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토바인 칼럼] 배터리 내재화를 통한 가격 낮추기 전략 (5)
2021-04-12 온라인기사  / 글 / 아우토바인

Power Day
아우토바인의 배터리 담론(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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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판매량 1위 테슬라가 2020년 9월 22일 ‘배터리 데이(Battery Day)’ 행사에서 2020년대 10년간의 비전을 제시하자, 전기차 판매량 2위 업체인 VW이 2021년 3월 15일 ‘파워 데이(Power Day)’ 행사를 열어 향후 10년간의 전략과 계획을 발표했다. 3월 16일 뉴욕 증시에 상장된 VW 주식예탁증서(American Depository Receipts, ADR) 주가는 전장 대비 10.05% 급등 마감했다. 독일에서는 20% 폭등했다. 반면, 이날 테슬라 주가는 4.3% 하락했고, 포드도 5% 하락했다. VW의 파워 데이 행사는 성공적이었다.
 
파워 데이의 본질은 '배터리 내재화를 통한 가격 낮추기'

K-배터리의 전기차용 전지는 파우치 전지 위주다. 화학 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금속 캔과 부품이 없어서 기구 설계에 신경 쓸 필요가 없는 파우치 전지를 주력 전지로 내세우고 있다. 전자 회사인 삼성SDI는 각형 전지 전문 업체였지만, 2014년 화학 회사인 제일모직과 합쳐지면서 파우치 전지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5세대 전지로 제시한 하이브리드 각형 전지는 파우치 전지의 젤리롤을 금속 캔에 넣고 레이저로 용접한 전지이므로 70% 이상 파우치 전지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산업계의 공통적인 전략인 ‘선택과 집중’에 의해 파우치 전지에 역량을 집중한 K-배터리는 VW이 ‘각형 전지를 통합 전지(Unified Cell)로 하겠다’는 데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VW이 노리는 의도를 놓칠 수 있다. VW이 제시한 전략은 ‘배터리 내재화를 통한 가격 낮추기 전략’이다. 자체적으로 전지를 만드는 것은 전지 회사에서 공급하는 전지의 가격을 낮추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VW은 배터리 외에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충전, 모빌리티 서비스 등의 기술도 표준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내재화와 표준화는 가격을 낮추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글로벌 자동차 판매 1위인 VW은 전기차 산업계에서 휴대폰의 노키아가 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원가경쟁력이 뛰어난 삼성SDI도 시장 규모와 노키아의 명성만 보고 노키아 시장에 진출했다가 원가보다 낮은 판가로 고생한 적이 있다. VW은 파워 데이 행사를 통해 2020년대는 가격인하 경쟁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선언한 것이다.
 
감성적인 기대로 출발한 K-배터리와 VW의 만남 (Feat. Bosch)

한국과 같은 동양의 나라는 서양과 비교하여 사업을 할 때 감성적인 면이 강하다. 아무 이유 없이 좋아하는 회사가 있고, 반대로 이유 없이 싫어하는 회사가 있다. 일본 소니와 미국의 3M은 우리나라가 좋아하는 회사이고, 자동차 회사 중에서는 독일의 VW이 우리나라 기업이 선호하는 회사이다.

삼성SDI는 전기차용 전지에서 LG에너지솔루션보다 4년 이상 뒤져 있었으나, 2005년 포드를 만나면서 단기간에 격차를 줄일 수 있었다. 포드는 2006년부터 2년간 감가상각비를 포함한 모든 개발 비용에 해당하는 800만 달러를 삼성SDI에 지원했다. 그러나 미국 회사인 포드는 삼성SDI가 좋아하는 회사가 아니었다. 브라운관 회사인 삼성SDI는 미국보다 유럽에 더 친숙했다. 대부분의 임원들이 유럽에 대한 경험은 많아도 미국에 대한 경험은 거의 없었다. 

삼성SDI는 전통적인 유럽의 자동차 회사인 VW을 좋아했다. 반면에 포드는 각형 전지 전문 업체이며 다수의 일본 기술자가 포진하고 있어 기술력도 탄탄한 삼성SDI를 파트너로 생각했다. 2006년 12월 포드의 개발 부문 최고 책임자가 삼성SDI를 방문해 합작사를 제안했으나 삼성SDI는 거절한다. 2007년 VW 시장을 가져다주겠다는 선물을 들고 보쉬가 찾아오자 삼성SDI는 포드와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2008년 보쉬와 SBL(Samsung Bosch LiMotive)라는 전기차용 전지 회사를 설립한다. 보쉬는 처음에 약속했던 VW 시장은 가져다주지 않고, 삼성SDI의 전지 기술을 다 흡수하자 2012년 독일로 철수한다. SBL에 홀로 남은 삼성SDI는 매년 수천억 원의 적자로 심한 후유증에 시달렸다.

삼성SDI가 소송을 불사하면서까지 포드와의 파트너십을 깨고 보쉬를 선택한 데에는 VW 시장이 중심에 있었다. 이렇게 한국 전지산업계가 좋아했던 VW이 K-배터리에 일격을 가하자 당황스러움과 더불어 일종의 배신감까지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사업에 관한 한 서양 사람들은 얼음처럼 차가운 사람들이다. 동양인의 감성으로 대하면 안 된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법정 다툼이 각형 전지를 통합 전지로 정하는 데 영향을 주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VW이 목표 전지를 각형 전지로 정한 것은 10년 전이다. 각형 전지의 완성도가 올라갈 때까지 폼팩터는 신경 쓰지 않겠다는 것이 VW의 생각이었다. VW은 2021년이 되자, 각형 전지의 완성도가 비교적 만족스럽다고 생각하고 파워 데이 행사에서 통합 전지를 발표한 것이다. K-배터리의 내분이 VW 발표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았을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인 추론일 것이다. 다만, 2023년부터 통합 배터리를 적용하겠다는 적용 시기 결정에는 영향을 준 것 같다.
 
K-배터리, 전기차 전지로 어떻게 수익을 낼 것인가?

전기차 1위와 2위 업체가 모두 전지 가격 인하를 가장 중요한 목표로 들고 나왔다. 전기차용 전지로 흑자 전환을 못하고 있는 K-배터리 입장에서는 전기차용 전지가 이익을 낼 수 없는 사업으로 간주되기 전에 어서 빨리 조치를 취해야 한다. 20년 동안 숨겨 놓은 블랙박스(Black Box) 팀이 있다면 지금이 바로 공개해야 할 시기이다. K-배터리를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은 깜짝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전고체전지, 리튬-황 전지, 리튬 2차 전지와 같은 진부한 주제에는 관심이 없다. 반값 전지 계획과 세대를 바꿀 수 있는 핵심 소재가 관심의 대상이다. [AEM]



AEM_Automotive Electronics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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