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강국을 꿈꾸는 인도는 이제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India EV Show 2025는 기술, 인프라, 정책, 소비자 행동까지 전기차 생태계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꺼내 들었다. AI 기반 배터리 스와핑, SDV, 나트륨 이온 배터리 등 다양한 해법이 쏟아졌지만, 인도 고유의 복잡한 시장 구조와 제조 기반은 여전히 과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행사는 단순한 쇼케이스를 넘어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이끌어냈다. 인도는 지금, EV 조립국을 넘어 혁신국으로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 본지의 인도 특파원 사라다 비슈누밧라(Sarada Vishnubhatla)가 India EV Show 2025를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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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사라다 비슈누밧라(Sarada Vishnubhatla)_sarada@autoelectronic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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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인 인터뷰 연결기사: 사라다 인 인디아: 14억의 E모빌리티 실험장에서
6월 말, 인도 첸나이에서 이틀 동안 열린 Entrepreneur India의 ‘EV Show 2025’는 인도의 전기 모빌리티 분야가 안고 있는 과제와 가능성을 모두 드러낸 자리였다. 구조적인 한계는 분명했지만, 기회는 풍부했고 행사는 확장성과 실현 가능성을 갖춘 전략적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 쇼에는 배터리 기술 개발자, 시스템 통합업체, 스타트업, AI 전문가, 정책 관계자 등 EV 밸류체인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했다. 모두가 인도의 EV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앞으로의 구체적인 전략을 함께 고민했다.
행사 동안 진행된 다양한 세션에서는 EV의 장기적 성장을 위한 핵심 주제들이 다뤄졌다. 소비자와 운전자 행동, 제조 준비도, 배터리 혁신, 소프트웨어 적응성, 충전 인프라의 복잡성 등 현실적인 문제들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패널 토론에서는 로컬 셀 생산, BMS 개발, 소재 가공, 배터리 리사이클링과 같은 구체적인 과제에 대한 인사이트가 쏟아졌고,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의 인도와의 협업 의지가 확인됐다.
숫자로 보면, 2025년에 글로벌 승용 EV 시장은 약 2,0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보이며, 이 중 20% 이상이 BEV+PHEV가 될 전망이다. 인도는 같은 해 약 13만 8,000대의 BEV 판매가 예상되며 이는 약 40%의 성장률에 해당한다. 2031년이 되면 인도의 EV 판매는 약 70만 대에 이를 것으로 보이며, 여러 로컬 OEM 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이른 오전에 있었다. 전력부 전 고문이자 IIT 명예 교수인 어쇼크 준준왈라(Ashok Jhunjhunwala) 박사는 “전기차를 먼 미래의 꿈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 진짜 위기는 화석연료 자체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에너지를 낭비하도록 설계된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진정으로 친환경적인 전기를 기반으로 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인프라로 뒷받침되는 생태계를 만들지 않으면 EV 확산은 절반의 해법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EV를 단순히 내연기관을 대체하는 수단이 아니라, 모빌리티, 에너지, 지속가능성이 만나는 지점으로 재정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셀 제조의 현주소와 과제
인도는 여전히 기가와트급 셀 생산 능력이 부족하다. 특히 정제 인프라의 부재는 대규모 배터리 제조의 발목을 잡고 있다. Boson Cell의 구루 푼가반(Guru Punghavan) CEO는 “현재 인도 내에서 정제 과정이 이뤄지지 않아 로컬 셀 생산이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터리 리사이클링에서 출발한 Boson은 셀 제조로 수직 통합을 이루며 농촌과 저가 EV 시장을 겨냥한 셀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수입 의존과 제한된 (인도) 국내 생산 능력은 인도의 EV 제조 허브 도약에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배터리 장비 제조에 필요한 인프라 역시 아직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인도가 전력/전자, 희토류 대체기술, AI, 머신러닝, 블록체인, 디지털 트윈 등 다양한 첨단 기술에 전략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가운데 ‘만들기보다는 교환’이라는 질문도 제기된다. Open Energy의 틴항류(Tin Hang Liu) CEO는 AI 기반 모듈형 배터리 스와핑 인프라를 통해 효율적이고 민주화된 EV 접근성을 추구하고 있다.
