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oungho Sunwoo, President of WEVA 세계전기자동차협회 선우 명호 회장
세계전기자동차협회 선우명호 회장은 전기차와 관련해 전 세계적으로 어려운 대외경제, 정치적 여건, 그리고 내적 갈등으로 업계 톱 플레이어들이 주춤하고 있을 때, 국가적 현안, 기업적 차원에서 과감하게 치고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VS 37을 앞두고 선우 회장을 만나 대회 준비와 전기차 업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어 | 윤 범 진 기자_bjyun@autoelectronics.co.kr
글 | 한 상 민 기자_han@autoelectronics.co.kr
선우 명호 회장 | Myoungho Sunwoo Ph.D.
· 고려대학교 공과대학 자동차융합학과 석좌교수 · 제37차 세계 전기자동차 학술대회 및 전시회(EVS 37) 대회장 · 세계 전기자동차협회(WEVA) 회장
· 아태지역 전기자동차협회(EVAAP) 회장 · 국토교통부 자율주행차 융·복합 미래포럼 총괄위원회 위원 · 미국자동차공학회 석좌회원(SAE Fellow)
·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원로회원
이번 EVS 37의 핵심 의제와 그 의미는 무엇인가요?
Sunwoo ‘미래 모빌리티로 가는 전기화의 물결(Electric Waves to Future Mobility)’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100년 동안 내연기관과 함께 한 산업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전환기에
EVS 37은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입니다.
1969년 세계전기자동차협회(WEVA, 회장 선우명호)에 의해 시작된 EVS(The International Electric Vehicle Symposium and Exposition)는 2~3년 주기로 개최되다가 1990년 캘리포니아 대기자원국이 ZEV(Zero Emmision Vehicle) 판매 의무화 법안을 통과시킨 후 GM이 첫 양산 전기차 EV1을 판매한 1996년부터 ‘매년’ 전 세계 주요국에서 개최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전기차 관련 시장, 관련 규제, 기술 발전의 속도가 올라간 것입니다. 한동안은 주요 카 메이커들이 시장 상황을 관망하기도 했는데, 그 모멘텀엔 테슬라와 중국 자동차의 역할이 컸습니다.
이번 대회의 주요 주제는 ‘순수 전기차냐 플러그인이냐 하이브리드냐’란 것도 있겠지만, 배터리 기술이 가장 중요하고, 그다음으로 충전 인프라와 표준,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SDV)입니다.
교수님이 치룬 세 번째 대회가 될 것입니다.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Sunwoo EVS 19는 IMF 관리체제에서 벗어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어 기업 유치가 대단히 힘들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이런 행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조강연을 누가 맡느냐인데, 저는 조직위원장으로서 GM에 근무할 때 회장이었던 로버트 C. 스템플을 초청했습니다. EV1을 출시하고 6년 동안 5,000여 대밖에 팔지 못해 물러난 스템플 회장이었지만, 이 전기차 파이오니어가 생각했던 차, 그 철학과 전망을 듣고 싶었습니다. 그의 강연이 결정되면서 이목이 집중됐고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룰 수 있었습니다. 2015년 EVS 28 때엔 우리나라 자동차 위상이 크게 올라가고 전기차 솔루션도 있고 해서 상당히 성공적이었습니다. 여러 OEM을 포함해 150개 기업(408부스)이 참여했고, 전문가만 48개국 1,000명 이상이 참가했습니다.
이번 대회는 당초 450여 부스를 준비했는데, 이미 이를 초과해 500개 이상이 솔드아웃됐습니다. 현재 60개국 1,500명 이상 전문가 참가를 예상합니다. 특히, 생각했던 주요 기업 모두가 후원사로 참여해줬고,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메이저 후원사로서 대회를 빛내줘 기쁘게 생각합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세계적으로 많은 EV 스타트업이 생기기도 했지만, 산업의 재편과 통합으로 OEM 수가 줄었다는 점입니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스타트업은 약 1,000개 사나 됩니다. 500개 기업은 상장을 목표로 투자받은 회사이고 레트로핏까지 하면 1,000개입니다. 이뿐 아니라 중국의 C. C. 챈 홍콩대 교수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지역마다 전기차를 하겠다고 뛰어든 회사가 1,000개 사가 넘는다고 합니다. 어쨌든, 지금은 많은 업체가 파산했고 루시드, 피스커 등은 고투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포지셔닝을 제대로 한 것이 리비안인데, 이유는 제조 측면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테슬라에서 제조 총괄을 했던 사람을 영입했습니다. 품질 문제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것입니다.
리비안에 혹시 교수님 제자분이 있지 않나요?
