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성공 혹은 절반의 성공
하이브리드 카와 가솔린, 디젤 자동차의 비교분석 I
2008년 04월호 지면기사  / 글│박 철 완 박사 (chulw.park@gmail.com)

포르쉐가 독일의 국민차 회사라고 할 수 있는 폭스바겐 그룹의 지분율을 50%까지 끌어올리기로 결정함에 따라 폭스바겐, 람보르기니, 아우디, 벤틀리 등 걸출한 유럽차 메이커들이 “포르쉐 제국”이라 칭할 수 있을 정도의 큰 흐름을 만들어낼 전망이다. 유럽차 산업은 기존의 MB(Mercedes-Benz), BMW와 더불어 앞으로 포르쉐가 대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한 구도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아시아권에서는 토요타자동차가 “토요타 제국”이라 할 수 있을 만큼의 강력한 시장지배력을 기반으로 세계 1위를 향해 약진하고 있다.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미국 빅3의 영향력이 점차 약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자동차 산업의 최근 흐름을 대변하는 이 두 회사는 우연히도 역사적인 아이러니를 갖고 있다. 토요타자동차는 세계 최초로 하이브리드 카를 소비자들에게 상업적인 수준으로 완성하여 “하이브리드 카”라는 새로운 자동차 혁명을 이끌고 있다. 한 세기 전 포르쉐의 창업자에 의해 전기 모터로 달릴 수 있는 전기자동차가 제안되었음을 상기해 본다면 두 업체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라 숙명이라 할 수 있겠다.


유럽차와 일본차의 2% 차이

“하이브리드 카”라는 새로운 자동차 혁명의 창시자가 된 토요타자동차는 하이브리드 카를 출시하기 전만 하더라도 다른 일본 완성차 업체들에 비해 색채가 뚜렷하지 않은 무난한 차를 만든다는 평을 받았던 업체이다. 그렇지만 한 세기 동안 끊임없이 이슈화되었던 기술을 성공적으로 산업화시킴으로써 일약 자동차 기술의 총아로 떠올랐다.
이에 반해 포르쉐 계열로 대별되는 유럽차는 포르쉐, MB, BMW 등 걸출한 상용차 업체들이 대중적인 고성능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라는 자존심과 함께 프리미엄급 자동차 메이커라는 자부심이 있었다(차량 하나만 놓고 본다면 람보르기니, 애스틴 마틴, 벤틀리, 페라리 등 훌륭한 업체가 많다). 필자의 개인적인 판단을 밝히자면, 프리미엄급 일본차는 150~200 km/h 정도 속도에서 안정감 있고 편안하게 달릴 수 있는 기술 수준이고 프리미엄급 유럽차는 200 km/h 이상의 속도에서도 편안하고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는 기술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다. 비록 그 차이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지만 유럽차에는 일본차에서 찾아볼 수 없는 2% 정도의 기술에 기반한 감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일본 완성차 업계에서 하이브리드 카라는 새로운 개념의 차를 대중에게 소개한 이후에는 역설적으로 일본차 업계가 프리미엄 유럽차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2%의 기술 기반 감성을 갖게 되었다. 특히 파워트레인 부분에 있어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상업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유럽차 업계에서는 하이브리드 카의 등장에 대해 내놓고 표현하진 않지만, 적어도 심기가 불편한 사건임은 틀림없다. 실제로 BMW 등이 독자적인 하이브리드 카 기술을 다른 대륙의 완성차 업체들과 연대하여 개발하겠다는 계획이 언론을 통해 수없이 발표돼 왔다. 계획과 로드맵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를 갖기는 하지만 소비자들에게는 영업사원이 자동차를 자기집 앞에 가지고 와서 키를 건네 줄 때서야 실감하기 마련이다. 그런 측면에서 포르쉐, MB, BMW로 대별되는 프리미엄급 유럽 완성차 업계와 토요타로 대별되는 아시아 프리미엄급 완성차 업계의 대결 한토막을, 소비자들에게 바로 인도될 수 있는 수준의 차량들을 두고 비교해 봄으로써 앞으로 하이브리드 카와 가솔린 자동차의 발전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 지 가늠해 보고자 한다.


