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직관하는 후측방 상황
사람 시각과 비슷한 새 어라운드 뷰 모니터
2016년 03월호 지면기사  / 글│한 상 민 기자 _ han@autoelectronics.co.kr



2월 용인에서 이래오토모티브가 개발한 ‘어라운드 뷰 모니터 및 후측방 안전 지원 시스템’을 체험하기 위해 지프 체로키 SUV를 탔다. 이래의 시스템은 화각이 좁은 기존 후방 카메라, 비프 경고음에만 의존해야하는 후측방 레이더나 초음파 시스템의 한계를 뛰어넘는 비용 효율적인 비전 기반 시스템이었다.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1월 도쿄에서 열린 ‘Automotive World 2016’에서 이래오토모티브(이하 이래, 前 한국 델파이)는 어라운드 뷰 모니터(AVM)를 전시하고 있었다. “한국서 꼭 다시 뵙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며 애써 설명해주던 연구기획팀 박상준 팀장의 말을 자르며 짧은 만남을 마쳤다.
그리고 3주 후 용인 일대에서 다시 박 팀장을 만나 이래가 개발한 새로운 방식의 AVM 및 후측방 안전 지원 시스템을 적용한 지프 체로키 데모카를 탔다.
 
보이지 않는 위험
최근의 자동차에는 후진 주차 시, 주차에서 후진해 빠져나올 때, 주행 중 차선을 변경할 때와 같은 주차·주행상황에서 충돌 안전과 운전자 지원을 위해 다양한 센서를 이용하는 후측방 운전자 지원 시스템(DAS)이 장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차량의 뒤에는 초음파 센서나 리어 범퍼 내 좌우측에 두 개의 24 GHz 레이더가 장착돼 후방과 후측방 사각지대에 위치한 차량, 보행자를 감지해 교차충돌 가능성 등 사고위험을 경고하거나 자동제동을 해준다. 좀 먼 거리는 레이더가 감지하고 근거리는 초음파 센서가 감지한다. 또 후진 기어를 넣으면 후방 카메라가 작동해 센터 디스플레이에 후방 뷰를 보여줘 어린이를 비롯한 보행자, 차량 등에 대한 접촉 사고 위험성을 예방해준다.
그런데 이 위험을 알려주는 경고 소리에 운전자가 반응해 눈으로 확인하려 하면 실제 바깥 상황을 정확히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정말 위험한 것인가’란 생각을 들게 한다. 예를 들어 경고음에도 불구하고 모니터의 후방 뷰에 어떤 위험도 나타나지 않아 운전자는 미어캣(Meerkat)처럼 목을 쭉 빼고 주변을 둘러보고 된다. 게다가 대개는 운전자가 적절히 살펴보면서 차를 이동해도 무방한 상황이다. 일반적인 후방 카메라는 화각이 좁은 한 개의 리어 카메라를 사용하다보니 충분한 후방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 또 조감을 보여주는 기존 어라운드 뷰 모니터도 차량 주변 1.5 m만 보여줘 긁힘 없는 주차 외의 종합적인 주변, 후방 교통상황을 인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래오토모티브의 체로키 데모카는 이런 문제를 차 꽁무니에 장착된 2개의 카메라로 해결한다. 주차 상태의 체로키에서 전자 파킹 브레이크(EPB) 버튼을 눌러 제동을 풀고 후진 기어를 넣으면 모니터 전체에 오리지널 후방 카메라 뷰가 나타난다. 뷰는 좁은 시각을 갖는 일반적인 형태다. 그러나 박 팀장이 헤드유닛 하단의 ‘AVM’이라 써 있는 탭을 누르자 센터 디스플레이 내에 카메라로 포착한 양쪽 사이드 뷰와 차량 후미에서 180도 이상의 화각을 갖는 후방 카메라 뷰가 표시됐다.
박 팀장은 “아래쪽은 기존의 후방 뷰보다 왜곡이 적어 실제 눈으로 보는 것에 가까우면서 매우 넓은 화각의 뷰를 디스플레이하고, 상단은 사이드 미러 아래 장착된 카메라가 찍은 좌우 후측방 뷰가 표시된다”며 “원래 체로키에서 운전자는 후진 시 초음파나 레이더의 비프(beep) 음을 통해 위험에 대한 경고를 받는데, 이럴 경우 도대체 무엇을 봐야하는지, 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모르는 상황이 많지만 이래가 개발한 시스템은 디스플레이 안에 모든 상황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운전자가 쉽게 상황을 인지하고 다음 행동을 준비할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화면을 자세히 보면 모니터는 단지 후측방 뷰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가까운 차량에는 붉은색 박스가, 조금 멀면 노란색 박스(Moving Object Detection, MOD)가 표시되고 움직임을 추적했다.
후방 카메라 시스템은 2개 카메라로 영상을 찍고 움직이는 사물을 감지하고 추적한다. 박 팀장은 “우리는 2013년에 레이더 3개, 라이더 1개, 카메라 1개가 달린 메르세데스 벤츠 S시리즈 수준의 차량들을 구입하고 실제로 타고 다니면서 첨단 운전자 지원시스템의 사용성을 분석하고 향후 어떤 시스템을 개발해야할지, 어떻게 선진기술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을지 등에 대한 방향성을 잡으려 노력했다”며 “실제 영상과 비교한 후측방 경보 상황과 빈도를 분석하면서 이것이 레이더만으로는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하며 카메라 두 개를 이용해 영상을 합성하고 위험을 감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키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차선변경 지원
이래의 시스템은 일반적인 주행상황에서도 운전자를 지원할 수 있다. 주차장을 빠져나와 시내를 주행하는 동안 사이드 미러 아래쪽의 카메라가 찍은 후측방 영상이 센터 디스플레이에 표시됐고 차량을 감지해 표시했다.
사이드미러를 보는 것과 비슷하지만 더 화각이 넓다. 주행 중에는 후방 180도의 뷰가 필요 없기 때문에 아래쪽 화면은 비활성화됐고 대신 이래오토모티브의 로고가 나타났다.
박 팀장이 방향지시등을 켜면 해당 방향의 후측방 영상이 하이라이트되면서 모니터를 꽉 채웠다. 목표한 차선에 추종 차량이 있고 사각지대에 있으면 붉은색 박스가 표시됐고, 사각지대를 벗어난 좀 더 뒤쪽에 있으면 노란색 박스가 표시됐다. 운전자는 노란색 박스 차량에 대해서는 적절히 판단해 차선을 변경하면 된다. 이런 주의 경고는 사이드미러 내의 램프 아이콘과도 연동됐다.
시스템은 차선도 감지해 차선이탈 경고를 보냈다. 센터 디스플레이의 좌우측 사이드 뷰 영상에는 차선을 따라 초록색 실선이 표시됐다. 차선이탈 경고 역시 잦은 경고의 성가심을 방지하기 위해 지정 속도 이상부터 작동했다. 본래 체로키의 이 기능은 오버헤드 콘솔 부근에 장착된 모빌아이(Mobileye)의 전방 카메라를 기반으로 한다.
 
