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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센싱 이재은 대표 Jae-Eun Lee, CEO at bitsensing
상용차 안전은 ‘미래 기술’이라기보다는 ‘오늘의 현장’에 대한 것이다. 비트센싱의 ADAS Kit는 자율주행의 화려한 약속 대신, 기존 상용차에 남겨진 ‘레이다 공백’을 현실적인 경고 시스템으로 메우려 한다. 설치·보정·업데이트·데이터로 이어지는 검증의 루프와 물량을 모아 가격 구조를 바꾸겠다는 실행 모델이다. 결국 이 제품의 논리는 단순하다. 사고 한 건만 줄여줘도 상용차 시장은 움직인다.
글 | 한상민 기자 _ han@autoelectronic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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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용차 사고는 통계로만 남지 않는다. 차체가 크고 제동거리가 길며, 사각지대는 구조적으로 넓다. 접촉사고 한 번으로도 수천만 원이 날아간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보험처리 여부를 고민하기도 전에 운송사는 다음 계약과 다음 요율을 먼저 계산한다. 그래서 많은 사고가 ‘사고’로 남기기보다는 비용으로 정리된다. 한 번의 실수는 현장에서 곧바로 손익계산서로 번역된다.
그런데 이 거대한 산업 장비에 아직 레이다가 없는 차량이 많다. 최근 신차(특히 중·대형 상용차)를 둘러싼 AEBS 등 안전 규제 흐름은 강화되고 있지만, 도로 위를 달리는 대부분의 기존 상용차는 여전히 카메라 모니터 수준에 머문다. 사각지대와 저속 혼잡 구간, 보행자 접근 위험은 운전자의 경험과 감각에 더 많이 의존한다. 이것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에 남겨진 공백이다. 비트센싱이 상용차용 애프터마켓 통합 ADAS 솔루션 ‘ADAS Kit’를 꺼내 든 이유는 그 공백을 ‘오늘’의 언어로 메우기 위해서다.
사고 한 건만 줄여줘도 된다
“상용차는 워낙 크고 비싸잖아요. 조그만 접촉 사고가 나도 수천만 원이 깨진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또 보험 처리를 잘 안 합니다. 요율이 올라가면 사업이 힘들어지니까요.”
비트센싱의 이재은 대표는 제품을 설명하면서 ‘기술’보다 먼저 ‘현장’ 이야기를 꺼냈다. 상용차 사고가 단순한 안전 이슈가 아니라, 운송사의 운영과 계약, 요율까지 연결된 사업 리스크라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희는 이 키트가 사고를 한 건만 줄여줘도 그 비용은 충분히 커버한다고 봤습니다.”
ADAS Kit는 기존 상용차를 대상으로 하는 애프터마켓 통합 ADAS 솔루션이다. 차량 플랫폼을 바꾸지 않고 적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고, 레이다와 카메라를 결합한 센서 융합으로 전방 충돌 경고(FCW), 후방 충돌 경고(RCW), 사각지대 정보 시스템(BSIS)을 중심으로 운전자에게 실시간 경고를 제공한다. 여기에 서라운드 뷰 모니터링(SVM), 전방 차량 출발 알림(FVSA), 출발 알림 시스템(MOIS)까지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었다.
이 솔루션이 지향하는 것은 ‘자율주행’이 아니라 운전자의 인지다. 상용차에선 그 차이가 더 크다. 승용차 ADAS가 때때로 ‘차가 알아서 한다’는 기대를 낳는다면, 대형 차체를 다루는 상용차 운전자는 결국 마지막 순간의 판단을 스스로 내려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상용차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제어’가 아니라 ‘경고’다. 위험이 다가온다는 정보를 제때 받으면, 그 다음 행동은 현장에서 훈련된 경험과 습관으로 이어진다.
비트센싱이 ADAS Kit를 ‘경고 중심’으로 설계한 이유가 거기 있다. 사고를 막는 기술이라기보다, 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운전자가 미리 알아차리게 하는 기술이다. 도로 위의 시간을 다시 설계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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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AS Kit
상용차에 왜 레이다가 없나
상용차 시장은 늘 ‘애매한 영역’에 놓여 있었다. 차 한 대 가격은 비싸지만, 승용차만큼 물량은 나오지 않는다. 차종은 다양하고 운행 환경은 더 거칠다. 결과적으로 대형 티어 1에게 ‘매력적인 규모’로 보이기 어려운 시장이다. 그래서 기존 상용차의 현실은, 카메라 기반 모니터링은 있지만, 레이다 기반의 운전자 경고 시스템은 드물다. 해외를 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해외 출장을 다녀봐도 미국도 비슷합니다. 기존 차들은 그냥 카메라 모니터 정도예요. 레이다를 가지고 애프터마켓으로 제대로 된 제품을 내놓는 데가 거의 없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제품이 없어서’라는 것이다. 상용차 운행 환경은 센서를 달고 끝나지 않는다. 설치, 보정, 유지보수, 운전자 인터페이스, 현장 피드백, 그리고 업데이트가 함께 돌아가야 한다. 이 고리를 끊김 없이 이어 붙이는 회사가 많지 않다. ADAS Kit는 그 공백으로 들어가려는 시도다.