Sunwoo 맞습니다. 제자들이 지금은 전 세계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제가 한국에 돌아와 가르친 제자들이 우리 기업에서 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외로 진출시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들이 이제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아시겠지만 지금 미국 EV 스타트업의 핵심 엔지니어 중 한국인들이 상당히 포함돼 있습니다.
그동안의 EV 시장 주요 이슈는 무엇이었을까요? 이것을 이번 EVS에 대입할 수 있을까요?
Sunwoo EV1을 만들 때 GM에 있었습니다. 그 차는 정말 예쁘고 잘 만들었죠. 그런데 6년 동안 5,000여 대를 팔았습니다. 망한 거죠. 예를 들어, 이 차를 만드는데 OEM이 100만 원을 쓴다면, 티어 1들도 100~200만 원을 투입합니다. 큰 돈이 들어가죠. 왜 실패했을까요? 당시 5인용 중형 세단이 1만 5,000달러였습니다. 미국의 평균 차값이 이런데 GM은 EV1을 4만 5,000달러에 팔았습니다. 3,000만 원짜리를 1억 원에 판 겁니다. 두 번째는 그때 배터리가 납축전지로 차의 주행거리가 160 km였다는 것입니다. 그게 결정타였습니다. 그때 나온 보고서를 제대로 해석해 다시 전기차를 만든 것이 바로 앨론 머스크입니다.
어쨌든, 삼성, LG와 같은 가전, 전자회사가 매년 15~20조 원을 연구개발 투자에 쓴다면 이것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합니다. 그런데 자동차는 전혀 다릅니다. 자동차가 10조 원을 투자한다면 이것은 규제를 클리어하기 위한 수동적인 투자입니다. CO
2 배출 규제가 획기적으로 강화되면서 EV를 안 하면 안 되는 구조가 된 것입니다. RE100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동차 산업은 이처럼 규제가 리드합니다.
하지만 자동차는 소비자에게도 어필해야 합니다. 구매력이 있어야 합니다. 가격이 좋고 안전(화재)해야 하고 편리(주행거리, 충전 등)해야 합니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낸 게, 지난 36회 EVS와 다르게 가장 큰 화두로 열폭주, 둘째 차세대 배터리 기술, 셋째 SDV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합니다. 전 세계의 전문가들과 이야기해보자는 것입니다. 열폭주 부문은 NREL의 아흐마드 파세란(Pesaran) 박사, 전고체 배터리 부문은 셜리 맹(Shirley Meng) 시카고 대학 교수, SDV 부분은 마퀴즈 맥커먼(Marques McCammon) 카르마 오토모티브 대표가 좌장을 맡습니다. 업계로부터 실질적인 질문과 의견을 모아 그 답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배터리 이야기가 나와 그런데, INTER BATTERY 쇼가 4월에 개최됩니다. 영향이 좀 있을까요? 차세대 배터리엔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Sunwoo INTER BATTERY 쇼가 정말 커졌지요. 그런데,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그 쇼의 입장료는 1만 원 정도지만 EVS는 인당 1,200달러입니다. EVS는 자동차, 배터리, 충전, SDV 등 전기차 관련 기술 이슈, 정책과 트렌드 등에 대해 12개 분야, 세계적인 전문가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눕니다. 성격이 다릅니다. 사람들은 배터리가 발전해서 주행거리가 늘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술 발전, 부품이 효율화돼 전력 소비가 줄어든 겁니다. EV1을 내놓을 때 기획팀은 몇 년 동안 조사를 했고 70%가 이 차를 산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가격에 대해 말하지 않았습니다. 보급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게 비용이고 EV의 대부분은 배터리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이나 삼성SDI는 2028년이면 전고체 배터리를 낸다고 합니다. 그게 나오면 주행거리는 획기적으로 늘고 화재가 발생하지 않으며 가격도 반으로 낮춘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2028년일까요. 경쟁사가 그렇게 말했기 때문에 모두가 따라가는 것 아닐까요?
SDV는 전기차에서 어떤 의미입니까?
Sunwoo 테슬라의 모델을 5만 달러 주고 샀다고 합시다. FSD를 붙여 일시불로 1만 달러를 내고, 또 이런저런 소프트웨어 기능에 구독료를 냅니다. 소프트웨어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고 주행 데이터는 FSD와 같은 기능을 향상시킵니다. 테슬라는 차가 완전 자율주행을 시작하면 이 차를 위해 투자한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 줄 것이라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테슬라는 보험사에 주행 데이터를 제공하고 보험사는 테슬라 차주의 안전 운행 행태를 29단계로 평가해 안전 운행을 한 고객에게 보험료 할인 혜택을 줍니다. 고객이 당장 낸 보험료가 500만 원이고 이게 200만 원으로 떨어지면 300만 원을 위탁받는 셈인데, 이런 것부터 시작해 전혀 다른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SDV가 중요한 겁니다.