GS450h vs. BMW 530i

이번 이야기에서 이야깃거리를 제공하게 될 자동차는 BMW의 5 시리즈와 토요타의 렉서스 GS450h(혹자는 토요타를 언급하지 않고 렉서스만 언급하는 것을 즐기기도 한다.)가 되겠다. 다른 차보다도 두 차량은 토요타 방식의 하이브리드 카와 유럽의 프리미엄 차의 향방을 비교하는 데 있어서 좋은 기준의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된다.
‘하이브리드 카’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은 저연비(low fuel cost)와 저공해(low emission)라 할 수 있다. 100 km를 달리는 데 소요되는 가솔린을 3 L 이하로 실현했던 최초의 승용차다운 차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저연비 달성 경쟁에서 1인승 차는 이미 1 L 정도로 100 km를 달릴 수 있다). 그러나 가까이 들여다보면, 하이브리드 카의 파워트레인은 재미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브레이킹과 가다서다의 반복이 잦은 저속 주행에서는 아주 뛰어난 주행 성능과 에너지 효율을 제공하는 반면, 브레이킹을 거의 할 일이 없는 정속 주행을 하는 경우에는 그다지 우월한 성능을 보여주지 못한다. 또한 정속 주행의 속도가 고속으로 올라감에 따라 연비는 일반 차량 수준으로 수렴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하이브리드 카 전용으로 개발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하는 렉서스는 가솔린엔진 기반의 차량과 하이브리드 카의 비교가 용이한 차량이다.
BMW는 운전의 재미를 추구하는 독일 완성차 업체로 1, 3, 5, 6, 7로 흐르는 자동차 트림을 갖고 있다. 이 중 5 시리즈는 재미있는 위치에 있다. 병정에 비유하면 돌격대 혹은 선봉대라고 할 수 있는 차량인데, BMW에서 채용하고자 하는 신기술 중에서 그 차량의 급수에 맞지 않는 소수의 기술을 차치하면 대부분의 신기술은 5 시리즈에 먼저 채용되어 시험대에 오른다. 동시에 채용되기도 하고 두세 번째 채용된 것도 있지만, 5 시리즈는 세계 최고 엔진 중 하나인 I6 3.0L 엔진을 채용했고 최근에는 그 업그레이드판인 트윈터보 버전의 3.0 L도 채용했다. 초고성능 버전으로 M5 트림도 나와 있다. 그리고 신형 파워트레인에는 전자식 트랜스미션이 채용되어 있으며 국내에 들어온 버전에는 채용돼 있지 않지만 마이크로 하이브리드에 채용되는 회생제동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위에서 언급한 2종의 차량 특성을 동시에 비교해 보기로 하자.
GS450h는 GS300을 기반으로 개발된 친환경 자동차이다. 2008년형 BMW 5 시리즈 중 GS450h와 비교할 만한 차량은 530i라 할 수 있겠다. 2008년형 BMW 530i는 연축전지와 결합된 회생제동 기능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가솔린 자동차에 마이크로 하이브리드의 회생제동만 장착된 차량과 토요타 방식의 Full Hybrid 차량의 비교는 여타 부분의 각사 기술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좋은 비교 포인트를 가지고 있다.
최근 들어 가솔린엔진 자체도 여러 가지 신기술이 채용되면서 성능 손실은 최소화된 상태에서 에너지 효율은 극대화되고 있다. BMW는 “Efficient Dynamics”라는 지향점을 갖고 차량을 개발하고 있는데, 성능 측면에서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관점을 가지고 진행하고 있다. 가솔린 3.0 L 엔진에 채용된 고성능 직분사 방식은 에너지 효율은 10% 정도 올리면서 성능 손실이 없는 특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추가적인 배터리 장치 없이 기존의 12 V 연축전지와 연결시켜 구현한 회생제동은 약 3%의 성능 향상을 가져다준다고 되어 있다. 이외에 여러 기능을 추가함으로써 EU 공인 연비측정법 기준으로 7.7 L로 100 km를 달릴 수 있는 차량이 530i급으로 구현된 것은 충격적인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유럽에 수출하는 차량 중 베르나 1.6이 약 6.6~6.8 L로 100 km를 달릴 수 있는 공인 연비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Full Hybrid 차량이 아닌 가솔린차가 낼 수 있는 연비로서 상당히 높은 수치이다. 차량의 크기가 우리나라 그랜저TG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BMW의 Efficient Dynamics의 결과는 놀랍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수없이 많은 가솔린 자동차 중 특정 차 하나의 성능이긴 하지만, 530i의 성능 지향점은 앞으로 가솔린 자동차가 지향해야 할 하나의 흐름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이와 대비될 수 있는 GS450h는 지금 출시되고 있는 GS350의 이전 모델인 GS300을 기반으로 개발된 하이브리드 트림 버전이다.
렉서스의 하이브리드 트림에 대해서는 극단적인 평가가 공존한다. 최근 뉴욕타임즈는 GS450h가 하이브리드 카 임에도 불구하고 100 km를 달리는데 소모하는 가솔린의 양이 13 L 정도가 되어 가솔린 자동차와 큰 차이가 없다고 비평했다. 그러나 그 반면에 우수한 성능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는 호평도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우리가 짚어봐야 할 점은 무엇인지 하나씩 되짚어 보도록 하자. 분명히 하이브리드 카는 순수하게 모터만 구동계로 가진 전기자동차와 달리 엔진을 기반으로 한 자동차에 혼성화 작업을 한 차량이며 모터 구동계가 구동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도 결국에는 가솔린이나 디젤유로부터 기원한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 부분에서 중요한 의문점이 생긴다. 만일, 엔진 기술이 지금보다 훨씬 고효율화되는 방향으로 성공적인 발전을 하게 된다면 모터와 엔진 구동계를 같이 쓰는 하이브리드 구동계는 장점을 가질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고속 정속 주행을 하는데 있어서는 하이브리드 카의 에너지 효율이 가솔린차와 흡사하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하이브리드 카의 장점에 대해서 좀더 깊이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 있다. 비근한 예로 BMW 530i의 최신 모델에 적용된 Efficient Dynamics 방향의 개선점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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