이미징 레이다를 쓰지 않은 이유
비트센싱이 ADAS Kit를 한다면 다소 의외일 수 있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이름을 알린 4D 이미징 레이다 스타트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ADAS Kit에는 4D 이미징 레이다가 들어가지 않는다.
“이미징 레이다는 이 용도로는 너무 하이엔드입니다. 기존 상용차에는 레이다 자체가 없어요. 컴팩트한 레이다로 경고만 제대로 줘도 통계적으로 30% 이상의 사고 감소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 말은 ‘성능을 낮췄다’가 아니라, 문제를 다시 정의했다는 뜻이다. 비트센싱이 보는 상용차의 문제는 ‘포인트 클라우드를 얼마나 촘촘히 찍느냐’가 아니라, 도로 위에 남아 있는 안전 공백을 얼마나 빨리 메우느냐의 문제다. 지금은 경고의 단계이고, 다음은 인지이며, 그 다음이 자율이다. ADAS Kit는 기술의 ‘종착점’을 낮춘 것이 아니라, 기술의 진입로를 하나 추가한 것이다.
‘끝물 칩’이 아닌 최신 레이다
상용차 시장에는 또 하나의 관행이 있다. 승용차에서 한 사이클을 마친 반도체와 센서가 상용차로 내려온다. ‘상용차는 느리다’는 말은 종종 기술의 세대교체가 늦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비트센싱은 이 공식을 따르지 않았다. ADAS Kit에 적용된 레이다는 최신 승용차용 신규 칩셋 기반 코너 레이다다. 기존 코너 레이다가 약 160m 수준의 감지 거리를 제공했다면, 이 레이다는 동일한 폼팩터에서 약 240m까지 감지한다. 사실상 기존 롱레인지 레이다 영역에 근접한 성능이다.
“상용차라고 해서 구닥다리 기술을 써야 할 이유는 없다고 봤습니다. 승용차에 들어가는 수준의 기술을 어포더블한 가격으로 제공하는 게 목표였습니다.” 이 대표가 말했다.
시스템은 NXP STRX 칩셋 기반의 전방 및 코너 레이다, 카메라 시스템, 통합 컨트롤러, 운전자 디스플레이로 구성된다. 구성 예로는 레이다 3개(전방 1 + 사이드 2, 옵션으로 후방 추가 가능), 버스 기준 카메라 4개와 SVM 등이 제시됐다. 카메라 파트너사는 아직 비공개가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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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센싱 이재은 대표와 코리아와이드 그룹 이상훈 대표.
실도로에서 시작된 검증, ‘물량’으로 넘어가는 전략
ADAS Kit는 이미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비트센싱은 2025년 11월 국내 대형 운송 전문 기업 코리아와이드 그룹과 협력해 시범 도입을 시작했다. 이후 실도로 운행을 통해 성능을 검증했으며, 총 500대 이상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본격 적용에 들어갔다. 현재 동대구 - 인천공항 노선을 중심으로 고속버스에 설치·운행 중이고, 향후 그룹 산하 주요 노선으로 적용 범위를 순차 확대할 예정이다.
가격은 레이다 3개, 카메라 4개 기준으로 약 300만~500만 원대. 다만 애프터마켓 특성상 장착 공임의 비중이 크다. 센서 구성을 가격대에 맞춰 설계하더라도, 실제 확산의 병목은 설치 품질과 유지보수 네트워크에서 생긴다. 그래서 비트센싱은 대규모 운송사부터 시작해 공임을 낮출 수 있는 구조로 접근한다. “많이 달수록 싸진다”는 단순한 규모의 논리가 아니라, 많이 달 수 있는 현장 구조부터 만들어야 규모가 가격으로 이어진다는 계산이다.
