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igiKey는 AI를 먼 미래의 변혁이 아니라 지금 일하는 사람의 시간을 되찾아주는 도구로 본다. 회계 부서의 송금 요청 3분의 2를 처리하는 첫 에이전트를 시작으로, 전사 70여 개의 활용 사례가 진행 중이다. DigiKey AI 및 지능형 자동화 부문 부사장 Nick Krmpotich는 가장 어려운 과제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적응이라고 말한다. 반복 업무가 사라진 뒤, '일을 잘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게 될까.
글 | Nick Krmpotich, DigiKey AI 및 지능형 자동화 부문 부사장
오랫동안 기술 분야에 몸담으며 기업의 일하는 방식을 바꾼 큰 변화들을 여러 번 겪었습니다. 개인용 컴퓨터와 인터넷부터 클라우드 컴퓨팅과 원격 근무까지, 모든 변화에는 예측과 기대, 그리고 큰 관심이 따라왔습니다.
AI도 여러 면에서 이런 변화들과 닮았지만, 속도가 다릅니다. 대부분의 신기술은 수년에 걸쳐 발전하는데, AI는 매주 달라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5년 뒤, 10년 뒤 '직업'이 어떤 모습일지 과감하게 예측하고 싶은 유혹이 생깁니다. 하지만 저는 더 단순한 질문을 던집니다. 지금 이 기술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DigiKey는 이 질문의 답을 '복잡성'에서 찾고 있습니다.
DigiKey는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1,700만 개가 넘는 제품을 판매합니다. 우리 팀들은 매일 제품 사양과 가격 체계, 무역 규정 준수 요건, 제조사 데이터, 고객 문의까지 방대한 정보를 다룹니다. 이 과정에서 전문성이 부족해 생기는 어려움은 거의 없습니다. 문제는 숙련된 인력이 정보를 모으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쓰고, 정작 자신이 아는 것을 적용하는 데는 너무 적은 시간을 쓴다는 점입니다. AI가 가장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는 곳이 바로 여기입니다.
저는 팀원들과 이야기할 때 '디지털 인턴'이라는 비유를 자주 씁니다. 늘 도우려 하고, 반복 업무를 마다하지 않으며, 방대한 정보를 몇 초 만에 분류해 내는 인턴이 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이 인턴은 의미 있는 일을 해낼 수 있지만, 여전히 가이드와 맥락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경험 많은 사람이 그 결과를 검토하고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제가 AI 에이전트를 바라보는 방식이 바로 이렇습니다. AI 에이전트는 전문가에게 다른 출발점을 줍니다. 직원들은 여러 시스템을 뒤져 데이터를 찾고, 정보를 대조하고, 일상적인 관리 업무를 처리하느라 시간을 쓰는 대신, 기초 작업이 상당 부분 끝난 상태에서 일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절차를 밟는 데 쓰던 시간을 이제 상황을 판단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고객과 소통하는 데 쓸 수 있습니다.
AI가 사람들이 번거로워하는 일을 덜어준다면, 사람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잘 생각해 봐야 합니다. AI가 맡을 수 있는 일은 흔히 저부가가치 업무로 불립니다. 이런 일을 디지털 인턴이나 AI 에이전트에게 맡기면, 숙련된 직원들은 더 어려운 문제를 풀고, 고객을 돕고, 혁신을 이끄는 데 집중할 수 있습니다.
DigiKey의 AI 전략을 묻는 사람들은 흔히 우리가 미래의 가능성, 그리고 AI가 유통을 어떻게 바꿀지에 집중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DigiKey가 집중하는 것은 지금 일하는 사람들의 시간을 아껴주는, 매우 실용적인 비즈니스 문제입니다.
지난 1년간 DigiKey는 '70-20-10' 투자 모델을 따랐습니다. AI 관련 노력의 약 70%는 운영 역량 확장에, 20%는 고객 경험 향상에 쓰고, 나머지 10%는 실험과 장기적 기회를 위해 남겨둡니다.
이 배분은 AI가 발전하면서 많은 조직이 깨달은 사실을 반영합니다. 가장 큰 가치는 일상 업무의 마찰을 없애는 데서 나온다는 것입니다.
DigiKey는 회계, 고객 운영, 무역 규정 준수 같은 부문에서 AI 에이전트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업무에서는 직원들이 정보를 모으고, 여러 시스템을 오가고, 업무에 얽힌 복잡한 규정을 파악하는 데 많은 시간을 씁니다.
많은 경우 일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양이 많고 주변 환경이 복잡할 뿐입니다. 무역 규정 준수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수백만 개 제품에 관세가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려면 제조사, 생산 시설, 규정, 고객 요구 사항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따져야 하고, 경우의 수는 빠르게 늘어납니다. AI는 방대한 정보를 빠르게 검토해 가장 중요한 세부 사항을 찾아낼 수 있어, 이런 환경에 특히 잘 맞습니다.
DigiKey 운영센터. AI 에이전트가 정보를 모으고 정리하면, 판단은 사람의 몫으로 남는다.
DigiKey의 첫 번째 에이전트가 남긴 교훈
올해 초 DigiKey는 회계 부서에 AI 에이전트를 도입해 실제 업무에 투입했습니다. 이 에이전트는 고객의 송금 요청 처리를 지원합니다. 이메일을 검토해 요청 내용을 파악하고, 관련 정보를 모은 뒤, 적절한 처리 방안을 직원에게 제안해 승인을 받는 방식입니다. 현재 이 시스템은 송금 요청의 약 3분의 2를 자동화하고 있습니다.
