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인텔 인수의 길로 가나(?)
인텔에 50억 달러 지분투자 ··· PC·데이터센터용 칩 공동 개발
2025-09-19 온라인기사  / 윤범진 기자_bjyun@autoelectronics.co.kr




엔비디아가 부진에 빠진 인텔의 설계사업 인수를 위한 중대한 거래를 성사시켰다. 이번 합의는 단순한 사업 협력을 넘어 양사의 향후 구도를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엔비디아는 인텔과 협력해 AI 데이터센터 시장을 겨냥한 NVLink 인터페이스 기반 맞춤형 x86 프로세서를 공동 개발하고, 소비자용 AI PC를 위해 GPU 칩렛을 인텔에 공급할 계획이다. 또 엔비디아는 50억 달러(약 6조7천억 원)를 투입해 인텔 지분 4% 이상을 확보하고, 인수·합병 가능성에도 힘을 싣게 됐다.

인텔 구조조정과 인수 가능성

인텔은 그간 알테라(Altera)와 리얼센스(RealSense) 사업을 매각하고 차량용 반도체 부문을 정리하는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이어왔다. 시장에서는 TSMC와 브로드컴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됐으나, 이번 거래로 엔비디아 쪽에 무게가 실리게 됐다. 

이번 협력은 무엇보다도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용 핵심 기술인 NVLink 확산에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인텔이 그간 PCI Express와 UCIe 등 업계 표준을 주도해 왔다면, 엔비디아는 2019년 멜라녹스(Mellanox) 인수를 통해 확보한 NVLink를 차세대 데이터센터 표준으로 밀고 있다.

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역사적인 협력은 엔비디아의 AI 및 가속 컴퓨팅(accelerated computing) 스택을 인텔 CPU와 방대한 x86 생태계를 긴밀히 결합하는 것”이라며 “두 세계적 플랫폼의 융합을 통해 생태계를 확장하고 차세대 컴퓨팅 시대의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영국 국빈방문에 동행해 이번 투자와 함께 20억 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 계획도 발표했다.

이번 거래의 핵심은 현재 Arm 기반 CPU ‘베라(Vera)’와 블랙웰(Blackwell) GPU로 구성된 데이터센터용 NV72 랙 아키텍처를 x86으로 확장하는 데 있다. 젠슨 황은 이 아키텍처를 x86과 PCI Express를 결합해 랙 스케일 슈퍼컴퓨터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기술 협력과 시장 파급력

양사는 개인용 컴퓨팅 시장을 겨냥한 새로운 x86 프로세서를 준비하고 있다. 인텔은 CPU와 엔비디아 RTX GPU 칩렛을 통합한 x86 SoC를 개발해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인텔 립부 탄(Lip-Bu Tan) CEO는 "인텔의 x86 아키텍처는 현대 컴퓨팅의 기반으로, 앞으로의 다양한 작업 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며 "인텔의 데이터센터·개인용 컴퓨팅 플랫폼과 공정 기술, 제조 능력, 패키징 역량이 엔비디아의 AI 및 가속 컴퓨팅 기술과 결합하면 업계에 새로운 혁신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는 차세대 x86 CPU에 적용될 공정 기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TSMC 2nm 또는 인텔 파운드리 14A 공정이 거론되지만, 립부 탄은 이번 발표가 제품 협력에 관한 것이며 세부 공정은 추후 공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이번 협력이 Arm 기반 로드맵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며, 차세대 Arm CPU 베라와 자율주행·로보틱스용 토르(Thor) 칩 개발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거래는 인텔의 향후 행보에 중대한 시사점을 던진다. 엔비디아는 현금 570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으며, 인텔은 현재 설계 부문과 파운드리 사업을 포함해 전체 기업가치가 850억 달러에 달한다. 인텔의 팹과 첨단 패키징 사업 가치는 300억 달러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x86 설계 부문의 가치는 약 500억 달러 규모에 달한다. 
젠슨 황은 이번 거래를 통해 연간 250억~500억 달러 규모의 시장 기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연간 500억 달러 시장에서 기대 수익도 매우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인텔 설계 부문의 가치를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 될 수 있다.

우호적 환경

젠슨 황은 이번 협력에서 인텔의 패버로스(Foveros) 패키징 기술을 핵심 요소로 꼽았다. 또한, 엔비디아는 직접 제조에 나설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Arm 기반 그레이스(Grace)와 베라 칩을 TSMC에서 조달하듯, 향후 x86 칩도 인텔 파운드리에서 공급받아 블랙웰 및 차세대 루빈(Rubin) GPU와 결합할 계획도 밝혔다. 양사는 이미 세 개 아키텍처 팀을 꾸려 1년 넘게 협력해 왔다. 
정치적 환경도 우호적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인텔 매각을 장려해 왔으며, 미국 내 기술기업 간 협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AMD가 인텔 인수를 추진할 경우 반독점 규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지만, 엔비디아와의 협력은 이러한 위험이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AMD는 라데온(Radeon™) 기반 AI 칩으로 엔비디아와 소비자용 PC 및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직접 경쟁하고 있다.

AEM(오토모티브일렉트로닉스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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