이 장면은 단순한 레퍼런스 확보가 아니다. 이 대표가 말하는 비트센싱의 다음 비즈니스 모델, 티어 1이 관심을 두지 않는 시장을 직접 공략해 물량을 모으고, 그 물량으로 가격 구조를 바꾸는 방식이 실제로 작동하기 시작한 첫 무대에 가깝다.
“이 사람들이 5,000대, 1만 대밖에 가지고 있지 않아도 저희가 물량을 모으면 10만 대 가격으로 받을 수 있게 해줄 수 있습니다. 비트센싱은 가볍고 빠르잖아요.”
티어 1이 하지 않는 일, 스타트업이 하는 일
ADAS Kit가 성립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지원 방식에 있다. 상용차는 차종마다 다르고 국가마다 다르다. 커스터마이제이션이 필수다. 하지만 대형 티어 1은 물량이 적은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 스펙은 정해져 있고 바꾸기 어렵다.
“큰 회사들은 스펙에 맞춰 주고 끝입니다. 바꿔주는 게 전혀 없습니다. 저희는 스타트업이니까 검토해서 빨리할 수 있는 건 바로바로 해줍니다.”
여기에서 비트센싱이 말하는 경쟁력은 센서 하나의 성능이 아니라 현장 대응 속도다. 상용차는 같은 모델이라도 노선, 장착 위치, 운전자 습관에 따라 경고의 체감이 달라진다. 경고가 너무 잦으면 운전자는 시스템을 꺼버리고, 경고가 늦으면 사고를 막지 못한다. 이 미세한 균형은 현장 피드백과 업데이트로 완성된다.
“상용차의 기본 옵션으로 들어가는 일부 AEB가 고스트 브레이킹 등 품질 이슈로 운전자가 꺼놓는 경우가 있습니다. 의무 장착으로 달렸지만 ‘쓸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죠.”
그래서 상용차 고객이 원하는 것은 더 많은 기능이 아니라, 꺼놓지 않아도 되는 안정적인 경고다. ADAS Kit는 그 지점을 향한다.
규정은 ‘스펙’이 아니라 ‘시장 진입로’
비트센싱은 ADAS Kit가 UNECE R151(사각지대 정보 시스템)과 R159(출발 알림 시스템)의 요구사항을 충족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한 규제 체크리스트가 아니다. 상용차 안전 규정은 ‘신차’에 머물지 않고, ‘운행’과 ‘운영 데이터’로 확장된다. 운송사는 사고 리스크를 줄여야 하고 보험사는 데이터를 원한다. 규정 준수는 결국 시장 진입의 언어가 된다. 특히 유럽 규정 흐름은 ‘있으면 좋은 기능’을 ‘없으면 곤란한 기능’으로 바꾸는 힘을 갖는다.
이 대표가 보험사와의 연계를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은 일부 ADAS 장착 시 보험료 할인 체계가 존재하지만, 해외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상용차 ADAS는 기술만으로 확산되지 않는다. 규정, 보험, 운영 데이터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돌리면 데이터가 쌓일 것이고, 기존 사고 통계 대비 변화를 보면서 고객을 설득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경고는 운전자의 감각을 바꾸고, 그 변화는 숫자로 환산된다. 상용차 시장에서 숫자는 설득의 언어가 된다.
과거에서 현재로: ‘레이다 시스템 회사’의 선택
2023년 AEM과의 첫 인터뷰에서 비트센싱의 이 대표는 스스로를 “이미징 레이다 칩셋 회사와 경쟁하는 곳이 아니라, 레이다 시스템을 설계하는 회사”라고 정의한 바 있다. 당시 이 대표는 레이다가 양산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이유를 ‘필드 이슈를 풀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나뭇가지, 터널, 사막 주행, 간섭, EOL 수율, 보정. 현실의 변수를 통과해야 비로소 제품이 된다.
ADAS Kit는 그 철학이 가장 현실적인 방식으로 내려온 형태다. 상용차의 도로는 연구실이 아니며, 애프터마켓은 더 거칠다.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연결해 본 회사’가 유리해진다. 화려한 기술의 집합이라기보다, 기술을 잘 아는 회사가 어디에 쓰지 말아야 할지를 결정한 결과물에 가깝다.
다시 사고 한 건으로 돌아오면, 논리는 더 선명하다. 상용차에는 아직 레이다가 없는 차량이 많다. 비트센싱은 그 공백을 먼저 메우기로 했다. 그리고 그 선택을 정당화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거대한 미래가 아니라, 한 번의 사고를 줄이는 오늘의 데이터다. 사고 한 건이면 충분했다. 상용차 시장은 그렇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AEM(오토모티브일렉트로닉스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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