SDV의 중요성처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중요도가 매우 높아졌습니다.
Sunwoo 고려대학교가 저의 7번째 직장입니다. 전기/전자로 학사, 석사를 취득했고 필립스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자동차가 너무 해 보고 싶어 GM으로 자리를 옮겨 시스템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사람들은 소프트웨어, 코딩이 하루아침에 되는 줄 압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생산성 차이가 10배라는 점입니다. 똑똑한 친구한테 맡기면 한 달이면 끝날 것이 보통의 친구한테 주면 1년이 걸립니다. 하드웨어 스킬의 차이 그 이상입니다. 물론, 자동차는 제조업이란 점을 간과하면 안 됩니다. 그래서 테슬라와 같은 기업이 가장 고민하는 것 중 하나도 이것입니다.
전기차가 보급되면 유지보수 관련 인력 문제도 있을 텐데요.
Sunwoo 제가 얼마 전 독일 OEM의 AS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했습니다. 그 분야 관리자들이 하는 이야기는 전기/전자 기술을 이해할 수 있는 테크니션을 뽑아야 하는 데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불행하게도 국내 50여개 전문 자동차 공학과에서 전기/전자를 제대로 가르치는 곳이 거의 없고, 그런 테크니션이라고 해도 자동차로 오겠냐는 것입니다. 그래서 옛날처럼 엔진이 잘못되면 엔진을 분해해 문제의 파트를 찾아 해결하는 식이 아니라, 군수품처럼 플러그 앤 플레이가 돼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기초 지식은 중요합니다.
모든 부분이 중요하지만, 그래도 자동차는 디자인 아니겠습니까?
Sunwoo 맞습니다. 10년 사이 현대기아차의 디자인이 정말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첫 기수가 피터 슈라이어라고 생각합니다. 피터 이야기를 하니 갑자기 2009년 한양대학교 개교 70주년 행사가 생각나네요. 기조강연의 중요성과도 연결되는데요, 그때 30년 후의 자동차 전망을 해달라면서 전 세계 톱 디자이너인 피터 슈라이어와 닛산 큐브를 만든 시로 나카무라를 초청했습니다. 그들에게 그림도 그려달라고 했지요. 시로가 온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피터는 행사 전 한양대학교 컨퍼런스 룸을 직접 와 보겠다면서 독일, 한국 디자이너와 동행해 다양한 펜으로 즉석에서 그려보고는 색상을 선택했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거대한 화이트보드를 준비해달라고 했는데, 행사 일주일 전엔 ‘사람들이 내 뒤통수를 보게 되니, 그러지 말고 내가 그들을 보며 그릴 수 있게 투명 보드를 만들어달라’고 했습니다. 진짜 놀란 것은 뭔지 아세요? 그림을 그리고 나더니 보드 아랫 부분에 사인을 하는데 반대편 청중이 읽을 수 있도록 거꾸로 쓰는 거예요!
지금 가장 걱정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Sunwoo 예를 들어, 얼마 전 인테리어 업자가 몰고 있는 르노 마스터, 우리나라의 스타렉스와 비슷한 중국 전기 밴을 보고 기절초풍한 적 있습니다. 차값이 2,000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대신 주행거리는 200 km였는데, 업자가 아파트를 왔다 갔다 하는 데엔 아무 문제가 없는 거리였습니다. 또, BYD에는 2번을 다녀왔는데, 7년이 지난 최근의 방문 소감은 중국이 우리나라의 가장 큰 경쟁자가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업계에 조언 한 말씀 한다면요?
Sunwoo 아직까지 전기차는 초기 단계입니다. 차는 한 10년은 돌아다녀 봐야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이슈에도 불구하고 전기차는 지속 성장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이나 독일에 가면 옛날 제가 알던 동료들 모두 현대기아가 어떻게 이렇게 잘하고 있냐고 말합니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가면서 모든 기업이 다합니다만, 리스크가 있어 큰 투자를 주저하는 게 현실입니다. 이런 시기에 글로벌 톱5 중 가장 과감하게 투자하고 준비를 하고 있는 게 현대기아입니다. 산업이 살아나려면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어려운 대외환경, 정치적 여건, 그리고 내적 갈등으로 주요 톱 플레이어들이 주춤하고 있을 때 국가적, 기업적 차원에서 과감하게 치고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이 초격차를 만들 절호의 찬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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