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S 개최 도시 비교 ··· EV 보급대수 아쉬워
세계전기자동차협회(WEVA) 선우명호 회장
2015년 01월호 지면기사  / 글ㆍ정리│한 상 민 기자 _ han@autoelectronics.co.kr 사진 │이 상 엽 실장 _ kontikistudio@gmail.com



세계전기자동차협회 선우명호 회장

12월, 세계전기자동차협회 선우명호 회장(한양대 부총장)이 본지 윤범진 편집장과 만나 오는 5월 3일부터 나흘간 일산 킨텍스서 개최되는 EVS 28을 예고해줬다. 유럽의 CO2 배출 규제, 프랑스 파리의 디젤차 전면금지 움직임 등 세계 동향을 소개하며 전기차 시대의 교두보가 마련됐음을 말했다. 정부와 업계의 관심을 말하기보다 시장을 만들기 위한 실질적이고 지속적 노력이 중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메이저 OEM 주도 

Q. 세계전기자동차협회 회장으로서 이번 EVS 대회 준비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처음이 아닌 것으로 아는데.   
A. 세계전기자동차협회(World Electric Vehicle Association, WEVA)의 회장직은 지역 대표가 돌아가면서 맡습니다. 북미, 유럽, 아시아·태평양 각 지역별 협회가 있는데, 협회의 비전과 ‘세계전기자동차전시회 및 학술대회(International Electric Vehicle Symposium and Exhibition, EVS)’와 연계해 WEVA 회장이 선출됩니다. 따라서 올 5월 개최되는 EVS 28 한국대회와 함께 제가 회장직을 맞고 있습니다.

우리는 2002년에 부산 벡스코에서 EVS 19 대회를 개최한 적 있습니다. 의욕적으로 상당한 규모의 플랜을 갖고 했었는데, 당시 IMF 관리체제에서 벗어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어서 기업 유치가 대단히 힘들었습니다. 에피소드를 말하자면, 한 가지 사건(?)으로 상황이 돌변했다는 것입니다. 조직위원장으로서 기조강연자가 가장 중요하겠다고 생각해 GM에 근무할 때 회장이었던 로버트 C. 스템플 씨를 초청키로 했습니다. 그는 GM에서 전기차를 만들다가 밀려난 분입니다. 스템플 회장은 흔쾌히 승낙하고 모든 비용을 본인이 굳이 부담하면서 내한해 40분 강연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갔습니다. 스템플의 강연이 결정된 직후 소위 ‘대박’이 나면서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룰 수 있었습니다. 

이번 대회는 그 때에 비해 분위기가 대단히 좋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메이저 OEM 상당수가 참가합니다. 논문은 500편 이상이 접수돼 5%를 잘라내야 했습니다. 참가인원은 전문가 1,300여명, 일반인 5,000여명 이상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가족의 달인 5월에 개최되는 만큼 가족 단위의 관람객도 많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Q. 학술대회이고 EVS 19의 경험으로 볼 때 키노트 스피커가 궁금하다.   
A. EVS 28에는 키노트 스피커가 9명으로 대단히 많습니다. 미국에서는 에너지성(DOE)의 데이빗 하월 전기차 담당국장이 방한합니다. 하월 국장은 연 1,500억 원의 펀드를 핸들링하는 요인입니다. 또 GM의 파워트레인 및 전기차 총괄 래리 니츠 부사장이 옵니다. 현대자동차에서는 권문식 사장이 나섭니다. 이 외에 BMW, 닛산, 르노의 대표자가 강연을 할 것입니다.

특이한 사항으로는 퀄컴의 앤서니 톰슨 씨가 키노트 스피치의 한 자리를 맡는다는 것입니다. 통신기업 퀄컴은 무선충전 부문에서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퀄컴은 새해부터 포뮬러1e의 충전 시스템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업계의 핫이슈인 테슬라는 현재진행형입니다. 일단 일른 머스크 회장의 방한은 힘들 것 같아 아래 선에서 기대하고 있습니다만, 이들은 한국시장에 포커스하고 있지 않습니다. 자율주행차의 이미지가 더 강하지만 구글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구글은 현재 특수 용도의 차량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애리조나와 같은 곳에 가면 실버타운이 있는데, 이곳의 주민이 5분 거리의 골프 클럽하우스까지 오고가는 것에 대해 젊은이들이 전기카트 플릿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런 특수 환경 시장에서 전기 자율주행차 시장이 있다고 봅니다.

