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과 자동차
2011년 04월호 지면기사  / 이 건 용 편집고문 <kylee0437@autoelectronics.co.kr>

미국의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가 우주정거장 수리 등 13일 간의 임무를 마치고 플로리다 주 케네디 우주 센터로 귀환하는 장면을 지켜봤습니다. 27년 간 39차례, 총 2억 3,800만 km의 우주비행 기록을 세운 디스커버리호의 이번 마지막 비행에는 의외의 손님(?)이 동행했습니다. 인간형 로봇 ‘Robonaut 2(R2)’였습니다.
R2는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인간이 접근하기 어렵거나 위험한 곳의 탐사와 우주선 외부의 정비작업을 거뜬히 해냈습니다. R2에 부여된 중요한 임무는 무중력에 가까운 우주공간에서 인간 우주비행사처럼 정밀한 작업을 할 수 있는지 여부를 조사하는 것이었습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과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 10여년 동안 우주에서 인간처럼 작업할 수 있는 로봇 우주비행사를 개발해 왔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R2였습니다. 자동차 업체가 만든 로봇으로는 혼다의 ‘아시모’, 토요타의 ‘파트너’, 미쓰비시의 ‘와카마루’ 등이 대표적입니다.
자동차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로봇을 만드는 이유는 뭘까요? 2009년 6월에 연방 파산법 제 11조(챕터 11)의 적용을 신청하는 초유의 사태를 경험한 GM은 왜 로봇 개발에 집착하는 것일까요?
로봇 우주비행사의 개발 프로젝트는 1997년에 NASA에서 시작됐습니다. NASA는 우주탐사 중 인간이 접근하기 어렵거나 위험한 지역에 대체 투입하는 용도로 R2를 개발했습니다. 그러나 R2 개발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2006년에 R1 실용화 예산 지원이 중단되면서 프로젝트 자체가 사라질 위기에 몰렸습니다.
그 해 GM은 이 프로젝트에 관심을 나타내며 NASA를 방문했습니다. GM은 포드와 함께 세계 최초로 산업용 로봇을 공장에 도입한 회사이기도 합니다. GM은 인체공학적으로 어려운 작업도 로봇으로 자동화하기를 원했습니다. GM은 당시 NASA가 R1을 개발하려는 목표와 자신들의 목표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사고를 바탕으로 2007년  GM은 NASA와 공동 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GM은 R2 개발 자금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NASA의 개발 성과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습니다.
R2의 가장 큰 특징은 인간처럼 정교한 손놀림으로 세밀한 작업을 처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엷은 천을 들어 올리는 재주가 있습니다. 이는 실제로 로봇이 하기에는 대단히 어려운 미션입니다. GM은 R2용으로 개발된 시각과 모션 센서 기술을 자동차 생산 공정에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 중입니다. 또 R2의 센서 기술을 자동차 충돌방지 시스템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미 자동차 제조 공장에서는 용접 및 도장 등의 용도로 산업용 로봇이 활약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동차 조립 과정을 보면 전체적으로 약 4,500점의 부품이 처리되고 있는데, 이 중 로봇이 처리하는 부품 수는 250~350점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이처럼 자동화가 더 이상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기존 로봇으로는 매우 복잡한 작업을 할 수 없거나 로봇을 도입하는 데 따른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입니다.
인간 형태의 로봇은 기존 생산 공정을 건드리지 않고도 순조롭게 로봇을 라인에 도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 대형 산업용 로봇과 달리 안전 확보를 위해 인프라 투자가 필요 없습니다.
제품 라이프사이클이 짧은 정보가전과 달리, 자동차는 사실상 라이프사이클이 길어서 제품 전환이나 생산량 변동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려운 산업용 로봇도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자동차 업계도 이제 생산의 유연성과 함께 인간처럼 섬세한 작업이 가능한 인간형 로봇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GM은 3~5년 이내에 인간형 로봇을 파일럿 공장에 투입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로봇은 더욱 안전한 자동차와 제조공장을 개발하는 데 초석이 될 것입니다. 



<저작권자 © AEM.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100자평 쓰기
  • 로그인


  • 미분류
  • 세미나/교육/전시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