이래오토모티브는 다양한 브랜드의 모델을 구입해 후측방 지원 시스템들의 사용성을 평가했다. 박 팀장은 “예를 들어 혼다와 포드 등이 후방 180 이상의 화각을 광각 카메라를 이용해 보여주는 기능을 탑재했는데, 왜곡이 심하고 좌우측에 대한 거리감이 없고 원거리 객체에 대해 MOD를 걸기가 힘든 문제가 있었다”며 “우리는 화면에 모든 정보를 통합하면서 운전자가 가장 친숙하고 쉽게 상황을 인지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고 말했다.
 
자체 개발 시스템
후방 경고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보통 2개의 레이더와 1개의 후방 카메라를 사용한다. 이래오토모티브의 시스템은 카메라 2개만 이용한다. 그만큼 경제적이다. 추가되는 것은 신호처리 보드 정도다.
일단 이래는 외부 업체가 개발한 카메라를 채택했다. 양산에 들어가면 카메라 공급사는 바뀔 수 있다. 카메라의 요구사항은 기존 차량용 카메라와 큰 차이는 없다. VGA, HD급 등 해상도는 크게 중요치 않지만 자동차 환경 특성상 높은 다이내믹 레인지(DR)가 요구된다. 예를 들어 시스템은 도심 야간주행에서도 문제없이 작동하지만 칠흑같이 어두운 교외 주행에서 사이드미러에 후방 차량의 헤드라이트가 바로 비출 때와 같은 상황에서는 갑자기 강한 빛이 들어와 새튜레이션(saturation)이 너무 커지면서 보이지 않는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때문에 VGA의 경우 가능하면 100데시벨 이상이 요구된다.
 