기업의 경우 국내에서 현대·기아차, GM, 르노삼성 등 메이저 OEM, 파워프라자 등 중소기업 OEM이 참가합니다. 서플라이어로는 만도, 현대모비스, LG화학, LG전자 등이 나옵니다. 만도의 경우 2세대 풋루스 전기자전거를 EVS를 통해 공개합니다. 이밖에 충전기, 스마트그리드 관련 업체들이 참가합니다. 정부에서는 산업부, 미래부, 국토부, 환경부 등 4개 부처가 후원하며 기조 강연은 장관급 이상 인사가 나서 줄 것입니다.

지난 12월 조직위원회는 송년회 겸 마지막 회의를 가졌는데, 본래 기대했던 목표의 120%를 초과달성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Q. 성공적 개최의 확신 배경은.
A. 아무래도 전기차 시장이 숙성되기 시작했다는 점이 가장 클 것입니다. 새해부터 유럽의 CO2 배출규제가 예외조항 없이 130 g/km로 강화되고, 미국의 기업평균연비규제 CAFE도 강도를 더하면서 OEM의 전기차 개발, 보급 노력이 높아졌습니다. 예전에는 전기차하면 대개 전기차를 만드는 소규모 회사가 나왔지만, 이제는 메이저 카 메이커가 전기차를 만들면서 시장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Q. 말씀하신 기업과 모델에 대해 한 말씀.
A. 전기차에 대한 정의는 바뀌었습니다. 예를 들어 포드 포커스나 쏘울 EV, 레이 EV처럼 내연기관과 EV 모델이 모두 있는 전기차는 EV에 포함하지 않습니다. 전기차는 무거운 배터리를 탑재하기 때문에 웨이트 밸런스가 대단히 중요해 새로운 플랫폼으로 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나온 전기차 중에는 테슬라 모델 S를 별도로 할 때 닛산 리프가 최고의 차가 아닌가 싶습니다. 유럽에서 5명이 닛산 리프를 타고 폭우를 뚫고 달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가감속력은 물론, 거의 모든 차량 성능 면에서 탁월했습니다. 두 번째는 폭스바겐의 E-UP, 세 번째는 BMW i3를 꼽고 싶습니다.



반드시 필요한 EV

Q. 카 메이커마다 입장이 있는데.
A. 솔직히 현대·기아차 입장에서는 시장이 없는데 전기차를 만든다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규모를 만든다는 것은 어셈블리 라인을 새로 깔고, 파워 서플라이어를 만들어야 하는 일입니다. 이는 굉장히 방대하고 위험한 비즈니스입니다. 모터, 배터리, 인버터, 차저, 그 외 고전압 케이블 컴퍼니가 필요합니다. 시장이 없는데 누가 투자하겠습니까? 오히려 비판은 정부에 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 파리 시는 대기오염을 억제하기 위해 오는 2020년 디젤 차량의 운행을 전면금지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디젤 점유율은 70%에 육박하는데 차량 교체 보상금으로 2,200만 원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사실 이것은 르노의 카를로스 곤 회장과 관계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도 곤 회장이 직접 전기차를 소개했는데, 카를로스 곤은 행정 관료도 무시 못하는 프랑스 경제의 근간입니다. 르노는 전 세계 톱 10 메이커 중 전기차에 가장 돈을 많이 쓴 회사이고, 2020년까지 전기차가 시장의 3~5%가 되지 못한다면 큰 어려움에 처할 것입니다. 따라서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르노는 정부와 함께 자국시장부터 바꾸려 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정부 지원이 약합니다. 또 국민의 정서도 다릅니다. 예를 들어, 기획재정부가 전기차 구입에 보조금을 주면 국민은 내가 내는 세금을 왜 차를 사는 사람에게 주냐고 항의합니다. 그런 데다가 서울이 대표적 예인데, 복지 혜택을 늘리면서 전기차 분야 예산이 많이 깎였습니다. 물론 박원순 시장은 전기차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Q. 대회를 앞둔 서울의 현황을 어떻게 보나.
A. EVS 대회는 2016년, 2017년에 몬트리올과 슈투트가르트에서 열리고, EVS 28 서울 이전에는 바르셀로나, LA, 심천, 오슬로 등에서 열렸습니다. 이 도시와 국가를 떠올려볼 때 우리나라의 전기차 보급대수 수준은 너무나 창피합니다. 또 우리의 메이저 플레이어인 현대·기아차도 전기차에 대한 열정을 더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양대에도 SM3 Z.E., 레이, 쏘울 EV가 있는데, 4,000만 원이 넘는 이 차를 누가 사겠습니까? 제주도, 아니 그보다 못하다고 해도 어느 정도 시점까지 꾸준히 국비에 지자체의 지원이 따라 차값을 내리고 시장을 열어야 할 것입니다. 물론 예산에는 우선순위가 있겠지만 시 예산 없이 단지 전기차에 대해 관심만 높다고 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아들은 당장 학원비가 필요한데, 아버지가 “다음 달부터 태권도, 피아노 학원도 보내 줄께”라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Q. 요즘 유가가 많이 떨어졌다.
A. 전기차가 탄력을 받으려면 유가가 높아야 유리한 게 사실입니다. 현재는 셰일가스 등 다양한 이유에서 유가가 많이 떨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앞서 말했듯이 유럽의 배출규제입니다. 2020년까지 95 g/km를 맞추는 것은 대단히 힘든 일입니다. 아무리 엔진을 다운사이징하고 경량화한다고 해도 기준을 맞출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쏘나타 2.4리터 세타의 경우 km 당 CO2 배출량이 190 g 정도입니다. 이를 절반으로 줄인다는 것은 엔진 크기를 반으로 줄이고 1.5톤의 무게를 800 kg으로 낮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도 충돌안전, 연비 등도 각각 클리어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이 오해하는데, 배출규제는 곧 전기차 없이는 못 간다는 것입니다. 필수이고 그 대수가 중요한 것입니다. 이에 카를로스 곤 회장도 2020년 전기차 점유율을 10%로 예상하며 베팅한 것입니다. 폭스바겐은 3%로 보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엔 10%는 어렵다고 봅니다. 그래서 프랑스가 특단의 조치를 취하려 하는 것입니다.