그는 “우리는 부자들을 위한 로봇을 만들고 있는 게 아니다”라며 동남아와 인도에 맞는 현실적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Indofast Energy의 아난트 바자티야(Anant Badjatya) CEO도 배터리 스와핑을 실용적이고 확장가능한 해법으로 봤다. 그는 “인도에서는 주행거리 불안과 초기 비용이 최대 장벽인데, 스와핑은 두 가지 모두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혁신은 기술을 넘어 인도인의 생활 방식에 맞춘 행동 변화까지 고려한다.
구조적 도전과 생태계의 진화
많은 토론에서는 인도 OEM이 여전히 중국 부품에 의존하고 있으며, 독자적인 개발보다는 통합업체 역할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이 지적됐다. Cyient의 프라모드 난준다스와미(Pramod Nanjundaswamy) 부사장은 “예측 가능한 로컬 시장이 없으면 생산설비 투자가 어렵고, 투자 없이는 시장이 자라지 못한다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는 인도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차량 보급률을 가진 동시에 하루 이동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모빌리티 패러독스’를 갖고 있다고 분석한다.
Switch Mobility의 마헤시 바부(Mahesh Babu)는 “우리는 단순히 개인 소유 차량에서 EV로 전환하는 게 아니라, 공유 교통에서 지속가능한 생태계로 도약하는 것이다. 이것이 인도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Switch Mobility는 인도의 밀도와 다양성에 맞춘 전기버스와 상용차 솔루션에 집중하고 있다.
Frost & Sullivan의 프라죠트 N 사테(Prajyot N Sathe)는 인도 EV 산업의 게임체인저로 고급 자동화, 3D 프린팅, 스마트 조립라인, 800V 아키텍처,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등을 꼽았다.
모빌리티에서 에너지 회복 탄력성으로
Maxwell Energy Systems의 카비타 베르마(Kavita Verma) CEO는 EV를 단순히 이동 수단이 아닌 에너지 공급 수단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사의 AI 기반 BMS 시스템을 활용해 전력을 그리드에 재공급하는 파일럿이 진행 중이며, 이는 약 8~10%의 추가 수익 창출로 이어진다. 단, V2G(Vehicle-to-Grid) 확산을 위해선 고성능 BMS와 그에 맞는 그리드 인프라가 필수다.
디지털 트윈과 예측형 제조
Continental India의 바누 프라카시(Bhanu Prakash) 총괄은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SDV)가 더 이상 유행어가 아니며, 인도가 실제로 다양한 분야에서 소프트웨어를 작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장 설계는 이제 설계 단계부터 시뮬레이션을 거치며, 재고 관리, 물류 흐름, 유지보수까지 최적화할 수 있다. 센서 기반 예측 제어 시스템은 이미 폐열, 진동, 온도 등을 기반으로 다운타임을 줄이는 데 사용되고 있다.
소프트웨어의 역할과 차세대 배터리
배터리 화학이 다양해지며 BMS의 중요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다양한 화학 조성, LFP, NMC, 솔리드 스테이트, 나트륨 배터리에 맞춰 BMS 소프트웨어도 적응형이어야 하며, 기능 안전성과 사이버보안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BMS는 단순한 하드웨어가 아니라 EV의 신경망이 돼야 한다.
나트륨 이온은 가격, 안전성, 온도 안정성 측면에서 유망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솔리드 스테이트 배터리는 실험실 수준에서는 유망하지만, 대량생산은 여전히 도전과제로 남아 있다. 인도는 정제 인프라와 함께 새로운 배터리 화학의 상용화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과학과 정책의 만남
과학기술부(DST)의 아니타 굽타(Anita Gupta) 박사는 “이제는 정책보고서가 아니라, 실제 삶 속에서 기술과 지속가능성이 만나는 시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기관, 산업계, 정부가 함께 실현가능한 생태계를 만들 때, 인도는 진정한 EV 혁신국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ARAI의 수딥 암바레(Sudeep Ambare) CEO는 “궁극적으로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라고 단언했다.
학계와 산업의 연결
드라이 코팅, 저배출 전극 기술 등은 이미 학계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이를 산업에 조기 도입하면 전통적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 BMS는 다양한 화학 조성에 맞춰 진화해야 하며, 예측가능한 성능, 실시간 에너지 최적화 기능이 요구된다. 장기적으로는 로컬 BMS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생산이 비용 경쟁력의 핵심이 된다.
조심스러운 낙관
인도의 EV 여정은 단선적이지 않다.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도전이 있지만, 협력적 생태계가 있다면 이를 하나하나 풀어갈 수 있다. 이 행사는 인도가 단순 조립국에서 벗어나, 진정한 EV 제조와 혁신 강국으로 가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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