박 팀장은 “시스템 하드웨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명”이라며 “기존의 후방 카메라는 주차 시에만 사용하지만 우리의 시스템은 카메라가 상시 지원하기 때문에 기존 차량부품 수준의 내구성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래 시스템의 핵심은 자체 개발한 영상 보정, 합성, 감지 등의 알고리즘 기술이다. 기존의 어라운드 뷰 시스템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하나는 조감을 보여줘 차량 주변 1.5~2 m 반경의 장애물을 보여주는 것인데, 이 경우 지표면에 대한 합성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왜곡이 심하고, 순수한 주차 외의 용도가 거의 없는 사용성 한계가 있다. 또 조감이기 때문에 우레탄 코팅 환경에서 강한 조명이 있을 경우 식별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나타난다. 다른 한 가지 방식은 이같은 이유로 사람이 차 밖에서 보는 듯한, 특정 높이에서 바라보는 3D 영상을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이 경우도 용도가 주차 지원 정도로 제한된다.
이에 반해 이래의 시스템은 운전자가 실제 눈으로 보는 것과 비슷한 효과의 영상을 2개 카메라를 이용해 합성하고 헤드유닛에 보여주면서 주차 가이드, 주행 중 사각지대 감지, MOD 등을 모두 가능케 한다. 특히 카메라 왜곡 보정에서 다른 시스템이 190도 이상의 광각 카메라로 취득한 영상의 둥글게 휜 부분을 직선으로 펴주면서 사람의 시각과 큰 차이가 나는 영상을 만드는데 반해, 이래는 130도 카메라를 사용해 180도의 영상을 만들어 시각적인 친화감과 깊이감이 높은 영상을 합성해 낸다.
박 팀장은 “우리는 입체감 있는 영상 전체를 실시간으로 합성하고 움직이는 영상 속에서 사물을 감지하고 표시하기 위해 영상 왜곡 보정, 합성, 사물 감지, 측면 차량 및 차선감지 등 알고리즘, 하드웨어 자원 최적화를 위한 펌웨어 등을 자체 개발했다”며 “외부 라이브러리를 사용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시스템 업그레이드
이래는 현재 이 제품의 국내외 OEM 프로모션에 들어가 있다. 이래는 최초 기초 연구를 2013년 시작해 1차 시나리오 구성을 마치고 지난 연말 시제품을 완성했다. 1차 시나리오란 시스템이 어떤 상황에서 어떠한 방법으로 감지하고 무엇을 어떻게 운전자에게 보여줄 것인가의 HMI, UI 등 사용자 경험에 대한 것이다.
박 팀장은 “시스템 선택은 OEM이 그들의 모델 이미지, 마케팅 전략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이 영역에서 비전기반 방식 제품이 아직 상용화된 게 없기 때문”이라며 “모두가 레이더 방식으로 하기 때문에 그렇게 가는 것이 안정적인 선택이겠지만 누군가는 파이오니어가 되길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전 기반 후측방 DAS의 시장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카메라영상은 주차 지원, 차선변경 지원과 같은 애플리케이션 외에도 전통적인 사이드미러를 없앨 수 있다. 물론 현재는 관련 법규가 없고 OEM 입장에서 새로운 디스플레이를 인테리어에 추가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BMW 등 다수의 OEM, 콘티넨탈과 같은 서플라이어들이 미러리스 시스템의 장점을 보여주면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박 팀장은 “사실 후방 지원 24 GHz 레이더 시장은 아우디의 사이드 어시스트 상용화를 통해 열렸다고 할 수 있다. 유럽의 프리미엄 메이커가 레이더를 채택한 것은 유럽의 고속주행 환경에서 추종하는 차량의 상대속도 감지가 매우 중요했기 때문인데, 미국 등 다른 지역의 운전환경에서는 이것이 잘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때문에 이래오토모티브는 상대적으로 차량을 얌전히 모는 북미시장, 비용에 민감한 이머징 마켓, 아시아 시장을 타깃으로 OEM과 애프터마켓 공략에 나서고 있다. 타임투마켓이 빠르고 비용에 더욱 민감한 애프터마켓에서는 후방지원, 사이드 어시스트, 그리고 두 가지 모두를 동시 제공하는 세가지 제품을 준비 중이다.
이래오토모티브는 현재 2차 시나리오를 개발 중이다. 이는 시스템의 전반적인 성능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현재의 시스템은 WVGA급 영상을 처리하고 있지만 VGA급에서 보다 DR이 높은 제품을 확보하고 HD 등에서도 프로세싱 비용을 더욱 낮출 계획이다. 또한 시스템의 섀시 연동을 통한 ADAS화를 염두에 두고 신뢰성, 정확도를 더욱 끌어올릴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알고리즘을 직접 개발한다는 점은 단순한 카메라나 센서 업체들과의 큰 차별점이 된다. 또 OEM은 이를 섀시에 통합해 능동 시스템으로 확장시킬 수 있는데, 센서와 액추에이터 간 통합의 복잡성, 비용,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액추에이터에 해당하는 티어1의 역할이 크기 때문에 섀시 비즈니스에 강점을 지닌 이래의 장점이 더욱 부각된다.
박 팀장은 “운전자의 중요한 판단에 있어 실제 정보를 얼마나 쉽고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가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며 “용도와 지역성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카메라 기반 시스템은 레이더처럼 튜닝의 어려움이 있거나 인식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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