Q. 우리나라는 유럽과 여건이 다른데.
A. 우리나라의 CO2 규제 로드맵은 상대적으로 덜합니다. 현대자동차도 2020년 규제를 110 g 정도로 해줬으면 하고 있습니다. 이는 소형차가 많은 유럽과 다른 우리의 문화때문입니다. 강력한 규제를 그대로 밀고 간다면 산업이 죽을 수도 있습니다.

중국은 또 다른 입장입니다. 중국은 정유시설이 너무 낙후돼 디젤로 가고 싶어도 갈 수 없습니다. 제약이 많은 전기차로 근거리를 커버하겠지만, 남은 장거리에서도 디젤은 답이 되기 힘듭니다.


월드클래스 배터리 

Q. 중국의 배터리가 전기차 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나.
A. 전 세계 배터리 톱10 중 우리는 월드클래스의 3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제조 프로세스를 보면 알겠지만 대단히 잘합니다.
전기차의 배터리란 것이 많은 셀을 병렬로 통합하는 것인데, 중국의 경우 기술력때문에 배터리 셀 간 밸런스가 많이 다릅니다. 쉽게 말해 리모컨 배터리 두 개 중 하나만 갈아 끼워 사용하는 식입니다. 이럴 경우 성능에 대단히 좋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런 것을 우리가 고민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들이 문을 닫으면 우리가 좋은 것입니다. 



Q. 우리의 전기차 기술력에 대한 평가는.
A. 나쁘지 않습니다. 배터리는 월드클래스입니다. 인버터나 모터 디자인도 뒤지지 않습니다. 다만 희토류가 문제가 될 수 있을 뿐입니다. 인적자원도 자율주행차와 달리 전기차 부문은 문제없다고 봅니다. 가장 큰 약점은 전력반도체가 없는 것입니다.



Q. 배터리와 관련된 주행거리 약점은 어떻게 될까.
A.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은 쉽게 말해 전하를 꾸겨 넣는 것입니다. 고압으로 누를 때 서로 싸우면서 들어가며 열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기술은 양극재, 음극재에 전하가 왔다 갔다 할 때 열이 덜 나도록 윤활류를 넣어 쉽게 하도록 하는 극재에 대한 것입니다. 또 나노 그래핀 소재처럼 공간을 위한 기술이 필요합니다.

배터리 전문가인 LG화학의 김명환 박사 등과 이야기해보면 곧 밀도는 현재 대비 2배 정도 올라갈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되면 전기차의 주행거리 문제는 다소 해소될 것입니다. 물론 새로운 기술, 소재에 따른 비용 문제의 해결은 남습니다.

어쨌든 한국의 배터리 산업은 순항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LG화학의 경우 2018년까지 주문을 다 받아놨습니다. 전기차는 물론 기존 내연기관차도 48 V 전환으로 상당수의 리튬배터리가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AEM_Automotive Electronics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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