 프로토타입도 만들었다.
실제 양산을 위한 경험은 차량 개발에서 매우 중요하다. 블루온은 한 번 충전으로 140 km를 주행할 수 있다고 홍보했는데 최종 인증시험 결과 144 km를 주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블루온을 내놓으면서 미쓰비시의 i-MiEV와 비교했었는데 일본 네티즌들의 반발이 거셋다. 그들은 미쓰비시의 경우 1년 전에 출시해 양산해 팔고 있는 차로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우리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상대적으로 길이가 길고 폭이 넓어 더 무거워야할 블루온이 i-MiEV에 비해 10 km 이상 더 주행한다는 사실이다. 배터리 용량은 양사가 모두 16.4 kWh로 같다.
2009년 현대자동차는 이같은 데이터를 얻기까지 모터와 관련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미쓰비시의 전기차가 효율성이 높다고 알려진 영구자석 동기 모터(PMSM)를 사용하는 데 블루온은 유도 모터(IM)를 사용했다. 효율이 좋지 않다고 알려진 유도 모터를 사용하면서 같은 배터리 용량으로 더 무거운 차를 더 멀리 보내야하는 문제를 극복해야 했다.


모터에 대한 고민          

블루온 개발을 위해 우리는 기존 차량의 엔진, 미션, 연료 및 배기 계통을 완전히 없앴다. 그 자리에는 모터, 인버터, 직류변환장치(LDC), 완속충전기(OBC)와 같은 고전압 부품들이 들어갔다. 차량 매출원가 기준으로 36%가 이들 기계 부품 차지였는데, 이 때문에 협력업체들은 전기차를 대단히 싫어한다. 
블루온은 모터로 유도 모터를 채택했는데, 일반적으로 유도 모터는 PMSM 대비 10% 저렴하지만 효율은 7% 떨어지며 토크 리플과 출력 밀도도 낮다. 반면 진동소음, 신뢰성 등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는 국내 유도 모터 기술력이 높아 이같은 데이터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 중국의 희토류 영향력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는데 주목했다. 
실제 경험해 보니 비용 부문은 10%가 아닌 30% 정도의 차이가 났다. 반면 효율에서는 평균적으로 5~7% 차이가 났는데, 특히 자동차를 주행하면서 주로 사용하는 영역에서 20%의 차이가 나는 문제가 발생했다. 저토크에서 유도 모터의 효율이 급격히 떨어지는데 차량 운행에서는 이 부분이 주로 쓰인다. 이 문제를 보상하기 위해 상당히 애를 먹었고 결과적으로 유도 모터를 계속 쓸 것인가에 대해 심각히 고민하게 됐다.
인버터는 배터리의 직류 전류를 모터 구동을 위해 교류로 변환해 제어하는 부문인데, 우리는 쉽게 가기 위해 연료전지차를 위해 개발했던 것을 블루온에 그대로 넣었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는 케이스만 빼고 모두 바꿨다. 만들어 보는 것과 양산의 차이를 절실히 느낀 것이다. 연료전지차에서는 이 인버터를 갖고 차량 운행을 매우 잘해냈지만 전기차 양산에는 맞지 않아 회로까지 모두 바꿔야 했다. 전기차용 수냉식 인버터는 최대 효율이 95%다.
LDC는 배터리에서 나오는 330 V를 전장품들이 이용하는 12 V로 바꾸는 기능을 한다. 최대 효율은 90%다. 그런데 전기차는 순수하게 배터리만의 에너지를 각 부문들이 나눠 쓰기 때문에 10%의 손실이 굉장히 크게 다가온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3.3 kW의 이유

OBC는 220 V의 교류 입력을 330 V의 직류로 변환해 배터리에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최대 출력이 3.3 kW이기 때문에 완속충전에는 적어도 6시간이 필요하게 된다. 이 시간을 줄이기 위해 6.6 kW로 하게 되면 충전을 3시간 정도에 할 수 있다. 그러나 대신 차가 무거워져야 하는 문제가 따른다. 때문에 최적이 3.3 kW로 판단했다.
배터리를 차량에 실기 위해서는 공간이 필요하고 승객은 승차 공간을 침해당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트렁크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배터리는 차량 바닥에 실렸다. 배터리는 330 V, 50 Ah의 88개 셀로 구성돼 있다. 중량은 200 kg이다. i-MiEV의 경우엔 230 kg 정도다. 배터리 시스템에는 냉각팬, 배터리 제어기, 고전압 릴레이박스가 달려있고 안전 플러그가 있다. 안전 플러그는 차에 고전압이 흐르고 있어 수리하는 사람의 안전을 위해 전류를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블루온의 완속충전은 래디에이터 그릴에 위치한 현대 심볼을 열고 하게 되고, 급속충전은 기존 차량의 주유구에 위치한 인렛을 통한다.     
블루온은 주행거리를 증대시키기 위해 제동 시 모터의 공회전 에너지를 회수하는 회생 브레이크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또 충전상황 모니터링, 예약 충전, 냉난방 제어, 충전소 위치 안내, 운행 정보 등의 전기차용 IT 기술이 접목됐다. 전기차용 스마트폰 앱도 개발했다. 이 외에 전기차는 소리가 나지 않기 때문에 보행자 안전에 문제가 있어 VESS(Virtual Engine Sound System)란 가상 엔진음을 적용했다. 처음에는 엔진소리를 만들어 넣었는데 별 효과가 없었지만 차임벨 소리를 넣어 효과를 봤다.
결과적으로 완성된 블루온의 경제성을 가솔린 경차 모닝과 비교하면, 연간 1만 km를 주행한다고 가정할 때 가솔린차가 101만 원이 들어간다면 블루온은 8만 7,000원이면 된다.
전기차 산업은 다른 자동차 산업과 다르게 정부의 지원이 절대적이다. 보급 확대를 위해 충전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고, 보조금 및 세제 지원, 공공기관의 구매 의무화, 관련 법제도 개선 등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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