생산성 향상이라는 의미 있는 성과와 함께, 값진 통찰과 교훈도 얻었습니다. 에이전트를 만들기 위해 DigiKey는 이런 시스템을 책임감 있게 운영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 거버넌스, 보안 통제, 운영 프로세스를 갖춰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기술이 잘 작동하는 영역과 한계를 보이는 영역, 그리고 사람의 감독이 여전히 반드시 필요한 영역을 알게 됐습니다.
이제 그 교훈을 다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기회는 더 이상 한 가지 사용 사례에 머물지 않습니다. 현재 DigiKey 전사에서 70개가 넘는 활용 사례가 각기 다른 단계로 도입되고 있습니다. 한번 패턴을 이해하고 나면 새로운 가능성이 열립니다. 조직 전체를 둘러보며 같은 질문을 반복해 던질 수 있습니다. '직원이 여러 시스템을 오가며 정보를 모으고, 정해진 비즈니스 규칙에 따라 판단해야 하는 업무는 무엇인가?' 이런 업무가 AI 기반 워크플로에 가장 잘 맞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일은 첫 번째 운영 에이전트를 실제 환경에 배포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DigiKey는 그동안 배운 것을 확장하는 데 집중할 수 있습니다.
가장 어려운 과제는 기술이 아니라 적응
AI 기술은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1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 이제는 유능한 에이전트와 함께라면 일상처럼 느껴집니다. 지금 가장 큰 과제는 사람들이 달라진 업무 방식에 적응하도록 돕는 일입니다.
예전에는 시간의 대부분을 행정 업무에 썼습니다. 행정 업무가 점차 자동화되면서 새로운 질문이 생겼습니다. 새로 생긴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까요?
말처럼 간단한 질문이 아닙니다. 남는 시간을 시스템의 유휴 시간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오전 내내 데이터를 찾던 사람들은 이제 그 시간을 보고서에서 놓친 부분을 찾아내고, 제조사가 해법을 찾도록 돕고, 고객의 요청을 처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고객과 소통하는 데 써야 합니다. 눈앞의 문제를 더 깊이 고민하는 데 써야 하는 것입니다.
이런 변화는 DigiKey만의 일이 아닙니다. AI를 시도하는 모든 조직이 비슷한 변화를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이제 어려운 대화는 기술이 아니라 문화와 리더십, 그리고 반복 업무가 사라진 뒤 '일을 잘한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에 관한 것입니다. 이 질문에 답을 찾는 조직이 도구만 사들인 조직보다 앞서 나갈 것입니다.
주목해야 할 흐름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한 트렌드를 하나 꼽으라면, 오픈소스 AI 모델의 빠른 발전입니다. 많은 사람이 AI 하면 몇몇 유명 기업을 떠올립니다. 그 플랫폼들도 중요하지만,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성능을 내면서 비용은 훨씬 적게 드는 전문 모델들도 계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AI가 기술만이 아니라 경제성의 문제로도 점점 더 많이 논의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중요합니다.
맞는 모델을 고르는 일은 맞는 도구를 고르는 일과 같습니다. 범용 모델이 이상적인 작업도 있지만, 더 작고 특정 기능에 특화된 모델이 훨씬 적은 비용으로 비슷한 결과를 내는 작업도 있습니다.
AI 도입 규모가 커질수록 이런 판단은 더 중요해집니다. AI로 가장 큰 가치를 만드는 기업은 어떤 모델이 어떤 문제에 맞는지 이해하고, 그 판단을 일관되게 내릴 수 있는 기업일 것입니다.
미래에 대한 전망
5년 뒤, 10년 뒤 AI가 어떤 모습일지 질문을 받을 때마다, 개인용 컴퓨터와 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을 두고 오갔던 비슷한 논의가 떠오릅니다. 어느 순간이 되면 기술 자체는 뒤로 물러납니다.
이제 누구도 "저는 업무에 인터넷을 씁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하지 않습니다. 누구도 노트북을 혁신 전략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이런 도구들은 자연스럽게 일하는 방식의 일부가 됐습니다. AI도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래는 AI를 쓸 수 있는 조직만의 것이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AI를 쓸 수 있는 환경은 점점 보편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차별화의 핵심은 이 도구들을 신중하고 안전하며 책임감 있게 적용하는 방법을 아는 데 있습니다. 자동화가 가치를 만드는 영역과 사람의 판단이 여전히 필요한 영역을 구분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해질 것입니다.
기존의 원칙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조직은 거버넌스, 보안, 비용, 책임을 신중하게 따져야 합니다. AI가 이런 책임을 없애주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더 중요하게 만듭니다.
AI를 둘러싼 온갖 논의 속에서도, 저는 여전히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사람이라고 확신합니다. AI는 정보를 처리하고 복잡한 상황을 헤쳐 나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전문성과 숙련된 직원의 판단은 언제나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남을 것입니다.
Nick Krmpotich는 DigiKey의 AI 및 지능형 자동화 부문 부사장이다. DigiKey는 전 세계 전자 부품 및 자동화 제품 유통을 이끄는 기업으로, 3,000개 이상의 제조사 브랜드가 만든 1,740만 개 이상의 부품을 공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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